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 8. 08. 수
한참 자다가 잠이 깨서 일어나보니 새벽 세 시였다. 이론이론... 시차 적응이 안 되는 것이었나보다. 갑자기 에어콘 있는 방에서 잤더니만 목도 칼칼하고, 콧물도 조금 나고 몸도 안 좋았다. 다시 잠 들려고 뒤척이면서 노력을 하는데 그건 잘 안 되고 해서 밖으로 나왔다.
새벽인데도 카오산 로드에는 사람들이 좀 있었다. 어제 갔었던 맥주집에도 사람들이 아직 앉아서 이야기하며 맥주를 마시고 있었고, 거리에도 사람들이 조금 돌아다니고 있었고, 관광 경찰(Tourist Police)도 있고, 가게 치우는 사람, 정리 하는 사람들도 있고... 배가 좀 출출한 듯 해서 호텔 입구 옆에 있는 편의점(Seven Eleven)에 들어갔다. 있는 돈이 별루 없어서 이리재고 저리재고 하다가 12 바트 하는 샌드위치(음료수 사 먹을 돈이 없었다. 목 말랐는데... ㅠ.ㅠ) 하나 사서 먹으면서 카오산 로드를 좀 걸어다니다가 다시 호텔방으로 들어왔다. 다시 자려고 뒤척뒤척, 노력을 하는데, 잠이 정말 오지 않았다. 어쩔수 없이 해리포터를 꺼내서 좀 읽다가 지쳐서 누워있다가 결심했다. 그래, 집에 가자. 방콕도 볼 거 많고, 할 거 많지만, 몸도 안 좋아졌고, 여행하는 것도 힘들고 하니까 그냥 집에 가자, 하고 결심했다.
조금 자다가 또 눈이 떠졌다. 으... 이렇게 잠을 못 자다니. 시차 때문에 생기는 생리적 현상이 생각보다 심각했다. 그리스로 들어갈 때에는 이렇지 않았는데. 한참 노력해도 잠이 안 와서 다시 밖으로 나왔다. 아직 6시. ㅠ.ㅠ 집에 가기로 결심했기 때문에 공항버스 시간을 알아보러 갔다. 매 한 시간마다 있다고 해서 알고 돌아와 다시 카오산 로드를 왔다갔다 하다가 다시 호텔방에 들어와 누웠다.
문 두드리는 소리에 놀라 일어나보니 11시 30분이었다. 호텔 직원이 하루 더 묵을거냐고 물으러 돌아다니는 것이었다. 어제 D&D에 잠시 갔던 사람들이 그 곳 훨씬 좋고 더 싸다면서 옮기자고 했었기 때문에 곧 나갈거라고 하고 옆에서 자던 규호를 깨웠다. 빨리 일어나 세수하고 배낭을 챙겼다.
만류하는 다른 사람들을 뒤로 하고 공항버스를 타러 갔다. 한 시간 마다 카오산 로드에서 공항으로 가는 버스가 있다. 다행히 바로 버스가 있어서 잠시 기다렸다가 15 바트짜리 파인애플 셰이크(파인애플+얼음+시럽을 믹서에 갈아 비닐봉지에 넣어준다.)랑 9 바트짜리 물 한 통(공항에서 미싯가루도 타먹고 마시려고...) 사서 공항버스에 올랐다. 어제 밤에 걸어다니면서도 봤었는데, 복부인 같은 아줌마 사진이 카오산 로드 옆 큰 길 가운데에 크게 있고, 각종 장식으로 치장되어있었다. 아무래도 왕비 같은 느낌이 드는데... 옆에 있는 사람들에게 물어볼까 하다가 말았다. 태국 공식 명칭은 Kingdom of Thailand라고 할 정도로 군주(왕)을 하늘같이 모시는 나라라는데(태국 돈에는 모두 태국 국왕 얼굴이 들어가있다. 동전까지... 영국 지폐도 여왕 얼굴이 있지만, 동전은 아니다.), 잘못해서 손가락질 하면 큰 일 난다고 해서... ^^;
공항에 도착했다. 국제선 1청사. 오후 2시도 안 된 시각이었다. 타이항공 티켓 카운터가 있어서 오늘 바로 서울 가는 표로 바꾸어달라고 했더니, 오늘 밤에 가는 표는 full 이라고 바꾸어줄수 없다고 했다. 이론이론... -.- 사실, 바로 표가 없으면 하루 공항서 잘 생각을 하고 오긴 했지만, 상황이 이렇게 되고 보니 좀 막막해졌다. 그래서 카트에 배낭 싣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다른 타이항공 티켓 카운터에 가서 혹시나 물어봤더니 역시나 오늘 밤은 full 이라고 안 된다고 하는 것이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음 비행기는 어떻냐고 했더니 내일 아침 7시에 있는데 자리가 있으니까 우선 이 비행기로 바꾸어주고, 밤 비행기는 waiting list에 올려놓았다.
