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축구팬이 아니다. 축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국가대표 경기나 좀 보는 그런 사람, 국내 축구 발전에 기여하는 게 없는 그런 사람이다. 2002년 월드컵 때 소리 좀 질러봤고 말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정말이지 눈시울이 붉어질 수 밖에 없도록 만드는 무언가가 있는 영화였다.
축구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어서, 현재 인천유나이티드 축구단이 어느 정도의 성적을 내고 있는지, 이 영화에 나오던 선수들이 모두가 아직도 뛰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영화는 2004년에 창단된 인유와 2년 동안 함께 하면서, 인유가 성장해 나가는 모든 모습을 담고 있다. 그리하여, 2004년에는 매번 지던 팀이 2005년에 와서 목표를 플레이 오프 진출로 잡고 승승장구해 나가게 된다. 그 와중에 아빠를 볼 수 없었던 어린 딸이 아빠가 전지훈련지에서 보내준 이메일을 엉엉 울면서 읽고, 다 읽은 후에 겨우겨우 '아빠 보고 싶어요.' 라고 이야기하지만 그래도 집에 갈 수 없던 아빠, 중앙 수비수이지만 점점 공이 안 보이게 되어 급기야 팀 훈련을 할 수 없게되기도 하였고, 아버지 묘 앞에 뒤늦은 상을 올려놓는 모습, 상대선수의 파울에 여기저기 찢기고 상처 받은 선수들의 모습. 이거 참, 뭐라 말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지도자와 그를 믿고 따르는 선수들, 그리고 그들을 지원해 주는 직원들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사람들이 없었다. 장외룡 감독의 철저한 분석과 그 것을 훈련에 적용하여 열심히 하는 선수들이 함께 이런 신화를 만든 것일테다. 가만보니, 장외룡 감독이 비디오 분석을 하기 위해 사용하는 노트북이 애플의 iBook G4였다. 살작 비추인 화면에 일본어가 보이는 것을 봐서, 장외룡 감독이 일본에서 활동하던 시절에 구입해서 사용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을 해 보았다. 이제는 MacBook Pro 정도 써 주시면 더 빨리 편집되고 좋을텐데... :)
국내에서 이런 영화가 나온 것은 아마도 이 영화가 처음이 아닌가 한다. 정보를 찾아보니까 작년 겨울 개봉했다는데, 사실 이런 영화가 개봉했었는지도 몰랐다. 하지만, 경기장이나 TV 중계만 보고서 알 수 없는 또 다른 것을 보고 느낄 수 있는 영화였다. 누군가는 축구가 현대인의 전쟁을 대신한다고도 하던데, 정말 그 말처럼 치열한 승부를 한층 가까이에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인유 서포터즈들이 걸어놓은 현수막의 글귀가 기억에 남는다.
'고개 떨구지마. 우리는 피눈물 흘린다.
인천, 죽을 때까지 함께 뛰어보자.'
p.s. 경기의 승패를 떠나, 경기가 끝난 후 락커룸에서 선수들과 경기 마무리를 한 후 모자를 벗고 정중하게 '고맙습니다.'라고 항상 인사하고 나가는 장외룡 감독의 모습이 참으로 인상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