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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길 닿는 곳/유럽

[무대뽀 유럽배낭여행] 18일.. 하이델베르크에서 철학자가 되다.

2001. 7. 24. 화

역시 자명종 소리에 일어났다. 오늘도 바로 못 일어나고 잠깐 누웠다가 일어났더니 6시 40분이 다 되어가고 있었다. 기차표 예매도 하고 하려고 6시 53분 버스 타려고 생각하고 잤었는데... 빨랑 세수만 하고(머리는 안 감았다. 안 가려워서. -.-) 옷이랑 먹을거 주섬주섬 챙겨들고 아침 식사로 토마토 두 알 집은채로 버스 정류장으로 뛰었다.

다행히 아직 버스는 오지 않았다. 토마토 한 알을 다 먹고 두 개째 먹고 있으려니까 440번 버스가 들어왔다. 오늘 버스는 버스 두 개가 이어진 버스였다. 가운대가 휘는... ^^

Dortmund - Oespel 역에 도착해서 보니 기차 시간이 7시 16분 이었다. 그 전에는 6시 56분. 버스를 10분만 더 일찍 탔어도 6시 56분 기차로 갈 수 있었을텐데.

도르트문트역에 도착해서 내일 밤 스위스로 갈 기차 예약을 했다. 우선 브뤼셀에 가서 좀 둘러보고 기차 탈거니까 브뤼셀 -> 쮜리히를 봤다. 어제 이체 안에서 확인했던 열차가 있어서 쿠셋으로 예약했다. 무려 27마르크. 머, 하루 숙박하는 샘 치지, 뭐. 어짜피 쿠셋이라 잠은 편하게 잘테니... 쮜리히에서 파리로 가는 차를 알아보았다. 토욜에 움직일건데 아침엔 떼제베, 밤엔 IR이 있었다. 밤기차 쿠셋이 많이 안 비싸면 밤에 이동해야겠다. 스위스에서 묵을 숙소 예약을 위해 전화카드(12마르크)를 샀는데, 기차시간이 다 되어서 기차에 올랐다. 하이델베르크 가서 예약해야쥐.

어제부터 해리 포터를 읽기 시작했다. 해리가 마법학교에 입학하는 것까지 읽었는데, 꽤 재미있다. 기차 안에서 독파해야지.

해리 포터도 읽고, 잠도 자고 하다가보니 어느새 기차는 하이델베르크역에 도착하고 있었다. 가방을 들고 역에 내려 밖으로 나오니 보이는 것은 바로 Tourist Information. 반가운 마음에 들어갔더니만 지도 등을 팔고 있어서 그냥 나왔다. 책보고 다니쥐, 머.

구시가지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책에는 트램이나 버스를 타라고 되어있던데 돈이 있어야쥐. ^^; 한 40분 쯤 걷다보니 양 옆으로 상점이 좌악있는 거리가 나왔다. 제대로 찾아왔나보다. 배가 슬슬 고파서 하이델베르크 대학의 멘자를 찾으려고 했는데, 책에 있는 지도에서 내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었다. 한참을 그냥 길을 따라 걷다보니 책에서 표시되어있는 건물이 나오는 것이 아닌가. 아직 멘자 안 지나쳤다. ^^; 기운이 나서 지나 가는 사람에게 물어봐 멘자를 찾아왔다. 이야... 멘자다. ^^ 건물 밖에서도 사람들이 밥을 먹고 있었다. 혹시나 해서 몇몇 사람들에게 외국인이 사 먹어도 되느냐고 물었더니 별일 없을 거라면서 괜찮다고 했다. 용기를 내서 들어가 줄을 서고 밥을 받는데, 스프, 왠 생선튀김, 감자튀김(후렌치후라이 말고..) 볶음밥, 야채를 집었는데 겨우 4.80마르크~! 캐밥 하나보다 싼 가격이다. 우와... 대단해. ^^ 아까 배가 고파서 만들어온 샌드위치를 하나 먹기는 했지만, 그래도 캐밥 하나 사먹을 돈으로 먹는 멘자의 식사는 정말 배가 불렀다. 왜 이걸 이제서야 왔나 싶었다. 으... 정말 배부르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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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델베르크 대학의 구내식당 '멘자'. 저렴하고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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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자 밖의 잔디밭. 밥을 들고 나와 먹는 사람들도 있고, 자유로운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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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델베르크 대학의 안쪽 풍경. 유명한 철학가들을 배출한 대학 다운 풍경이다.