아, 이제 뭐 하나... 하다가 갑자기 잠이 몰려와서 공항내 벤치에 자리 잡고 앉아서 한숨 잤다. 자리가 불편해 일어났더니 겨우 3시. 카트 끌고 국제선 1청사, 2청사를 왔다갔다 하다가 마침 인터넷 하는 곳을 발견했다. 한 곳은 비싸고, 다른 곳은 싼데, 비싼 곳(컴퓨터 7대)은 텅텅 비어있고, 싼 곳(컴퓨터 3 대)은 사람이 많이 있었다. 그래서 싼 곳 앞에 자리 잡고 앉아서 뉴스 보면서 자리가 나기를 기다렸다. 내 옆에 앉아있던 서양인 여자가 인터넷을 하려고 들어가는게 아닌가. 그래서 한참 앉아있다가 들어가서 한국어를 쓸 수 있냐고 물어봤더니 담당 직원이 볼 수는 있는데, 쓰지는 못 한다고 했다. 그래도 그게 어딘가. 인터넷 카드를 사려고 했는데, 아까 그 서양 여자가 말을 걸더니, 자기가 카드(두 시간 짜리)를 샀는데 다 못 쓸 것 같다면서 남는 거 사라고 하는 것이었다. 사실, 두 시간 계속 하는건 좀 지루할 것 같다는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침 잘 되었다 싶어서 그러자고 하고 밖에서 기다렸다. 그 사람이 다 쓰고 나와서 한 시간 조금 넘게 남았다면서 카드를 넘겨주었다. 나는 그 값으로 50 바트(두 시간 짜리 카드가 100 바트)를 주었다.
카드를 받고 빈 자리에 앉았다. 카드를 사면 뒤에 있는 번호(울 나라 선불 전화 카드 처럼 그런 식으로 번호가 적혀있다.)를 컴퓨터에 넣으면 전화가 걸리고 인터넷에 연결되면 자동으로 Internet Explorer가 실행되는 것이었다. 오래간만에 홈페이지에도 들어가보고, 글도 남기고, 메일도 확인하고(여행 중에 만난 사람들이 메일 보낸 것도 있었다.)... 한 시간이 조금 넘게 인터넷을 하다가 나왔다. 아직도 waiting 해 놓은 비행기 보딩 패스 받을 시간 까지는 엄청 많이 남아있는데...
뱀다리...
방콕 국제 공항에는 1청사 쪽에 하나, 2청사 쪽에 하나, 인터넷 카페가 두 곳 있다. 1청사의 것은 1청사와 2청사가 연결되는 부분 4층에 있는데, 컴퓨터도 약 8대 정도 있고, 확인은 안 해봤지만 랜으로 연결된 듯 했고, 컴퓨터도 좋아보였다. 문제는 요금... 기억은 안 나는데, 울 나라의 대여섯배 였던 것 같다.(사실 유럽에서도 인터넷 까페 많았지만, 요금이 대부분 울 나라의 대여섯배라 못 들어가봤었다.) 2청사에 있는 것은 국내선 청사 쪽의 끝 부분에 있었는데, 컴퓨터는 세 대, 전화접속이었고, 브라우징만 하는데도 버벅거리는걸 보면 기껏해야 셀러론 초기 모델 쯤 되는 것 같았다. 그래도 두 시간에 100 바트(약 3천원)고, 자리만 비어있으면 카드 구입 후 아무 때나 쓸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대용량의 메일 첨부파일을 받거나 그럴게 아니라면 그냥 싼 2청사 끝의 인터넷을 이용하는게 좋을 것 같다.
또, 뱀다리...
