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발길 닿는 곳/유럽

[무대뽀 유럽배낭여행] 29일.. 오늘도 뒹굴뒹굴. 여행하는거 맞아?

2001. 8. 04. 토

아침에 일어나서 왕언니가 차려준 밥을 맛있게 먹었다. 다들 바쁘게 나가서 설것이 할 사람이 없길래 그냥 내가 해버렸다.

내가 오기전 부터 투숙하고 있던 장기투숙객 친구들이 있었다. 초/중/고등학교 친구사이라는 두 명이었는데, 이틀 동안 내가 민박집에서 안 나가고 혼자 놀고 했더니 편하고 좋다고 이야기를 했더니만, 마지막 날인 오늘은 그냥 민박집에서 쉬어야겠다면서 나갈 생각을 안 하는 것이었다. 그러면... 나도 같이 놀자고, 어짜피 나가 돌아다니기 귀찮아한 김에 같이 놀기로 했다.

뱀다리...
영국의 날씨는 정말 듣던대로 이상했다. -.- 영국에 있었던 총 4박 5일 중에서 비가 안 온 날은 딱 하루, 처음 3일은 낮 12시까지는 해도 쨍쨍 내리쬐고 날씨 좋다가, 12시 즈음부터 구름이 끼기 시작하더니 어김없이 2시부터는 비가 좍좍~! 딱, 하루 날씨가 좋아서 비가 하루종일 안 내렸고(혹, Underground 타고 다닐 때 잠깐 왔을지도 모르고...), 비행기 타러 나가는 날에도 한 두 방울 비가 떨어졌다. 비도 계속 내리는게 아니라, 왔다 그쳤다, 쏟아졌다 잠잠해졌다... 오락가락. 변덕스러운 영국 날씨 때문에 레인코트를 입고 다니고 우산을 들고 다닌다더니 정말이었다. 영국에서는 꼭 우산을 들고 다니자. 안 들고 다니다가 물에 빠진 생쥐 되지 말고.

아침 청소가 끝날 때 까지 음악 듣고 쉬다가, 본격적으로 놀기 시작했다. 카드가 있어서 여러가지 카드 게임을 했다. 처음 시작한 것은 원카드. 하도 안 해봐서 다 까먹고 있었는데, 설명을 듣고 해 보니까 재미있었다. 몇 판이 돌아간 후에 왕언니가 일을 마치고 합류해서, 왕언니에게 알려주었다. 어떻게 카드도 모르냐고(Ace, J, Q, K 등도 몰랐다. Joker도...) 구박했더니 자기는 고스톱 전문이라면서... 암튼, 넷이서 원카드를 몇 판 하고 났더니, 왕언니가 이거 다 알았다면서 다른 걸 알려달라고 했다. 그래서 다음으로 훌라. 아까 왕언니 합류하기 전에 잠시 배웠던 터라 왕언니에게 아는 척을 하며 구박하면서 알려주고 게임을 시작했다. 그랬더니 이 사람, 원카드랑 규칙을 마구 헷갈리면서 게임을 하는게 아닌가. 그래서 두어 판 하다가 다시 원카드로 돌아갔더니 이번에는 훌라 규칙을 원카드에 적용하고... ^^

재미있게 카드 놀이를 하다가 점심으로 베이컨을 구워먹었다. 물론 돈은 각자 내서... 맛있게 먹고 난 후 남은 것은 설것이었다. 그래서 설것이 내기 원카드를 시작했다. 다들 제일 못 하는 왕언니가 걸릴 줄 알았는데, 엄청난 수(Joker, Joker, Spade Ace...)가 나와서 힘 한번 못 써보고 한 명이 당해버렸다. 그래서 카드 한 장 못 내고 파산을 당해 설것이를 하고... 남은 세 사람은 편하게 쉴 수 있었다.

그러다... 두리 하우스의 왕언니... 갑자기 배가 고프다고 하는게 아닌가. 아까 낮에 베이컨 구워먹은지 얼마 되지도 않았데... 그래서 왕언니가 제안한 것은 중국집이었다. 중국 사람들 가게, 음식점은 세계 어디에나 다 있기 때문이었다. 마침 자주 시켜먹는 중국음식점이 있다고 해서 메뉴를 보고(메뉴판도 다 갖추어져있었다.) 전화를 하려고 했더니만, 이런... 음식점 개점 시간이 오후 5시. 그 때 시각은 이제 4시도 안 되고 있었으니... 그래서 다시 카드게임~!

5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그래서 비장의 전화걸기 내기 카드게임으로 원카드를 시작했다. 여기는 영국이니 배달 주문도 영어로 해야 하고, 그래서 다들 부담이 되니까 이번 판에 지는 사람이 전화해서 주문 하기로 했다. 이러고 시작했는데, 크허허허... ^^ 이번에도 아까 낮에 베이컨 먹고 설것이 했던 그 친구가 걸려버렸다. 완존 X 씹은 얼굴... 이걸 꼭 전화로 주문해야겠냐면서 먼 거리도 아니니까 자기가 직접 가서 메뉴판 찍어주고, 그리고 나온 음식 들고오겠다는걸 셋이서 합심하여 전화를 걸게 했다. ^^; 엄청 버벅거리며 약 2분 여에 걸쳐 음식은 주문했는데, 어디로 배달해야 할지 설명을 못 하는 것이었다. 보다못한 내가 전화기 낚아채서 대강 집 설명 해주고, 다시 주문한 음식 확인하고, 금액도 물어보고 전화를 끊었다. 다시 카드를 하며 배달 기다렸다.

띵동~! 해서 문을 열어봤더니만, 우산을 받고 배달 온 중국 사람이 서 있었다. 근데, 에게~! 달랑 음식 담은 비닐봉지 두 개만 들고온 것이었다. 머, 우리나라처럼 철가방 들고 올 걸 기대한 건 아니었지만, 작은 플라스틱 용기에 음식만 달랑 들고온게 어쩐지 우리나라랑 차이가 많이 나서 참 이상해 보였다. 계란볶음밥, 닭고기요리 두 가지(하나는 칠리소스 들어간 매운거, 다른 하나는 머였더라..??), 국수랑 있던 밥이랑 맛있게 먹었다.

음악도 듣고, 이야기도 하고 하다보니 어느새 저녁 시간이 되었다. 사람들도 하나 둘 들어오고, 텔레비전도 보고, 이야기도 하다보니 벌써 시간이 늦어졌다. 텔레비젼도 보고, 사람들이랑 이야기 하다가 보니 밤이 깊어졌다. 에딘버러에 갔었다던 전남의대팀 세 명이 돌아왔다. 원래 하루 전에 왔어야 했는데, 손목시계가 고장나는 바람에 차를 놓쳐서 한 사람이 무려 65 파운드(약 12 만원)나 하는 호텔에 들어가서(그것도 가장 싼 3인실이었다는데... 마침 그 때가 에딘버러 축제기간이라 싼 숙소는 하나도 없었다고 했다.) 자고 이제 오는 길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