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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길 닿는 곳/유럽

[무대뽀 유럽배낭여행] 30일.. 하루에 런던 다 돌아보기!

2001. 8. 05. 일

에딘버러에 갔다온 전남의대 팀(세 명이었다.)이랑 이야기를 하다보니 시간가는 줄을 몰랐다. 그 사람들의 여행은 단순한 여행이 아닌, 말 그대로 살아남기(Survival)였다. 영하의 날씨에 노숙하고, 전화박스에서 추위를 피하고, 현금지급기 박스 안에서 침낭깔고 자고, 기차 안에서 도둑 쫓아내고... 정말 재미있는 친구들이었다.

이제 잠을 자려고 자리에 누웠는데, 어제 온 기자 아저씨께서 코를 고시는 바람에 전남의대 팀과 함께 거실에서 자기로 했다

한 여섯 시 쯤 되었을까? 타이항공 모포만 덥고 잤더니만 한기가 들어서 깔고있던 것을 두르고 소파로 기어올라갔다.

8시 30분 쯤에 일어났다. 이미 왕언니는 언제나처럼 밥과 반찬을 만들고 있었고, 하나 둘 일어나 화장실 왔다갔다 하고, 오늘 나갈 친구들은 마지막으로 짐 챙기고 있었다. 찰진 밥에 된장국, 소세지 야채 볶음과 샐러드, 참치 등등. 오늘도 역시 두 그릇을 먹고서야 아침 식사가 끝났다. 그 동안 두리하우스에서 잘 지넸던 친구들이 떠난다니 매우 아쉬웠지만, 어쩌랴. 이런 것이 여행인 것을. 그 친구들을 떠나보니고 설것이를 시작했다.

에딘버러에 갔다오신 분들과 이야기 하면서 커피(를 준다고 왕언니가 첫날부터 말했는데, 사흘이 지나서야 커피맛을 볼 수 있었다.)도 마시고 과자도 조금 먹었다. 이러다보니 벌써 12시. 나가려고 이것저것 챙기다보니 갑자기 밀려오는 잠. -.- 그냥 누웠다가 깜빡 잠이 들어버렸다. 일어났더니 거의 2시... 오늘은 정말 나가야겠다는 생각에 가방 챙기고 밖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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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Day Travel Card, 일종의 정액일일권



East Acton 역에 가서 첨으로 One Day Travel Card를 4 파운드에 구입하고 지하철을 탔다. 먼저 향한 곳은 대영제국박물관(British Museum)이었다. 지하철에 타서 옆에 앉은 영국사람에게 물었더니 Tottemhan Court Rd 역에 내려 걸어가면 된다고 해서 계속해서 Central Line을 타고 갔다. 역에 내려 지도 보고 방향을 확인한 후에 박물관으로 향했다. 머, 사실 하도 그 쪽으로 가는 사람들이 많아서, 사람들이 우루루 가는 쪽으로 가면 박물관이 나왔다.
말로만 듣던 대영제국박물관을 가보는구나 했는데, 처음 입구와 건물을 보는 순간, 어랏, 별루네, 하는 생각이 들었다. 루브르를 보고 와서 그런지 건물도 맘에 안 차고, 안에 있는 전시물들도 그리 매력적으로 느껴지지는 않았다. 어쨋든 사진 한 장 찍고 박물관 안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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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영제국박물관 전경



대영제국박물관에서 가장 유명하고 인기있는 것은 누가뭐래도 이집트관이다. 그리스, 로마관을 대강 본 후에 이집트관으로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이집트 석상과 미이라들. 람세스 2세의 두상(엄청 큰데, 이걸 어떻게 가져왔는지...)도 있고, 고양이부터 시작해서 뱀, 물고기 등의 미이라까지 있었다. 오, 그래. 너 미이라구나... 하고 다른 관은 대강둘러보았다. 한국관도 있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문이 닫혀있었다. 들어가보고 싶었는데, 아쉽게 그냥 돌아올 수 밖에 없었다.

