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광고 모금 캠페인

어젯 밤 10시 20분 경에 출발을 하고, 예상 외로 서해안 고속도로가 막히지 않아서 12시가 넘어가 새로운 달, 새로운 날이 되니 전라도 가까이 내려가게 되었다. 그런데, 출발할 때부터 불안하게 시작된 비는 그칠 기세를 보이지 않고 점점 거세게 내렸다. 와이퍼를 가장 빠르게 돌도록 해 두어도 쏟아지는 비를 닦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비상등을 켜고 과감하게 감속을 하여 7, 80km/h의 속도로 고속도로 주행을 했다. 사실, 조금 더 속도를 낮추고 싶었지만, 다른 차들과의 보조도 맞추는 것도 중요했고, 천천히 가다가 다른 차들이 안 보이게 되면, 억수처럼 쏟아지는 비 속에서 그리 좋을 것 같지 않아 그리 달리게 되었다.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더 이상 운전하는 것도 힘들고, 중간에 한번은 쉬어주어야 하기에 군산을 지나자마자 나온 휴게소에 들어갔다. 허~ 근데 이게 무슨 조화인지.. 휴게소에 들어가 주차를 하니까 빗발이 가늘어졌다. 비도 그렇지만 잠시 휴식을 취하기 위해 들어왔으니 화장실도 다녀오고, 스트레칭도 하며 잠을 깼다.

휴게소에서 재정비를 하고 출발하니 빗발이 많이 약해졌다. 전라북도를 거쳐 남도로 내려가니 빗발이 약해지다가, 목포에 도착하니까 아예 그쳐버렸다. 우리의 목적지인 비금/도초도를 가기 위한 저렴한 배편을 타기 위해서 북항으로 향했다. 초행길이라 걱정을 좀 했지만, 친구가 알려준 것처럼 서해안 고속도로를 나와 주욱 직진만 하니까 바로 목포 북항이 나왔다.

2시 반. 비 때문에 감속운행을 조금 했기에 네 시간 정도 걸려 목포 북항에 도착했다. 휴가철이라 막히지는 않을까 걱정했는데, 일요일 밤의 하행이라 전혀 막히지 않고 제 시간에 도착했다. 일반배 보다 농협배가 저렴하길래 농협배가 닿는 북항에 간 것이었는데, 이런이런.. 항구에 가 보니 농협배를 타려고 기다리고 있는 차들이 가득이었다. 맨 앞에 계시는 아저씨께 여쭈어보니, 이미 어제 저녁에 도착하여 차 대어놓고 기다리고 계시는 것이라 했다. 아무래도 이런 상태에서는 5시 반 첫 배를 타기 힘들어보여서, 일반배를 타기 위해 목포 연안 부두로 향했다.

근데, 언제 목포에 와서 운전을 해 봤어야 길을 알지.. 대강 이정표와 지도 한 장 보고 방향을 잡고 가는데, 길은 자꾸 갈리고 이정표는 제대로 안 나와있고 해서 좀 헤매었다. 다행히 소방파출소 앞을 지나다 들어가서 여쭈어보니 거의 다 온 것이어서 많이 헤매지 않고 찾아갈 수 있었다. 목포 연안 부두의 여객터미널 앞에도 이미 10여대의 차량이 줄을 서 있었다. 차 옆에 자리를 펴놓고 자는 팀, 야식을 먹는 팀, 이야기 꽃을 피우는 팀 등등, 다들 밤을 지샐 준비를 해 오셨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행선지를 확인하고 제대로 줄을 섰다.

생리현상이 오기 시작했다. 새벽 3시가 다 된 시각. 여객터미널 문은 잠겨있고, 그 앞에는 몇 몇 구멍가게 말고는 불빛이 나오는 곳이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나는 숨어서 노상방뇨를 하고, 여자들은 가게에 들어가 사정을 이야기 하고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었다. 일반배의 첫 시각은 7시. 앞으로 네 시간이나 기다려야 하는 것이었다. 차 옆에 자리를 깔고 앉아, 준비해 간 노트북을 꺼내고 영화 감상을 시작했다.

한 두 방울 빗물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다른 것들은 비 좀 맞아도 괜찮지만 노트북은 그렇지 않기에 서둘러 차 안으로 들어갔다. 다행히 우리의 판단이 맞았는지, 빗발이 점점 굵어지더니만 바람까지 거세게 불기 시작했다. 구멍가게의 파라솔 두어개가 바람에 날려 줄 서 있는 차에 부딛히기까지 했다. 다행히 우리 돈덩어리에게는 날아오는 것들이 없었다. 차 안에서 영화 감상을 계속했다. 그나마 영화라도 재미있게 보니까 시간이 잘 갔다. 밖에는 비가 오니 문을 열어둘 수도 없고, 밀폐된 차 안은 체온으로 점점 더워지고.. 간간히 시동을 걸어 에어컨을 좀 켰다가 다시 끄고.. 이렇게 기다리다보니 희뿌연 차창 너머로 동이 터오기 시작했다.

