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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길 닿는 곳/괌

[떠나보자 여름휴가] 4일, 노는 것도 지친다, 마린 크루즈와 디너쇼

2007년 8월 7일 화요일

괌에서 보내는 여름휴가의 실질적인 마지막 날이 되었다. 모닝콜은 오늘도 소용이 없었다. :) 눈 떠보니 8시. 역시 빨리 놀러 나가기 위해 고양이 세수하고 Skylight로 아침밥 먹으러 갔다. 늦게 갔더니만 역시나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7시 조금 넘어서 가면 안 기다리고 바로 안내 받을 수 있는데 말이다. 하기사, 객실에도 늦게 가면 오래 기다리니 일찍 아침 먹으라고 쓰여있긴 했다.

아침을 겨우 먹고 방에 돌아왔는데, 너무 피곤해서 도저히 나가 놀 수가 없었다. 대강 짐 정리하고 TV 보고 하다가 안되겠다, 조금 자자! 해서 자려고 누으면서, 오후에 하는 마린 크루즈 때문에 늦게 일어나면 안 되기에 프론트에 전화해서 모닝콜을 부탁했다.

그러고 눈을 떴는데, 호곡!! 모닝콜은 받은 기억도 안 나고 시각은 12시가 다 되어있었다. 얼른 밥 먹고 마린 크루즈 가야 하는데!! 서둘러 챙기고 나서서 하나야에 갔다. 점심 부페는 일식당과 중식당이 한꺼번에 연결되어 마음껏 가져다 먹을 수 있다. 사실 그다지 먹을 것은 없었지만, 지난 번에 먹었던 철판볶음이 맛있어서 또 갔다. 아예 들어가서 자리에 앉자마자 철판볶음을 받으러 갔다. 야채와 버섯 등을 원하는 만큼 접시에 담아가면 요리사가 여서일곱명의 것을 한꺼번에 받아 철판에 각각 올리면서 물어본다. '소고기? 해물?' 난 Beef!! 그리고 한 마디 더 붙여줬다. '마니마니' :) 사람들이 많아져서 그런지 다른 아저씨 한 분도 오셔서 지원을 해주셨다. 색시도 와서 구경을 하길래 얼른 400D를 가져와 사진을 찍었더니, 요리사가 색시보고 조리대 뒤로 들어오라고 하면서 자기 모자를 벗어주었다. 둘이서 같이 사진 찍자는 것인 줄 알고 파인더를 들여다보며 사진을 찍으려고 하는데, 요리사가 카메라를 안 보고 자꾸 다른 곳을 보는거다. 그래서 그냥 찍고 있었더니만, 철판볶음의 하일라이트, 멋지게 불 붙이는 장면을 기다리는 것이었다. :) 그래서 그제서야 카메라를 바라봐주는 요리사와 색시를 같이 찍을 수 있었다. 매우 기름지기는 하지만 바로 볶아져 나오는 철판볶음을 맛있게 먹고, 입가심으로 레몬 많이 짜넣은 아이스티도 만들어 먹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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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는 마린 크루즈가 예정되어있었다. 우리가 고른 여행상품은 이 100달러 가까이 하는 마린크루즈도 포함되어있었다. :) 점심 잘 먹고 모일 시간이 되어 로비에 나갔더니 가이드 아저씨께서 대형 버스로 안내해 주셨다. 보아하니 여러 가이드 담당 관광객들을 한 가이드에게 몰아주는 듯 했다. 아무튼, 버스는 출발했고 색시랑 난 괌의 이국적인 거리 모습을 보면서 재잘재잘 떠들었다. :) 한 30분이나 40분 정도 간 것 같았다. 꽤 오래 탄다고 생각할 무렵 다 도착했다고 내리란다. 버스에서 내렸더니 요트 선착장이 나왔다. 딱, TV에서 보던 그런 요트들. 기대했던 것보다 멋진 배(MBC 드라마 환상의 커플에서 나상실이 타던 그런 배)를 탄다는 생각에 기분이 들떴다. 배 위가 미끄러우니 아쿠아슈즈가 아니면 다 맨발로 타게 해서 슬리퍼는 벗어두고 맨발로 가뿐하게 배에 올랐다. 부앙~ 하고 배가 떠나는데, 이 곳도 역시 바다 냄새가 안 난다. 신기하다. 우리나라 바다는 바다가 안 보이는 근처에만 가도 바다 냄새가 나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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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린 크루즈 대강의 일정은 우선 돌고래를 보고, 스노클링과 낚시를 한 후 다시 돌아오는 것이었다. 그래서 먼저 돌고래를 만나러 갔다. 야생 돌고래라는데, 선장 아저씨가 어군 탐지기로 돌고래를 찾아서 보여주었다. 하지만, 눈깜짝할 사이에 돌고래들이 사라지곤 했다. 그래서 사진을 찍는다고 찍었는데, 건질만한 것이 없었다. 너무 순식간에 지나가버리는 돌고래들. 차라리 돌고래를 제대로 보고 싶으면, 서울대공원 돌고래쇼를 보는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렇지만, 야생의 돌고래를 직접 바다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은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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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래는 잘 보았는데, 나와 색시의 안색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바로 배멀미!!! 돌고래 볼 때까지는 괜찮았지만 점점 속이 울렁거리는 것이 견딜 수가 없을 정도였다. 돌고래 보던 자리에서 이동하여 스노클링과 낚시를 시작하게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도저히 무언가를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하지만, 다른 가족단위 관광객들은 낚시하는데 온 정신이 팔려있었고, 우리는 출렁거리는 배 위에 있는 것보단 바다로 탈출하면 배멀미가 좀 덜해질거라는 생각에 아무도 하지 않고 있던 스노클링을 시작했다. Oh, my god!! 물 속에 들어갔는데도, 파도에 몸이 흔들거리니 거기서도 쏠리는 것이었다! 가이드 아저씨가 들어와 크래커를 뿌리며 물고기를 유인해 주었으나, 예전에 보던 것보다 좋지도 않았고, 속도 울렁거리는 몸 상태라 감상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다시 배 위로 올라가는 것도 두려워 배에 매달려 있다가 계속 울렁거리기에 큰 마음 먹고 배 위로 올라가서 아이스박스 위에 앉아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그러고보니 우리만 그런게 아니라 몇 명 더 배멀미를 하고 있었는데, 그래도 우리가 가장 심해 보였다.

