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광고 모금 캠페인


지난 번 불친절한 의사로 거듭나기라는 글을 올린 적이 있었다. 그 외에도 여러 글을 통해 내 수양의 부족함과 시스템의 문제에 대해 밝힌 바가 있었고 말이다.

오늘, 뜬금없이 선물을 주겠다는 전화를 병원으로부터 받았다. 뭔고 해서 보니, 핫라인. 환자, 아니 고객의 불만을 접수하는 곳에 나를 대상으로 하는 글이 있어 해명 내지는 설명을 적어 내라는 것이었다. 내가 받아본 두 번째 핫라인이다.

그러고보니, 첫 번째 핫라인은 이비인후과에서 예진하던 시절에 받았던 것으로, 우리 병원에서는 이비인후과 인턴이 외래에서 예진을 하게 되는데, 그 때 목이 쉬어서 온 환자에게 술과 담배를 얼마나 하는지, 목을 최근에 많이 썼는지를 물어봤었다. 핫라인 내용은, 공개된 장소에서 다른 사람 다 듣는데 큰 목소리로 술, 담배에 대해 물어봐서 불쾌하다는 것. 목소리가 변했을 경우 물어봐야 하는 내용이었고, 외래 대기실에 환자들이 많고 시끄러운데다, 귀도 어두우니 큰 소리로 물어볼 수 밖에 없었다고 핑계거리를 따져볼 수도 있겠다. 아무튼 그 뒤로, 예진실을 따로 만드느니 어쩌느니 했지만, 지금 상황에서도 자리가 비좁은데, 어떻게 독립된 예진실을 만들 수 있겠는가. 그대로다.

이번에 받은 핫라인은 며칠 전 응급실 당직할 때 왔던 환자로부터 날라왔다. 새벽 4시 50분 경 상복부 통증을 주소로 내원, 배를 만져보니 압통 부위가 여러 곳에 있고, 특히 오른쪽아랫배의 압통 등이 있었다. 지금 있는 강남에는 업무시간 외 가능한 응급검사 및 촬영의 종류가 제한되어 있어, 다른 검사가 필요할 수 있으니 큰 병원 가는 것이 좋겠다고 권유했다. 핫라인 내용은, 침대에서 자다 나온 의사가 띠꺼운 표정으로 배를 여기저기 눌러보더니 큰 병원 가라고 했다는거다. 전날 낮에 하루종일 일 했고, 게다가 수술하는 날이었고, 밤에 이어 응급실 당직을 보느라 피곤해 죽겠다는 것은 내 사정이겠지만, 나의 의학적 판단과 병원 사정에 의해 환자를 위하여 다른 큰 병원을 권유했는데, 이 병원은 큰 병원 아니냐며 항변을 하니 할 말이 없다. 물론, 이를 전달하는 과정에 내가 좀더 친절하고 자세히 설명해야 했겠지. 이건 언제나 후회하고 반성하고 있다.

난 히포크라테스가 되고 싶다. 하지만, 그럴 능력도, 인성도 갖추고 있지 못 하며, 현실적으로 모든 의사가 히포크라테스일 수는 없다. 아마도 나와 같은 대다수의 병아리 의사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까?

p.s. 왜 특별한 문제도 없는데 소위 링거, 수액 요법을 그리도 좋아하는지. 집에 가서 물 많이 마시고, 맛있는거 먹으라고, 젊은 사람이 여기 응급실에 잡혀서 두어시간 누워있으면 뭐 하냐고 돌려보내는데, 설명을 해 줘도 계속 달라는 사람들이 있다. 필요하면 안 하겠다고 해도 억지로 해줄텐데...

구미 응급실에서 보낸 4주가 이제 끝나게 되었다. 지금 하고 있는 마지막 밤근무가 끝나고 아침 8시가 되면, 구미 응급실을 마무리하고 분당으로 올라가야 한다.

지난 3월 처음으로 인턴이 되고 돌았던 곳이라 익숙함 반, 오랜만에 돌아오는 곳이라 어색함 반으로 시작했는데, 금새 일이 손에 익고 구면이 많으니 금방 어울리고 쉽게 풀렸던 4주였다. 물론, 신종플루 의심환자 폭발로 인해, 하루 100명도 안 오던 응급실에 300명이 넘게 폭주하는 날이 며칠 있었고, 그 날들이 지나고도 200명 넘게 오고 있어 예전보다는 힘들었지만, 이제 그 의심환자도 많이 줄고, 예전의 구미 응급실 모습을 찾아가고 있어 이렇게 새벽에 일 하다 말고 포스팅 남길 여유도 찾게 되었다.

