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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조마조마했던 오늘, 전문의 자격 취득!! 지난 1년의 인턴, 그리고 4년의 전공의 수련생활의 결실이 오늘 나왔다. 제 57차 전문의 자격 시험 최종 합격자 명단에 내 이름이 올라가 있다. 본격적인 시험 공부 시작 직전 둘째 낳고 홀로 애 둘을 본 우리 색시가 가장 고생 많이 했다. 물심 양면으로 도와주신 양가 부모님과 형제들, 그리고 응원해 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 드린다. 페이스북에도 올렸더니 한 지인께서 달아주신 답글이 마음에 남는다. '이제 정식 전문의이니, 좋은 전문의가 되는 일만 남았다.' 더보기
내가 행하는 Tailor-made medicine 요즘에는 이런 말 잘 안 쓰는 듯 한데, 내가 의과대학에 처음 입학했던 10여년 전에는 Tailor-made medicine, 즉 맞춤의학이라는 말이 유행이었다. 마치 재단사가 내 몸에 맞추어 멋진 양복을 만들어주는 것처럼, 의사도 환자를 치료할 때 그 환자 개개인의 특성에 따라 딱 맞는 치료를 행해야 한다는 그런 개념이었다. 지놈인지 게놈인지, 아무튼 인간의 유전자를 해독하고 점차 알아가면서 한편으로 많은 정보를 알게 되고(요즘 말로 빅데이터?), 그것을 활용한 개인화된 치료 접근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겠다. 나같은 햇병아리 돌팔이가 심도 있는 연구를 해 볼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나름대로 맞춤의학이라고 자화자찬하고 있는 한 가지 방법이 있다. 바로, 어린이 환자들을 수술방에 데리고 갈 때 하는 나만의.. 더보기
이제 4년차 이비인후과에 입국한다고 했던 것이 정말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퇴국 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4년차라니, 세월 참 빠르다. 아직 할 것도 많고, 못 한 것도 많고... 특히 아랫년차들에게 더 해 주고 싶은데, 일신의 안위를 먼저 생각하다보니, 내가 그 시절 생각하고 기대했던 것만큼 못 해주어서 미안하기도 하고... 조금만 더 참자는 말 보다는, 조금이라도 더 나은 환경을 물려주고 싶다. 더보기
수석 전공의라는 무게 어렵게 의대 졸업하고, 아무 것도 모르고 인턴 하고, 우여곡절 끝에 이비인후과 1년차가 되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내가 치프가 되었다. 4년차 선생님은 공부하러 들어가셨고, 지난 10월 1일부터 레지던트 중에는 내가 가장 막중한 책임을 지게 된 것. 지난 6월 4년차 선생님의 한 달 간 파견 근무 때 치프 대리를 하긴 했었지만, 그 때는 한 달만 지나면 윗년차 선생님이 온다는 기댈 구석이 있었다면, 이제는 내가 끝까지 끌고 가야 한다는 중압감이 느껴진다. 그 때 그 때 정확하고 빠른 판단으로 환자의 생명을 구해야 할 일이 생길터. 게다가, 이제까지 놓고 있었던 공부도 열심히 해야겠고, 일도 더 잘 해야겠고, 앞으로의 진로에 대해서도 고민해 봐야 하고... 생각할 것들도 많다. 일단 열심히 하는거야!! 더보기