내가 계속 힘들어하자, 스노클링을 도와주던 현지인이 친절하게도 비닐봉지를 가져다 주었고, 움직이지도 못한채 젖은채로 있었더니 추워지기도 하고 해서 수건으로 몸을 닦고 조타실에 있는 긴 의자에 가 누워버렸다. 색시는 나보다 조금 낫긴 했지만, 그래도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상태는 아니었기에 나랑 같이 의자에 있었다. 그러다보니 잠에 들게 되었는데, 중간중간 살짝 깼을 때 가이드 아저씨가 참치회라고, 초장 찍어 드시라는 이야기를 언듯 들었는데도 몸 상태가 너무 좋지 않아 먹을 생각을 하지 못 했다. 빨리 땅을 딛고 싶었지만, 좋아하는 다른 사람들 덕분에 언제 돌아가냐고 색시가 물어봤는데도 가이드 아저씨는 웃기만 하고 대답을 해 주지 않았다. 한참을 자고 났더니 다행히 배는 선착장에 도착하고 있었다. 우리 색시는 나 자는 동안 혼자서 뭘 했을까? 내가 같이 놀아주어야 하는데... 제대로 정신도 못 차리고 배에서 내리다가, 내가 자는 동안 나누어 먹었을 음료수가 남아있길래 시원하게 마셨더니 그나마 조금 나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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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땅을 밟고서 본 멋진 선착장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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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정신을 차리고 본 노을은 참 멋있었다.