항상 하는 생각이지만, 일 하면 할 수록 공부의 필요성은 많이 느끼나, 실상 힘들고 피곤하다는 이유로 안 하게 되니 정말 큰일이다. 더 많이 알고 공부해도 부족할터인데, 안 하려고 하고 있으니... 다음 턴에는 조금 더 열심히 살아보리라, 소용없을 뒤늦은 다짐을 해 본다.

당장 아침에 올라가면 잠깐의 휴식 및 짐정리 시간을 가지고 다시 바로 일 시작 해야 한다. 앞으로 인턴 마칠 때까지 총 네 턴이 남았고, 각각 성형외과, 신경외과, 강남일반외과, 구미신경외과로 외과 시리즈를 거치게 될 예정이다. 구미파견이야 분당보다 덜 힘드니 괜찮지만, 나머지 세 곳은 일 많고 힘들기로 손에 꼽히는 곳들이라 앞으로 약 3개월이 암담하다. 그래도, 그 동안 겪어보지 못 했던 새로운 분야에 대해 잠깐 익히고 배우는 시간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해 봐야겠다.

p.s. 사진 속 인물은 내가 좋아하는 의학드라마 ER 5시즌 첫번째 에피소드부터 출연한 Lucy Knight 역의 Kellie Martin이다. '마지막 나이트(야간 근무)' 라는 포스팅 제목을 생각하다보니, ER 5 시즌 첫번째 에피소드의 A Day for Knight 라는 것이 생각나 삽입해 보았다. 내 기억에는 HP 조나다 720 정도로 보이는 Handheld PC(요즘에 이런 용어 아는 사람이 있으려나 모르겠다. :))를 가지고 의과대학 3학년 실습으로 응급실을 돌게 된 루시 나이트가 여러가지 좌충우돌을 겪게되는 그런 내용이었다. 심지어 병원 옥상에 갇히기까지. :) 카터는 이런 루시를 싫어하고, 로스도 PDA 꺼내 보고, 교과서적인 대답만 한다고 그리 좋아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의과대학 졸업하고 의사로 활약하는 것까지 ER에 나오는 듯 하던데... 오랜만에 ER 한 편 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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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후에 산부인과일을 다 마치고 구미에 내려와서 바로 8시부터 응급실 밤 근무를 시작했다. 지난 3월에 와서 일 했던 곳이라 낯설음은 적지만, 오래 전에 일 했던 것이라 그런지, 일 익숙해 지는데 잠깐의 시간이 필요하긴 했다.

구미에 오면 아무래도 분당보다는 일의 강도가 조금 적어 편하긴 하지만, 우리 색시와 유진이를 볼 수 없어 아쉬움이 크다. 게다가, 구미 응급실은 4주 내내 단 한 번의 오프가 있기에 더 볼 수 없게 되었다.

그나마 다행인건 다섯 명의 인원 중 빠지는 사람 없고, 일 못 하는 사람 없어서 힘든 경우는 별로 없을 듯 하다. 4주의 구미 응급실 잘 돌아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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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신관 응급실 당직이었다. 저녁 6시부터 아침 7시까지 근무, 물론 그 전에도 당직 근무, 그 후에도 낮 근무가 계속 된다. 시작은 괜찮았는데, 저녁 8시 이후로 아픈 아기들이 마구마구 몰려들었다. 새벽 서너시 정도 되어서야 겨우 정리가 되었고, 피곤을 이기지 못 한 나는 응급실 구석 침대에 누워 잠시 눈을 붙였다.

'선생님, 얼른 일어나보세요. 헤모글로빈 낮은 환자가 왔어요.'라는 간호사의 소리에 일어나보니, 잠결에 봐도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있고 온 몸이 창백한 젊은 여자가 침대에 누워있었다. 환자가 오면 활력징후 측정이 가장 먼저이겠으나, 그것과도 함께 바로 수액을 두 개 연결하고 있었다. 혹시, DOA인가 했는데 다행히 의사소통도 되는 상태였다. 주소는 호흡곤란과 하혈.

