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 7. 22. 일
자명종 소리에 일어났다. 어제 다섯시 반에 맞추었는데, 손목시계는 일곱시 반이 아닌가. 깜짝 놀라서 곰곰히 생각해 보니 자명종 시간을 잘못 맞추어 놓은 것이었다. 시차 계산을 잘 하고 했어야 했는데, 그리스에서 썼었던 시간 그대로였으니... 암튼, 사태를 파악하고 재빨리 세수하고, 먹을거 챙기고, 목사님 화장실 가시려고 잠시 나오신 때에 인사드리고 나왔다.
숙소 앞에서 S-Bahn역까지 가는 버스가 7시 51분에 있었다. 정류장에 나왔던 시각이 7시 40분. 10분 정도 기다리니까 버스가 들어왔다. 스르르 와서 앞에 딱 서고는 문을 열어주었다. 이거 원래 표 사야 하는데 혹시 검사하면 유레일 보여주며 이걸로 되는거 아니었냐고 할 요량으로 그냥 탔다.(사실 그 큰 버스(버스 두 개 이어져 있는거)에 나 혼자 타고 있었다.) S-Bahn역까지 네 정거장이었다. 지나치지 않으려고 긴장하고 있는데, 친절하게 안내방송과 자막까지 나오는게 아닌가. 버스도 천천히 움직이고 안내방송도 잘 나오고... 어렵지 않게 제대로 내려서 역 플랫폼으로 갔다. 시간표를 보니까 도르트문트역까지 가는게 8시 16분이었다. 한 10분 기다리면 되는데, 문제가... 아까 나올 때 부터 약간 신경이 쓰였던 화장실. -.- 울 나라 역처럼 화장실이 있는게 아니어서 여기저기 뛰어다녀봤는데 보이질 않았다. 그래. 도르트문트역에 가서 일을 보자. ㅠ.ㅠ
S-Bahn이 들어왔다. 당근 문이 열릴 줄 알고 가만히 있었는데 내 앞에 있는 문이 안 열리는게 아닌가. 당황해서 좌우를 둘러보다 눈에 걸린게 문에 있는 작은 버튼. 그걸 눌렀더니 문이 열렸다. 휴우... 하마터면 못 탈뻔 했다.
여기서 뱀다리...
기차든 전철이든 버스든 여기는 사람이 스위치를 눌러야 문이 열린다. 아마도 필요없는 문이 열리는 걸 막고 에너지를 절약하려는 차원 같은데, 매우 효과적으로 보인다. 우선 혼잡하지 않은 역은 우리나라만 봐도 몇 명 내리고 타지 않는다. 근데 지하철 10량에 있는 문 40개를 열고 닫으니... 그 중 필요한 문만 열고 닫아도 엄청난 에너지 절감 효과가 있을 텐데. 기차도 마찬가지고. 유럽에 와서 문 안 열린다고 아무거나 누르거나 당기면(신식이 아닌 경우는 손잡이를 당겨야 한다.) 큰일난다. 유럽 기차는 '긴급 정지' 손잡이가 있는데, 이거 내리면 기차가 정말 긴급 정지 한다고 한다. 정말 긴급한 상황에는 꼭 써야겠지만, 잘못 쓰면 바보된다. 조심조심.
도르트문트역에 도착했다. 아무래도 오늘 늦게 일어나서 하이델베르크는 무리가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행선지를 바꿔서 오늘은 가까운 쾰른과 본을 보기로 했다. 8시 반에 도착했는데, 다행히 8시 36분에 쾰른, 본을 거쳐 이탈리아 밀라노까지 가는 EC(EuroCity)가 있었다. 플랫폼을 찾아갔는데, 이거 또 문제가 발동한게 아닌가. 이번엔 장난이 아니어서 역 내 화장실을 찾았다. 허겁지겁 찾아갔는데, 이런... 유료 화장실이 아닌가. 엉덩이에 힘 팍~! 주고 다시 플랫폼으로 돌아왔다.(여행하면서 가장 아까운 돈이 물 사먹는 돈, 화장실 가는 돈이다. 아직 돈 내고 화장실 간 적은 없지만...)
다행히 36분 차가 금방 들어왔다. 대강 자리를 잡아 가방 던져놓고 바로 화장실로 뛰어갔다. 앉자마자 좌르르... -.- 어제 좀 많이 먹었더니 무리였나보다. ^^; 아까 잡은 자리가 흠연석이라 비흡연석으로 옮겼다.
뱀다리...
독일 기차는 정말 좋다. 시간도 칼같이 지킨다.(이 점에서 이탈리아 기차는 꽝이다.) 독일 모든 기차를 유레일로 다 탈 수 있다. 예약도 거의 필요 없다.(밤기차, 그러니까 침대차는 예약해야 한다.) 초고속 열차 ICE도 그냥 탈 수 있다. 또, 좋은 것은 열차 정보가 완벽하다는 것이다.역에 가면 그 역을 지나가는 열차에 대한 정보가 아예 책으로 있어서 무료 배포되고 있다. 그 책 하나면 그 역에서 다른 역까지 어떤 열차가 있는지, 돌아오는 기차는 머가 있는지 다 알 수 있다. 독일 역에 갈 때마다 하나씩 꼭 받아두자. 또, 기차에 타면 그 기차에 대한 정보지가 좌석마다 있다. 이걸 보면 각 역 사이 거리는 얼마고 각 역에는 몇 시에 도착해서 몇 시에 떠나는지, 그 역에 내리면 어떤 열차로 갈아탈 수 있는지, 그 역의 서비스는 뭐가 있는지 등등... 기차 갈아타는 것이 우리나라 지하철 갈아타는 것보다 쉬울 정도로 자세히 설명해 주고 있다. 역시 독일 열차 타면 이거 꼼꼼히 읽어보자. 특히 갈아타야 할때.
