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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길 닿는 곳/비금과 도초

['05 여름피서] 4일.. 하누넘 해수욕장

휴가의 아침은 역시나 늦다. 뒤늦게 일어났더니 현우는 이미 근무하러 나가있었다. 슬슬 씻고 아침을 챙겨먹으니 10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오늘은 아무래도 바닷물에 퐁당 뛰어들어봐야 할텐데.. 하고 있는데, 또 비가 살짝 오고 있었다. 화요일까지 비 오고 만다더만.. (ㅠ.ㅠ)

어쩔 수 없이 오후를 기약하며 에어컨 틀어놓고 루미큐브를 하고 있는데 현우에게서 전화가 왔다. 날이 개고 있으니까 12시에 하누넘 해수욕장으로 출발하자는 것이었다. 그러고보니 창 밖에는 햇살이 반짝~!! 밖에서 먹으면 맛있을 듯 하여 라면을 끓여먹을 것들을 후다닥 챙기고 12시에 하누넘으로 떠났다.

그제 하누넘을 가기 위해 좀 헤매였던 길 말고, 소방도로를 통해 하누넘에 가는 길이 있었다. 그러고보니, 지난 겨울에 왔을 때에도 윤식이가 험준한 길 말고 소방도로를 통해 하누넘에 데려다 주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말이 소방도로지 아직 포장이 다 이루어지지 않은 비포장도로인데다 비로 인해 물 웅덩이가 많이 있어서 승용차를 몰고 가는게 상당히 조심스러웠다. 이런 길을 가자니 지상고도 높고 힘도 센 SUV 생각이 간절해 지기도 했다.

하누넘 해수욕장에 도착하니, 으아~~ 역시나 휴가철!! 이 곳에도 사람들이 꽤 있었다. 20여명.. 입추의 여지가 없었다! (^^) 워낙에 외진 비금도와 도초도인데다가 하누넘은 더욱 접근하기 힘든 곳이어서 왠만할 때엔 사람들이 한 명도 없는게 보통인데 말이다. 우선 현우가 1시까지 지소로 돌아가 진료를 해야 하기에 바로 자리 깔고 앉아서 라면을 끓이기 시작했다.

연두색 옷을 입고 있는, 비금보건지소 내과선생 현우. 뒤로 입추의 여지가 없는 해변이 보인다.



비는 가셨지만 바람은 그대로 세차게 불고 있어서 가스 버너에 불이 자꾸 흔들렸다. 바람 막을 것도 없는데.. 결국 해수욕장 주위에 있는 커다란 돌을 가져와 얼기설기 바람을 막아 겨우 물을 끓일 수 있었다. 밖에서 다 같이 먹는 라면의 맛은 기가 막혔다. ^^ 라면 다섯 개를 순식간에 뚝딱!!

현우가 1시까지 복귀해야 하는데 이미 시계는 12시 50분을 가르키고 있었다. 모두다 철수 했다가 다시 돌아올까 했었는데, 날이 너무 좋고 이 때를 놓치면 못 놀것 같아서 민들레 아가씨와 은영이는 남아서 놀기로 하고, 나와 현우만 차를 타고 도초보건지소로 달렸다. 지소까지 가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좋은 시간을 가졌다. 결론은 공부 열심히!!! ^^;;; 근데 서둘러 달렸는데도 1시 15분이나 되어서야 지소에 도착했다. 현우는 바로 진료를 위해 뛰어 들어갔고, 나는 관사에 올라가 설겆이 거리들을 싱크대에 넣고 옷가지를 좀더 챙겨서 다시 하누넘으로 향했다.

밀려오는 파도, 열심히 돌고래 튜브를 타는 민들레 아가씨



은영이는 물에 안 들어가고 해변을 산책 중이었다. 바로 슬리퍼 벗어던지고 바닷물에 뛰어들었다. 생각보다 물이 차가워서 깜짝 놀랐다. 핫둘 핫둘 제자리 뜀뛰기를 하며 천천히 들어갔다. 비는 그쳤지만 바람은 아직 거세게 불고 있어서 파도가 꽤 높았다. 3,450원 주고 사 간 돌고래 튜브에 둘이서 매달려 파도를 타며 놀았다.