원래는 과거력 파악하고, 차트 쓰고, 기본적인 검사 결과 나온 후 당직 산부인과 선생님께 연락 드려야 하나, 사안이 사안이니만큼 얼른 과거력을 물어보고, 간단히 차트 작성 후 바로 당직 산부인과 선생님께 연락 드렸다. 간단한 과거력 및 현재의 활력징후를 알려드리니 알겠다고 얼른 내려오셨다.

그 사이 피검사가 진행되어 나온 혈색소 수치는 1!!! 보통 12나 13 이상이 되어야 하는 수치가 10이 아니라 1이었다. 혈액 중 적혈구의 비율을 따지는 헤마토크릿은 40% 내외는 되어야 하나, 이 환자의 수치는 4.9%. -_-;; 2년 전 생리 문제 및 하혈로 찍은 MRI에서 무려 13cm 이상의 커다란 자궁근종도 있고, 헤모글로빈값이 너무 낮아 수혈 및 빈혈 치료를 권유 받았으나 모두 거절하고 그 뒤로 추적관찰이 소실된 상태였다. 당직 선생님께서 상태가 매우 위중하고, 급사의 가능성도 있다고 하는데, 환자와 환자의 보호자인 언니는 가볍게 웃으며 이야기 하고 있었다.

혈색소, 영어로는 Hemoglobin은 우리 피 속의 적혈구 안에 들어있는 녀석으로 산소와 결합하여 온몸에 산소를 전달해 준다. 흔히 '빈혈 수치'로 알고 있고, 산소 전달의 기능을 하는 만큼 이 녀석들이 부족하면 당연히 좋지 않다.

이번 환자의 경우, MRI에서도 확인 되기도 했지만, 배를 만져보기만 해도 바로 알 수 있을만큼 커다란 덩이가 있는데다, 하혈도 종종 많이 되고, 숨도 가쁘며 일상 생활도 쉽지 않았던 모양인데, 자기 병에 대한 인식, 즉 병식이 없고 현대 의학에 대한 막연한 불신으로 치료를 거부해하여, 2년 전에 비해 매우 안 좋아진 몸 상태를 가지고 병원에 오게 되었다. 환자에게 병식이 없었다면, 환자 가족들이나 주변 사람들은 뭘 했던걸까? 이렇게 상태가 안 좋은데 병원에 가 보라는 말을 안 해 보았을까? 뭐, 평양감사도 자기가 싫다면 안 한다지만, 그래도 이렇게 되기까지 치료를 아예 받지 않았다는데서, 환자에 대한 기본적인 기대와 신뢰가 무너져 버렸다.

응급조치가 끝난 후 입원 처리 되어 더 많은 처치와 치료를 받고 있을터인데, 가끔 이렇게 병식도 없고 협조가 안 되는 환자들을 만나면 정말 힘이 빠진다. 이럴거면 아프질 말든지, 아프면 의사 말 잘 듣던지 그러지...

그나저나, 혈색소 수치 1과 헤마토크릿 4.9는 아마 앞으로 내가 의사하면서 두 번 다시 보지 못 할 최저값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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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할 모델, Role model

자유/자유 M.D. | 2009.08.19 22:42 | 자유

인턴이라는 위치가 그렇듯, 많은 선생님들을 만나게 된다. 특히, 지난 번에 돌았던 응급실 상황 상 다른 과의 개입이 필요할 경우 인턴이 각 과 당직 선생님께 보고(흔히 '노티'라고 줄여 부른다. 아마도 notify란 뜻이겠지.)를 해야 하다보니 더욱 그렇다. 나도 이제 겨우 몇 개월 째이긴 하지만, 콜 받아보고 노티도 받아보고 하면 참 힘들고 짜증난다. 그도 그럴 것이 그렇지 않아도 일 많아서 힘들고 있는데, 거기에 일 또 하나 추가해 준다는 전화가 오면 누군들 좋아하겠는가.