6시가 넘어가자 앞에 있는 차들이 움직였다. 행여나 첫 배를 놓치게 되는 일이 생길까 두려워, 움직이지 않고 있는 앞 차에 달려가 주무시고 계시던 운전자를 깨웠다. 승객은 차와 따로 들어가야 한데서 여자들은 여객터미널로 들어가고, 난 운임 3만원 + 짐값 2천원(차 안에 들어있는 짐에 대한 비용을 따로 받았다. 차가 있으면 짐이 있는건 당연지사. 왜 따로 받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을 내고 선원 아저씨들의 '오라이~' 소리에 맞추어 차를 배에 올렸다. 바람은 많이 잠잠해졌지만 부슬부슬 비는 계속 왔다. 민들레 아가씨와 은영이가 7천원씩 내고 표를 사 들어오고서야 2층의 객실에 들어갔다.

객실이라고 뭐 거창한 것이 있는게 아니라, 너른 마루와 같은 곳이다. 이미 몇 번 다녀본 나는 창가에 기대기 위해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밤새 운전하고 배 기다리느라 눈을 붙이지 못한 상태라 피곤함이 몰려와 곧 누워버렸다. 떠날 시간이 다 되자 한 7, 80명의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들어왔다. 분위기를 보아하니 교회 수련회 내지는 야유회. 할머니 할아버지부터 어린 아이들까지, 한 교회가 총출동한 모양이었다. 너무나도 피곤해서 바글바글 왁자지껄한 객실 바닥에 누워 잠을 청했는데, 어린아이들이 소리지르며 뛰어노느라 잠을 수십번은 깼다. 결국 철수를 결정하여 차에 내려가 들어가서 쉬었다. 참, 친구들에게도 전화해 주었다. 배에 잘 탔으니 걱정말라고...

예정보다 조금 늦게 출발했던 배는 9시가 조금 넘어 비금도의 가산 선착장에 도착했다. 두 시간 정도 배를 탔지만 육지가 참 반가웠다. 얼른 길을 달려 농협 파머스 마켓에 갔다. 친구들에게 뇌물로 줄 음료수 선물세트도 사고 필요한 몇 가지도 구입한 후에 바로 비금보건지소로 갔다. 비금보건지소장이신 방 선생, 윤식이와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이것저것 대접해 주려고 하길래 우리 얼른 올라가서 쉬겠다고 했다. 예비군 중대본부 건물 2층에 있는 비금보건지소, 옥상에 공중보건의들을 위한 관사가 임시로 지어져 있다. 이름하여, 옥탑방 고양이. ^^ 윤식이는 일 하느라 지소에 있고, 우리는 관사로 올라가 주인 없는 방에 짐을 풀고 우선 씻었다.

환자가 없는 틈을 타서 윤식이가 잠시 관사에 올라와서 제대로 인사를 나누었다. 학교의 기독교동아리 Acts 29에서 의료봉사를 우리와 같은 일정으로 오기로 되어있어서, 그 녀석들 챙겨주느라 우리에게 소홀할 것 같다고 미안하다는 것이었다. 미안할게 뭐 있나, 우리끼리 알아서 재미있게 놀면 되는 걸.. 넓지도 않은 방을 내어준 것만 해도 얼마나 고마운 일인데.. 다시 윤식이는 나가고, 우린 밤샘 이동의 피로를 풀기 위해 자리 깔고 누웠다.

한참 자고 일어나서 보니 점심 때가 다 되어있었다. 바리바리 싸들고 온 짐(거의 이사 수준이었다. 민들레 아가씨의 철저한 준비정신 덕에 없는거 없이 다 챙겨왔다.)을 대강 정리하고 섬 구경을 나섰다. 윤식이는 곧 들어올 Acts 29 후배들을 맞이하기 위해 정신이 없었으므로, 대강 길을 아는 내가 마나님들을 모시고 지소를 나왔다.

먼저 끝없이 펼쳐진 고운 모래사장으로 유명한 명사십리 해수욕장을 가보기로 했다. 전에 와서 돌아다닐 때 보니까 윤식이가 지소를 나서서 가산 선착장 쪽으로 가다가 왼쪽으로 꺾어져 들어가 좀 가다보면 나오던데, 대강 찾아가보려고 했더니 그게 쉽지 않았다. ^^;; 게다가 한적한 섬마을이라 다니시는 분들도 안 계시고.. 어느 마을 앞 느티나무 아래 그늘에서 쉬고 계시던 어르신들께 길을 물어 겨우겨우 찾아갔다.

모래사장의 자그마한 게를 신기하게 살펴보는 민들레 아가씨



이럴수가!!!! 족히 10리는 되는 길다란 모래사장에 아무도 없어야 하거늘, 아무래도 휴가철이다보니 물놀이 하는 사람들, 텐트 쳐 놓은 사람들과 차량이 좀 보였다. 한 20명 정도? 이렇게 붐비는 해변이 되어버리다니... 역시나 휴가철이었다. 나가서 사진 몇 장 찍고, 멀리 빠져버린 바닷물에 발이라도 담그려고 다가가는데.. 빗방울이 하나 둘 떨어지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잔뜩 찌푸린 하늘을 보니 쉽사리 지나가지 않을 듯 하여 다시 차로 돌아갔다.

