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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해당되는 글 3

  1. 2006.10.21 또다른 후배의 죽음 (22)
  2. 2006.09.16 마지막 선물 (12)
  3. 2006.09.16 후배의 죽음 (6)

또다른 후배의 죽음

자유/Med Student | 2006.10.21 21:50 | 자유
한 달 정도 밖에 지나지 않았던 지난 9월 중순, 한 후배가 죽음을 택했다고 포스트를 올린 적이 있었다. 그 때의 충격이 가시지 않았는데, 시험에 지친 몸을 이꿀고 기숙사에 돌아왔더니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 도착해 있었다. 또 한 녀석이 죽었다는 것이다.

99학번인 이 녀석은 나만큼이나 공부하는 것을 싫어했던 녀석이었다. 놀기를 무척 좋아했지만, 선배 대접은 잊지 않고 오며가며 인사도 꼬박꼬박하는 녀석이었다. 뒤늦에 마음 잡고 공부하고 올해 드디어 본4가 되어 빛나는 합격증과 졸업장을 손에 넣기만 하면 되는데, 봄에 골수이형성 증후군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무시무시한 병에 걸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집에서도 먼 학교 병원에 입원해야겠다고 바득바득 우겨서 학교 병원에 누워있으면서 여러사람들도 만나고 했었다는데, 가을 학기가 시작되고 이 녀석이 그 동안 받아온 수혈량이 너무 많아 헌혈증을 모아주자는 학교 내 캠페인이 생겼다. 혈액형이 같은 사람들 중에서는 골수이식이나 수혈을 위해 정밀 검사를 받기까지 했다. 나는 불행히도 이 녀석과 혈액형이 달라 헌혈증을 주는 것 말고는 달리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마침 가지고 있는 것이 하나도 없어서, 부랴부랴 헌혈버스에 달려가 전혈하고 헌혈증도 주고 그랬는데...

며칠 전 이 녀석과 친한 우리 학번 녀석을 만났더니만 하는 소리가 '또 초상 치르게 생겼어.' 이러는거다. 그 녀석이 혈종 입원실에 있다가 ICU로 내려갔다는 것... 며칠 뒤 오늘, 더 이상 고통을 참지 못하고 저 세상으로 가버렸다니...

한 달 사이에 가까운 사람들의 죽음을 연거푸 맞이하다보니 내 감정을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를 모르겠다. 20여년 아무 일 없이 잘 살아오다 갑자기 발병한 저 몹쓸 병 때문에 소중한 후배 한 녀석을, 우리나라 의료를 책임질 든든한 어깨 하나를 잃게 되었다.

내일 아침, 빈소에 찾아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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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죽음

마지막 선물

자유/Med Student | 2006.09.16 21:44 | 자유
후배의 영안실에 다녀왔다. 예상했던 것처럼 침통한 분위기였다. 병원 영안실로 들어서는데, 가족들의 오열이 들렸다. 연세 많이 드신 어르신들께서 건강하게 계시다 돌아가시면 호상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다들 슬퍼하게 되는데, 젊은 녀석이 사고로 죽은 것도 아니고 자살을 했으니...

나와 같이 수업 듣는 03학번 아이들도 꽤 와 있었고, 그 녀석이랑 같은 학번인 00학번들... 인턴 도느라 정신 없을텐데 빈소를 지키고 있었다. 01이랑 02도 있고... 상주는 녀석의 형이었는데 망연자실한 모습이었다. 절 하고 인사 나누고 돌아서는데, 그 녀석이 미워지는거 있지. 아버지와 형을 남겨놓고 그렇게 이 세상을 떠나버리다니 말이다.