힘들기로 꼽자면 정말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신경외과, 그 중에서도 가장 힘든 것이 분명한 1년차 김JJ 선생님이라고 계신다. 우리 병원 몇몇 과들이 세브란스와 레지던트 파견 근무를 주고 받고 있고, 신경외과도 그러는 과 중 하나라 우리 병원 1년차 선생님이 세브란스에 가 있고, 세브란스 1년차 선생님이 우리 병원에 와 있는 상태다. 이 김JJ 선생님께 노티를 하면 절대 인턴을 혼내지 않는다. 보통은 노티하면 반 이상이 혼낸다. 게다가, 노티 받고 응급실에 내려와 차트 보면서 '선생님, 고마워요. 차트를 이렇게 잘 써주다니... :)' 이런다. 궁금한 것이 있어서 물어보면 웃는 얼굴로 알려주고, 지나가다 만나면 웃는 얼굴로 인사 해 준다. 인턴들한테만이 아니라 모두에게다 그런다. 분명히 우리 병원에서 가장 힘든 사람일텐데, 힘들어서 인상도 쓰지 않고, 온화한 얼굴로 사람들을 대한다니 정말 대단한 사람임에 틀림없다. 게다가, 틈틈히 공부하라고 따끔한 충고까지 해 주고 말이다. 나만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고, 다른 인턴들, 병동 및 응급실 간호사들도 모두 입 모아 같은 이야기를 한다.

이 이야기를 (이 쪽에 대해 잘 아시는) 한 지인께 말씀 드렸더니만, '미친거 아니에요? 정상범위를 너무 많이 벗어났네요. :D' 이러실 정도로 정말 대단하다. 자기가 힘들다고 다른 사람에게 짜증내거나 화내지 않는 것, 성인군자의 기본자세일테지만, 나와 같은 범인들은 감히 생각도 못 하는 엄청난 상태이다.

끝날 것 같지 않은 인턴 생활이 언젠가는 끝나고, 나도 언젠가 1년차가 되고, 2년차가 되고, 또 3년차, 4년차가 되겠지. 그 때도 김JJ 선생님으로부터 받은 신선한 충격을 잊지 않고 있어야겠다.

또 한 명의 역할 모델을 만나게 되었다.


p.s. 이미 나보다 더 먼저 의업의 길을 가고 있는 친구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연초에는 차분히 타이르고 알려주고 하지만, 점점 일 힘들어지는데 노티는 엉망이고 하다보면 화를 내게 되고, 또 화를 내면 노티가 잘 정리되어 오고 그런다고 한다. 물론, 나도 노티하다 혼나는 입장에서, 성격 안 좋은 레지던트에게 노티하기 전에는 혹시라도 뭐 빼놓은거 있나 살피게 되는데, 그렇지 않고 성격 좋고 정말 좋은 레지던트에게 노티할 땐 또 다른 이유로 차근차근 챙겨 노티하게 된다. 설사 무얼 하나 빠뜨렸더라도 정말 마음에서 우러나는 죄송한 마음에 어찌할 바를 모르겠고 말이다.

분명, 성격 나쁜 것이 단기적으로 볼 땐 사는데 편해 보인다. 적어도 내가 경험해 본 사회에서는 말이다. 그래도, 어느 정도의 경지에 오른 좋은 성격을 가지고 있다면, 내가 내세우기 전에 남들이 알아주고 그러기에 더 잘 해줄 것이다. 그렇게 믿어야지.

그렇게 되려면 마음을 많이 닦아야 할텐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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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응급실 밤근무 시작하고, 오늘 아침 레지던트 선생님께 차트 확인 받고 응급실 나옴으로서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고, 여러가지 일이 많이 있었던 4주간의 분당 응급실이 끝났다.

마지막 날을 기념이라도 해 주려는 모양이었는지, 14시간 일 하는 동안 정말 한 순간도 쉴 수가 없었다. 왜이렇게 아픈 사람들이 많은거야. (ㅠㅠ) 그 동안 많은 것을 보고 배우기도 했고, 많은 것을 느꼈다. 내게 부족함이 많다는 것은 언제나 느끼는 것이고, 학문적이고 업무적인 것 외에 인간적으로 부족하고 미숙한 면을 고쳐나가야 겠다는 생각도 많이 했다.

한 때 'ER'이라는 드라마를 보며 응급실 의사가 되기를 꿈 꾼 적도 있었지만, 직접 일 해 보니 생각이 바뀌었다. :) 여유 있을 땐 여유가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다보니, 거기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꽤 많았다.