멘자에서 배부르게 점심을 먹고 나와서 아까 봐두었던 우체국으로 갔다. 어제, 아니 그제 밤 꿈에 한 친구가 나와서(무슨 내용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생각난 김에 엽서를 보내려고 간 것이었다. 0.50 마르크까리 엽서를 사서 2마르크 우표를 붙여 보냈다.

두 시가 되어가고 있었다. 하이델베르크 구시가지를 발길 닫는대로 돌아다니다가 하이델베르그 대학에 들어가 잠시 걸어다니다가 사진도 찍었다. 바로 옆에 있는 대학광장에서는 날이 더워선지 아이들이 물총으로 물장난을 하고 있었다.

뱀다리...
어제 큰맘 먹고 긴팔 바람막이 옷을 빨았다. 지난 번 퓌센에 있는 노이슈반슈타인성에 갔아돌 때 쫄딱 비를 맞았더니 퀴퀴한 냄새가 나서... 빨아서 바로 널긴 했지만 오늘 아침까지 마를리가 없지. 그래서 반바지 입으면 한기가 들까봐 긴바지 꺼내입고(벨트를 잊고 안가져와서 가지고 다니던 운동화끈으로 허리를 질끈 동여맸다.) 나왔는데, 이런, 하이델베르크에 내리니까 날이 더운게 아닌가. 남쪽으로 내려간다는 것을 생각지 못했던 것이다. 또, 오늘 유난히 날이 좋아서 햇빛도 쨍쨍... 모자도 안 가져왔는데. -.-

바로 옆에 있는 성령교회에 갔다. 여행 안내서에 따르면 이 건물은 후기 고딕양식이라는데 그런건 잘 모르겠고, 지나가다가 보니 한국인 단체관광객이 보였다. 교회가 다 나오도록 좀 떨어져서 사진을 한 방 찍었다. 참, 여행 안내서에는 교회 외벽에 고서점들이 있다고 했는데, 가서 보니까 다 기념품 가게로 바뀌어있었다. 암튼, 사람 정말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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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델베르크의 구시가지. 가장 번화한 거리며, 이 거리 바로 옆에 하이델베르크 대학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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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시가지 끝에 있는 성령교회. 여행안내서에 따르면, 교회 외벽엔 고서점들이 많다더만, 직접 보니까 다 기념품 가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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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델베르크의 명물이라는 칼 테어도르 다리



하이델베르크의 명물, 구 다리(칼 테어도르 다리)로 갔다. 성령교회에서 바로 한 골목만 걸어가면 네카강을 건너는 다리가 있는데 바로 그 다리였다. 다리 입구에 하얀 쌍둥이 탑이 있는데, 원래 외적의 침입을 막는 방어용 요새였다고 한다. 다리를 조금 건너다가 어떤 아줌마에게 부탁해서 뒤에 있는 하얀 쌍둥이 탑을 배경으로 사진 한 장 박았다. 다리에서 보니까 하이델베르크 성이 잘 보였다.(아까 거리에서도 간간히 보였는데, 건물에 가려서 잘 보이지는 않았었다.) 잘 보이니까 여기서 한 장 찰칵~!