방콕 국제 공항은 1층이 Arrival, 2층은 까먹었고... ^^; 3층이 departure, 4층은 식당과 항공사 사무실, 5층은 항공사 사무실로 이루어져있다. 1, 2 청사 모두 같이. 내가 탈 항공사가 어느 청사인지 모르면 3층, 1청사와 2청사 연결 부위를 가면 각 청사에 있는 항공사가 안내되어있다. 아님 지나가던 공항 직원에게 물어보던지.
4층으로 올라갔다. 여러 식당 중에 버거킹이 눈에 들어왔다. 아무리 생각해도 맥도널드보다 버거킹이 맛있던데, 버거킹은 왜이리 보기 어려운지... 배가 많이 고프지는 않아서 주니어 와퍼 세트를 시켜 먹었다. 특이한 점은 여기(공항만 그런지, 다른 태국 내 버거킹은 다 그런지 모르겠지만...)는 캐찹 등의 소스를 소비자가 알아서 가져다 먹는 것이었다. 그것도 작은 플라스틱 용기에다가 먹고 싶은 만큼 담아서. 노즐이 있어서 스위치를 누르면 캐찹이 쭉~ 나왔다. 차라리 이러는게 더 절약도 되고, 먹고 싶은 만큼 먹을 수 있고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니어 와퍼 세트 하나를 엄청 오래 먹은 후에 카트를 끌고 나와 벤치에 앉았다. 팜을 꺼내서 한참 동안 해리포터를 읽었다.
이렇게 저렇게 빈둥빈둥 시간을 보내다 보니 8시가 넘어버렸다. 이제 세 시간 정도만 더 기다리면 담판이 난다. 오늘 밤에 가는지, 아님 밤을 공항서 보내고 내일 아침에 가는지... 돌아다니다가 다시 2청사 4층의 식당가에 갔다. 울 나라 고속도로 휴게실에 있는 식당처럼 내가 먹고 싶은 거 골라서 사 먹는 그런 식의 식당이 있어서 들어갔다. 아무래도 밥이 먹고 싶어서 Roasted Duck과 Steamed Rice를 시켰다. 오리고기는 정말 쬐끔 나왔다. -.- 그래도 여러가지 소스와 같이 먹으니까 괜찮았다. 좀더 음식이 따뜻했더라면 좋았을 것을... 밥을 천천히 다 먹었다. 새벽부터 안 좋았던 몸이 나아지지 않았다. 따뜻한 걸 먹고 싶어서 네스카페 카푸치노 한 잔을 따뜻하게 사 먹었다.
10시가 되기 전에 보딩 패스 받는 곳에 들어갔다. 다른 공항에선 이런 걸 못 본 듯 했는데, 방콕 공항은 보딩 패스 받으러 들어가는 곳도 간단한 짐 검사를 하고, 팬스도 쳐있었다. 담당직원과 티켓을 가진 사람이 아니면 벌금을 문다는 경고와 함께... 방콕 발 서울 행 비행기는 벌써 processing 중이었는데, 나는 waiting이라... 정해진 시각까지 더 기다려야 했다. 해리포터를 읽으며 시간을 보내다가 드디어 다가온 11시 15분. 바로 waiting counter로 가서 표를 내밀었다. 좀 기다려 보라는데... 그러고 보니 기다리고 있는 한국 사람들이 꽤 있었다. 꼭 타야해 --+ 라는 생각으로 바짝 긴장하고 기다리고 있는데, 표를 검사하더니만 줄 뒤에 있는 사람들이 하나 둘 보딩 패스를 받아 나가는 것이었다. 아마도 waiting list 순서를 보고 표를 주는 듯 한데... 다행히 거의 마지막으로 보딩 패스를 받았다.
바로 나가서 공항세(500 바트) 사고 들어갔더니만, 으음... 출국수속하는 길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비행기 이륙 시각까지는 이제 20분도 안 남았는데... 이 사람들이 왜 이렇게 수속을 까다롭게 하는지.. 특히나 내가 서 있는 줄이 가장 느린 것 같았다. 겨우겨우 출국수속을 끝냈더니 이제 남은 시간은 5분~! 태국 돈이 무려 310여 바트 남았는데... 언능 면세점에 뛰어들어가 가장 만만한 것을 고르기 시작했다. 마침 290 바트짜리 스위스산 화이트 초콜렛이 있어서 하나 사들고 게이트로 마구 뛰어 들어가 탑승할 수 있었다.