잠시 자고 일어나 이제 새로운 과 일을 시작해야 한다. 이번에는 이비인후과 4주를 해야 한다. 우리 병원 마이너과들이 다 그렇듯, 인턴이 외래에서 상당히 많은 일을 해야 한다고 한다. 더우기, 각종 잡일들이 어찌나 많은지, 인계장을 읽어보고, 또 인계를 조금씩 받으면서 가슴이 답답해 지는 것을 느꼈다. (ㅠㅠ) 변화에 대한 두려움과 스트레스라고 해야 하나? 차라리 익숙해진 응급실을 한 번 더 도는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게다가, 이비인후과 1년차 선생님은 어제 15일에 결혼해서 결혼휴가를 가 버린 상태!! 처음 시작할 땐 모르는 것도 어리버리 허둥거릴게 분명하고, 이럴 때 1년차 선생님께 여쭈어보거나 도움을 받으면 좋으련만, 휴가라니... 앞으로의 4주가 순탄치 않을 듯 하다.

응급실이 힘들어도 잡일 없이 Duty On/Off가 확실한 점은 정말 좋았다. 그래서, 색시랑 유진이랑 짧막하지만 꽤 많은 시간을 함께 할 수 있었다. 이제는 다시 잠시 떨어져 있게 되었는데, 어서 빨리 세 식구 같이 지낼 수 있게 되길 바란다.

이제 이비인후과 인턴으로 시작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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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이염, Otitis Media

자유/자유 M.D. | 2009.07.31 11:05 | 자유


들여다 봐도봐도 모르겠는 고막의 모습. 사실, 귓밥 때문에 잘 안 보이는 경우가 많다. :) 이번 기회에 고막 모양좀 눈에 제대로 발라봐야겠다.


분당 응급실, 정말 힘들다. (ㅠㅠ) 도망가고 싶다는 생각, 인턴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하는 중이다. 다들 아프지좀 말아요. (ㅠㅠ)


오늘도 중환들이 막 들이닥치는 바람에 경한 외상 환자들의 처리가 늦어질 수 밖에 없었다. 한 편으론 미안하고, 한 편으론 죄송하고.... 정말 다들 안 아프면 좋겠다. 그럼, 의사들 굶어죽으려나?

응급실 근무 하다보니, 수족구병을 걱정하며 찾아오는 부모들이 상당히 많다. 며칠 전부터 팔다리에 붉은 반점이 생겼다던지, 같은 유치원에 수족구병 걸린 아이가 있어서 걱정된다던지 말이다. 대충은 알고 있었으나, 이번 기회에 한 번 정리해봐야겠다.

더보기


구미 응급실에서 일 한지가 벌써 4주째다. 이번 주말을 기점으로 새로운 업무에 투입되게 되니 근 한 달 동안 응급실 생활을 해 온 샘이다. 첫 날 응급실에서 첫 환자를 만났을 때 참으로 어리버리 했던 것에 비하면, 지금도 아는 건 별로 없지만 조금은 더 알아서 해보려는 모습이 참으로 기특해 보이기도 한다. :)

아무튼, 난 원래 술을 별로 좋아하지 않고, 잘 마시지도 못 하며(못 먹는다고 하는 것이 맞겠다.), 특히 인사불성이 되도록 마시는 건 이해하기 힘들다. 기본적으로 이런데다가, 응급실에서 일 하다보니 술 때문에 응급실을 찾는 사람들이 꽤나 많고, 상당수의 경우 제 정신이 아니고 협조가 안 되다보니, 일 하는데 어려움이 많다.

약주를 자시려거든 적당히 자시던가, 얼마나 먹었는지 입만 열면 술냄새에 혀는 있는대로 꼬부라져서 말을 알아듣기도 힘들고, 술 취해 넘어져 머리에 꽤 큰 상처가 있고 피가 뚝뚝 흐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하나도 아프지 않고 멀쩡하니 자기는 집에 가겠다고 고집을 부리는 모습이 전형적인 40~50대 주취자 아저씨들의 모습이다. 술 먹고 기억을 못 하니 어떻게 넘어졌는지도 모르고, 넘어질 때 어디 부딪혔는지, 지금 어디가 아픈지도 모르니 어디서부터 무얼 시작해야 할지 난감한 경우가 많다.