구 다리를 건너면 철학자의 길로 가는 입구가 나온다. 특별하게 입구라고 설명되어있는 것은 없고 다리를 건너자마자 약간 왼쪽에 있는 횡단보도를 건너 골목으로 바로 들어가 올라가면 된다. 여행 안내서에도 저녁엔 위험하니까 혼자 다니지 말라고 되어있던데, 정말 길도 좁고 옆에 수풀도 울창해서 저녁에는 좀 무서울 것도 같았다. 도데체 무슨 길이길래 철학자의 길이라 하는 것인가... 하고 가는데, 이게 산으로 올라가는게 아닌가. 그렇지 않아도 날도 덥고, 긴 바지에 부채도 잃어버렸는데, 산까지 오르다니. 한 10분 정도를 올라간 후에 약간 큰 길 하나가 나왔는데, 이게 바로 철학자의 길이었다. 괴테, 헤겔, 하이데거 등 쟁쟁한 철학자들이 거닐며 사색을 했던 길이라던데, 네카강과 하이델베르크성, 시내가 잘 보이는 위치라는거 말고는 별거 없어보이는 길이었다. 그래도 철학자의 길이라니까... 음음. 한 무리의 독일학생들이 선생님과 함께 이 길을 걷고 있었다. 아까 올라올 때 봤던 여자애가 내가 벤치에 앉아있으니까 와서 또 봤다면서 말을 걸었다. 하이델베르크 어떠냐고 묻길래 좋다고(독일 전체에 대한 이미지가 정말 좋다. 나무도 많고, 조용하고, 정확하고...) 대답하고 이야기 좀 하다가 먼저 일어났다. 좀 걸어가다가 철학자의 길을 한 방 찍고, 좀더 가다보니 관광객으로 보이는 한 아저씨가 있어서 사진 찍어달라고 했다. 철학자의 길에 서서 사진 한 방 찍고, 고맙다고 인사를 나누다가 잠시 이야기를 했다. 그 아저씨는 아일랜드 사람인데, 하이델베르크에 지난 일요엘에 왔고, 금욜까지 있을 예정이라고 했다. 나는 점심때 왔다가 저녁에 가는데... ^^; 한국에서 왔다니까 홍콩, 일본은 가봤는데 아직 한국은 못 가봤다고 했다. 담에 꼭 한국 놀러오라고 하고 헤어졌다. 처음 느낌처럼 별 볼일 없는 산책로였다. 철학자의 길을 다 걷고 다시 네카강을 건너 하이델베르크 중심지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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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의 길에 올라가면서 찍은 하이델베르크 성. 세계에서 가장 큰 포도주통이 저기에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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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의 길에 다 올라와서 찍은 하이델베르크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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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철학자의 길. 여길 걸으면 철학자가 되려나?



오늘은 날이 따뜻했지만, 앞으로 스위스, 영국에서 걱정이 되어 윗옷 하나 살까(밑에야 면 바지 한 장으로 버티지, 뭐.) 하고 가게도 조금 기웃거리다가 아무래도 가진 돈(40마르크)으로는 못 살 것 같아서 그냥 나와버렸다.
참, 숙소 예약해야쥐. 내일은 브뤼셀 구경을 하고 밤기차로 쮜리히 떨어지고, 바로 루쩨른에 가서 1박 할 예정이라 내일 모레로 예약하기 위해 전화를 했다. 루쩨른에 있는 '오세요' 라는 한인민박인데 아침에 오기전 전화 한 번 더 하라고 했다. 주소가 책에 나온 것과 다르다나?(여기도 경찰에 걸린 것인지...) 여행천하 책을 들고가면 25프랑에 해 준다고했다. 루쩨른 숙소 예약을 마치고 인터라켄에서 좀 위에 있는 라우터브루넨의 Valley House에 전화를 했다. 예약 하려고 한다고 했더니만 자기네는 예약을 안 받는다고 오는 날 아침에 전화하라고 하는게 아닌가. 그러마 하고 그냥 끊었다. 이제 며칠 동안의 일정은 정해졌다. 생각난 김에 집에도 전화를 했다. 잘 먹고 잘 지네고 있다고 몇 마디 안 했는데 10마르크 정도 남았던 전화카드가 2마르크 남았다. 순식간에 8마르크치 전화를 쓴 것이다. --+ 민아가 연락이 없다고 집에 전화가 왔다는데, 갑자기 걱정되었다. 이것들 다들 잘 다니고 있는 건쥐. 잘 다니면 집에라도 자주 전화 해야쥐, 말야.