이번 달은 파견 근무 병원마다, 각 과마다 다르겠지만, 대부분 파견 근무가 있기 마련이다. 내가 수련 받는 병원처럼, 엄청 대형 병원이 아니라서 다양한 증례를 경험하지 못 하는 경우에 더 큰 병원에 가서 보고 배울 수 있고, 이미 큰 병원에 있다면 선진국 병원으로 파견 갈 수도 있다. 우리 병원 이비인후과에서는 3년차 9월에 한 달, 4년차 6월에 한 달(원래는 5, 6월 두 달이었는데, 일이 많다고 한 달로 줄여버렸다. -_-) 파견을 간다. 또, 상황에 따라 다를텐데, 정말 가서 직접 일 하는 경우도 있을텐데, 우리는 참관하러 가는거라 마음의 부담이 매우 적다. 쉽게 이야기 해서 PK처럼 하는 것이라 보면 되고, 어느 정도 알기도 하니, 관심 있는 것 찾아서 보고 물어보고 배우면 되는 것이다. 파견 나가게 되면, 있던 병.. 더보기
오랜만의 병원 이야기 Photo by Vacacion from Flickr 요즘 부쩍 블로그에 다시 애정을 쏟고 있다. :) 자유 M.D. 라는 카테고리에 마지막 글을 쓴 것이 2011년 2월 21일. 1년차 막바지에 썼고, 지금은 2년차를 넘어서 3년차가 되어있다. 숨가쁘게 앞만 보고 달려오다보니 2년차 때는 별 다른 기록조차 남기지 못 했다. 물론, 대세가 되어버린 SNS에만 관심을 가지다 보니 더욱 더 블로그에 포스팅을 못 하기도 했다. 우리 과는 2년차가 주로 수술방과 협진, 1년차가 그 외, 4년차 치프는 과 전체의 일 조율과 중요한 일 등을 맡아 하고, 3년차는 4년의 수련기간 중 가장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게 된다. 졸업 후 처음으로 평일 저녁식사를 식구들과 함께 하기도 할 수 있으니 말이다. 물론 매일이 그런 것.. 더보기
두경부학회 참석과 스노우보드 from bobaliciouslondon at Flickr.com 학회 이야기에 왠 스노우보드냐? 바로 학회가 스키장에서 열렸기 때문이다. 두경부학회는 매 년 2월 중순 경 보광휘닉스파크에서 열리고, 보통 전 날 가기 때문에 빨리 가면 오후나 야간에 슬로프를 즐길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학회나 외부 행사 일정이 있는 날엔 꼭 일이 생기던 징크스가 이번에도 여지없이 발생, 미리 윗년차 선생님께 인계해 드릴 것들을 준비해 뒀었지만, 외래 진료 중 터지는 일들과 갑자기 입원이 결정된 환자들은 어찌하지 못 한채 학회로 가는 차에 올라탔다. 두경부 전공하시는 교수님과 3년차 선생님 그리고 내가 가게 되었고, 1년차에게 운전대를 맡기지 않는 우리 과의 불문율(맡겼다가는 피곤으로 인한 졸음 운전으로 황천길행이 명.. 더보기
오늘 받은 두 가지 선물 선물 하니까 떠 오르는 노래가 있어서 그냥 넣어봤다. 아무리 봐도 빅뱅의 대성과 닮은 케이윌이 부르고, 은지원이 함께 한 노래다. 아무튼, 오늘 두 가지 선물을 받았다. 여느 월요일과 마찬가지로 정신없이 외래와 병동과 수술방을 넘나들며 일 하고 있는데, 너댓살 된 꼬맹이 하나가 다가오더니 '선생님 선물이에요.' 하고서 작은 종이 상자를 내밀었다. 향긋한 냄새가 나길래 '이게 뭐니?'하고 물어보니 '우리 엄마가 만든 비누에요.' 한다. 얼굴을 본 기억은 나는데, 외래와 병동 입원 환자, 응급실 환자 등 한 두 명이 아니다보니 얼마 전 편도 및 아데노이드 절제술을 받았던 아이인 건 기억이 나는데 그 이상은 생각나지 않았다. '엄마 어디 계시니?' 물어보니 어머니께서 이 곳을 보고 계셨다. 간단히 목례로만 인.. 더보기
정신력도 바닥 나는 중.. from fmgbain on Flickr.com 그 동안 졸리고 힘들다는 글을 몇 번 올린 적이 있었지만, 요즘은 그 끝을 보고 있는 느낌이다. 소위 끝판왕을 대면하고 있는 기분. 방학 기간일 때 좀더 바쁘고 힘들다는 건 알고 있었고, 다행이었는지 지난 여름 방학 기간 동안에는 기억에 남을만큼 힘들지는 않았는데, 이번 겨울 방학엔 차원이 다르다. 하루하루 수술을 할 수 있는 사람의 노력과 물리적인 시간, 공간의 제한이 있기 때문에 수술 일정을 잡을 때 그걸 고려해서 일과시간에 끝날 수 있을만큼만 잡고 있다. 그래서 방학 때 하려고 몇 개월 전부터 와서 미리 일정 정해두고 간 사람들이 대부분. 헌데, 방학 시작하고 와서 방학 중에 잡아 달라고, 우리 아이 학교 가기 전에 해 달라고 하면 어쩌란 말인가. 어.. 더보기
