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밑줄 긋기

사기 안 당하려면 - 김영진님의 글 퍼옴

자주 가는 동호회인 KPUG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고 있다. 사실 두어달 되어가는 문제인데, 어느 회원이 저렴하게 PDA를 구할 수 있다고 하여 선입금을 받아 일을 추진했는데, 19명으로부터 입금을 받아 두어달이 지난 지금까지 물건은 커녕 환불이 되지 않았다. 이 일을 추진한 그 회원은 자신이 구매를 하는 과정에서 사기를 당해 그런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여러가지 정황을 놓고 살펴보았을 때 사기임의 가능성이 점점 높아졌고, 급기야 오늘 이 사건을 따로 다루는 게시판이 생겼다.

인터넷에서 이것저것 사고 파는 행위를 시작한게 1999년이었을거다. 당시에 옥션이라는 온라인 경매사이트가 생긴지도 얼마 되지 않았고, 대부분은 아마도 동호회 중고장터에서 알음알음 겪어보았을 것이다. 그 이후 온라인 상행위는 거대한 시장이 되었고, 각 동호회의 규모가 커지다보니 그 안에서 오가는 물품 및 금액이 상당히 커졌다.

예전에는 동호회 회원이라면 믿고서 선입금하고 며칠씩 기다려 물건을 받기도 했고, 당장 사고 싶지만 돈이 없는 회원이 있을 경우 먼저 물건을 보내고 추후에 대금을 받기도 했다. 지금도 절친한 분들과는 이런 거래(!?)를 하는 경우가 있지만, 소수의 몇 분을 제외한다면 더 이상 이런 거래는 하지 않는다. 온라인 사기를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0만원짜리 노트북을 싸게 팔길래 입금을 했더니만 공책, 즉 노트북이 택배로 배달되어오질 않나... 세상이 무섭다. 그래서 나는 구입할 경우 직거래가 되는 거래만 한다. 직거래가 모든 것을 해결해 줄 수는 없지만, 그래도 최소한 판매자를 직접 만나고 물건을 보기에 황당한 경우를 겪을 확율을 대폭 낮출 수 있다. 판매할 경우는 직거래, 혹은 선입금 확인 후 발송을 고수하고 있다. 이도 능사는 아니다. 제대로 된 물건을 보냈는데, 받은 사람이 고장났다고, 아니 심지어 못 받았다고 환불을 요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세상이 점점 무서워지는 것이 맞기는 한데, 너무나 삭막해 져버리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돈 몇 푼에 양심을 팔아버리는 사람들... 사람이라고 부르기도 싫다.


아래는 KPUG 회원이신 김영진님 http://yachess.com 께서 올려주신 글을 퍼왔다. 온라인 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사기를 당하지 않으려면 항상 염두해 두어야겠다. 진정한 생활백서랄까... 한편 마음이 슬프다.

사기 안당하려면의 주제로 쓴 글입니다. 이번 사건뿐 아니라 일반적인 내용입니다.
그냥 편하게 읽어주시면 될 듯 합니다.

1. 환상적인 조건
환상적인 조건은 거의 사기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남들이 한다고 따라 '러쉬'하지 마세요. 가능한 조건인지 시장조건을 먼저 공부하십시요.

2. 목소리를 확인하세요. 문자는 믿지 마세요.
문자치는 정성보다 목소리가 편한데도, 목소리를 피한다거나 변조하는 판매자. 수상합니다. 등록된 업체의 단체메시지가 아니라 개인이 개별 메시지로만 거래하는 경우, 당연히 의심스럽습니다.

3. 과장하는 습성의 사람은 위험합니다.
말하다 보면 근거를 밝힐 수 없는 내용을 과장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런 사람은 위험합니다. 신용을 과시하는 사람 역시 크게 위험합니다. 정말 정직한 사람은 신용을 들먹이거나 필요치 않은 과장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4. 거래시 미리 질문을 준비하시고 예상 답변을 기대하십시요. 예를 들어 허를 찌르는 문제들을 흘려서 반응을 떠볼 수 있습니다. 이런 것들이 일관성 있는지 잘 기억해 두십시요.

5. 온라인 상의 상대의 신상을 믿지 마십시요. 교차하여 확인할 수 없는 어떤 문서도 믿지 마십시요. 그런 것은 종이장일 뿐입니다. 모든 상대는 전문'꾼'이라고 간주하고 봐야 합니다.

6. 웹상에서 쉽게 구할수 있는 자료도 역시 준비된 것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남의 블로그같은 것을 만드는것 단 5분이면 만듭니다. 생각보다 무척 쉽습니다. 웹의 신상정보들을 믿지 마십시요.

7. 필요치 않은 서류를 먼저 보여주는 것도 사기수법입니다.

8. 당장 답변을 해야한다, 다른 구매인이 있다는 등의 조급하게 구는 것에 말리지 마십시요. 느긋이 마음을 가지세요. 당신의 속도에 그사람이 맞추게 하십시요. 상대가 나를 은근히 조급증이 나게 하고 있지 않는가 감지해 보십시요. 그런 상대 역시 꾼입니다.



그래도 물론 살다보면 사기 당합니다. 사람이 사람인지라 안당할 수 없을 때가 있습니다. 항상 긴장하고 살 수는 없으니까요. 하지만 차후라도 의심이 되는 경우에는 바로 확인작업에 들어가야 합니다. 그 시점을 "절대로" 놓치지 마세요. 가장 중요합니다. 그때부터는 증거를 은폐하는 측과 수집하는 측의 레이스가 벌어집니다.