한참 자다가 잠이 깨서 일어나보니 새벽 세 시였다. 이론이론... 시차 적응이 안 되는 것이었나보다. 갑자기 에어콘 있는 방에서 잤더니만 목도 칼칼하고, 콧물도 조금 나고 몸도 안 좋았다. 다시 잠 들려고 뒤척이면서 노력을 하는데 그건 잘 안 되고 해서 밖으로 나왔다.
새벽인데도 카오산 로드에는 사람들이 좀 있었다. 어제 갔었던 맥주집에도 사람들이 아직 앉아서 이야기하며 맥주를 마시고 있었고, 거리에도 사람들이 조금 돌아다니고 있었고, 관광 경찰(Tourist Police)도 있고, 가게 치우는 사람, 정리 하는 사람들도 있고... 배가 좀 출출한 듯 해서 호텔 입구 옆에 있는 편의점(Seven Eleven)에 들어갔다. 있는 돈이 별루 없어서 이리재고 저리재고 하다가 12 바트 하는 샌드위치(음료수 사 먹을 돈이 없었다. 목 말랐는데... ㅠ.ㅠ) 하나 사서 먹으면서 카오산 로드를 좀 걸어다니다가 다시 호텔방으로 들어왔다. 다시 자려고 뒤척뒤척, 노력을 하는데, 잠이 정말 오지 않았다. 어쩔수 없이 해리포터를 꺼내서 좀 읽다가 지쳐서 누워있다가 결심했다. 그래, 집에 가자. 방콕도 볼 거 많고, 할 거 많지만, 몸도 안 좋아졌고, 여행하는 것도 힘들고 하니까 그냥 집에 가자, 하고 결심했다.
조금 자다가 또 눈이 떠졌다. 으... 이렇게 잠을 못 자다니. 시차 때문에 생기는 생리적 현상이 생각보다 심각했다. 그리스로 들어갈 때에는 이렇지 않았는데. 한참 노력해도 잠이 안 와서 다시 밖으로 나왔다. 아직 6시. ㅠ.ㅠ 집에 가기로 결심했기 때문에 공항버스 시간을 알아보러 갔다. 매 한 시간마다 있다고 해서 알고 돌아와 다시 카오산 로드를 왔다갔다 하다가 다시 호텔방에 들어와 누웠다.
문 두드리는 소리에 놀라 일어나보니 11시 30분이었다. 호텔 직원이 하루 더 묵을거냐고 물으러 돌아다니는 것이었다. 어제 D&D에 잠시 갔던 사람들이 그 곳 훨씬 좋고 더 싸다면서 옮기자고 했었기 때문에 곧 나갈거라고 하고 옆에서 자던 규호를 깨웠다. 빨리 일어나 세수하고 배낭을 챙겼다.
만류하는 다른 사람들을 뒤로 하고 공항버스를 타러 갔다. 한 시간 마다 카오산 로드에서 공항으로 가는 버스가 있다. 다행히 바로 버스가 있어서 잠시 기다렸다가 15 바트짜리 파인애플 셰이크(파인애플+얼음+시럽을 믹서에 갈아 비닐봉지에 넣어준다.)랑 9 바트짜리 물 한 통(공항에서 미싯가루도 타먹고 마시려고...) 사서 공항버스에 올랐다. 어제 밤에 걸어다니면서도 봤었는데, 복부인 같은 아줌마 사진이 카오산 로드 옆 큰 길 가운데에 크게 있고, 각종 장식으로 치장되어있었다. 아무래도 왕비 같은 느낌이 드는데... 옆에 있는 사람들에게 물어볼까 하다가 말았다. 태국 공식 명칭은 Kingdom of Thailand라고 할 정도로 군주(왕)을 하늘같이 모시는 나라라는데(태국 돈에는 모두 태국 국왕 얼굴이 들어가있다. 동전까지... 영국 지폐도 여왕 얼굴이 있지만, 동전은 아니다.), 잘못해서 손가락질 하면 큰 일 난다고 해서... ^^;
공항에 도착했다. 국제선 1청사. 오후 2시도 안 된 시각이었다. 타이항공 티켓 카운터가 있어서 오늘 바로 서울 가는 표로 바꾸어달라고 했더니, 오늘 밤에 가는 표는 full 이라고 바꾸어줄수 없다고 했다. 이론이론... -.- 사실, 바로 표가 없으면 하루 공항서 잘 생각을 하고 오긴 했지만, 상황이 이렇게 되고 보니 좀 막막해졌다. 그래서 카트에 배낭 싣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다른 타이항공 티켓 카운터에 가서 혹시나 물어봤더니 역시나 오늘 밤은 full 이라고 안 된다고 하는 것이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음 비행기는 어떻냐고 했더니 내일 아침 7시에 있는데 자리가 있으니까 우선 이 비행기로 바꾸어주고, 밤 비행기는 waiting list에 올려놓았다.