그나마, 길 가다 넘어지면 다행인데, 꼭 계단에서 굴러 떨어지거나, 더 나쁜 건 술 먹고 오토바이 몰고가다 혼자 넘어져서 119 타고 들어온다는거다. 역시 정신이 없으니 사고 경위도 모르고, 외상이 많아도 괜찮다고 우기고, 이학적 검사를 해보려 해도 협조 안 되거나, 몽땅 안 아프다고만 하고... 그나마, 병식이 있는 보호자들이 따라와 어서 검사해 보고 치료하자고 하면 다행이다. 지난 번엔 술 먹고 혼자 오토바이 타고 가다 넘어져서 119 타고 온 50대 아저씨가 머리와 팔/다리의 외상에도 불구하고 괜찮다고 우기느라 검사를 못 하고 있었다. 팔순의 부모님께서 오셨는데, 병식이 없었다. 우리 아들이 괜찮다니 그냥 가겠다는거다. 큰 형도 마찬가지였고, 다행히 작은 형이 검사 하자고 다그쳐서 겨우 뇌CT 찍고, 필요한 X-ray들도 찍다가 난리 피워서 몇 가지 못 찍었는데... 사진 나온 걸 보니 두개골 골절에다 경미하긴 하지만 뇌출혈 약간, 거기에 갈비뼈 골절까지 있었다. 작은 형 없었으면 어쩔뻔 했는가...

이렇게 술 때문에 사고나서 실려오는 사람들이 응급실 방문 환자의 30% 정도는 되는 모양이다. 낮 보다는 밤 근무할 때 보면 더 하고, 주말 저녁과 밤에는 더 하고 말이다. 개인적 기호품이고 적당히 즐기는 것은 나도 뭐라할 생각이 전혀 없지만, 정신 잃을 때까지 마시고, 넘어지고 사고나서 외상이 있음에도 괜찮다고 집에 가겠다고 우기는 상태가 되도록 마시는 건 좀 아니지 않은가. 술이 웬수인지, 사람이 웬수인지 모르겠다.

이렇게 길가에 쓰러져있다 실려오는 사람도 꽤 된다.


오늘, 아니 어제 아침 8시에는 아침부터 숙취가 심해 내원한 20대 여자가 있었다. 전날 회식에서 좀 달렸다고 한다. 각종 검사는 모두 거부하고, 술 깨도록 수액과 영양제만 달라는데.... 휴우~ 사람의 겉모습, 그리고 상태에 따라 판단하면 안 되지만, 그게 그렇게 된다면 솔직히 사람이 아닐 것이다. 그래도,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고 기본적인 문진과 이학적 검사 다 한 후, 술을 줄이던지 금주하라고 이야기 하고 수액과 영양제 주었다.

술! 적당히 먹자.


ER을 보며 의사의 꿈을 키웠다고 하기에는 조금 부끄럽기도 하고 유치하기도 하지만, 아무튼 ER 이라는 드라마가 내게 미친 영향은 꽤나 크다고 할 수 있다. 지난 번 글에서 흉부외과 인턴 하고 있다고 하였으나, 내부적 사정으로 인해 업무 일정이 바뀌어 구미의 부속병원 응급실에서 일 한지가 벌써 3주째다.

처음에는 도대체 어떻게 환자를 봐야 하는지 정말 막막했다. 어찌보면 아무 것도 할 줄 모르는 아기 같은 내가 무작정 물 속에 풍덩 던져진 것과도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래도, 인턴 동료들, 응급실 레지던트 선생님들과 교수님들, 그리고 간호사들과 다른 분들의 도움으로 이제 그럭저럭 응급실 의사 구실을 조금씩 해 내고 있는 걸 보면 참 신기하기도 하다.

하루 12시간씩 근무하고 남는 시간은 자유시간이지만,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 하든, 저녁부터 아침까지 일 하든 남는 시간에는 거의 자면서 보낸다는 것은 매한가지다. :) 잠을 12시간씩 자는 건 아니다보니 한 두 시간 정도 여유가 잇을 때도 있어서 주위에 좀 돌아다녀보고 해도 아는 것도 없고 찾아갈 곳도 모르겠고 해서 그냥 포기하길 몇 번 했었다. 이제는 점점 피로가 쌓여서 그런지 이런 시도 조차도 안 하고 있다.

분당 응급실보다야 낫지만, 그래도 쉼없이 환자들이 들이닥치고, 또한 내가 바로바로 도움을 줄 수 없는 상황이 되고 그러면 아직도 많이 당황하고 그런다. 일을 하면 할 수록 공부 더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들기는 하는데, 그만큼 몸이 점점 힘들어지고 있으니 손에 책이 잡히질 않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 나를 위해서, 그리고 화자를 위해서 공부 좀 해야 할텐데 말이다. 내일은 책 좀 볼 수 있으려나?

p.s. 월급날은 언제 오려는지.... 그리고 우리 색시 얼굴은 언제 볼 수 있을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