9시 50분. 쾰른에 도착했다. 한국여행자들을 만나서 이야기 좀 하다가 11시가 다 되어 역 밖으로 나왔다. 아니, 이게 뭐야? 엄청나게 큰 건물이 쾰른역 바로 앞에 있었다. 바로 쾰른 대성당. 높이가 무려 157미터나 되는 두 개의 첨탑이 하늘을 찌를 듯 서있었다. 성당 안으로 들어왔더니 일요일이라 미사를 하고 있었다. 나야 무교지만 괜히 엄숙해 졌다. 웅장한 성당, 엄숙한 분위기, 성령이 깃든듯한 성가... 한마디로 압도당했다.
밖에 나와서 벤체에 앉아 빵에 케찹(밀라노의 두오모 성당 옆에 있는 버거킹에서 가져온 케찹이다. 여행자는 이런거 잘 챙겨야 한다. 단, 돈 받고 케찹이나 마요네즈 주는 곳도 있다는 것을 명심.) 뿌려서 쥬스와 함께 먹었다. 역시 쾰른 대성당은 엄청나다. 빵 먹으면서 봤더니 빵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를 지경이었다.
빵을 먹을만큼 먹고 주변을 돌아보려는데(솔직히 쾰른은 책에 소개된게 별로 없었다. 다 쾰른 대성당 주변.), 어떤 중국인이 Psion 5mx를 쓰고 있는게 아닌가. 대강 보니 일기를 쓰고 있는듯 한데, 그냥 Excuse me... 하고 말을 걸었다. 나는 팜 쓰는데 여행하면서 PDA 쓰는 사람 처음 봤다면서(사실 몇 명 봤지만. ^^;) 말을 했다. 그러냐구 하면서 어디서 왔냐고 묻는데, 입고 있던 옷이 '한국방문의 해' 적혀있고 해서 금방 한국사람인 걸 알렸다. 그 사람은 대만 사람인데 영국에서 일 하고 있고 휴일에 자주 여행한다고 했다. 사이언은 영어 밖에 안 되어서 참 아쉽다는 이야기를 나누고 빠이빠이 했다.
쾰른 대성당 주변을 대강 둘러봤다. 바로 옆에 로마-게르만 박물관이 있었고, 상점도 많이 있었는데 아무래도 일요일인지라 문 연 곳이 거의 없었다. 대신 거리의 악사들이 닫힌 상점 앞에서 연주를 하고 있었다.
좀더 둘러보고 하려다가 쾰른데 별로 볼 것도 없고 해서 바로 본으로 가기로 했다. 역으로 돌아오다가 쾰른 대성당 앞에서 부탁해서 사진 하나 찍고 본을 거쳐 오스트리아 빈까지 가는 열차를 탔다.
12시 20분, 본에 도착했다. 일요일이라 그런지 인포메이션 센터도 다 문 닫고, 상점도 대부분 문을 열지 않았다. 무작정 역을 나와 뮌스터 광장에 갔다. 사람은 많이 없었고, 베토벤 동상이 있길래 앞에서 사진 한 방 박았다. 책에 나와있기로 본 대학이 있다고 해서 물어물어 찾아갔다. 머, 건물만 봤지만 위낙 이 동네 대학들은 다들 고풍스러운 건물들이라 본 대학도 멋있었다. 가운데에 있는 넓은 잔디밭에서는 축구 하는 사람, 사진 찍는 사람, 책 읽는 사람, 누워 자는 사람 등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책에 소개된 마지막 장소, 베토벤 생가. 역시 물어물어 찾아갔다. 다행히 다들 친절하게 알려줘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작은 집을 박물관으로 꾸민 곳이었다. 들어가면(학생 6마르크, 일반 8마르크) 짐을 라커에 넣고 구경을 시작해야 한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따로 입장권이 없고 그냥 영수증만 준다는 것. 여기는 한글로 된 안내책자가 있었다. 그래서 독일어로만 적혀있는 유물들을 대강 감상할 수 있었다. 삐걱거리는 집 안을 돌아다니며 베토벤이 직접 쓴 악보, 편지도 보고, 베토벤이 직접 연주했던 악기들, 베토벤의 흉상들과 초상화들을 봤다. 워낙 작아서 금방 보고 나왔다.
나오다가 사진 찍어달라고 부탁해서 정원에 있는 베토변 흉상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그 사람들이 중국 사람이어서 나의 단골 메뉴, 중국방문 이야기를 꺼내 잠시 이야기 하다가 헤어졌다.
역으로 오다가 캐밥집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들어갔다. 보통은 캐밥 하나에 5마르크 하는데 여기는 4.5마르크라 끌렸나보다. 또한, 고기도 땡겨서... ^^ 캐밥 하나 사들고 본 역으로 향했다.
역에는 금방 도착했다. 에센에 잠시 갔다가 돌아가야겠다. 다른 기차도 있었지만 이체를 타기 위해 잠시 기다리기로 했다.
볼일이 보고 싶어 역 화장실에 갔더니 유료다. -.- 아까 들어갔던 맥도널드도 유료더니... 조금 참고 기차에서 봐야지.