아, 이제 뭐 하나... 하다가 갑자기 잠이 몰려와서 공항내 벤치에 자리 잡고 앉아서 한숨 잤다. 자리가 불편해 일어났더니 겨우 3시. 카트 끌고 국제선 1청사, 2청사를 왔다갔다 하다가 마침 인터넷 하는 곳을 발견했다. 한 곳은 비싸고, 다른 곳은 싼데, 비싼 곳(컴퓨터 7대)은 텅텅 비어있고, 싼 곳(컴퓨터 3 대)은 사람이 많이 있었다. 그래서 싼 곳 앞에 자리 잡고 앉아서 뉴스 보면서 자리가 나기를 기다렸다. 내 옆에 앉아있던 서양인 여자가 인터넷을 하려고 들어가는게 아닌가. 그래서 한참 앉아있다가 들어가서 한국어를 쓸 수 있냐고 물어봤더니 담당 직원이 볼 수는 있는데, 쓰지는 못 한다고 했다. 그래도 그게 어딘가. 인터넷 카드를 사려고 했는데, 아까 그 서양 여자가 말을 걸더니, 자기가 카드(두 시간 짜리)를 샀는데 다 못 쓸 것 같다면서 남는 거 사라고 하는 것이었다. 사실, 두 시간 계속 하는건 좀 지루할 것 같다는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침 잘 되었다 싶어서 그러자고 하고 밖에서 기다렸다. 그 사람이 다 쓰고 나와서 한 시간 조금 넘게 남았다면서 카드를 넘겨주었다. 나는 그 값으로 50 바트(두 시간 짜리 카드가 100 바트)를 주었다.
이런 카드를 사서 인터넷을 사용한다.
카드를 받고 빈 자리에 앉았다. 카드를 사면 뒤에 있는 번호(울 나라 선불 전화 카드 처럼 그런 식으로 번호가 적혀있다.)를 컴퓨터에 넣으면 전화가 걸리고 인터넷에 연결되면 자동으로 Internet Explorer가 실행되는 것이었다. 오래간만에 홈페이지에도 들어가보고, 글도 남기고, 메일도 확인하고(여행 중에 만난 사람들이 메일 보낸 것도 있었다.)... 한 시간이 조금 넘게 인터넷을 하다가 나왔다. 아직도 waiting 해 놓은 비행기 보딩 패스 받을 시간 까지는 엄청 많이 남아있는데...
뱀다리...
방콕 국제 공항에는 1청사 쪽에 하나, 2청사 쪽에 하나, 인터넷 카페가 두 곳 있다. 1청사의 것은 1청사와 2청사가 연결되는 부분 4층에 있는데, 컴퓨터도 약 8대 정도 있고, 확인은 안 해봤지만 랜으로 연결된 듯 했고, 컴퓨터도 좋아보였다. 문제는 요금... 기억은 안 나는데, 울 나라의 대여섯배 였던 것 같다.(사실 유럽에서도 인터넷 까페 많았지만, 요금이 대부분 울 나라의 대여섯배라 못 들어가봤었다.) 2청사에 있는 것은 국내선 청사 쪽의 끝 부분에 있었는데, 컴퓨터는 세 대, 전화접속이었고, 브라우징만 하는데도 버벅거리는걸 보면 기껏해야 셀러론 초기 모델 쯤 되는 것 같았다. 그래도 두 시간에 100 바트(약 3천원)고, 자리만 비어있으면 카드 구입 후 아무 때나 쓸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대용량의 메일 첨부파일을 받거나 그럴게 아니라면 그냥 싼 2청사 끝의 인터넷을 이용하는게 좋을 것 같다.
또, 뱀다리...
