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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잡담

오랜만에 가본 서점

야탑 까르푸 서적 코너



사실 서점이라 할 수는 없고, 대형할인점의 서적코너에 갔다. 더욱 솔직히 이야기 하자면 서점에 가려고 간 것이 아니라 어찌 하다보니 그 쪽에 발길이 닿았던 것이었다. 오늘 저녁 기숙사를 나와 잠시 방황을 했던 이유는, 롤라이 35S를 자주 사용해 보려고 가까운 곳에 믿고 맡길만한 현상/인화/스캔 업체를 찾으려 했던 것이었다.

다행히도 멀지 않은 대형할인점에 코닥현상소가 있었다. 네가 한 롤 현상에 1천원, 스캔은 CD에 담아서 5천원. 할인점의 현상소가 그리 좋지는 않더라도 보통은 가겠지 싶은데다, 생각보다 많이 비싼 가격이 아니어서 맡겼다. 그랬더니 1시간 이후에 오라고...

쇼핑을 할 생각을 가지고 나왔던게 아니라 그냥 매장 안을 두리번두리번 돌아다니다가, 정말 언제 가봤는지 기억도 가물가물한 서적코너에 가보았다. 그리고 책 몇 권을 뽑아 들춰보았다.

그 중에 MBC 아나운서 김성주(우리 어머니께서 이 사람 처음 나올 때부터 좋아하시더니, 나도 꽤 호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되었다.)가 다른 두 아나운서와 함께 진행했던 '사과나무'라는 프로그램에 소개되었던 사연을 책으로 담은 것이 있었는데, 정말이지 사람이 바글바글한 대형할인점 안에서 눈물을 떨어뜨릴 뻔 했다. 아니, 떨어지지 않을 뿐이었지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있었다.(전문용어로.. nasolacrimal duct를 통해 eyeball에 있던 눈물이 inferior nasal meatus로 나와 nasal cavity를 촉촉하게 적셔주다가, 하마터면 vestibule을 지나 drainage 될 뻔 했다.)

30년 넘게 무명생활을 했던 전원주. 항상 시골 아낙이나 시장 상인, 그도 아니면 파출부로 출연했던 그를 피했던 아들, 그런 역경을 딛고 일어서 최고 상종가를 달리는 연기자가 되기까지... 이름도 어려운 루게릭병, 나와는 상관없는 일인 줄 알았던 한 아버지에게 닥친 병명. 그처 아이들과 함께 마음껏 뛰어놀고 싶어하는 것이 소원인 아버지... 큰 아들을 낳고 도망간 첫번째 아내, 그리고 새 아내를 만났고, 그 분은 자기가 배아파 낳은 둘째 아들보다 큰 아들을 더 사랑했었는데, 청천벽력 같은 말기 유방암 판정...

정말이지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이야기가 가득했다. 그 중에 몇 가지 이야기는 이미 TV에서 직접 봤던 것이었는데, 그걸 참지못하고 눈시울이 붉어지다니... 감성이 풍부하다고 좋아해야 할런지, 다 큰 남자녀석이 눈물 짠다고 안 좋아해야 하는건지 모르겠다.

이유야 어찌되었던 간에, 오랜만에 서점을 찾아 책을 읽어보니까 무언가 마음이 좀 달라지는 느낌이 들었다. 디지털로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 속에 작은 쉼터에 다녀온 느낌이랄까. 게다가, 감동적인 이야기를 읽은 덕에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긍정적 자극까지 받았다.

필름 맡기러 갈 때
잊지 않고 책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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