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 때에도 후배와 함께 사진 찍으러 정자동엘 갔었다. 당시에 400D를 산 지 얼마 되지도 않았던 때였고, 시험 본 날이라 일찍 끝나서 여유가 있어 그랬었는데, 지나친 게으름에 결국 그 때 찍은 사진을 한 장도 이 블로그에 올리지 못 했다. 그나저나, 이번에도 우연히 둘 다 시간이 나서 1년만에 같은 곳을 찾았다.
그 동네에 사는 후배와 함께 나는 까페거리에 나와 여유롭게 커피와 식사를 즐기는 사람들을 보며 질투 반 시기 반으로 좋지 않은 시선을 보내곤 했다. 소위 된장녀들이 아니냐는 뭐 그런 이야기였는데, 이번에 만난 한 젊은 엄마는 나에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사진에서도 볼 수 있듯, 이제 돌이나 되었을까 싶은 한 아이가 까페거리 가운데 공터에서 열심히 세상 구경을 하고 있었다. 아직 걸음을 제대로 하지 못해 몇 발작 못 가서 자기 발에 걸려 넘어지고, 또 넘어지고 그랬다. 보통 엄마였다면 내 소중한 아이가 넘어지기가 무섭게 달려가서 일으켜 세워주고 옷도 털어줄터인데, 이 엄마는 멀리서 아이가 스스로 일어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 두 번 그렇게 한 것이 아닌지, 아이도 넘어지면 엄마를 찾거나 울어버리지 않고, 스스로 씩씩하게 일어나 다시 세상을 향한 힘찬 발걸음을 내딛었다. 그러면서, 나와 후배가 그 아이에게 관심을 보이는 것에도 기분 나빠하지 않고, 아이가 넘어질 때 '아이고~!' 하는데도 옆에서 웃어주며 아이를 기다리고 그랬다. 결국, 수 십 번 넘어지며 세상을 돌아보던 아이는 좀 지쳤는지 엄마가 가지고 있는 유모차에 와서 직접 유모차에 올라 타기까지 했다!!!
솔직히 말하면, 그 까페거리에서 멋진 수입차를 타고 와서 테라스 있는 가게에 들어가 브런치를 즐기며 입가심으로 하우스 블렌드 커피 한 잔 마시며 평일 낮에 한가로이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이 부럽다. 나는 뒷골목에 있는 편의점에 가서 500원짜리 캔커피를 사마셔야 하는데 말이다. 하지만, 시기 때문인지 오기 때문인지 그 부러움을 밖으로 드러내지 못하고 오히려 된장남녀들일거라며 웃어넘기곤 했었는데, 이번에 이 젊은 엄마를 만나고서는 생각이 좀 바뀌었다. 그 동안 내가 잘못 생각하고 괜한 오해를 했구나. 그리고, 얼마든지 멋진 젊은 엄마들이 있는 거였구나. 하고 말이다. 아이가 넘어져도 일으켜주기보다 아이가 스스로 일어나기를 기다리는 엄마와 함께 한다면, 그 아이는 된장녀가 아닌 멋진 숙녀로 커 갈 것이라고 자신할 수 있다.
사진 한 장 찍어놓고 무슨 이야기가 이리도 많은지.... :) 아무튼, 유쾌한 경험이었다. 멋진 친구가 되렴, 아가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