이체를 탔다. 으음... 피곤했는지 잠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이거 어쩌지? 에센은 4시면 도착하는데. 에라, 모르겠다. 그냥 자자.
몇 번 자다가 눈을 뜨고, 차장이 와서 유레일 꺼내주고 하다가 잠이 조금 깨서 창 밖을 보니 Essen이라는 역 이름이 슬금슬금 뒷걸음질 하고 있는게 아닌가. 아, 조금만 빨리 눈을 떳더라면 에센에 내려서 잠시 둘러볼 수 있었을텐데...
다시 약 20분 정도 정신없이 자다가 방송에서 Dortmund 하길래 바로 가방 들고 내렸다.
시간이 조금 있으면 역 주변에 구경 좀 할까 했는데, S-Bahn 시간을 보니까 바로 있어서 역 밖으로 나가보지도 못하고 그냥 플랫폼에 가서 열차에 올랐다.
Dortmund - Oespel 역에 내려 바로 앞에서 Am Kindergarten으로 가는 440번 버스를 타고 돌아왔다. 이제 막 5시가 되었는데, 벨을 눌러도 아무 소식이 없었다. 목사님도 아직 안 돌아오시고, 도르트문트 구경 나간다던 친구도 아직 안 들어왔나보다. 하는 수 없이 숙소 주변을 돌아보기로 했다. 뒤쪽으로 가니까 초원이 펼쳐져 있었다. 높고 낮은 구릉이 계속 이어지고 한 쪽에는 말 키우는 목장도 있었다. 목장에 가서 한참 말이 풀 뜯는거 구경하고, 옆에 있는 마을 길에 들어가서 독일의 가정을 살짝 옅보기도 했다. 일요일이라 그런지 사람들도 거의 안 돌아다니고 조용했다. 약간 숲이 있었는데, 그 속으로 나있는 산책로를 따라 산책을 하다가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잠시 기다리니까 바로 열쇠들고 돌아와서 같이 들어왔다.
점심으로 빵도 먹고 캐밥도 먹고 해서 든든했던 배가 숙소에 돌아오니까 다시 배꼽시계를 마구 울려대는 것이 아닌가. 대강 씻고는 저녁 준비를 시작했다. 오늘의 메뉴는 스파게티~! 어제 월마트에서 산 스파게티를 함 해보기로 했다. 포장을 뜯으니까 스파게티 면, 토마토 소스, 치즈 가루, 그리고 알 수 없는 가루, 이렇게 들어있었다. 포장지에 어떻게 만들어 먹으라고 쓰여있었겠지만 모두 독일어였기 때문에 다 무시하고 마음대로 해버렸다. 우선 물을 끓이고 면을 넣어 삶다가 다 익었을 즈음 토마토 소스를 넣고 비비고, 다시 알 수 없는 가루를 넣고 비비고, 마지막으로 치즈가루를 넣고 비볐다. 으음~~ ^^; 대강 비슷한 스파게티 냄새가 났다. 둘이 마주앉아 스파게티를 먹는데 생각보다 맛이 괜찮았다. 더욱이 유럽에서 한 첫 요리를 이렇게 성공적으로 이끌어서... 흐흐. 양은 둘이 먹어도 충분할 정도여서 아주아주 배부르게 스파게티를 먹었다.
설것이 하고 샤워하러 가기 전, 입고 있던 옷을 모두 벗어 세제에 담그었다. 샤워를 끝내고 나와 담그어 두었던 빨래를 대강 해치우고 앉아있으려니 졸음이 밀려왔다. 거의 정신을 잃은채 침대에 쓰러졌다.
한참 자다가 일어나보니 아직도 밖은 어둡지 않았다. 시계를 보니 10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7시 즈음해서 정신을 잃었으니까 세 시간 정도 잤나보다. 시간 있을 때 식사를 만들어 두기로 했다. 어제 샀던 토스트빵, 치즈, 딸기+오렌지잼을 꺼내고 토스터에 빵을 구워 잼을 바르고 치즈를 얹어 빈약하나마 샌드위치를 만들었다. 맛을 보려고(두 개나 먹었냥?? 으... 배불러.) 먹어봤더니 제법 괜찮았다. 오늘 점심처럼 그냥 빵에 캐찹 뿌려 먹는 것보다 훨씬 좋았다. 여기에 쥬스까지... 완벽한 식사다. ^^
뱀다리...
독일에서 길거리에 먹을게 상당히 많이 있다. 머, 독일 뿐 아니라 어느 나라던지 거리에 먹거리를 팔지 않는가. 그러나 문제는 돈. 가장 간단한 캐밥이 보통 5마르크다. 한국돈으로 3000원. 스파게티 같은 거 먹으려면 최소한 10마르크 이상이니 돈 없는 여행자들은 정말 힘들다. 아, 맥도널드 세트메뉴가 8.99, 즉 9마르크고, 버거킹 와퍼세트가 7.99, 즉 8마르크였다. 슈퍼에서 10마르크치 빵과 쥬스를 사면 하루 이상을 거뜬히 버틸 수 있는 걸 생각하면 쉽사리 사먹지 못하게 된다. 여기 사람들도 사먹는 사람은 많이 사 먹는데, 기차를 타다보면 집에서 만들어온 샌드위치를 먹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기차가 출발하고 주섬주섬 가방을 뒤지는 사람들은 대부분 집에서 만들어온 먹거리를 꺼내려는 사람들이었다. 머, 종류야 다양하지만 간단하고 값싸게 집에서 만들어와 먹는다는 사실이 참 실용적이라는 느낌을 받게했다. 오늘 본 어떤 할머니는 사과를 미리 다 깎고 썰어서 비닐팩에 넣어와 하나씩 꺼내먹고 계셨다. 또, 여기는 꼭 식당이 아닌 곳에서 뭘 먹어도 이상하게 안 본다. 우리나라는 걸어다니면서 아이스크림 정도 먹는 건 괜찮지만, 식사를 한다고는 생각하기 힘들 것이다. 그러나 여긴 자기가 만든 것이든 산 것이든(자리값이나 서비스 요금을 따로 받는 곳이 있어서 그런건지도 모르지만) 길거리나 공원 벤치, 기차역 플랫폼 어느 곳에서든 먹어도 아무도 이상하게 보지 않는다. 이동하면서 식사를 해결하니 시간도 절약되고... ^^ 암튼, 여기 사람들의 실용적인 모습을 보고 우리나라의 어찌보면 케케묵은 관습을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또 뱀다리...