조금 있다보니 우리 학번 두어명이 왔다. 대부분은 어제 밤 소식을 듣고 바로 다녀간 모양이었다. 재성이형이랑 경렬이랑 왔는데, 그 녀석과 함께 기숙사 방을 꽤 오래 썼던 재성이형은 아주 많이 힘들어보였다. 지난 주말 99학번 한 녀석의 결혼식에도 같이 가서 잘 놀고 그랬다는데... 경렬이랑은 며칠 전 몸 보신 한다고 멍멍탕도 같이 먹으러 가서 잘 먹고 왔다는데...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자살이라는 거, 가까운 사람의 죽음이라는 것이 멀리 있지 않고 아주 가까이 있었다. 그 동안 못 나누던 이야기를 이런 자리를 핑계삼아 꺼내놓기 시작했는데, 처음 듣는 이야기들에 놀라면서도 정말이지 가족들에게 잘 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시험도 있고 해서 빈소 지키는 사람들에게 인사하고 일어났는데, 이럴수가. 별로 좋지도 않은 내 구두가 없어져 버렸다. 아무리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 내 구두. 4년 전인가 랜드로버에서 겨우겨우 발에 맞추어 산 캐쥬얼 스타일의 구두인데, 비싸지도 않은 그 구두를 누가 가졌단 말인가. 차근차근 신발들 사이를 찾아보니 내 것과 비슷한, 그러나 훨씬 더 낡은 구두가 놓여있었다. 누군가 자신의 것인 줄 알고 내 구두를 신고 간 모양이다. 처음에는 구두가 아까운 생각도 들었는데, 이내 마음을 고쳐먹었다. 그 녀석에게 해 준 것도 없는 선배지만, 가는 길에 신고 갈 구두 한 켤레 줬다고 말이다. 이왕 주려면 더 좋은 걸 주고 싶은데, 4년이나 신은 닳을 대로 닳은 헌 구두를 신고가게 되어버렸다. 그러게 누가 그렇게 빨리 가라든.

남의 구두를 신고 나오면서, 재성이형과 경렬이에게 인사했다. 자주 보는 것도 좋은데, 이렇게 나쁜 자리에서 말고 좋은 자리에서 자주 보자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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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의 죽음

자유/Med Student | 2006.09.16 17:11 | 자유
어제 밤.. 방돌이 후배가 큰일이 났다면서 이야기를 꺼냈다. 올해 졸업하고 학교 병원에서 인턴으로 열심히 일 하고 있던 00학번 한 녀석이 자살을 했다는 것이었다. 이름을 들어보니, 학교 다닐 때 농구도 참 많이 같이 했었던 녀석인데... 내가 오래 학교를 쉬느라 그 녀석은 벌써 의사가 되어있었지만, 병원에서 오며가며 눈인사도 나누고 했던 녀석인데...

20대에 접어들면서 죽음에 가까이 가게 되었다. 예과 1학년 때 동기 녀석 아버님께서 돌아가셔서 우리 과 같은 학년 전체가 수업을 빼먹고 문상 다녀왔던 일, 어느 날 밤 늦게 삐삐는 기숙사 방에 두고 나와 놀고 있는데 한 친구가 허겁지겁 뛰어와 알려주었던 할아버지의 사망 소식 등으로부터 시작해서, 점점 주위에서 돌아가시는 분들을 많이 만나게 되었다. 아무래도 나이가 들어가면서 아버지뻘, 할아버지뻘의 사고나 병환으로 인해 그렇게 되었겠지만, 이번처럼 내 또래의 후배가 죽다니, 이야기를 들었을 때 망치로 머리를 한 대 맞은 것처럼 딩~~ 하는 느낌이었다.

며칠 전 그 녀석의 아버님께서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채시고 녀석과 친한 인턴 동기(우리 학번 형이다.)에게 연락하여 찾아봐 달라고 했다는데, 집에서 유서를 발견하고 어제 같은 학번 녀석들이 눈에 불을 켜고 찾으러 다녀도 없다가 ER 콜이 와서 달려가보니 차가운 몸으로 누워있었다고 한다. 응급실이 뒤집어지도록 CPR을 하고 난리를 쳤었다는데, 그래도 돌아오지 않는 녀석. 그 어렵다는 의대 공부를 6년만에 우수하게 마치고, 인턴으로 열심히 일 하고 있었는데 왜 자살을 생각했을까. 마침 엊그제 정신과 수업에서 자살하려는 사람은 누군가가 자신을 자살 충동으로부터 구해주기를 원하고 있다고, 그래서 주위 사람들에게 자신이 위험한 일을 할 것이라는 걸 알리고 도움을 요청한다고 강의를 들었는데, 이런 이야기를 들으니 그 녀석이 주위를 향해 던지고 있었던 눈길을 나마저도 모르고 지나쳐버린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된다.

당장 내일모레 치러야 하는 시험 때문에 정신 없지만, 저녁에 문상 다녀와야겠다. 그 동안 자주 나누지 못했던 이야기도 그 녀석과 잠시 나누는 기회를 가져야지. 더 멀리 떠나기 전에 말이다.




그런데, 왜... 왜 죽음을 택해야만 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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