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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망의 결혼식

드디어 대망의 결혼식 날이 밝았다. 8시까지 미용실에 가야 해서 총각으로 집에서 먹는 마지막 아침식사를 마치고 나와 전철을 타고 미용실에 갔다. 아침 8시의 미용실은 약간 한산한 감이 있었지만, 우리 말고도 다른 결혼 커플들이 화장과 머리 손질을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기다렸다가 민들레 아가씨부터 화장 준비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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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 아가씨가 1차 화장을 하는 동안 나는 우리가 지난 번 웨딩촬영을 했던 모뉴멘트에 다녀왔다. 촬영했던 사진 중 하나를 판넬 액자로 만들어 결혼식장에 놓게 되는데, 우리의 경우 너무 급박하게 진행했던지라 어제 밤엔가 액자가 나왔다고 연락이 왔었고, 미용실과 스튜디오가 멀지 않아 내가 직접 찾아가기로 했었던 것. 돈덩어리를 몰고 모뉴멘트에 가서 예쁘게 만들어진 판넬 액자를 가지고 다시 김선진 끌로에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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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시부터 시작한 화장이 벌써 두어시간이나 지나 12시를 향해 가고 있을 무렵 민들레 아가씨와 나의 화장과 머리 손질이 다 끝났다. 이제 결혼식장에 가서 식만 잘 치르면 되는데, 슬슬 가슴이 콩닥콩닥 뛰기 시작했다. 민들레 아가씨는 아침에 나올 때 청심환 한 알 먹고 나왔다고 하던데, 나도 한 알 먹을 걸 그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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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 아가씨와 웨딩 메니저가 뒷 자리에, 조수석에는 수모님, 그리고 내가 운전석에 앉아 돈덩어리를 몰고 예식을 하게 될 외교센터로 향했다. 네비게이션도 없이 처음 가 보는 길이라 적잖이 걱정했었는데, 청담에서 양재까지는 멀지도 않은데다가, 일요일 오전이라 차도 많지 않아서 걱정했던 것보다는 빨리 도착했다.

바로 1층 신부대기실에 베이스캠프를 차리고, 식장 근처 미용실에서 혼주 화장을 하고 계신 어머님들께 연락을 취하고 있는데, 고향에서 올라온 버스가 이미 도착해 버렸다. 혼주도 없고 식권도 없는 상황에서 손님들께서 오신 상황이 되다보니 여기저기 전화하며 재촉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런 와중에도 신부대기실에 와 주시는 손님들께 연신 '고맙습니다~'하며 인사를 드렸다. 정말 예뻐보였는지, 친척 아이들이라 그랬는지 보시는 분들마다 신랑 신부 예쁘고 참하다고 하셔서 기분이 참 좋았다. :)

본식 촬영하시는 분께서 오셔서 신부대기실에서 사진 촬영을 몇 컷 하고, 부모님과 함께 식장으로 올라가 접수대 앞에서 오시는 분들께 인사 드렸다. 워낙에 많은 분들께서 오시는 바람에 어느 분께 인사를 드리는지도 모르고 '고맙습니다.'를 반복할 수 밖에 없었다. 대부분이 어머니 아버지 손님이니 모르는 분들이 태반이고, 우리 친척 어르신들과 친구들, 후배들 정도 알아볼 수 있었다. 특히, 대학 동기들은 바쁜데다가 다른 동기의 결혼식과도 겹쳤는데 많이 와 주어서 참 고마웠고, 함께 수업 듣는 후배들도 방학 중에 노느라 바쁜데도 반이 넘게 와 주어서 고마웠다.