방콕 국제 공항은 1층이 Arrival, 2층은 까먹었고... ^^; 3층이 departure, 4층은 식당과 항공사 사무실, 5층은 항공사 사무실로 이루어져있다. 1, 2 청사 모두 같이. 내가 탈 항공사가 어느 청사인지 모르면 3층, 1청사와 2청사 연결 부위를 가면 각 청사에 있는 항공사가 안내되어있다. 아님 지나가던 공항 직원에게 물어보던지.
4층으로 올라갔다. 여러 식당 중에 버거킹이 눈에 들어왔다. 아무리 생각해도 맥도널드보다 버거킹이 맛있던데, 버거킹은 왜이리 보기 어려운지... 배가 많이 고프지는 않아서 주니어 와퍼 세트를 시켜 먹었다. 특이한 점은 여기(공항만 그런지, 다른 태국 내 버거킹은 다 그런지 모르겠지만...)는 캐찹 등의 소스를 소비자가 알아서 가져다 먹는 것이었다. 그것도 작은 플라스틱 용기에다가 먹고 싶은 만큼 담아서. 노즐이 있어서 스위치를 누르면 캐찹이 쭉~ 나왔다. 차라리 이러는게 더 절약도 되고, 먹고 싶은 만큼 먹을 수 있고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니어 와퍼 세트 하나를 엄청 오래 먹은 후에 카트를 끌고 나와 벤치에 앉았다. 팜을 꺼내서 한참 동안 해리포터를 읽었다.
이렇게 저렇게 빈둥빈둥 시간을 보내다 보니 8시가 넘어버렸다. 이제 세 시간 정도만 더 기다리면 담판이 난다. 오늘 밤에 가는지, 아님 밤을 공항서 보내고 내일 아침에 가는지... 돌아다니다가 다시 2청사 4층의 식당가에 갔다. 울 나라 고속도로 휴게실에 있는 식당처럼 내가 먹고 싶은 거 골라서 사 먹는 그런 식의 식당이 있어서 들어갔다. 아무래도 밥이 먹고 싶어서 Roasted Duck과 Steamed Rice를 시켰다. 오리고기는 정말 쬐끔 나왔다. -.- 그래도 여러가지 소스와 같이 먹으니까 괜찮았다. 좀더 음식이 따뜻했더라면 좋았을 것을... 밥을 천천히 다 먹었다. 새벽부터 안 좋았던 몸이 나아지지 않았다. 따뜻한 걸 먹고 싶어서 네스카페 카푸치노 한 잔을 따뜻하게 사 먹었다.
10시가 되기 전에 보딩 패스 받는 곳에 들어갔다. 다른 공항에선 이런 걸 못 본 듯 했는데, 방콕 공항은 보딩 패스 받으러 들어가는 곳도 간단한 짐 검사를 하고, 팬스도 쳐있었다. 담당직원과 티켓을 가진 사람이 아니면 벌금을 문다는 경고와 함께... 방콕 발 서울 행 비행기는 벌써 processing 중이었는데, 나는 waiting이라... 정해진 시각까지 더 기다려야 했다. 해리포터를 읽으며 시간을 보내다가 드디어 다가온 11시 15분. 바로 waiting counter로 가서 표를 내밀었다. 좀 기다려 보라는데... 그러고 보니 기다리고 있는 한국 사람들이 꽤 있었다. 꼭 타야해 --+ 라는 생각으로 바짝 긴장하고 기다리고 있는데, 표를 검사하더니만 줄 뒤에 있는 사람들이 하나 둘 보딩 패스를 받아 나가는 것이었다. 아마도 waiting list 순서를 보고 표를 주는 듯 한데... 다행히 거의 마지막으로 보딩 패스를 받았다.
방콕에서 서울 가는 보딩 패스
바로 나가서 공항세(500 바트) 사고 들어갔더니만, 으음... 출국수속하는 길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비행기 이륙 시각까지는 이제 20분도 안 남았는데... 이 사람들이 왜 이렇게 수속을 까다롭게 하는지.. 특히나 내가 서 있는 줄이 가장 느린 것 같았다. 겨우겨우 출국수속을 끝냈더니 이제 남은 시간은 5분~! 태국 돈이 무려 310여 바트 남았는데... 언능 면세점에 뛰어들어가 가장 만만한 것을 고르기 시작했다. 마침 290 바트짜리 스위스산 화이트 초콜렛이 있어서 하나 사들고 게이트로 마구 뛰어 들어가 탑승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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