2004.09.06(월) 11:08 am
아침 일찍 일어나 짐을 대강 챙기고 부페를 먹으러 갔다. 아무래도 조만간의 마지막 부페이겠지. 집에서 가져온 김, 비행기에서 가져온 김치와 고추장으로 만찬을 만들어 먹었다.
아, 이스틴 방콕호텔은 한국인이 많이 와서 그런지 아침 부페에 김치가 나온다. 오늘은 깍뚜기도 나왔다. 하지만, 국산 김치에 비할수는 없는 맛. 그래도 이게 어딘가. 팍치에 적응 못 하고, 한국음식이 그리운 사람들에게는 커다란 위안이 될 수 있다.
이스틴 방콕 호텔 7층 로비. 리셉션과 아침식사하는 식당 가는 길.
호텔에 전화가 와서 받아보니 친구의 전화였다. 여행 떠나기 전 메신저로 이야기 하다가 우연히도 초반에 같이 방콕에 있을 수 있게 되었는데 연락이 닿은 것이다. 오랜만에 타국에서라도 만나자고 해서, 오늘이 체크아웃이니 하루 재워달라고, 저녁에 같이 놀자고 했다.(이 친구는 일 때문에 잠시 출장 온 것.) 으하하하~! 호텔에서 하루 더!! 그 덕에 치앙마이는 내일 떠나야겠다.
체크아웃을 하고 나와 친구가 알려준 호텔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어보는데 엊그제 산 전화카드로 안 되는 것이다. 알고보니 노란전화기에서 쓰는 카드(300, 500밧짜리 Lenso카드)는 국제전화전용카드였던 것이다. 태국국내로 전화할 때에는 다른 전화기에 국내용 전화카드 또는 동전을 사용해야 하는 것. 친구와 통화를 하고 호텔로 찾아갔다.
찾아가면서 물어볼 때 시암 시티 호텔 이라고 물어보면 대부분 알길래 궁금했는데, 가보니까 이스틴 방콕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좋은 호텔이었다. 민소매, 반바지에 배낭 메고, 베낭에는 스포츠 샌달이 덜렁덜렁 달려있는 차림에 들어가기 상당히 뻘쭘한 상태였으나, 굴하지 않고 친구의 방에 찾아갔다.
오랜만에 만나 반갑게 인사하고, 덕분에 하루 숙박비 벌고 좋은 곳에서 자게 되었다고 감사의 인사를 했다. 친구는 점심 이후 미팅이 있어 준비 중이여서 혼자 방에서 일기 쓰고, 음악 듣고, 사진 찍으며 놀았다.
으아~ 딱! 봐도 좋아보이는 호텔방! 게다가 화장실은 모두 대리석~!!
2004.09.06(월) 12:36 pm
점심 먹을 시간이 다 되어가는데 이 친구는 일 하느라 정신 없었다. 1시 반에 미팅을 하러 나가야 한다는데 아직 자료를 다 만들지 못 했으니 얼마나 다급했을까. 그래도 금강산도식후경!! 친구가 일 하는 사이에 먹을 것을 사러 나갔다.
호텔 밖으러 나가니 세븐일레븐이 있는데, 편의점 바로 앞에 노점상이 있어서 편의점 자리에 앉아 점심식사 하는 태국인들로 바글바글했다. 세븐일레븐에 들어가 먹을 걸 고르는데 특별히 눈에 들어오는게 없었다. 빵이나 음료수는 한국이나 태국이나 똑 같고, 인스턴트 라면이나 죽 비스무리한 것도 있는데 태국말을 하나도 모르니 도통 뭐로 되어있는 무슨 맛인지를 알수 없어 머뭇거렸다. 결국 똠양맛 나는 돼지고기 라면과 닭고기맛 죽을 고르고 아이스티와 요거트도 샀다. 으으~ 이렇게 사니까 너무 비싸다. 길에서 사먹는 10밧짜리 볶음국수가 얼마나 맛있는데.. 친구?보는게 끝나면 완벽한 배낭여행자로 변신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호텔에 들어와 물 끓이고 맛있게 만들어 먹었다. 친구는 여전히 일 하느라 뜨는 둥 마는 둥.. 그러다 누가 와서 문을 열어보니 친구와 같이 온 상사가 점심을 룸서비스로 시켜준 것이다. 이런.. -_-;; 이럴 줄 알았으면 조금만 사올걸.. 룸서비스 찾아보니 볶음밥이 100밧 이상 하던데.. 아무튼, 점심식사를 푸짐하게 먹고 친구는 나갔다.