피카디리 서커스로 가보기로 했다. 아무래도 소호도 가깝고, 차이나 타운도 있고, 볼게 많을 것 같아서... 버스 번호를 확인하고 탔다. 당근 런던의 명물, 2층 버스. 그것도 2층(Upper Deck)의 맨 앞자리에 앉아 거리 구경도 하면서 차를 탔다. 근데, 오... 이거 이상한 곳으로 가고 있는 듯 했다. 피카디리 서커스면 런던 한 가운데인데, 점점 건물 없어지고, 녹지가 많아지는 곳을 가는게 아닌가. 한참 가다가 무작정 내려서 같이 내린 사람에게 피카디리 서커스 어떻게 가냐고 물었더니만, 이런 방향이 정 반대인 버스를 탄 것이었다. ^^; 길을 건너 같은 번호의 버스를 타고 왔던 길을 거슬러 드디어 피카디리 서커스에 도착했다. 런던!! 하면 꼭 나오는 한 밤 중의 네온사인, 바로 그것이 피카디리 서커스에 있었다. 네스카페, 맥도널드, 산요, 코카콜라, 그리고 우리나라 삼성까지. 머, 광고판하고 사람 많은 거 말고는 볼 거 없던데, 왜이리 유명한지... 광고판을 배경으로 사진 한 장 박고 바로 움직였다.

피카디리 서커스에서 바로 남쪽으로 나있는 Regent Street을 따라 내려갔더니 St. James's Park가 나왔다. 공원인 거만 확인하고 바로 방향을 동쪽으로 꺾어 트라팔가 광장 쪽으로 가다보니 광장 바로 전에 해군 아치가 나왔다. 그냥 확인만 하고 바로 트라팔가 광장으로 갔다. 55미터 원기둥 위에 있는 넬슨 제독과 그를 지키는 네 마리의 사자, 광장을 가득 매운 관광객들과 비둘기. 이것만으로도 멋있었다. 비둘기가 정말 많았는데, 한번 때지어 날 때는 머리 위로 아슬아슬하게 지나가기도 하고 해서, 쫄지 않을 수 없었다. 사진을 찍기 위해 이동하다보니(넬슨 제독이 너무 높이 있어서...) 바로 옆에 있는 St. Martin-in-the-Fields 교회 앞에 오게 되었다. 트라팔가 광장을 뒤에서 사진 찍고 교회로 들어가 봤더니 들어가자마자 입구에 왠 정육면체 돌덩이가 하나 있었는데, 네 면에 영어로 뭐라 쓰여있었고, 윗 면에는 탯줄도 안 잘라진 신생아가 조각되어있었다. 뭔 의민지는 잘 모르겠지만, 생명의 소중함을 나타내려는 것이었는지, 아기 예수의 탄생을 그린 것인지... 그 때 교회에 들어가 물어볼 걸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교회는 별로 볼 것이 없어서 바로 트라팔가 광장 뒤에 있는 내셔날 갤러리에 들어갔다.

신관으로 먼저 들어갔다. 얀 반 아이크가 그린 아르놀피니 부부의 결혼이란 그림을 봤다. 그리고 바로 서관으로 이동하여, 17세기 스페인에서 유일무이한 나체화라는 벨라스케스 그림 거울을 보는 비너스를 봤다. 그리고... 동관에서 윌리암 터너가 그린 전함 테메레르의 최후도 보고. 몇 개 유명한 그림 보긴 했는게 이름이 잘 기억 나지는 않고, 바쁜 김에 다른 그림은 대강대강 보고 나왔다.

내셔널 갤러리를 나와 소호에 있는 차이나 타운으로 향했다. 그 동안 익히 들어 알고 있고, 여행 안내서에도 소개되어있는 왕 케이(Wang Kei)라는 중국 음식점에 가서 저녁을 먹기로 맘 먹었다. 차이나 타운을 찾아가다가 런던 최고의 거리 공연 본거지라는 레스터 광장을 잠시 지나갔다. 레스터 광장을 지키고 있던 경찰에게 길을 물어서 차이나 타운을 찾을 수 있었다. 여행 안내서를 보고 맞는 골목에 들어가 봤는데, 왕 케이가 안 보였다. 이게 어찌 된 일일까.. 하다가 근처에 보이는 중국 약제상에 들어가 물어봤더니 그 거리가 아니고 옆에 있는 거리였다.(여행 안내서 잘못된 부분 정말 많다. --+) 드디어 찾은 왕 케이. 밖에 마련된 메뉴판을 봤더니 가격은 머 다른 중국음식점과 그리 다르지 않은 듯 했다. 아무래도 밥을 먹는게 좋을 것 같아 Scrambled Egg with Roasted Pork and Rice를 맘에 두고 들어가 주문을 했다. 우선 숫가락, 젓가락, 차를 가져다 주어서, 밥 먹고 어디로 움직일지 책을 뒤적이며 차를 홀짝홀짝 마셨다. 잠시 후에 식사가 나왔다. 그냥 맛도 괜찮기는 했지만, 매운 맛에 굶주려있었기 때문에 고추기름을 듬뿍 쳐 먹었다. 역시 듣던대로 양은 대단했다. 점심 굶고 저녁을 먹는데도 배가 아주아주 부를 정도였으니. 포만감에 배를 뚜드리며 계산을 하고 밖으로 나왔다. 차이나 타운을 대강 둘러보고 리전트 파크에 가기로 했다.

