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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들은 것

1994년 어느 늦은 밤 - 장혜진

장혜진 3집, Before the Party

장혜진 3집, Before the Party

(이런 포스팅을 시작할 때 단골로 적는 걸 또 적자면...) 장혜진이라는 가수를 알게된 것 역시 중고등학교 다닐때 였을 것이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 봐도, 열대여섯살 먹었을 그 때 그 시절만큼 음악도 많이 듣고, 책도 많이 읽어던 적이 없다. 지금보다 음악을 접하기 더 어려운 환경이었지만, 라디오에서 듣고, 친구들에게 테이프를 빌려서 듣고, 그걸 더블데크 카셋트 레코더로 녹음해두어서 나중에 또 듣고 그랬다. 나름대로 좀 좋은 음질을 얻어보겠다고 크롬 테이프를 사서 꽤 괜찮은 미니콤포넌트를 가지고 있는 친구네 집에 놀러가 더빙을 해 온 기억도 있다. 아무튼, 그렇게 그 때 접했던 수많은 가수 중 한 명이 바로 장혜진이다.

팝의 3대 디바에 휘트니 휴스턴, 머라이어 캐리, 셀린느 디온이 있다면, 국내 가요의 3대 디바를 꼽아보자면 이은미, 신효범, 그리고 장혜진을 꼽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내가 그녀를 알기 이전에 이미 그녀는 아주 유명한 여성 솔로 가수였고, 그녀의 3집 Before the Party에는 불세출의 히트곡인 '꿈의 대화'가 있었다. 그래서 그 앨범을 구입하게 되었는데, 내 귀를 화악 잡아당긴 노래는 그 노래가 아닌 바로 '1994년 어느 늦은 밤'이었다. 잔잔한 피아노 반주에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아픔을 터질듯한 목소리로 담아낸 이 노래는 앨범의 맨 마지막 노래였지만 그 어느 노래보다도 멋진 노래였다. 이 노래를 정말 테이프가 늘어지게 많이 들었다.

그러다, 친구의 대학 동아리 행사에 초대를 받아 가게 되었다. 그 동아리는 S대에서 오래된 봉사활동 동아리였고, 매년 콘서트를 개최해서 모금을 하여 좋은 일에 사용하였다. 출연하는 가수들도 그 취지를 이해하여 출연료를 안 받거나, 오히려 기부를 하기도 한다고 들었다. 아무튼, 친구 덕에 그 콘서트 구경을 하게 되었고, 유열의 사회로 당시 막 유명해 지려고 하던 캔(1집 '천상연'을 말아먹고 2집 '내 생에 봄날은 간다'로 막 뜨려고 하던 때), 컨츄리 꼬꼬, 유리상자, 장혜진 등이 출연해서 노래를 불렀던 기억이 난다. 이외에도 여러 가수들이 나왔지만 이 때 컨츄리 꼬꼬와 장혜진의 행동을 보고 너무 실망해 버렸다. 우선 컨츄리 꼬꼬는 아마도 신정환이 당시에 안대를 하고 나왔었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눈이 아파서 노래를 부를 수 없다고 했고, 사회를 보던 가요계의 선배인 유열은 몇 번이나 '좋은 자리에 왔으니 한 곡이라도 불러달라.'고 부탁했지만 그들은 그냥 무대 뒤로 들어가 버렸다. 히트곡을 멋지게 부른 장혜진은 연이은 앵콜 요청에도 불구하고 그냥 들어가려 했고, 유열이 '앵콜 곡 하나 불러달라.'고 부탁했으나 안된다며 그냥 들어갔다. 사실, 계약한 것만큼만 하면 된다고도 생각할 수 있는데, 당시에 괜히 안 좋게 봤다. 그에 반해 유리상자는 '아름다운 세상'을 부르며 무대 아래에까지 내려와 어렵게 자리한 장애인 친구들 손을 잡고 노래를 불렀다. 너무 대비되었기 때문에 나쁘게 보게 된걸까?

아무튼, 장혜진은, 무척 좋은 노래를 불렀지만 인간적인 매력은 좀 반감된, 그런 가수로 내게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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