한참 인사를 드리다보니 식장 관계자께서 오셔서 '이제 들어가셔야 합니다.' 하시길래 따라서 식장으로 들어갔다. 하얗게 깔린 길 앞에 서고 보니 '정말 내가 결혼을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듦과 동시에 '앞으로 잘 살아야겠다.'는 다짐도 하게 되었다. 이윽고, 대학 동기의 사회를 시작으로 신랑 입장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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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신랑 입장 후 단상에 서서 장인어른과 민들레 아가씨가 들어오기를 기다릴 때, 그 때가 가장 떨렸다. 흥분의 도가니탕이라고나 할까. :) 그 이후 주례사를 듣는 동안에는 주례사에 집중을 하기도 했지만, 안 움직이고 가만히 서 있으려고 무단히도 노력했다. 주례사를 열심히 듣기는 했는데, 강조해 주신 세 가지 중에 기억나는 것은 딱 한 가지. 서로 상대방의 부모님께 더 잘 해 주려고 경쟁하라는 말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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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익 컷팅 전 촛불을 꺼야 하는데, 아무리 불어도 내것이 꺼지질 않아서 혼났다. 당황한 내 얼굴과 웃고 있는 민들레 아가씨의 얼굴을 확인하시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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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끝났는지도 모르게 식이 끝났다. 하지만, 그냥 식이 끝나버리면 재미없지 않은가. 그래서 그랬는지 내가 만든 두 가지 해프닝이 있었다. 첫 번째는 휴대폰 알람. 평소 휴대폰에 일정 등록을 해 두는데, 이게 등록할 때 자동으로 알람이 울리게 되어있다. 평소엔 진동을 해 두지만 결혼날 아침 여기저기에서 오는 전화를 놓치지 않기 위해 벨이 울리게 해 두었는데, 정신없이 입장하다보니 그만 휴대폰을 연미복 안주머니에 넣어둔채 입장해 버린 것!! 주례사를 듣는 도중 뒤늦게 생각이 났는데 도저히 안주머니에 손을 넣어 꺼내 벨 소리를 죽일 수가 없었다. 말 그대로 부동자세로 서 있어야 하기 때문. 결국 결혼식 시각에 맞추어놓은 그 때 우렁차게 휴대폰 알람이 울렸고, 삽시간에 식장은 웃음으로 넘쳐났다. 두 번째는 촛불. 케익 컷팅 하기 전에 촛불을 꺼야 하는데, 살짝 불면 꺼질 줄 알았던 촛불이 꺼지질 않는 것이다. 이미 내 폐의 공기는 거의 다 꺼낸 상황인데다 민들레 아가씨는 다 꺼버린 상태. 긴장하고서 다시 후~ 불었는데도 안 꺼져서 다시 한 번 식장이 삽시간에 웃음바다로 되어버렸다. 두 번 실패 후 다시 시도해서 겨우겨우 끌 수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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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케를 제대로 던지고 받아준 민들레 아가씨와 친구 연배


이렇게 식장에서 할 일은 모두 끝이 났다. 하지만 아직도 한참 남아있었으니, 바로 하객들께 인사 드리는 것과 폐백. 원래는 폐백을 먼저 하려 했었는데, 아무래도 폐백 하고 다시 식당으로 오게 되면 하객들께서 많이 가실 듯 하여 급변경해서 인사를 먼저 드리기로 했다. 예쁘게 맞추었던 한복을 입고서 말이다.

한복으로 갈아입고 부모님과 식당을 돌며 인사를 드리는데, 잠깐 보았어도 예상했던 것보다 더 많은 분들이 오신 듯 했다. 나중에 알고보니 내 손님이 생각보다 많아져 예상인원보다 약 100명이 추가되었다고... 그래서 마지막 무렵에는 식사가 모자라서 다른 식사가 나가기도 했다는데, 제대로 식사 하고 가셨는지 걱정이다. 아무튼, 식당 테이블을 돌며 인사 드리는데 대강 기억이 나기도 하고 안 나기도 하고, 여기저기 연신 고개를 꾸벅이며 와 주셔서 고맙다는 말씀을 드렸다.

정신없이 인사를 마치고 폐백실로 갔다. 원래 폐백이라는 것이 신부가 신랑집에 신고하는 것이라 신부쪽은 오지 않는 것이라고 하지만, 옛날이나 그러지 요즘은 그러지도 않는다고도 하고, 아버지께서도 신부 부모님 정도는 폐백 받으시는게 좋겠다고 하셔서 신랑 부모님, 신랑 형제, 신랑 숙부/숙모, 신랑 고모/고모부, 그리고 신부 부모님 순으로 폐백을 드렸다. 다들 좋은 말씀 많이 해 주시고 절값도 두둑히 주셔서 참으로 고마웠다. 지금이야 이렇게 절 한 번 해 드리는 것 말고는 해 드릴 것이 없지만, 앞으로 살면서 두루두루 갚아 나아가야겠다는 다짐도 해 보았다.

폐백까지 마치고 나니 두 시간 여의 결혼식이 모두 끝났다. 아침밥 말고는 먹은 것도 거의 없는데도 워낙에 정신이 없던지라 배도 고프지 않았다. 고향에서 올라온 버스에 가서 와주셔서 고맙다는 인사를 다시 드리고, 대학 동기 치환이와 정길이가 꾸며놓은 웨딩카에 올랐다. 드디어 결혼을 했구나, 결혼을 했어!! :) 이제 민들레 아가씨와 부부가 되는 것을 만천하에 공개했으니 열심히 행복하게 잘 사는 것만 남았다.

잘 살아보자!!!!



p.s. 직접 결혼식장에서 사진을 찍어준 KPUG오동명, 티티님, 고등학교 동창인 Loading, 별이와 그의 여자친구 고요수님, Clien리플이, 중문의대주현 후배, 그리고 내가 알지 못하게 사진 찍어주신 분들 모두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