다음은 당하고 난 다음입니다.


1. 의심을 가졌을 때는 그때부터 초침이 갑니다. 그때부터 사기의 흔적은 시간과 함께 사라지기 시작합니다. 오간 서류, 오간 대화들이 다른 온갖 증거들이 째깍이며 사라지고 있습니다. 생활때문에 당신이 다른 사람에게 진술할 능력도 떨어지고, 다른 사람이 당신을 위해 증언해줄 기억도 희미해지며, 관청의 서류들은 다른 자료들에 아래에 파묻히고 그것을 다룬 사람들의 기억도 사라져갑니다. 뿐만 아니라 특정 사실에 대해 꾼이 기억하지 못한다 해도 적절히 반박할 수 없습니다.

2. 경찰은 당신이 판별한 것을 '확인'해주기 위해 존재하지 않습니다. 확신이 없어도 의심이 어느정도 이상 가면 바로 경찰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혼자서 해결하려 하지 마십시요. 경찰이라고 바로 구속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똑같은 패턴은 수백번 본 사람들입니다. 우리의 추리보다 빠르고 낫습니다. 경찰이 놀고 있던 것도 아니고 조서작성하고 수사에 착수할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할까 말까 하면서 피해자 모두가 똑같은 고민을 가지고 똑같은 생각을 맴돌며, 하루하루가 갑니다. 의심이 가서 확인을 하려하면 또 알쏭달쏭한 말미를 줍니다.

3. 필요한 것을 얻지 못했을 때는 다양한 접근을 해야 합니다. 체면 차리느라, 혹은 멋쩍어 보여서, 혹은 물어보는게 이상해서, 물어보기 껄끄러운 이런 느낌이 들때 그런 상황이 벌어지는 것 자체가 사기환경에 발을 집어넣고 있다고 간주해야 합니다.

4. 필요한 증거자료의 목록을 만드시고 이것을 취하는데 절대로 타협하지 마십시요. 고지식하고 미련한 놈이라는 소리를 들어야만 정상입니다.

5. 사기를 계획한 측은 상대가 만만하다 싶으면 그것을 넘어서 추가사기극을 벌입니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나도 사기를 당했다, 그런데 사정이 있어서 돈을 추가로 주면 그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전형적인 사기수법입니다. 사기를 치는 측은 문서까지 만들어 오기때문에 속기 쉽습니다. 그럴때 시간을 들여서 확인해야 합니다. 당장 결정하지 마십시요. 핑계를 대고 시간을 버십시요.

6. 전모가 들통난 꾼들은 상대가 강한 사람에게만 돈을 줍니다. 눈치를 봐서 결정적인 때에 적절하게 원하는 것을 던져줘서 시간을 최대한 늦춥니다. 도망가면서 쫓아오는 사람에게만 도마뱀 꼬리자르듯 찔끔 던져줘서 무척 힘들게 하지요. 이렇게 되면 대부분이 쫓아다니기 지겹고 귀찮아서 포기하게 만듭니다. 원래 전문 꾼 들은 전모가 드러나기 전까지 잠적하지 않습니다. 사실 사기꾼들은 그런 스타일의 인물이 아닙니다. 잠적에 사실 그다지 능하지 않습니다. 힘들여 몸을 피하기 보단 혀를 굴려서 피하는 습성에 젖어서 쫓아가면 예상외로 쉽게 잡힙니다. 하지만, 오히려 혀끝의 거짓말의 스릴을 맛보면서 제2 제3의 희생자를 노립니다. 이런 부류의 인간들은 원래가 그렇게 사는 것이 천형이 된 구제불능의 성격이상자입니다.

7. 꾼은 어수룩한 사람을 대표자로 잡고 그 사람에게만 가공된 정보, 의도된 정보만을 주고 다른 사람에게는 노출을 피합니다. 다른 사람들은 그 사람이 주는 정보를 꾼을 대리하여 믿지요. 이게 가장 흔한 공동구매방식의 사기입니다. 절대로 자신의 거래를 다른 '선량해 보이는' 타자의 판단에 의존하지 마십시요. 선량한 것과 치밀한 것은 종종 배치됩니다. 뭐든지 자신의 눈으로 자신의 귀로 확인하기 전에는 믿지 마십시요.

이 건은 치밀히 준비된 전문 꾼의 소행입니다. 보통 한두건 해먹는 놈이 아닙니다. 뒤에 다른 건들도 숨어 있는 상습범입니다. 범인은 대학생활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며, 미국에 대해서도 모릅니다. 예를 들어 지어낸 주소들이 전혀 말이 안되는 지명인점, 법률사무소 이름대신 약자를 사용하여 혼돈을 일으키는등, 말하자면 열거할 수 없는 많은 증거가 있습니다. 여러분이 가장 첫 게시물만 보셨어도 '업무중'이란 단어와 '학생'이란 신분은 어울리지 않음을 아실 수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이 PDA가 아니라 나중에 집을 사고 땅을 사고 큰 거래를 하게 될 기회가 올것입니다. 이런 분야는 소액사기는 저리가라 할 정도로 '준비된' 사기가 많습니다.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