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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Med Student

환자의 어려움을 충분히 공감하는, 그런 의사

의학을 얼마 많이 배우지도 않았지만, 그래도 꽤 많이 듣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의사-환자 관계, Doctor-Patient Relationship'이다. 치료를 하는 의사와 치료를 받는 환자 사이에 믿음과 신뢰가 있지 않는다면 치료고 뭐고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것이다.(여러가지 이유로 요즘엔 이 관계가 예전만 못 하다는 것이 사실이긴 하지만...) 정신과에서는 이 관계의 성립이 치료의 시작이자 끝이라고 할 정도로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전문용어로 rapport라고 칭하면서 말이다.

어제 증상학 수업 시간 중 호흡기 증상에 대해 설명해 주신 이X현 교수님께서 갑자기 가방에서 빨대를 꺼내셨다. 어디서 가져오셨는지 한 웅큼의 빨대를 학생들에게 나누어주시면서 하나씩 받아 입에 물어보라고 하셨다. 의아해 하던 학생들은 빨대를 하나씩 입에 물었고, 교수님께서는 준비 되었으면 코를 막고 숨을 쉬어보라고 하셨다. 코를 막고 빨대를 문 입으로만 숨을 쉬려고 했더니 참기 힘든 답답함이 몰려왔다. Tidal volume을 들이쉬는데도 엄청난 노력이 필요했다. 들이쉬는 것 뿐만 아니라 내쉬는 것도 어찌나 안 나가던지, 애써 들이쉬어 내 몸 속에 공급해 준 산소가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는데에 다 사용되는 느낌이었다.

그제서야 교수님께서 말씀을 이어나가셨다. 건강한 사람들은 아픈 사람들의 상태를 정확히 모르고 이야기를 하게 되는데, 이렇게 그들의 불편함과 고통을 직접 느껴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라고 말씀해 주셨다. 부작용이 강한 약물을 직접 먹어보는 열성도 있어야 한다고 첨언하셨다.

기도가 좁아지는 것이 이렇게 힘든 것인지 처음 느껴보았다. 물론 그 동안 수차례 강의와 시험을 통해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이번에 마음으로 느꼈다고나 할까? 이번 기회에 조금 더 환자의 어려움을 공감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어갈 수 있게 된듯 하다. 교수님, 고맙습니다.

그 전에 우선, 시험은
잘 봐야 하겠지?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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