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NBC의 드라마 ER은 유명 드라마 Friends와 같이 1994년에 첫 시즌을 시작하여 Friends 보다 더 오래 방영하고 2009년에 15시즌으로 막을 내린 메디컬 드라마이다.
처음에는 KBS였고, 나중에 SBS에서도 했었나, 아무튼 이런 매니악하고 비주류적인 드라마가 국내에 바로 소개되었고,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나는 12시 넘어 새벽에 하는 이 드라마를 보기 위해 거실 불도 끄고 TV 소리를 최소로 줄이고서 부모님 몰래 보며 의사가 되는 꿈을 꾸었다.
세월이 흘러 나는 (돌팔이) 의사가 되었고, 요즘 의료영어를 공부해 보려는 일환 중 하나로 이 드라마의 시즌 1의 첫번째 에피소드를 찾아 보았다. (이래뵈도 시즌 1 부터 시즌 5 까지 국내 정식 출시 된 ER DVD set의 당당한 예약 구매자다.) 지금도 그렇지만, 더 어리버리 했던 학생 시절, 면허증에 잉크도 마르지 않았던 그 시절 생각이 많이 난다.
많은 의학 드라마가 있지만, ER만큼 의사를 비롯한 의료진의 삶을 잘 다룬 드라마를 보기 힘들다. 협진 의뢰 전 비용 발생에 대해 환자에게 설명했지만 자신이 흑인이라 무시하는거냐며 항의하는 환자, 객혈과 체중감소 등으로 내원한 환자에게 암 가능성을 이야기 하고 흐느끼는 환자를 안아주는 의사, 복부대동맥류 파열로 응급수술이 필요하지만 수술 할 교수가 없어 레지던트인 자기가 먼저 배를 열어버리는 앞뒤 보지 않는 무모함과 과감함, 큰 상처 난 환자가 피 흘리는 것을 보고 속이 뒤집혀 응급실 밖으로 피하는 학생과 그 학생을 위로해 주는 레지던트....
미국에서도 현실과 너무 다르고 이상적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지만, 적어도 인간적인 고뇌, 의사로서의 고민을 간접적으로 경험해 볼 수 있는 재미있는 기회라고 생각하여, 감히 후배 학생들에게 강력 추천하고 싶은 드라마이다.
p.s. 이 드라마에서 하는 모든 의료행위가 다 올바른 것은 아니다. 일례로 심장마비 환자를 흉부압박 할 때 환자 가슴과 의료진 팔의 각도가 90도도 되지 않고, 몸무게를 실어 하지도 않는다. 실제로 그렇게 하면 환자역을 하는 배우가 다치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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