오늘 아침 일찍(8시 전이었으니 일욜인걸 생각하면 일찍이쥐.) 숙소를 나와 Dortmund - Oespel 역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내려서 역으로 걸어가는데, 횡단보도 하나가 앞에 보였다. 차는 거의 횡단보도 가까이 와있던 상태였고. 나는 당연히 차가 지나갈 줄 알았다. 그런데 그 차가 멈추어 내가 지나가길 기다리는 것이 아닌가. 신선한 충격이었다. 자기가 먼저 횡단보도를 지나갈 수 있었지만 속도를 줄여 보행자를 먼저 보내다니... 우리나라에서는 생각지도 못할 일이었다. 아마도 보행자 우선의 교통정책 때문인듯 했다. 로마에서 만났던 영국서 온 형 말에 따르면 영국은 무조건 보행자 우선이라고 한다. 그래서 다들 무단횡단을 하고 차는 모두 멈추고. 그래도 누구하나 빵빵 거리지 않는다고 한다. 어쩔때는 신기하고, 어쩔때는 답답하다고... 영국의 경우는 좀 심한 경우지만, 울 나라도 독일처럼 좀 보행자를 생각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속 뱀다리...
자전거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아직 못 한 것 같다. 고딩 때 제 2 외국어로 독일어를 배웠다. 물론 지금 기억하는 것이라고는 Guten tag 정도. 하지만 수업 시간 중 선생님께서 알려주신 것이 독일에서는 사람들이 자전거를 많이 탄다는 것이었다. 물론 그 동안 잊고 있다가 독일에 와 보니 정말 자전거가 많이 있었다. 크고 작은 역마다 자전거가 엄청 많이 있었다. 거리에도 자전거 타고 다니는 사람들도 많았고, 여기저기 묶여있는 자전거를 보면 얼마나 많이 타는지 알 수 있었다. 대중 교통이 편치 못한 곳은 자전거가 필수라고 했다. 더욱 중요한 것은 독일서는 자전거를 가지고 다는 것이 전혀 불편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우리나라처럼 턱이 많이 있어서 자전거로 다닐 때 불편하지 않고(참,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을 유독 독일에서 많이 봤는데, 아무래도 턱없는 거리, 모든 역마다 있는 엘리베이터 등의 사회시설 때문에 장애인들도 맘놓고 돌아다니는 것이 아닌지.) 지하철이나 기차에도 대부분 자전거를 실을 수 있고, 도로마다 자전거 전용도로가 따로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독일에서는 자전거로 여행 중인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자전거를 가져(오던지 여기서 사던지)와서 독일 패스 가지고 독일만 한 달 정도 돌아다녀도 좋을 것 같다. 기차타고 가다가 내리고 싶은 곳에 내려서 자전거 타고 하이킹도 하고... ^^ 나중에 꼭 해봐야겠다.
11시가 훌쩍 넘었는데 아직 목사님이 안 오셨다. 6시 정도에 오신닥고 하셨는데... 슬슬 걱정이 된다.
지도 펴고,, 기차 시간표 보고, 여행 안내서 보며 이것저것 생각하고 있으려니까 목사님께서 오셨다. 거의 12시가 다 되어서... 독일인 교회에 가셨는데 좋았다고 하셨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내가 내일은 하이델베르크, 모래는 암스테르담에 갈 거라고 하니까 그럼 내일 암스테르담에 같이 가자고 하셨다. 나야 나쁠거 없으니까 그렇게 하자고 말씀드리고 6시 반에 일어나 준비하기로 했다.
자명종 소리에 일어났다. 어제 다섯시 반에 맞추었는데, 손목시계는 일곱시 반이 아닌가. 깜짝 놀라서 곰곰히 생각해 보니 자명종 시간을 잘못 맞추어 놓은 것이었다. 시차 계산을 잘 하고 했어야 했는데, 그리스에서 썼었던 시간 그대로였으니... 암튼, 사태를 파악하고 재빨리 세수하고, 먹을거 챙기고, 목사님 화장실 가시려고 잠시 나오신 때에 인사드리고 나왔다.