잠시 방에 누워 있다가 밖에 룸메이드가 다니는 소리가 나길래 방 청소해 달라고 하고 수영장으로 갔다.
2004.09.06(월) 2:51 pm
시암 시티 호텔 층에 있는 수영장에 갔다. 이스틴 방콕보다 훨신 좋은 호텔이라그런지, 수영장 및 헬스장 데스크가 따로 있고, 탈의실과 간단한 샤워실, 사우나도 있었다. 옷 갈아입고 들어가보니 넓지는 않지만 깨끗하고 예쁘게 조성된 수영장이 있었다. 사람도 많지 않아 얼른 풍덩~! 뛰어들어 한참을 놀았다. 뭐, 혼자하는 여행이 다 그렇듯, 놀 때 혼자 놀면 심심하다. 모르는 외국인에게 아는 척 하고 놀 수도 없고.. 수영하다 수건 받아서 몸 닦고 의자에 누워 태양 아래 눈도 감고, 방콕하늘과 빌딩숲을 감상했다.
아~ 여기서 계속 있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참, 오늘은 태국에 온 이후 날씨 중에 가장 맑은 날이었다. 하늘도 파랗고, 구름은 좀 있었지만 그래서 더욱 하늘이 예뻐보였다. 오늘 하루 호텔에서 죽치고 있기로 했으니 망정이니, 이런 날씨에 돌아다니면 장난아니게 더울거 같다. 저녁에 친구 들어오면 시원해질테니 같이 나가야지.
2004.09.06(월) 3:51 pm
벤치에 누워 몸을 조금 태워보고자 선탠크림(인 줄 알았더니 무식하게도 선스크린 크림(흔히 선블럭)이었다.)도 잘 바르고 누웠다가 살짝 잠이 들었다. 햇볕이 뜨겁고 땀이 나서 일어나보니 사람들이 꽤 와 있었다.
먹고, 자고, 놀고, 수영하고, 다시 나와 누워 자고.. 으아~ 신선놀음이 따로 없었다.
수영하고 나와 햇살에 몸을 조금 말리다가 샤워를 하러 들어갔다. 사우나를 조금 해볼까 했는데, 백인 아저씨 한 분이 먼저 들어가버리셔서 간단히 샤워만 하고 방으로 돌아왔다.
나가기 전에 청소를 부탁해 두었더니 깔끔하게 정리가 되어있었다. 이 맛에 호텔 이용한다니께~!!
2004.09.06(월) 5:40 pm
친구가 일 하느라 잠시 인터넷 사용하려고 샀던 쿠폰을 주고 갔다. 오랜만에(그래봐야 나흘이지만..) 인터넷을 하러 호텔 2층의 비지니스 센터에 갔다. 시암 시티 호텔에는 30분에 200밧, 4시간에 600밧 등의 인터넷 쿠폰을 판다. 이거 정말 비싸지 않은가!! 뭐, 친구야 일 때문에 출장온거라 출장비로 했다지만, 돈 없는 배낭여행자는 꿈도 꿀 수 없는 노릇. 길거리에 저렴한 인터넷까페가 많은데.. 역시나 호텔은 비싸다.
아무튼, 인터넷을 하려고 자리에 않아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열고 로그인화면이 뜨길 기다렸다. 프락시 서버를 찾는다더만 아무리 오래 기다려도 페이지를 찾을 수 없다고 하고.. 겨우겨우 로그인 했더니 또 먹통이 되는 바람에 아까운 시간만 날라가고.. 겨우 메일(이래봐야 스팸메일 뿐.. 흑흑)과 홈페이지만 확인하고 끝났다.
친구가 돌아오기 전까지 음악을 틀어놓고 한 숨 자볼까?(시암 시티 호텔 객실의 컨트롤박스에는 음악이 나온다. 채널과 볼륨 조절 가능!)
2004.09.06(월) 7:26 pm
한참을 자고 일어났는데 이 친구, 아직 안 왔다. 출장 스케줄표에는 저녁에 특별한 것이 없었는데.. 아무래도 일정 마치고 어른들에게 잡혀 있는가보다. 배도 고프고 집에 전화도 해야겠어서 방문 앞에 메모를 남겨두고 잠시 호텔 밖으로 나왔다.
우선 노랭이 전화기에 가서 집으로 전화를 했다. 그런데 계속해서 오류가 나는 것이 아닌가. 내가 누르는 번호를 자세히 보니 001을 누르는게 아니라 011을 누르는 것이었다. 흐흐~~ 그러니 안 되지. 국제전화는 걸 일이 없었으므로 낯선 국제전화 식별번호가 아닌 익숙한 휴대폰 사업자번호를 누른 것이었다. 아무튼, 별것도 아닌 삽질을 한 후에 집에 무사히 전화할 수 있었다.