집도의, Operator 작년 가을, 산부인과 인턴 돌 때 당시 산부인과 3년차 선생님께서 뭐 할거냐고 물어보시길래 '이비인후과에 지원했습니다.'라고 했더니, '이비인후과도 수술하는과에요. 알죠?' 이러시길래, 그 때는 왜인지 모른다고 하기 싫어 '네, 알고 있습니다.'라고 대답했었다. 요즘 그 말의 뜻을 조금 이해하고 있는 듯 하다. 소위 마이너로 불리는 과 중 하나인 이비인후과, 또한 밖에 나가면 소위 감기과라 불리우는 이비인후과이지만, 적어도 수련을 받는 동안에는 수술하는 의사로서 수술을 익혀야 하는 책임이 뒤따른다. 요즘 나도 그런 책임과 그 책임의 무게를 절실히 느끼고 있는 중으로, 이비인후과 수술의 기본 중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기관절개술과 편도절제술을 익히려고 하고 있다. 맨 처음 하게 된 수술은 바로 기관절개술... 더보기
1년차 아무나 하나 1년차 아무나 하나 어느 누가 쉽다고 했나 1년차 아무나 하나 체력이라도 받춰줘야지 외래와 병동콜 응급실콜까지 정신없이 살고 있는 걸 어느 세월에 1년차 받아 2년차가 되볼까 1년차 아무나 하나 어느 누가 쉽다고 했나 지난 봄, 이비인후과 입국식에서 노래 한 곡 해야 한다길래 뭘 할까 무척 고민하가 부른 노래다. 내 성격 상 정신줄 놓고 오버하지도 못 하고, 그렇다고 술자리에서 내가 좋아하는 진중한 노래들을 부를 수도 없고, 그러다 떠오른 태진아의 '사랑은 아무나 하나' 이 노래를 살짝 개사하여 1년차의 눈물없이 볼 수 없는 애환을 담아내보고자 했다. 의상이나 화장, 머리 등 전혀 준비한 것 없이 노래만 부른 것 치고는 괜찮은 호응이 돌아왔었다. 요즘도 정신없이 살다보니 저 노래가 종종 떠오른다. 다들 .. 더보기
오른쪽? 왼쪽? Birds in the sky by Badruddeen 위 사진을 보고 백사장 위의 나무 의자(!?)가 어느 쪽에 놓여있다고 말 해야 할까? 의대생이 되기 전, 아니 의대생이 된 이후에도 한 동안 익숙해 지기 전까지 나도 나무 의자는 왼쪽에 있다고 이야기 했다. 하지만, 햇병아리 의사가 된 지금의 나는 단 1초의 고민도 없이 나무 의자가 오른쪽에 있다고 이야기 한다. ctscan1 by Duane Storey 왜 의사들은 오른쪽 왼쪽을 일반인들과 반대로 이야기할까? 위 사진을 보면 알 수 있다. Flickr에서 찾은 공개된얼굴 CT 사진이다. 아마도 안면 골절이 여기저기 있는 모양이고, 부비동염, 쉬운 말로 축농증도 꽤 심하게 있어 보인다. 여기서 환자의 오른쪽 눈은 어디에 있을까? 바로, 일반인들이 이.. 더보기
의사짓 하면서 정말 민망할 때 Day 345 - caution, holidays may cause drowsiness by brianjmatis 바로 환자 앞에서 졸 때다. (ㅠㅠ) 우리 과 외래에는 1년차 혹은 인턴이 환자와 예진 혹은 수술 일정 등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는 작은 공간이 마련되어있다. 이는 지난 번 글에서도 밝힌 것과 같이 환자 정보 보호를 위해 극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내가 1년차 시작하고 생겼으니 채 두 달도 되지 않았다. 아무튼, 인턴이 없을 땐 온전히 내 자리가 되는 곳이라ㅣ 외래에서 서 전산이나 서류일 하거나, 환자와 수술 일정 및 자잘한 처방 내는 용도로 사용한다. 며칠 전이었나, 뭐 항상 피곤하니까 왜 그 날 오전에 그리도 피곤했는지 기억나지는 않는데, 아무튼 평소 하던 것과 똑같이 어느 환자 수술 .. 더보기