땅을 딛고 있는 다는 것이 이렇게 좋은 줄 몰랐다. 난 정말 배랑 안 어울리나보다. 예전에 여행하다 큰 배를 탔을 때에는 괜찮았는데, 파도에 흔들리기 마련인 작은 배에서는 내가 견디기가 너무 힘든가보다. 아무튼, 버스를 타고 PIC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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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저녁은 PIC의 퍼시픽 환타지 디너쇼 예약이 되어있었다. 어제는 선셋바베큐, 오늘은 디너쇼인데, 태권도 아저씨네는 실수로 어제 디너쇼를 다녀오셨다고 해서 이야기를 들어보니, 인터넷에서 보던 것처럼 역시나 먹을 것은 별로라고 하셨고, 중간에 나오셔서 컵라면을 사 드셨다고 하셨다. 그래도, 그 동안 우리가 여행 다니면서 무슨 쇼를 한 번도 안 봤기에 한 번 보자고 마음 먹고 디너쇼에 갔다. 그!러!나! 들어가서 자리에 앉고 음식을 가지러 가 보았더니, 세상에 이렇게 부실한 부페는 처음 봤다. 감히 PIC 최악의 식사라고 할 수 있었다. 음식 종류도 몇 가지 없었고, 있는 것들도 다들 어쩜 그렇게 맛이 없을 수 있는지... 디너쇼는 디너쇼 나름대로 또 최악이었다. 인터넷에서 본 표현을 빌리자면, 춤은 잘 추는데 몸매는 안습인 언니들이 나와 쇼를 보여주는데, 나랑 색시는 금방 흥미를 잃었다. 식사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디너쇼가 관객을 화악 잡아끄는 그런 매력이 부족했다. 결국, 우리도 태권도 아저씨네와 같이 중간에 나와서 ABC 마트로 가 컵라면과 콜라, 프링글스 등을 사와서 방에 돌아와 시원하게 에어컨 켜놓고, KBS World TV를 보며 내일 집으로 돌아갈 때 비가 많이 온다는 소식을 접하고 걱정도 하면서 이야기도 하고 놀았다.

그냥 이렇게 마지막 날 밤을 보내기도 아쉽고, Information center에서 빌려둔 타월도 반납해야 하기에 Water Park로 나갔다. 그랬더니 태권도 아저씨네는 아이들과 함께 아직도 놀고 계셨다. 역시 운동하시는 가족이라 그런지 우리에 비해 체력이 월등했다. 놀라면서 인사 드리고, 풀바 근처로 갔더니 작은 공연장에서 공연이 진행되고 있었다. 여기 있는 동안 여유롭게 앉아 이런 공연을 즐기지 못해봐서 의자를 가져다 앞에 앉았다. 노래 몇 곡이 흐르고, 다음 순서로 마술 쇼가 시작되었다. 마술을 한다고 방송을 하니 어린이 친구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원래 마술이라 하면 잘 생긴 남자 마술사와 예쁜 도우미 언니가 나오기 마련인데, 여기서 한 마술은 할아버지와 할머니께서 나오셨다. 그래도, 이런 마술을 눈 앞에서 보는 것은 처음이고, 노련한 솜씨로 관객의 호응과 참여를 유도하셔서 즐겁게 볼 수 있었다.

마술쇼도 다 보고 어제 사놓고 사용하지 않은 선크림을 환불하러 갔다. 그런데, 영수증이 없으면 안 된다는 것이 아닌가. 1만원 가까이 하는 선크림이었기에 아까워서 다시 방에 돌아가 영수증을 찾았보았더니 다행히 영수증이 있어서 환불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서 옆에 있는 Asahi 가게에 가 보았더니, 이럴 수가!! 우리가 사 보았던 물, 음료수, 과자, 라면 등이 ABC 마트보다 Asahi가 조금씩 더 저렴했다. 일본 사람들만 가는 곳인 줄 알고 안 들어가 보았던 것이 이런 차이를 만들었다. 들어가 보니 한국인 점원도 있었는데... 남은 달러로 부모님들 작은 선물이나 사 드릴까 해서 둘러봤지만, 딱히 살 것이 없었다. 한참을 구경한 끝에 결국 육포 두 봉지를 사서 방으로 돌아왔다.

방에 돌아오니 벌써 11시가 다 되었다. 내일 새벽 3시 비행기를 타기 위해 새벽 1시에 로비에서 모여야 하기에 잠시 잠을 자기로 했다. 나야 어디서든 잘 수 있지만, 색시는 그러질 못해서 말이다. 자정으로 모닝콜 신청을 해 두고 우선 누웠다. 한참을 뒤척거려도 잠이 오지 않길래 색시가 깨지 않게 슬금슬금 일어났다. 차나 비행기에서 못 자는 색시가 조금 더 자는게 좋을 듯 해서 조심하며 짐을 챙겼다. 12시 반까지는 자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어 조용히 복도로 나가 모닝콜도 취소했다. 그런데, 혼자서 짐을 챙기려니 행여나 무언가를 빠뜨리지 않을까 걱정도 되고, 내 물건 말고 색시 물건들을 잘 넣어두지 못할까봐 빈 침대에 물건들을 정리해 두는 정도로 해 두고 샤워까지 다 했는데, 우리 색시는 정말 피곤했는지 한 번도 뒤척거리지 않고 쿨쿨 잘도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