숙소 앞에서 S-Bahn역까지 가는 버스가 7시 51분에 있었다. 정류장에 나왔던 시각이 7시 40분. 10분 정도 기다리니까 버스가 들어왔다. 스르르 와서 앞에 딱 서고는 문을 열어주었다. 이거 원래 표 사야 하는데 혹시 검사하면 유레일 보여주며 이걸로 되는거 아니었냐고 할 요량으로 그냥 탔다.(사실 그 큰 버스(버스 두 개 이어져 있는거)에 나 혼자 타고 있었다.) S-Bahn역까지 네 정거장이었다. 지나치지 않으려고 긴장하고 있는데, 친절하게 안내방송과 자막까지 나오는게 아닌가. 버스도 천천히 움직이고 안내방송도 잘 나오고... 어렵지 않게 제대로 내려서 역 플랫폼으로 갔다. 시간표를 보니까 도르트문트역까지 가는게 8시 16분이었다. 한 10분 기다리면 되는데, 문제가... 아까 나올 때 부터 약간 신경이 쓰였던 화장실. -.- 울 나라 역처럼 화장실이 있는게 아니어서 여기저기 뛰어다녀봤는데 보이질 않았다. 그래. 도르트문트역에 가서 일을 보자. ㅠ.ㅠ
S-Bahn이 들어왔다. 당근 문이 열릴 줄 알고 가만히 있었는데 내 앞에 있는 문이 안 열리는게 아닌가. 당황해서 좌우를 둘러보다 눈에 걸린게 문에 있는 작은 버튼. 그걸 눌렀더니 문이 열렸다. 휴우... 하마터면 못 탈뻔 했다.
여기서 뱀다리...
기차든 전철이든 버스든 여기는 사람이 스위치를 눌러야 문이 열린다. 아마도 필요없는 문이 열리는 걸 막고 에너지를 절약하려는 차원 같은데, 매우 효과적으로 보인다. 우선 혼잡하지 않은 역은 우리나라만 봐도 몇 명 내리고 타지 않는다. 근데 지하철 10량에 있는 문 40개를 열고 닫으니... 그 중 필요한 문만 열고 닫아도 엄청난 에너지 절감 효과가 있을 텐데. 기차도 마찬가지고. 유럽에 와서 문 안 열린다고 아무거나 누르거나 당기면(신식이 아닌 경우는 손잡이를 당겨야 한다.) 큰일난다. 유럽 기차는 '긴급 정지' 손잡이가 있는데, 이거 내리면 기차가 정말 긴급 정지 한다고 한다. 정말 긴급한 상황에는 꼭 써야겠지만, 잘못 쓰면 바보된다. 조심조심.
도르트문트역에 도착했다. 아무래도 오늘 늦게 일어나서 하이델베르크는 무리가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행선지를 바꿔서 오늘은 가까운 쾰른과 본을 보기로 했다. 8시 반에 도착했는데, 다행히 8시 36분에 쾰른, 본을 거쳐 이탈리아 밀라노까지 가는 EC(EuroCity)가 있었다. 플랫폼을 찾아갔는데, 이거 또 문제가 발동한게 아닌가. 이번엔 장난이 아니어서 역 내 화장실을 찾았다. 허겁지겁 찾아갔는데, 이런... 유료 화장실이 아닌가. 엉덩이에 힘 팍~! 주고 다시 플랫폼으로 돌아왔다.(여행하면서 가장 아까운 돈이 물 사먹는 돈, 화장실 가는 돈이다. 아직 돈 내고 화장실 간 적은 없지만...)
다행히 36분 차가 금방 들어왔다. 대강 자리를 잡아 가방 던져놓고 바로 화장실로 뛰어갔다. 앉자마자 좌르르... -.- 어제 좀 많이 먹었더니 무리였나보다. ^^; 아까 잡은 자리가 흠연석이라 비흡연석으로 옮겼다.
뱀다리...
독일 기차는 정말 좋다. 시간도 칼같이 지킨다.(이 점에서 이탈리아 기차는 꽝이다.) 독일 모든 기차를 유레일로 다 탈 수 있다. 예약도 거의 필요 없다.(밤기차, 그러니까 침대차는 예약해야 한다.) 초고속 열차 ICE도 그냥 탈 수 있다. 또, 좋은 것은 열차 정보가 완벽하다는 것이다.역에 가면 그 역을 지나가는 열차에 대한 정보가 아예 책으로 있어서 무료 배포되고 있다. 그 책 하나면 그 역에서 다른 역까지 어떤 열차가 있는지, 돌아오는 기차는 머가 있는지 다 알 수 있다. 독일 역에 갈 때마다 하나씩 꼭 받아두자. 또, 기차에 타면 그 기차에 대한 정보지가 좌석마다 있다. 이걸 보면 각 역 사이 거리는 얼마고 각 역에는 몇 시에 도착해서 몇 시에 떠나는지, 그 역에 내리면 어떤 열차로 갈아탈 수 있는지, 그 역의 서비스는 뭐가 있는지 등등... 기차 갈아타는 것이 우리나라 지하철 갈아타는 것보다 쉬울 정도로 자세히 설명해 주고 있다. 역시 독일 열차 타면 이거 꼼꼼히 읽어보자. 특히 갈아타야 할때.
9시 50분. 쾰른에 도착했다. 한국여행자들을 만나서 이야기 좀 하다가 11시가 다 되어 역 밖으로 나왔다. 아니, 이게 뭐야? 엄청나게 큰 건물이 쾰른역 바로 앞에 있었다. 바로 쾰른 대성당. 높이가 무려 157미터나 되는 두 개의 첨탑이 하늘을 찌를 듯 서있었다. 성당 안으로 들어왔더니 일요일이라 미사를 하고 있었다. 나야 무교지만 괜히 엄숙해 졌다. 웅장한 성당, 엄숙한 분위기, 성령이 깃든듯한 성가... 한마디로 압도당했다.