우울한 마음을 위로해 주는 작은 선물 열흘 즈음 전에 응급실 노티를 받았다. 하루하루 정해진 일도 하기 바쁘고 정신없는데, 그 와중에 오는 응급실의 연락에 기뻐할리가 없다.(불과 몇 달 전, 인턴으로 일 할 땐, 왜 1년차들이 응급실 노티를 그렇게도 싫어하는지 몰랐는데, 이제는 알겠다.) 60대의 여환에 좌측 이하선쪽의 부종과 통증이 있다고 연락이 왔고, 난 이하선염이겠거니 하곤 환자를 보고 처방을 냈다. 일반적인 이비인후과적 신체검진을 하던 중, 아무래도 인두와 후두 좌측이 좀 부어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고, 침 삼키기조차 어려워하고 뜨거운 감자 물고 있는 듯한 목소리(Muffled voice)를 그냥 넘기기가 찜찜하여 경부 컴퓨터 단층촬영을 처방하고 사진을 보니 역시나, 편도주위농양과 이하선염이 같이 있었다. 결국 입원을 하고, 항생.. 더보기
능력부족, 수면부족 이비인후과 1년차 생활을 벌써 한 달이나 했다. 앞으로 11개월을 더 하면 1년차가 끝이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 11개월이 지나도 새로운 종류의 일을 배우고 익혀야 하는 2년차가 될터이고... 아무튼, 먼 훗 날의 일을 생각할 겨를이 없다. 당장 눈 앞에 떨어진 일 해 내기도 정신 없으니 말이다. 솔직히, 나 같은 불량한 애송이 의사가 이비인후과에 들어왔다는 것부터가 가문의 영광이지만, 건방지게도 일 그 자체는 익숙해지면 어느 정도는 잘 할 수 있을 줄로 착각 했었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난 지금, 별로 는 것도 없고, 아는 것도 없고, 매일매일 내는 구멍 천지에, 빠뜨리고, 잊어버리고, 못 챙기는 일들이 한 둘이 아니다. 그나마, 아직까지는 2년차 선생님께서 같이 챙겨주시니 이 정도지.. 더보기
3주차에 접어드는 1년차 생활 오늘 월요일을 시작하면서 드디어 이비인후과 레지던트 1년차 생활을 3주째 맞이하고 있다. 많이 자면 하루 5시간, 평균 4시간, 적게 자면 2~3시간 정도 자면서 일 하다보니, 낮에 피곤이 몰려오고, 일 하다 꾸벅꾸벅 졸기가 다반사. 오늘은 수술방에 손이 부족해 외래를 2년차 선생님께 맡겨두고 아침부터 수술방에 들어갔는데, 정신없이 졸다가 교수님께 꾸중을 듣기도 했다. 혼날 때 잠깐 잠이 깼다가 또 졸려서 정말 힘들었다. 지난 번에도 적었듯, 우리병원 이비인후과는 한꺼번에 일을 넘기지 않아, 나름대로 차근차근 1년차 일을 넘겨 받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배워나가면서도 과연 내가 이 모든 일을 잘 할 수 있을지 근심과 걱정이 떠나지 않는다. 모르는 것도 많고, 부족한 것도 많은 내가 이비인후과에 들어온 .. 더보기
이비인후과 의사, 자유 1년 동안 해 온 인턴으로서의 일을 모두 마치고, 공식적으로는 3월 1일부터, 비공식적으로는 며칠 전부터 이비인후과 레지던트 1년차의 생활을 시작했다. 인턴으로서 마지막 근무를 상대적으로 몸과 마음이 편한 구미 병동에서 했었기에, 1년차로의 새로운 생활은 매우 어렵고도, 힘들고도, 두렵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우리 이비인후과는 소위 픽스턴을 강요하지 않고, 그렇기에 내가 두 달 연속 파견 근무를 하고 올 수 있었다. 그리고, 합리적이게도 약 한 달 정도는 2년차 선생님께서 1년차 일을 같이 해 주며 인계해 주는 정말 좋은 곳이다. 하지만, 쫒아다니면서 보고 익히고 있는 일들이 정말 어마어마해서, 내가 혼자서 잘 해 낼 수 있을지 정말 큰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 너무 부담 갖지 말고 차근차근 하면 된다고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