피카딜리 서커스 역에서 조금만 타고 가면 되는 거리였다. 피카딜리 서커스 역까지 걸어가서 지하철을 타고 리전트 파크 앞에서 내렸다. 리전트 파크 옆에 마담 터소 밀랍인형관이 있었다. 지하철에도 광고 많이 되어있던데, 유명인사들의 인형을 똑같이 만들어 놓은 곳이었다.(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에도 있다.) 그냥 지나쳐서 리전트 파크에 들어갔다.

지도 상으로도 엄청 커 보이더니 직접 가서 보니까 진짜로 컸다. 주말이라 그런지 사람들도 많았는데, 산책하는 사람, 조깅하는 사람, 아이들과 노는 부모... 벤치 한 켠에 자리를 잡고 앉아 사람들 구경도 하다가, 해리 포터도 읽다가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어제까지는 사흘 내내 오후에 비가 왔는데, 오늘은 오후가 되어도 비가 안 와서 리전트 파크에서 잘 쉴 수 있었다.

리전트 파크의 벤치에서 잠깐 자다가 일어나서 타워 브릿지로 향했다. 지하철을 타고 가고 있는데, 웨스트민스터 사원이 더 가까운게 아닌가. 또, 타워 브릿지는 야경을 봐야 한다길래, 바로 방향 돌려서 웨스터민스터 역으로 갔다. 역에서 내려 지상으로 나오자마자 보이는 것은 런던 아이. 높이 135 미터인 세계 최고의 관람차였다. 아따, 겁나게 크게 지어버렸구만... 하고 옆을 보니 그 유명한 빅 밴이 서 있었다. 또, 그 옆에 보이는 영국 국회의사당. 멋쥔 앵글을 잡아보려고 하다보니 빅 밴 앞에 있는 다리를 다 넘어가 탬즈강 건너편에서 사진 한 장 찍었다.

바로 웨스터민스터 사원으로 향했다. 국회의사당 뒤 쪽으로 있었는데, 너무 늦게가는 바람에 안에는 들어가 볼 수 없었다. 사원 앞에 가서 왔다 간다는 표시로 사진 한 장. 8시가 넘은 늦은 시각이었지만 그래도 와서 보고 가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바로 다시 타워브릿지로 향했다. 역에 내렸더니 바로 보이지 않아서 조금 걸어가야 했다. 그렇게 오른쪽으로 끼고 걷던 곳이 바로 런던 타워였다. 런던 중세 역사를 다 담고 있고, 왕실의 보물이 전시되어있다는데, 역시 늦은 시각이라 그냥 겉만 보고 넘어갔다. 런던 타워를 끼고 오른쪽으로 획 돌아나가자 앞에 보이는 다리가 하나 있었으니, 바로 타워 브릿지였다. 이제 해가 막 넘어가고 있는 시각이라 조명이 하나 둘 들어오고 있었다. 큰 배가 들어오거나 행사가 있으면 다리를 들어올릴 수 있다는데, 역시나 너무 늦게 가서 다리의 탑 안에는 못 들어가고 말았다. 다리 밑에는 런던 선착장이 있었다. 옛날부터 사용하던 요새 같은 곳이었다. 대포도 놓여있고... 대강 구경하다가 나왔다.

오래간만에 돌아다녔더니 매우 피곤했다. 그래도 런던 시내를 좀 보려고 버스를 타고 한참 이동하다가 지하철을 타고 민박집에 들어가기로 맘 먹었다. 그래서 런던 타워 앞에서 15번 버스를 잡아타고 2층 맨 앞에 앉아 지도 펴고 옥스포드 서커스까지 가면서 런던 시내의 야경을 구영했다. 바로 옥스포드 서커스에서 지하철을 타고 민박집에 들어오니 10시.

텔레비젼 보면서 샤워 차례를 기다리다가 샤워를 했다. 옷도 대강 빨고. 아무래도 마지막 한 장 남았던 수건을 파리에 놓고 온 듯 했다.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는 수건. 그래서 두리하우스 왕언니의 아량으로 수건 한 장 얻었다. ^^;

샤워를 하고 앉아있는데, 전화가 왔다. 이런이런... 오늘 밤 코치로 에딘버러 가시려던 누님들(아침에 같이 커피 마셨던)이 차를 놓치셨다는 것이었다. 어쩔수 없이 돌아간다고 전화가 온 것이었다. 일기 쓰면서 기다리다보니 허무한 웃음을 띄고 들어오시는 누님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