쾰른역 바로 앞에 떡!! 하니 서 있는 쾰른 대성당.
쾰른 대성당 내부. 웅창한 모습을 제대로 담지 못했다.
성당 안에 있는건데 뭐라고 하는건지는 모르겠다. 촛불에 불 붙이고 기도하던데..
밖에 나와서 벤체에 앉아 빵에 케찹(밀라노의 두오모 성당 옆에 있는 버거킹에서 가져온 케찹이다. 여행자는 이런거 잘 챙겨야 한다. 단, 돈 받고 케찹이나 마요네즈 주는 곳도 있다는 것을 명심.) 뿌려서 쥬스와 함께 먹었다. 역시 쾰른 대성당은 엄청나다. 빵 먹으면서 봤더니 빵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를 지경이었다.
빵을 먹을만큼 먹고 주변을 돌아보려는데(솔직히 쾰른은 책에 소개된게 별로 없었다. 다 쾰른 대성당 주변.), 어떤 중국인이 Psion 5mx를 쓰고 있는게 아닌가. 대강 보니 일기를 쓰고 있는듯 한데, 그냥 Excuse me... 하고 말을 걸었다. 나는 팜 쓰는데 여행하면서 PDA 쓰는 사람 처음 봤다면서(사실 몇 명 봤지만. ^^;) 말을 했다. 그러냐구 하면서 어디서 왔냐고 묻는데, 입고 있던 옷이 '한국방문의 해' 적혀있고 해서 금방 한국사람인 걸 알렸다. 그 사람은 대만 사람인데 영국에서 일 하고 있고 휴일에 자주 여행한다고 했다. 사이언은 영어 밖에 안 되어서 참 아쉽다는 이야기를 나누고 빠이빠이 했다.
쾰른 대성당 주변을 대강 둘러봤다. 바로 옆에 로마-게르만 박물관이 있었고, 상점도 많이 있었는데 아무래도 일요일인지라 문 연 곳이 거의 없었다. 대신 거리의 악사들이 닫힌 상점 앞에서 연주를 하고 있었다.
좀더 둘러보고 하려다가 쾰른데 별로 볼 것도 없고 해서 바로 본으로 가기로 했다. 역으로 돌아오다가 쾰른 대성당 앞에서 부탁해서 사진 하나 찍고 본을 거쳐 오스트리아 빈까지 가는 열차를 탔다.
거리의 악사들. 독일에서부터 유독 많이 볼 수 있다. 실력은 수준급!!
저어~기 밑에 보이는 사람들의 크기를 보면 쾰른 대성당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12시 20분, 본에 도착했다. 일요일이라 그런지 인포메이션 센터도 다 문 닫고, 상점도 대부분 문을 열지 않았다. 무작정 역을 나와 뮌스터 광장에 갔다. 사람은 많이 없었고, 베토벤 동상이 있길래 앞에서 사진 한 방 박았다. 책에 나와있기로 본 대학이 있다고 해서 물어물어 찾아갔다. 머, 건물만 봤지만 위낙 이 동네 대학들은 다들 고풍스러운 건물들이라 본 대학도 멋있었다. 가운데에 있는 넓은 잔디밭에서는 축구 하는 사람, 사진 찍는 사람, 책 읽는 사람, 누워 자는 사람 등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책에 소개된 마지막 장소, 베토벤 생가. 역시 물어물어 찾아갔다. 다행히 다들 친절하게 알려줘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작은 집을 박물관으로 꾸민 곳이었다. 들어가면(학생 6마르크, 일반 8마르크) 짐을 라커에 넣고 구경을 시작해야 한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따로 입장권이 없고 그냥 영수증만 준다는 것. 여기는 한글로 된 안내책자가 있었다. 그래서 독일어로만 적혀있는 유물들을 대강 감상할 수 있었다. 삐걱거리는 집 안을 돌아다니며 베토벤이 직접 쓴 악보, 편지도 보고, 베토벤이 직접 연주했던 악기들, 베토벤의 흉상들과 초상화들을 봤다. 워낙 작아서 금방 보고 나왔다.
베토벤 생가 입장권
나오다가 사진 찍어달라고 부탁해서 정원에 있는 베토변 흉상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그 사람들이 중국 사람이어서 나의 단골 메뉴, 중국방문 이야기를 꺼내 잠시 이야기 하다가 헤어졌다.
본의 뮌스터 광장에 있는 베토벤 동상 앞에서 찰칵~!
뮌스터 광장에서 본 대학에 가는 길에 있던 예쁜 교회.
베토벤 생가에 들어와 베토벤 흉상에 놓인 정원에서 찰칵~!
역으로 오다가 캐밥집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들어갔다. 보통은 캐밥 하나에 5마르크 하는데 여기는 4.5마르크라 끌렸나보다. 또한, 고기도 땡겨서... ^^ 캐밥 하나 사들고 본 역으로 향했다.
역에는 금방 도착했다. 에센에 잠시 갔다가 돌아가야겠다. 다른 기차도 있었지만 이체를 타기 위해 잠시 기다리기로 했다.
볼일이 보고 싶어 역 화장실에 갔더니 유료다. -.- 아까 들어갔던 맥도널드도 유료더니... 조금 참고 기차에서 봐야지.
독일 고속철, 이체(ICE). 이건 구형이고 신형은 더 예쁘다. 무엇보다 유레일로 공짜 탑승!!