열심히 파도 타고 있는 모습을 은영이가 찰칵~!



한 시간 가량을 놀았다. 은영이는 그 동안 계속해서 해변을 거닐고 발만 담그고 있었다. 들어와서 같이 놀자고 해도 들어가기는 싫다고.. 현우 데려다 주고 돌아온 시간까지 놀았으니 민들레 아가씨는 두 시간을 논 것이었다. 선크림을 전혀 바르지 않은 어깨가 따끔따끔해 오기 시작했다. 슬슬 지치고, 내일 아침 일찍 섬을 나가야 하므로 그만 놀고 지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시목을 제외하고는 샤워시설이 갖추어진 해수욕장이 없어서, 미리 PET 병에 물을 담아왔다. 그 물로 겨우겨우 고양이 세수만 하고 차에 올라 절벽 위에 구불구불 나있는 소방도로를 달려 도초보건지소에 도착했다.

모두 씻고 입었던 옷들도 빨래를 돌린 후 다시 루미큐브를 잡았다. 처음할 땐 어렵더니만 자꾸 하니까 묘한 매력에 빠져들기 시작한 것이었다. 저녁 식사는 현우와 윤식이 불러서 우리가 사주기로 해서 녀석들이 일 마치고 오기를 기다렸다. 채식을 선언한 현우가 메뉴를 고르기로 해서, 아구찜을 먹기로 했다. 동아리 후배들과 있던 윤식이가 와서 근처 식당으로 이동했다. 역시나 푸짐한 지방의 인심. ^^ 아구찜이 한 가득 나왔다. 다섯이 먹는데 밥까지 볶아 먹으니 너무너무 배가 불렀다. 게다가 남도 특유의 맛까지~!!!

비금도에 의료봉사를 하러 와 있는 Acts 29 라는 동아리는 우리 학교 중문의대의 기독교 동아리로, 한 교회에 베이스캠프를 치고 각종 활동을 하다가 오늘 수요예배를 끝으로 내일 돌아간다고 했다. 나랑 민들레 아가씨는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지만, 은영인은 독실한 크리스챤이므로 현우와 윤식이를 따라 비금도 교회의 수요예배에 참석하기로 했다.

시간에 맞추어 갔더니, 동아리 아이들이 열심히 복음성가를 부르고 있었다. 자그마한 개척교회이지만 열심히 애쓴 녀석들의 노력이 보였다. 여기저기 풍선으로 예쁘게 꾸며놓고, 어린 신도들에게도 풍선 선물을 쥐어주었다. 한참 복음성가를 부르다가, 목사님께서 나오셔서 본격적인 예배에 들어갔다. 종교가 없는 입장에서는 마치 학교에서 채플 수업을 듣는 것과 같은 것이었지만, 목사님께서 성경 이외에도 좋은 말씀을 많이 해 주셔서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단 한가지 문제가 있었다면, 의자 아래의 다리를 끊임없이 공격하는 모기 군단들. ^^;;; 동아리 후배들의 성극으로 수요예배를 마쳤다. 녀석들도 마지막 날이니 재미있게 놀터이고, 현우와 윤식이도 거기에서 같이 놀 거라서 인사하고 먼저 도초보건지소 관사로 돌아왔다.

우리를 기다리는 것은 루미큐브!! 이번 피서에서 완전히 루미큐브에 맛을 들였다. ^^ 에어컨을 켜놓고 짐정리를 해 둔 다음 루미큐브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그런데, 낮에 잠시 나가 놀았던 덕에 타버린 어깨와 등이 후끈거리기 시작했다. 결국, 민들레 아가씨가 오이를 가져와 오이마사지를 해 주니까 좀 견딜만 해서 루미큐브를 계속할 수 있었다. 현우의 연락을 받고 보니 내일 농협배가 6시 50분에 나간다고 했다. 간단하게라도 아침을 먹어야 하기 때문에 5시에는 일어나야 하므로 일찍 잠자리에 들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