원래 저녁 7시 즘에 기차를 타고 도르트문트로 돌아가려고 했는데, 하이델베르크성에도 안 들어가고, 시간도 남고, 계속 돌아다녀서 피곤하기도 해서 시간 되는 기차를 타고 바로 가기로 했다. 아무래도 돌아가서 씻고, 라면이라도 하나 끓여먹고, 쉬는게 훨씬 좋으니까.

하이델베르크 역으로 가다가 전자제품 상가가 있길래 들어가봤다. 예전에 이어폰보다 헤드폰에 귀에 덜 무리가 간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헤드폰을 봤는데, 브랜드 있고, 좀 이뻐보이고, 있으보이는 모델들은 무지 비쌌다. 가진 돈은 40마르크 정도인데, 170마르크(600원 곱하면, 10만원이 넘네.)짜리 헤드폰도 있었다. 그냥 그림의 떡이려니 하고 지나가버렸다. 한쪽에는 MD, CDP, 워크맨들이 보였다. MD 싼 것(약 300마르크)도 있었는데, 좀 좋아보이고 레코딩 되는 것들은 죄다 499마르크가 아닌가. 으음. 욕심 내지 말자. --+ 나갈까 하다가 지하가 컴퓨터 매장이라길래 내려가봤다. 한 쪽에 게임기 시연하는 곳도 있었는데, 해 보려다가 잘 안 되어서 말았다. 바로 옆에 조이스틱 파는 곳이었는데, 레이싱 게임에 쓰는 핸들 모양의 조이스틱이 여러 종류가 있었다. 좀 만져보니까 마구 사고 싶어지는데, 사봐야 내 컴퓨터로는 못 하니까 꾸욱 참고 돌아나왔다. 노트북 파는 곳에는 바이오가 있었다. C1 같은 서브는 아니고 올인원 모델들이 전시되어있었는데, 14.1 인치 LCD에, DVD, 플로피, 기타 등등 다 달려있어서 3킬로나 나가는 거대한 넘이었다. 가격이 1499마르크.(600원 곱하면 90만원. 엥...??) 아무래도 가격을 잘못 본 모양이었다. 그렇게 쌀리가 없쥐.

역으로 가다가 아까 나오면서 봤던 슈퍼에 들어가 음료수를 찾았다. 근데, 탄산음료 말고는 냉장고에 들어있는게 없는것이 아닌가. 어쩔 수 없이 냉장고에 들어있던 딸기우유 하나를 0.99마르크 주고 사먹었다. 갈증을 해소하고 열심히 길을 걸어 역에서 조금 떨어진 슈퍼에서 우유 500ml짜리를 샀다.

역에 오니까 4시 45분이었다. 아까는 못 봤는데, 맥도널드가 있어서 들어가 볼일을 해결하고 나와서 트랙으로 갔다. 잠시 후에 4시 57분 기차가 들어와서 빈자리 하나 잡고 앉아 준비해온 샌드위치랑 우유를 저녁으로 먹었다.

뱀다리...
독일은 철저히 보행자 중심이다. 거의 모든 횡단보도마다 스위치가 있어서 그걸 누르면 10초 내에 보행신호로 바뀐다. 처음에는 그거 모르고 한참 서있다가 신호가 안 바뀌어서 무단횡단 하기도 했었다. 신호체계가 무너져서 길이 막히면 어쩌나.. 할 수 있겠지만, 독일서 길 막히는걸 본 적이 없었다. 큰 도시인 뮌헨에서도 차가 그렇게 많지 않았다. 아무래도 우리나라 서울, 경기 지방의 인구밀도가 너무 많아서 그런게 아닐까? 어딜(아직 그리스, 이탈리아, 독일 밖에 간 곳이 없지만...)가도 우리나라처럼 붐비고, 시끄러운 곳이 없었다.