2004.09.06(월) 8:02 pm
전화를 하고서 저녁거리를 찾았다. 마냥 들어오길 기다릴 수 없으니.. 낮에 세븐일레븐 앞에서 본 노점국수집에 가 보았다.
다른 사람들이 시키기를 기다렸다 혼자 남으니 뭘 먹을거냐고 물어본다. 뭘 알아야 이야기하지.. 누들 위드 치킨? 이라고 물었더니(진열자에 닭 같은게 걸려있어서..) 노 치킨, 온리 포크란다.(그게 돼지고기였나보다.) 아무튼, 오케이를 연발하니 앉아있으란다. 다른 사람들 먹는 걸 보니 국물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고 다양하던데 뭐 우선 주는대로 먹어보기로 했다. 참, 국수 선택은 노랑국수와 하얀국수가 있었는데, 사람들 먹는 걸 보니 노랑국수를 많이 먹는 듯 해서 그걸 선택했다. 국수를 육수 같은 곳에 삶은 후 역시 육수에 데친 야채와 (아마도 훈제인) 돼지고기 썰은 것을 한데 넣어 주었다. 매콤한 소스와, 땅콩가루, 설탕, 고추 절인거, 고추 빻은거(로 추측) 등의 양념도 함께 주엇다. 아뿔싸~! 노 팍치를 빼먹었는데, 국물맛을 보니 괜찮았다! 팍치향은 전혀 안 나고 진한 것이 꼭 우리나라 국수의 육수 같았다. 각종 양념을 넣고 후루룩후루룩 먹었더니 속이 든든! 게다가 얼음물까지 주니 이보다 더 좋을소냐! 하우 머치? 하니까 25밧이라고 해서 40밧 내고 15밧 거슬러 받았다. 양이 살짝 적은 듯 해서 세븐일레븐에 들어가 12밧짜리 과자 하나 사먹었다.
위엔란탄이 바로 그 국수의 이름.(핼로우 태국에서 찾아봐도 안 보이긴 하지만..) 어제 카오산의 볶음국수에 이어 탁월한 선택이었다. 드디어 태국 음식문화에 슬슬 적응해 가는 것인가?
2004.09.06(월) 10:22 pm
태국 TV를 봤다. 광고가 상당히 엽기적인게 꽤 된다. 바꿔말하자면 과장된 표현과 몸짓이랄까. 일례로 세탁세제 광고가 있는데, 초등학생들 달리기 대회(?) 같은 곳에 자그마한 아이가 주변의 덩치 큰 아이들로부터 쫄고 있었다. 하지만, 관중석에 앉아있는 그 아이의 엄마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보내는데.. 알고봤더니 대회는 엎드린 상태에서 뒷 사람이 발목을 잡고 앞으로 나아가는 경주!(다들 이해하시리라..) 다른 덩치 큰 아이들의 흰양말은 때가 꼬질꼬질한데, 자그마한 아이의 양말은 빛이 날 정도로 하얗다!!(당근, 광고의 세제를 사용했으므로..) 그래서 1등을 한다는 내용. ^^
드라마도 잠시 봤는데, 돈므앙 공항(가봤던 곳이라 알아듣지도 못 하면서 봤다.)에서 남자 주인공으로 보이는 사람이 아마도 떠나가는 사람을 애타게 찼는, 우리나라 드라마에서도 심심치 않게 나오는 바로 그 장면을 봤다. 보통 우리나라 드라마에서는 많이들 찾아내던데, 특히 출국장으로 나서기 직전!! 이 드라마에서는 아쉽게도 남자 주인공은 여자를 찾지 못하고 공항을 빠져나왔다.
친구가 안 들어온다. 아무래도 저녁 스케줄 이후에 잡혀있나보다. 먼저 자야겠다. 정말 내일이면 호사스런 호텔 생활의 마감이다.
오늘의 지출
04/9/6 택시-호텔->공항 -150.0
04/9/6 공항세 -500.0
04/9/6 공항버스-공항->파야타이 -100.0
04/9/6 잔액맞추기용 -94.0
04/9/6 세븐일레븐 점심 -63.0
04/9/6 돼지고기국수 -25.0
04/9/6 세븐일레븐에서 과자 -12.0
오늘 쓴 돈: 944밧
남은 돈: 4126밧
누적 지출: 3574밧 (893.5밧/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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