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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에 해당되는 글 2

  1. 2009.03.29 술이 웬수? 사람이 웬수? (12)
  2. 2006.05.30 별 희한하고 황당한 일 (20)
구미 응급실에서 일 한지가 벌써 4주째다. 이번 주말을 기점으로 새로운 업무에 투입되게 되니 근 한 달 동안 응급실 생활을 해 온 샘이다. 첫 날 응급실에서 첫 환자를 만났을 때 참으로 어리버리 했던 것에 비하면, 지금도 아는 건 별로 없지만 조금은 더 알아서 해보려는 모습이 참으로 기특해 보이기도 한다. :)

아무튼, 난 원래 술을 별로 좋아하지 않고, 잘 마시지도 못 하며(못 먹는다고 하는 것이 맞겠다.), 특히 인사불성이 되도록 마시는 건 이해하기 힘들다. 기본적으로 이런데다가, 응급실에서 일 하다보니 술 때문에 응급실을 찾는 사람들이 꽤나 많고, 상당수의 경우 제 정신이 아니고 협조가 안 되다보니, 일 하는데 어려움이 많다.

약주를 자시려거든 적당히 자시던가, 얼마나 먹었는지 입만 열면 술냄새에 혀는 있는대로 꼬부라져서 말을 알아듣기도 힘들고, 술 취해 넘어져 머리에 꽤 큰 상처가 있고 피가 뚝뚝 흐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하나도 아프지 않고 멀쩡하니 자기는 집에 가겠다고 고집을 부리는 모습이 전형적인 40~50대 주취자 아저씨들의 모습이다. 술 먹고 기억을 못 하니 어떻게 넘어졌는지도 모르고, 넘어질 때 어디 부딪혔는지, 지금 어디가 아픈지도 모르니 어디서부터 무얼 시작해야 할지 난감한 경우가 많다.

그나마, 길 가다 넘어지면 다행인데, 꼭 계단에서 굴러 떨어지거나, 더 나쁜 건 술 먹고 오토바이 몰고가다 혼자 넘어져서 119 타고 들어온다는거다. 역시 정신이 없으니 사고 경위도 모르고, 외상이 많아도 괜찮다고 우기고, 이학적 검사를 해보려 해도 협조 안 되거나, 몽땅 안 아프다고만 하고... 그나마, 병식이 있는 보호자들이 따라와 어서 검사해 보고 치료하자고 하면 다행이다. 지난 번엔 술 먹고 혼자 오토바이 타고 가다 넘어져서 119 타고 온 50대 아저씨가 머리와 팔/다리의 외상에도 불구하고 괜찮다고 우기느라 검사를 못 하고 있었다. 팔순의 부모님께서 오셨는데, 병식이 없었다. 우리 아들이 괜찮다니 그냥 가겠다는거다. 큰 형도 마찬가지였고, 다행히 작은 형이 검사 하자고 다그쳐서 겨우 뇌CT 찍고, 필요한 X-ray들도 찍다가 난리 피워서 몇 가지 못 찍었는데... 사진 나온 걸 보니 두개골 골절에다 경미하긴 하지만 뇌출혈 약간, 거기에 갈비뼈 골절까지 있었다. 작은 형 없었으면 어쩔뻔 했는가...

이렇게 술 때문에 사고나서 실려오는 사람들이 응급실 방문 환자의 30% 정도는 되는 모양이다. 낮 보다는 밤 근무할 때 보면 더 하고, 주말 저녁과 밤에는 더 하고 말이다. 개인적 기호품이고 적당히 즐기는 것은 나도 뭐라할 생각이 전혀 없지만, 정신 잃을 때까지 마시고, 넘어지고 사고나서 외상이 있음에도 괜찮다고 집에 가겠다고 우기는 상태가 되도록 마시는 건 좀 아니지 않은가. 술이 웬수인지, 사람이 웬수인지 모르겠다.

이렇게 길가에 쓰러져있다 실려오는 사람도 꽤 된다.


오늘, 아니 어제 아침 8시에는 아침부터 숙취가 심해 내원한 20대 여자가 있었다. 전날 회식에서 좀 달렸다고 한다. 각종 검사는 모두 거부하고, 술 깨도록 수액과 영양제만 달라는데.... 휴우~ 사람의 겉모습, 그리고 상태에 따라 판단하면 안 되지만, 그게 그렇게 된다면 솔직히 사람이 아닐 것이다. 그래도,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고 기본적인 문진과 이학적 검사 다 한 후, 술을 줄이던지 금주하라고 이야기 하고 수액과 영양제 주었다.