또 뱀꼬리...
유럽은 철도 교통이 엄청 발달되어있다. 유럽 각지를 거미줄 같은 철도망으로 연결하고 있어서 어디든지 갈 수 있다. 울 나라는 기차 타면 서울 -> 부산 딱 한 루트 밖에 없지만, 유럽에는 다양한 루트가 있어서 내가 원하는 시간, 시각, 루트를 정할 수 있다. 또, 바로 가는 열차 말고도 갈아타는 것도 잘 정리(?)가 되어있어서 갈아타기만 하면 어디든 못 가는 곳이 없을 정도다. 역 또한 장난이 아니다. 조금 큰 도시에는 중앙역 뿐만 아니라 크고작은 역들이 엄청 많이 있다.(그래서 역 확인을 잘 해야 한다. 일예로 로마 <-> 베네치아 구간은 로마의 테르미니역에서 출발, 도착하지 않는다.) 철도도 어찌나 많이 깔려있는지, 뮌헨역의 경우 트랙이 30개가 넘게 있었다. 머, 그렇다는거쥐. ^^;

또또 뱀다리...
독일엔 라인강이 흐른다. 마인츠 <-> 쾰른 구간에는 유람선이 운행하는데 유레일이 있으면 무료다. 문제는 아침 일찍 다닌다는 것. 그리고 배 운행 속도가 느리다는것. 여행 안내서에 보면 마인츠에서 코블렌츠까지마도 다섯시간이 넘게 걸리는 것으로 되어있다. 그러니 유람선을 타면 하루를 꼬박 투자해야 한다. 오늘 하이델베르크를 가면서 안 것인데, 기차가 라인강 옆을 따라 한참 간다. 하이델베르크에서 쾰른 사이를 운행하는 열차는 이 라인강변을 따라 움직이는 구간이 있는데, 시간이 없으면 기차 안에서 강을 봐도 좋다. 간간히 강 위의 유람산도 볼 수 있고, 화물선도 있고, 요트도 볼 수 있고... 강 옆에 있는 크고 작은 성들도 볼 수 있는데, 배에서보다는 빠르게 지나간다는게 흠이긴 하다.

목이 말라서 어제에 이어 오늘도 콜라 한 병을 사마셨다. 4.90 마르크. 무신 콜라가 이렇게 비싼지. 아까 물이나 큰 걸로 한 병 사가지고 탈 걸 그랬다. 기차에서 내리면 가게 다 문 닫을 텐데. 먹고 남은 건 얼렸다가 내일 먹으면 되고...
이로써 이제 30마르크 정도 남았다. 목사님 숙소에서 오늘가지 공짜로 4박을 하니까 하루 30마르크만 쳐도 120마르크(600원 곱하면 7만원 이상)를 아낀 샘이다. 정말 운이 좋았다. 다른 곳에서도 이런 행운이 있을까...? ^^

해리포터를 읽고 있었는데, 이거 변환이 잘못된 것인지, 원래 텍스트가 잘못되어있던 것인지 소설 속에 이상한 문자도 많고, 사라지거나 바뀐 부분도 많이 있었다. 똑같은 부분이 다시 나오기도 하고...(책으로 치자면 한 페이지 읽고 넘겼더니 똑같은 페이지가 다시 나오는 경우.) 암튼, 재미있게 읽다가 졸려서 눈 감아버렸다. 정신없이 자다가(피곤하니까 등 닿는 곳만 있으면 정신없이 잤다.) 일어나보니 8시가 넘어있었다. 근데, 어라~! 기차가 늦고 있는게 아닌가. 에센(Essen)역에서 갈아타야 하는데, 이런식으로 가다가는 바로 있는 기차(ICE)를 놓치고, 그 다음 기차(EC)를 타야할 상황이었다. 오늘 이체 함도 못 탔는데... -.- 독일 기차는 연착이 거의 없는데, 오늘 잘못 걸렸나보다. 다음 기차를 나고 들어가면 10시 정도에 숙소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오늘이 마지막 밤이니 짐 잘 챙기고 자고, 내일 아침에는 남은 돈으로 시장 봐야지.