이체를 탔다. 으음... 피곤했는지 잠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이거 어쩌지? 에센은 4시면 도착하는데. 에라, 모르겠다. 그냥 자자.
몇 번 자다가 눈을 뜨고, 차장이 와서 유레일 꺼내주고 하다가 잠이 조금 깨서 창 밖을 보니 Essen이라는 역 이름이 슬금슬금 뒷걸음질 하고 있는게 아닌가. 아, 조금만 빨리 눈을 떳더라면 에센에 내려서 잠시 둘러볼 수 있었을텐데...
다시 약 20분 정도 정신없이 자다가 방송에서 Dortmund 하길래 바로 가방 들고 내렸다.
시간이 조금 있으면 역 주변에 구경 좀 할까 했는데, S-Bahn 시간을 보니까 바로 있어서 역 밖으로 나가보지도 못하고 그냥 플랫폼에 가서 열차에 올랐다.
Dortmund - Oespel 역에 내려 바로 앞에서 Am Kindergarten으로 가는 440번 버스를 타고 돌아왔다. 이제 막 5시가 되었는데, 벨을 눌러도 아무 소식이 없었다. 목사님도 아직 안 돌아오시고, 도르트문트 구경 나간다던 친구도 아직 안 들어왔나보다. 하는 수 없이 숙소 주변을 돌아보기로 했다. 뒤쪽으로 가니까 초원이 펼쳐져 있었다. 높고 낮은 구릉이 계속 이어지고 한 쪽에는 말 키우는 목장도 있었다. 목장에 가서 한참 말이 풀 뜯는거 구경하고, 옆에 있는 마을 길에 들어가서 독일의 가정을 살짝 옅보기도 했다. 일요일이라 그런지 사람들도 거의 안 돌아다니고 조용했다. 약간 숲이 있었는데, 그 속으로 나있는 산책로를 따라 산책을 하다가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잠시 기다리니까 바로 열쇠들고 돌아와서 같이 들어왔다.
도르트문트 대학 기숙사 옆의 목장. 바로 옆에 이런 자연이 있다는게 참 부러웠다.
점심으로 빵도 먹고 캐밥도 먹고 해서 든든했던 배가 숙소에 돌아오니까 다시 배꼽시계를 마구 울려대는 것이 아닌가. 대강 씻고는 저녁 준비를 시작했다. 오늘의 메뉴는 스파게티~! 어제 월마트에서 산 스파게티를 함 해보기로 했다. 포장을 뜯으니까 스파게티 면, 토마토 소스, 치즈 가루, 그리고 알 수 없는 가루, 이렇게 들어있었다. 포장지에 어떻게 만들어 먹으라고 쓰여있었겠지만 모두 독일어였기 때문에 다 무시하고 마음대로 해버렸다. 우선 물을 끓이고 면을 넣어 삶다가 다 익었을 즈음 토마토 소스를 넣고 비비고, 다시 알 수 없는 가루를 넣고 비비고, 마지막으로 치즈가루를 넣고 비볐다. 으음~~ ^^; 대강 비슷한 스파게티 냄새가 났다. 둘이 마주앉아 스파게티를 먹는데 생각보다 맛이 괜찮았다. 더욱이 유럽에서 한 첫 요리를 이렇게 성공적으로 이끌어서... 흐흐. 양은 둘이 먹어도 충분할 정도여서 아주아주 배부르게 스파게티를 먹었다.
설것이 하고 샤워하러 가기 전, 입고 있던 옷을 모두 벗어 세제에 담그었다. 샤워를 끝내고 나와 담그어 두었던 빨래를 대강 해치우고 앉아있으려니 졸음이 밀려왔다. 거의 정신을 잃은채 침대에 쓰러졌다.
한참 자다가 일어나보니 아직도 밖은 어둡지 않았다. 시계를 보니 10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7시 즈음해서 정신을 잃었으니까 세 시간 정도 잤나보다. 시간 있을 때 식사를 만들어 두기로 했다. 어제 샀던 토스트빵, 치즈, 딸기+오렌지잼을 꺼내고 토스터에 빵을 구워 잼을 바르고 치즈를 얹어 빈약하나마 샌드위치를 만들었다. 맛을 보려고(두 개나 먹었냥?? 으... 배불러.) 먹어봤더니 제법 괜찮았다. 오늘 점심처럼 그냥 빵에 캐찹 뿌려 먹는 것보다 훨씬 좋았다. 여기에 쥬스까지... 완벽한 식사다. ^^
뱀다리...