술! 적당히 먹자.

별 희한하고 황당한 일

자유/잡담 | 2006.05.30 20:09 | 자유
요즘 시험 볼 때면 강의실에서 밤을 샌다. 기숙사에 있다보면 이런 저런 방해 요소에 끌리니 아예 없(다고는 말 못 하)는 강의실에 가 버리는 것이다. 오늘도 어제부터 밤 새고 아침에 병원 식당에서 간단히 밥 먹고 계속 꾸벅거리며 공부를 하는데... 방돌이 성진이가 희한하게 일찍 강의실에 도착했다. 항상 시험 시간 다 되어야 오는 녀석인데 말이다. 그리고는 날 보더니 상당히 난처한 표정을 짓는 것이 아닌가.

'선배님.. 이걸 말씀드려야 하나.. 하아~ 막아보려고 했는데...'
'뭔데 그래? 어서 이야기 해 봐.'
'어제 밤에요... 아니 새벽에... 침대에 누워 자고 있는데(2층 침대 중 내가 1층, 성진이가 2층 쓴다.), 갑자기 누군가 벽 여기저기에 몸을 쿵쿵 부딛히면서 방에 들어오는거에요! 거친 숨소리를 내며 선배님 침대에 들어가더니 곧 숨소리가 잦아들고 새근거리며 자는거 있죠.'
'으잉?? 누가 내 침대에서 잔다고?'
'네.. 게다가, 놀라서 내려가보니 어떤 여자인거에요. 누구인지도 모르겠고, 술냄새 엄청 풍기고.. 외투를 어디다 벋어두고 온 것인지 옷차림새도 민망하고, 깨우려고 해 봤는데 흔들어도 깨어나질 않고, 거기다 더 개입하면 치한으로 몰릴까봐 하지도 못하고... 미안해요, 선배님~! (ㅠㅠ)'

이러는게 아닌가? @.@)
아니, 남자만 쓰는 방에 술취한 남자가 들어와 자는 것도 희한할터인데, 왠 여자가 인사불성이 되어, 그것도 내 침대에!! 이번 주말에 집에서 새 침구를 가져와 마련해 놓고 나도 딱 한 번 잔 내 침대에 떡이 되어 자고 있다니!! (ㅠㅠ)

황당함에 당황을 금치 못하고 있다가, 뒤이에 강의실에 도착한 주현 후배 曰..

'새벽 3시 즈음인가.. 공부하고 있는데, 누가 방으로 쉬익 들어오는거에요. 그래서 누가 잠깐 들어오나보다.. 했는데, 시간이 좀 지나도 나가질 않더라구요. 그래서 나와보니까, 아 글쎄 어떤 여자가 술냄새 풍기면서 선배 침대에 누워 자고 있더라구요. 놀래서 깨우는데.. 왜 그 있잖아요. 글라스고우 혼수 계수, 그거 계산해 보니, 한 8이나 9 되겠더라구. 심각한 상황이던데... :)'
'정말요? 나 참... 그거 아주 심각한데요? 잘 깨워 내보내지 그러셨어요.'
'그러려고 했죠. 그런데, 통증을 줘서 깨워도 눈을 뜨지 않고(1점),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를 하며(2점), 건드리면 치우려고 하는 걸(5점) 보니, 심각한 상태에요. :)'
'그래서 그냥 나오신거에요?'
'아무리 깨워도 안 일어나길래, 잘 자라고 배개 배어주고, 이불 덮어줬어요.'
'맙소사!! :)'
'아침에 나올 때 10시 알람 맞추고 나왔으니까, 시험 보고 들어가보면 아마 없을거에요.'

도대체 어떤 사람이길래 남의 방에 들어와 자는지 궁금하기도 해서, 시험 보자마자 기숙사 방으로 들어왔다. 다행히도 그 사람은 사라지고 없었다. 아침에 알람소리에 눈을 떴을 때, 익숙하지 못한 공간에 자신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얼마나 황당했을까? 그보다, 나야 직접 못 봤지만, 그 광경을 모두 지켜본 우리 방돌이들은 얼마나 황당했을까?

아직도 누구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그나저나, 술이 왠수인가? 다들 왠 술을 그렇게도 마셔대는건지 모르겠다. 기분 좋을만큼만 마지고 흥을 돋구는 선에서 끝나야지, 술이 사람을 마시는 수준이 되어버리면... 솔직히 무슨 이유에서 술을 먹던 그렇게 망가지도록 먹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 여자는 왜 그렇게 술을 많이 먹은걸까?


p.s. 참고 Glasgow Coma Sc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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