뱀다리...
독일 기차에는 전원 콘센트가 많이 있다. 울 나라 기차는 객실에 전원 컨센트가 없는 걸로 알고 있는데... 어떤 분은 전화박스에 들어가 전화기 전원 빼고 전기기구 쓰신다는... 독일 기차 중 IC(InterCity)는 차량 하나마다 전원 콘센트가 으음...17개는 있다. 객실 내에 16개가 있고, 화장실에 전기면도기용 콘센트가 있다. 전기를 쓸 일이 있다면 미리 표를 살 때 그런 자라를 달라고 하면 되겠쥐. 유레일이라면 그런 자리에 골라 앉으면 되고. ICE(InterCityExpreess)에는 좌석 두 개마다 전원 콘센트가 있다. 그러니까 우리나라 기차처럼 살롱형 좌석 두 개마다 좌석 사이에 콘센트가 있는 것이다. 이체에서는 어느 자리를 앉아도 전기를 쓸 수 있다. EC(EuroCity)나 다른 기차들은 확인 안 해봐서 잘 모르겠지만, 있기는 할 것이다. 여행 중에 전기 필요한 사람들(노트북, 캠코더, 디카 등의 소지자)은 유용하게 쓸 수 있을 것이다. 이체 중 신형만 그렇고, 구형 이체는 마주 앉는 좌석에 있는 테이블에 콘센트가 있다.

에센역에 내렸다. 혹시나 8시 50분. 혹시나 해서 빨리 이체가 들어오는 트랙을 봤더니 다행이 바로 옆 트랙이었다. 그래서 위를 봤는데, 오호라... ^^ 이체도 약간 연착되었는지 아직 안 들어온게 아닌가. 8시 53분 쯤 이체가 들어와서 탔다. 으흐흐. ^^ 아, 아직 이체 1등석은 못 가봤으니까 이따가 내리기 전에 1등석 구경 가야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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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이체(ICE) 1등석. 독립된 3열 시트와 LCD 화면!! (@.@)



오옷~! 1등석에는 개인 비디오가 있는게 아닌가~! 좌석마다 LCD 패널이 달려있어서 자기가 보고 싶은 프로그램을 볼 수 있도록 되어있었다. 좌석도 더 크고, 간격도 더 넓고. 2등석은 한 줄에 좌석이 네 개 있는데, 1등석은 한 줄이 좌석이 세 개 있었다. 마치 일반 고속과 우등 고속의 차이처럼... 역시 돈 많으면 좋은 것이여.

도르트문트역에 도착해서 S-Bahn 탈 시간까지는 조금 여유가 있길래 그 동안 궁금했던 걸 물어보려고 창구에 갔다. D라는 열차랑 THA라는 열차가 궁금해서 그 동안 알아보려고 했는데, 영어로 된 것은 없고 독일어로만 있어서 알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처음 간 창구 직원은 영어를 잘 못해서 영어를 할 줄 아는 직원을 불러주었다. D 열차는 독일 열차인데 빨리 다니는 넘이고, 예약이 필요없다고 했다. THA는 벨기에 기차인데 역시 빨리 다니는 넘이고 예약 필수라고 알려주었다. 다른 넘들도 물어보고 싶었지만 시간도 없고, 뒤에 사람도 기다리고 해서 그냥 나왔다. 나오다가보니 물 마시는 게 있어서 다시 들어가 물을 세 컵이나 마시고 나왔다.(공짜로 물 먹는 곳이 있는 건 첨 봤다.)

S-Bahn을 타고 DO - Oespel역에 내려 버스를 잠시 기다리다가 타고 왔다. 근데 버스가 휠체어, 유모차, 자전거 가지고 타는 사람 있을 때만 기울어지는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고, 몸이 조금 불편한 사람(노인, 장애인)이 있으면 그 때마다 기울어져서 타고 내리는 것을 수월하게 도와주었다. 너무너무 신기해서 내가 내릴 때에도 기울어져있길래(누가 수레를 가지고 내렸었다.) 언능 뒤로 가서 사진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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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가 기울었다!! (@.@) 저상버스인데 더 기울어지니 몸 불편한 분들이 타고 내리기 편하다.



