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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에 해당되는 글 2

  1. 2009.05.21 인성 변화와 체력의 한계 (8)
  2. 2009.05.07 수련이라는 허울 쓴 톱니바퀴 (8)
내과 인턴 시작한지가 벌써 3주째다. 유진이가 태어난건 4주가 되었다. 내과 첫 주에 풀당 서고, 그 뒤로 퐁당당이긴 하나, 오프 일 때 나름대로 아기 본다고 피곤해서, 어쩌다보니 혼자 풀당을 이어나가는 듯 하다. 그래도, 24시간 아기 보고 있는 우리 색시만 큼 힘들지는 않을테지.

하루 전화만 기본 50~60통, 당직일 땐 70통도 넘게 오는가보다. 원내 전화번호를 따로 그룹 지어 저장해 놓고 벨소리도 다르게 해 놓다보니, 원내 전화가 와서 들리는 벨소리가 들리면 본의 아니게 짜증이 치솟게 된다. 쪽잠 자는 시간 포함해 하루 너댓 시간 말고는 계속 일 하고 있으니 20시간 정도라 하면, 1시간에 세 통 이상, 몰릴 땐 콜 받고 일 하는데, 또 다른 콜이 오고, 그 콜 받아 통화 중인데, 또 새로운 콜이 오기도 하니 정말 전화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다. 게다가, 방금 일 하고 지나간 병동에서 콜이 올 때의 그 짜증이란...

이러다보니, 내 성격이 점점 날카로워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고 있다. 내가 이렇게 생각할 정도면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 원래 내 성격은 이처럼 까칠한데, 그 동안 억누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오늘도 그런데, 잠을 자도 1시간 이상 연속해서 자기 어려울 만큼 콜이 있다보니, 이제는 몸이 많이 무거워졌고, 자고 일어나도 회복되는 느낌이 매우 덜하다. 그나마 다행인건, 이제 내과 인턴 4주가 끝나간다는 것. 허나, 시키는 일만 하는 인턴보다, 막중한 책임감이 생기는 1년차가 훨씬 힘들다는데, 큰일이다.

꼭 이렇게 수련을 해야 하는가 하는 생각도 든다. 예전에 들었던 수련이라는 허울을 쓴 착취란 이야기가 다시금 떠오른다. 뭐, 우리 색시랑 유진이 얼굴 떠올리며 참아야지. 오늘 밤도 편히 자기는 글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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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들어 자주 찰리 채플린의 영화, 모던 타임즈가 생각난다. 무성영화라고 알고 있는 이 영화를 제대로 본 적은 없으나 저 위 이미지로 대표되는 이 영화가 하고픈 말을 나도 하고싶어서일 것이다. 비인간적으로 생산성의 향상만을 쥐어짜내는 시스템. 새벽부터 일어나 정신없이 일 하다가 밥 겨우 챙먹고 또 정신없이 일 하다가 쓰러져 자다보면 또 콜이 와서 비몽사몽 일 하고, 내가 마치 병원이라는 거대한 기계 속의 작은 톱니바퀴가 되어 하루 종일 쉬지 않고 돌아가야 하는 형편이 된 것처럼 느껴지기까지 한다. 하루에 일 하라는 전화만 50~60통 받다보니, 배터리가 좀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 햅틱온 배터리가 겨우 하루 버티기도 힘들 정도다. 특히나, 교육이나 수련과 전혀 관계 없는 잡일을 하다보면, 내가 이 잡일 하려고 의과대학 다녔던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우리 병원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것(물론 좋은 병원에서는 상황이 좀더 낫긴 하겠지만...)과 이런 상황을 개선하고자 하는 노력이나 움직임이 전혀 감지되지 않는다는거다. 1년만 지나면, 전공의가 되면, 전문의 되고나면 다 지난 일이라 그런건지, 단순히 뭐 하나 바꾸어 될 문제가 아닌 커다란 구조적 문제라 그런건지...

원래 블로그엔 밝고 좋은 이야기만 쓰려고 하는 경향이 없지 않아 있었는데, 상황이 상황이다보니 내가 이런 푸념을 적게 된다. 그나만, 식구들 얼굴 떠올리며 버티고 있다. 제대로 된 교육을 받고, 제대로 된 업무를 한다면 이보다 더 힘들어도 괜찮을텐데 말이다. 새벽에 잠이 오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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