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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디'에 해당되는 글 3

  1. 2007.11.20 족보(族譜)를 차고 - 성영제 (4)
  2. 2006.12.05 별 헤는 밤 - 이진현 (8)
  3. 2006.11.14 문족 보고 말해요 (8)
족보(族譜)를 차고 - 성영제

내 손에 족보(族譜)를 잡은지 오래로다
아직 아무도 본 일 없는 새로 뽑은 족보
벗은 그 무서운 족보 그만 흩어버리라 한다
나는 그 족보가 벗도 해할지 모른다고 위협하고

족보 안 잡고 살아도 머지 않아 너 나 마주 가버리면
억만 세대(億萬世代)가 그 뒤로 잠자코 흘러가고
나중에 땅덩이 모지라져 모래알이 될 것임을
'허무(虛無)한듸!' 복보는 봐서 무엇하느냐고?

아! 내 의대에 왔음을 원망않고 보낸
어늬 하루가 있었던가, '허무한듸!' 허나
앞뒤로 덤비는 짐승 바야흐로 내 족보를 노리매
내 산 채 짐승의 밥이 되어 짖기우고 할퀴우라 내맡긴 신세임을

나는 족보를 차고 선선히 가리라
막음 날 내 외로운 성적표를 건지기 위하여

교수님께서 내 주신 숙제 때문에 정말 오랜만에 예전 족보를 꺼내보았다. 본과 1학년 2학기 말에 배운 소화기학, 소화기내과와 관련 외과, 소아과, 병리과, 영상의학 등등이 모두 총망라되어있던 과목으로, 임상과목의 쓰디 쓴 맛을 내게 첨 안겨준 그런 과목이었다. 아무튼, 간담췌를 펴서 넘기는 동안 못 보았던 시 한 구가 눈에 들어왔다. 다시 읽어보니 유명한 시를 패러디한 듯 한데, 찾아보니까 김영랑 시인의 '독(毒)을 차고'라는 시를 패러디한 것이었다. :) 의대생활의 어려움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시로써, 화자는 벗과 대화를 나누며 벗의 충고를 듣지만 그래도 족보를 차고서라도 겨우겨우 시험을 통과해 나아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김영랑 시인의 오리지널 '독(毒)을 차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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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헤는 밤 - 이진현

자유/Med Student | 2006.12.05 00:50 | 자유

별 헤는 밤

이진현


내 눈이 지나가는 필족에는
영어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필족 속의 별들을 다 줄칠 듯 합니다.

머리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시험날 아침이 오는 까닭이오,
전날 밤에 시작한 까닭이오,
아직 나의 똥줄이 다 타고있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강조점과
별 하나에 기출과
별 하나에 문족
별 하나에 빈출과
별 하나에 왕족
별 하나에 무재시, 무재시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 마디씩 불러봅니다. 예과 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Brian, Calla, Gwen 이런 이국(異國) 선생님들의 이름과 벌써 아이 아버지가 된 동수의 이름과 휴학한 나의 동기들 이름과, 싼달, 개, 당낭, 짐승, 찐따, 로빈스, 네터, 해리슨, 이런 의사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에이뿔이 아스라이 벌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인천광역시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나린 필족 위에
내 이름자를 써보고
화이트로 덮어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마시는 술은
부끄러운 성적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성적표 위에도
자랑처럼 에이뿔이 무성할 게외다.



오늘 받은 족보들 중에 어느 한 족보 후기에 쓰여있는 시를 황급히 옮겨적어봤다. 지난 번에는 노래를 패러디하더니, 이번엔 대가인 윤동주 시인의 유명한 시 '별 헤는 밤'을 멋지게 패러디해 냈다. 참고로 위 시에 나와있는 이름, 별명, 지명은 모두 실제와 같으니 참고하시고... 아무튼, 내 그 동안 시를 이렇게 감동 받으며 읽어본 적이 없었다. (ㅠㅠ) 읽는 구구절절 가슴을 후벼파는 멋진 글귀들로 가득했다. 쌓여가는 족보의 무서운 침강률 앞에 좌절하면서도, 들춰보는 족보마다 가득한 영어와 별표. Linology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만큼 밑줄이나 별표 등의 강조점이 없으면 단 한 페이지도 읽을 수 없는 우리의 머리. 한 동안 문학과 멀리 하고 살아온 메마른 삶이 이 녀석의 시 한 편으로 촉촉한 단비를 맞은 것과도 같은 기분을 느끼게 되었다.




윤동주 시인의 오리지널 '별 헤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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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족 보고 말해요

자유/Med Student | 2006.11.14 02:05 | 자유
문족 보고 말해요 - V.O.M.(Victory of 문족)

오늘 하루는 바쁠 것 같아요 왕족 외우는 연습을 해야죠
내일 셤치면 괜찮아질 것도 같은데 언제쯤 오답을 공유할까요
아니에요 당장이라도 보고 싶은데 탈족한다 말할까 자꾸만 두려워

문족 보고 내게 말해요 탈족 안한다고 말해요 왜자꾸만 나를 못 봐요 거짓말이죠
하루 전날 시작하려는데 그것만으론 안되나요 그래요 그렇게 말 안 해도 잘 알고 있죠 나는

오늘 하루는 이플 것 같아요 안 쓰던 머리를 써야하죠
내일 셤치면 괜찮아질 것도 같은데 언제쯤 웃으며 얘기할까요
추석 집내려 가는 길은 행복했는데 지금 이 순간만은 시간이 멈추길

문족 보고 내게 말해요 탈족 안한다고 말해요 왜자꾸만 나를 못 봐요 거짓말이죠
하루 전날 시작하려는데 그것만으론 안되나요 그래요 그렇게 말 안 해도 잘 알고 있죠 나는

당일치기 다신 못할 것 같아

묻고 싶은게 하나 있죠 찍어주셨기는 했나요 내가 듣지 못했었나요 그건 아니죠
몇 문제만 더 알려주면 재시명단 뜨지 않으면 더이상 구걸없이 본2를 보내야겠죠
Good bye~~


얼마 전 배부된 감각기학(기존의 피부과+안과+이비인후과 통합과목) 어느 족보 마지막에 이런 노래 가사가 적혀있었다. 원래 기지가 번뜩이기로 유명한 녀석의 족보였는데, 오래만에 역작을 만들어낸 것! 아래 동영상 링크 걸어놓은 V.O.S.의 '눈을 보고 말해요'라는 히트곡의 가사를 우리네 상황에 맞게 절묘하게 바꾸어놓은 수작이다. 이 가사를 따라 부르다보면 목 놓아 울지 않을 수 없다. 필족 볼 생각은 하지도 못하고 문족만 바라보고 있는, 본2 시험의 압박에 대한 후달리는 마음을 이렇게 아름답게 표현해 내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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