독일에서 길거리에 먹을게 상당히 많이 있다. 머, 독일 뿐 아니라 어느 나라던지 거리에 먹거리를 팔지 않는가. 그러나 문제는 돈. 가장 간단한 캐밥이 보통 5마르크다. 한국돈으로 3000원. 스파게티 같은 거 먹으려면 최소한 10마르크 이상이니 돈 없는 여행자들은 정말 힘들다. 아, 맥도널드 세트메뉴가 8.99, 즉 9마르크고, 버거킹 와퍼세트가 7.99, 즉 8마르크였다. 슈퍼에서 10마르크치 빵과 쥬스를 사면 하루 이상을 거뜬히 버틸 수 있는 걸 생각하면 쉽사리 사먹지 못하게 된다. 여기 사람들도 사먹는 사람은 많이 사 먹는데, 기차를 타다보면 집에서 만들어온 샌드위치를 먹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기차가 출발하고 주섬주섬 가방을 뒤지는 사람들은 대부분 집에서 만들어온 먹거리를 꺼내려는 사람들이었다. 머, 종류야 다양하지만 간단하고 값싸게 집에서 만들어와 먹는다는 사실이 참 실용적이라는 느낌을 받게했다. 오늘 본 어떤 할머니는 사과를 미리 다 깎고 썰어서 비닐팩에 넣어와 하나씩 꺼내먹고 계셨다. 또, 여기는 꼭 식당이 아닌 곳에서 뭘 먹어도 이상하게 안 본다. 우리나라는 걸어다니면서 아이스크림 정도 먹는 건 괜찮지만, 식사를 한다고는 생각하기 힘들 것이다. 그러나 여긴 자기가 만든 것이든 산 것이든(자리값이나 서비스 요금을 따로 받는 곳이 있어서 그런건지도 모르지만) 길거리나 공원 벤치, 기차역 플랫폼 어느 곳에서든 먹어도 아무도 이상하게 보지 않는다. 이동하면서 식사를 해결하니 시간도 절약되고... ^^ 암튼, 여기 사람들의 실용적인 모습을 보고 우리나라의 어찌보면 케케묵은 관습을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또 뱀다리...
오늘 아침 일찍(8시 전이었으니 일욜인걸 생각하면 일찍이쥐.) 숙소를 나와 Dortmund - Oespel 역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내려서 역으로 걸어가는데, 횡단보도 하나가 앞에 보였다. 차는 거의 횡단보도 가까이 와있던 상태였고. 나는 당연히 차가 지나갈 줄 알았다. 그런데 그 차가 멈추어 내가 지나가길 기다리는 것이 아닌가. 신선한 충격이었다. 자기가 먼저 횡단보도를 지나갈 수 있었지만 속도를 줄여 보행자를 먼저 보내다니... 우리나라에서는 생각지도 못할 일이었다. 아마도 보행자 우선의 교통정책 때문인듯 했다. 로마에서 만났던 영국서 온 형 말에 따르면 영국은 무조건 보행자 우선이라고 한다. 그래서 다들 무단횡단을 하고 차는 모두 멈추고. 그래도 누구하나 빵빵 거리지 않는다고 한다. 어쩔때는 신기하고, 어쩔때는 답답하다고... 영국의 경우는 좀 심한 경우지만, 울 나라도 독일처럼 좀 보행자를 생각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속 뱀다리...
자전거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아직 못 한 것 같다. 고딩 때 제 2 외국어로 독일어를 배웠다. 물론 지금 기억하는 것이라고는 Guten tag 정도. 하지만 수업 시간 중 선생님께서 알려주신 것이 독일에서는 사람들이 자전거를 많이 탄다는 것이었다. 물론 그 동안 잊고 있다가 독일에 와 보니 정말 자전거가 많이 있었다. 크고 작은 역마다 자전거가 엄청 많이 있었다. 거리에도 자전거 타고 다니는 사람들도 많았고, 여기저기 묶여있는 자전거를 보면 얼마나 많이 타는지 알 수 있었다. 대중 교통이 편치 못한 곳은 자전거가 필수라고 했다. 더욱 중요한 것은 독일서는 자전거를 가지고 다는 것이 전혀 불편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우리나라처럼 턱이 많이 있어서 자전거로 다닐 때 불편하지 않고(참,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을 유독 독일에서 많이 봤는데, 아무래도 턱없는 거리, 모든 역마다 있는 엘리베이터 등의 사회시설 때문에 장애인들도 맘놓고 돌아다니는 것이 아닌지.) 지하철이나 기차에도 대부분 자전거를 실을 수 있고, 도로마다 자전거 전용도로가 따로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독일에서는 자전거로 여행 중인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자전거를 가져(오던지 여기서 사던지)와서 독일 패스 가지고 독일만 한 달 정도 돌아다녀도 좋을 것 같다. 기차타고 가다가 내리고 싶은 곳에 내려서 자전거 타고 하이킹도 하고... ^^ 나중에 꼭 해봐야겠다.
11시가 훌쩍 넘었는데 아직 목사님이 안 오셨다. 6시 정도에 오신닥고 하셨는데... 슬슬 걱정이 된다.
목사님과 함께 지낸 도르트문트 대학 기숙사. 상당히 지저분하게 이것저것 늘어놓았다. ;;;
지도 펴고,, 기차 시간표 보고, 여행 안내서 보며 이것저것 생각하고 있으려니까 목사님께서 오셨다. 거의 12시가 다 되어서... 독일인 교회에 가셨는데 좋았다고 하셨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내가 내일은 하이델베르크, 모래는 암스테르담에 갈 거라고 하니까 그럼 내일 암스테르담에 같이 가자고 하셨다. 나야 나쁠거 없으니까 그렇게 하자고 말씀드리고 6시 반에 일어나 준비하기로 했다.
'발길 닿는 곳 > 유럽'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무대뽀 유럽배낭여행] 18일.. 하이델베르크에서 철학자가 되다. (2) | 2001.07.24 |
---|---|
[무대뽀 유럽배낭여행] 17일.. 잠시 암스테르담에.. (0) | 2001.07.23 |
[무대뽀 유럽배낭여행] 15일.. 고마운 목사님 (0) | 2001.07.21 |
[무대뽀 유럽배낭여행] 14일.. 노이슈반슈타인 성 (0) | 2001.07.20 |
[무대뽀 유럽배낭여행] 13일.. 뮌헨과 호프브로이 (0) | 2001.07.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