명사십리를 소개하고 있는 민들레 아가씨의 동생, 은영이



민들레 아가씨와 한 장~!



소위 장농면허를 가지고 있는 은영이를 위해 너른 백사장에서 운전연습을 잠시 해 보기로 했다. 브레이크를 꽉 밟고 시동 거는 것부터 시작하여 각종 주의사항을 알려준 후 출발~! 1종 보통을 따뒀다 처음 해 보는 자동변속기 차량 운전이라서, 운전이 너무 쉽다며 이 정도는 할만하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하지만, 워낙에 운전을 안 해봐서 기본적인 사항에 대한 숙지가 부족했다. 감속을 하지 않고 차를 돌리려다 차 뒤집힐 뻔 했다. ^^;;

고운 모래 위를 요리조리 기어다니는 게, 은영이 손가락 찬조출연



한바탕 난리를 치르고 다른 해수욕장에 가보기로 했다. 올 때마다 꼭 가보는 하누넘 해수욕장. 험준한 산길을 지나가면 보이는 멋진 광경이 일품인 곳이었다. 역시나 이전의 기억을 더듬어 가려고하다보니 길이 잘 기억나지 않았다. 동네길을 좀 헤매고 다녔더니만 시간도 꽤 지나버렸다. 게다가 내가 아는 길은 너무나도 험한 산길이라 승용차로 가기에는 좀 무리가 있어보여 다음에 길을 정확히 알아와 다시 오기로 하고 비금보건지소로 복귀를 하려다, 비금/도초의 절경 중 하나인 서남문대교를 건너 보았다. 신안군의 몇몇 섬들은 가까운 섬과 다리로 연결되어있는데, 비금도와 도초도는 다리로 연결이 되어있어 걷거나 차를 타고 이 섬에서 저 섬으로 건너갈 수 있다. 왕복 2차선의 꽤 좁은 도로가 높은 다리 위에 있어서 처음에 보면 좀 부들부들하기도 한다. ^^ 비금도 쪽 서남문대교 시작지점에는 차를 대어놓고 사진을 찍는 곳이 마련되어있어 사진 한 장 박았다.

비금 쪽의 서남문대교 시작지점에서.. 증명사진~!



관사로 돌아가는 길에 보니 사람들이 염전 비슷한 곳에 들어가서 뭘 줍고 있었다. 차를 세우고 물어보니까 조개를 줍는다고!! 차 속에서 주섬주섬 비닐봉지를 하나 찾아낸 후에 바로 슬리퍼를 벗고 실전에 투입되었다. 근처에서 열심히 조개줍기를 하시는 분들께 어떻게 줍는 것인지 여쭈어보며 하나하나 따라하다보니 어느 순간 감이 잡혔다. 누렇거나 보라색이 돌거나 하면 100% 속이 비어있는 것이었고, 까무잡잡 돌 색깔이 흐르면서 윤기가 있으면 제대로 잡은 것이었다. 하지만, 뻘 속에 있는 걸 발로 느끼고 그걸 다시 손으로 잡아내야 하는 것이다보니 성공확률이 그리 높지 않았다. 그리고 서서히 부담을 느끼게 되는 허리까지.. ^^;; 그래도 셋이서 열심히 잡다보니 꽤 묵직하게.. 그러니까 한 끼 반찬할 만큼은 주웠다.

비금보건지소의 관사로 돌아왔더니 바쁜 윤식이는 방에 없었다. 주인 없는 방, 굴러온 돌이 박혀있는 돌 빼낸다더니 완전히 그 꼴이었다. ^^;; 하루 동안 못 했던 인터넷도 조금 하고, 밥도 해 먹고, 씻고... 너무 좋았다. 밥을 다 먹고 쉬고 있는데, 옆 섬 도초도에서 역시 공중보건의 생활을 하고 있는 현우의 전화가 왔다. Acts 29의 주활동무대가 비금도라 윤식이가 계속 바쁠거고, 도초보건지소의 관사는 원룸 스타일로 독립적이라 지내기 편하고, 더우기 에어컨까지 있으니 넘어오라고 했다. 에어컨... 에어컨 한 마디에 당장이라도 가고 싶었지만, 벌려놓은 짐이 너무나도 많았다. 게다가 저녁에 끓여먹은 참치김치찌게도 반이나 남아있는 상황이어서 내일 아침 식사까지 끝내고 넘어간다고 했다.

두 마나님들은 TV 시청에 빠져드는데, 나는 점점 눈꺼풀의 무게를 이기기가 힘들어졌다. 윤식이의 침대에 잠시 누워있는다는 것이 완전하게 잠에 빠져버렸다. 잠결에 보니 윤식이가 들어왔다가 이불 챙겨 나가는 것도 본 듯도 하고.. 민들레 아가씨가 자꾸 이것저것 물어본 것도 생각나기도 하는데..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