숙소에 들어가려고 용을 쓰고 있는데(문이 잠겨있으니까...) 목사님이 저쪽에서 오고 계셨다. 어디 나가셨다가 들어오시는 모양이었다. 목사님과 같이 들어와서 바로 샤워를 했다. 그렇지 않아도 더운데 긴 바지를 입고 다녔더니 땀이 많이 났었다. 샤워를 하고 나와 다시 스캐줄 정리를 하며 누룽지 + 라면을 끓였다. 목사님은 저녁 많이 드셨다고 안 드신다고 하셨다. 고추장까지 풀어서 맛있게 먹고 난 후 후식으로 토마토랑 떠먹는 요구루트(이거 정말 싸다. 네 개가 1마르크 조금 넘는 것도 있다.) 하나 먹었다.

오늘까지는 목사님과 함께 정말 편하게 지냈는데, 내일부터는 다시 고생 시작이다. 돈도 돈대로 깨지고, 고생도 하고... 젊어 고생은 사서 한다고 하던데, 별로 사고 싶지 않다. ^^; 그래도 여행이 재미있다.

오늘의 마지막 뱀다리...
유럽에 정말 한국 여행자들이 많다. 처음 도착했던 그리스도 생각보다 많았는데, 대륙으로 넘어오고 나서는 정말 많이 볼 수 있다. 근데, 다들 서로를 피하는 분위기... 항상 내가 먼저 가서 말을 걸지, 다른 한국 사람이 나에게 먼저 말을 걸어온 적이 한 번도 없었다. 한국 사람에게 말 걸면 말 잘 통해서 좋고, 그 곳 둘러본 사람이면 어디가 가볼만 한지, 어디는 별로인지 바로 알 수 있어서 좋고, 아직 안 둘러본 사람이라면 같이 일행이 될 수도 있고 한데, 다들 서로 모른척. -.- 심지어 뭘 몰라서 허둥거리면서도 바로 옆에 있는 나한테는 말도 안 걸고 왔다갔다 하길래 말 붙여서 알려준 적도 수차례. 글고, 외국사람에게 뭘 물어보면 웃는 얼굴로 자기가 아는 한 친절하게 알려주려고 노력한다. 혹, 모르며는 지나가는 현지인을 잡고 물어보기도 하고, 어떤 이탈리아 아가씨는 영어를 못하니까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일일이 영어 할 줄 아냐고 물어서 내가 물어볼 사람을 잡아주기도 했었다. 정 모른다며는 몰라서 정말 미안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근데, 오늘 하이델베르크 하우프트 거리 입구에서 무언갈 물어보려고 외국인들 사이를 왔다갔다 했던 한국 여행자들에게 가서 어디 가시냐고(그 때 나는 대강 다 둘러봐서 어디인지 알려줄 수 있으니까) 물어봤더니 떫떠름한 표정으로 '학생감옥이요.' 하고, 내가 거긴 안 가봤지만, 지금은 지도에서 여기고 이쯤 가면 있을 거다 하고 알려주니까 머, 별로 고맙지도 않은 듯 목만 까딱 하고는 그냥 가버렸다. 머, 항상 여행하는 사람들이 예의바르고 붙임성이 좋을 수는 없다. 나도 그런 사람은 아니고. 하지만 같은 동포끼리 웃는 낯으로 인사하고 헤어지면 얼마나 좋은가. 외국사람들을 대할 때면 항상 미소를 띄고 있는 그들의 얼굴을 잊을 수 없다. 뒤에 오는 사람을 위해 문을 잠시 잡아주었을 때 주는 미소, 눈이 마추쳤을 때 주는 미소, 표를 예매하고 가는 나에게 주는 미소, 사진을 찍어주고 사진기를 건내며 같이 주는 미소... 울 나라 사람들도 미소를 자주 지었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