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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Med Student

총장님의 불호령을 받다.

여기저기 옮겨다니는 것도 귀찮고, 공부해야 할 거리들을 들고 다니는 것도 귀찮아해서 나는 거의 기숙사 내 책상에서 공부를 한다. 하지만, 발등에 불이 떨어지고, 기숙사의 친숙한 느낌은 나를 점점 나른하게 만드는 것 같아서 아래에 있는 강의실에 내려가 공부를 해 보았다. 뭐, 그렇다고 해서 오던 졸음이 안 오는 것은 아니지만... -_-;; 다른 학생들과 함께 앉아 공부하다 졸면 부끄러우니까 기를 쓰고 안 자려고 노력도 하게 되고, 뭐 긍정적인 효과도 있기도 하다. 게다가, 예방의학교실 옆 강의실(은 간호학과 2학년 강의실이다. 현재 1학기 일정이 남아있는 과는 우리 의학과 뿐이라 다른 과는 수업 및 시험이 없다.)은 옆 예방의학교실 교수님들과 조교선생님들 때문인지 중앙 에어컨(작년까지는 중앙 에어컨 뿐이었으나, 나의 복학과 동시에 각 교실에 가정용 에어컨이 추가 설치되었다.)이 돌아가고 있어서 쾌적한 공부환경을 만들어 주고 있었다.

점심 먹고 두 시간 가까이 비몽사몽하며 책장을 넘기고 있는데, 갑자기 청천벽력이 떨어졌다. 우리 학교 총장님이 들어오시면서, 단 두 명의 학생이 커다란 강의실 불을 다 켜넣고 공부한다고 불호령을 내리시는 것이다. 거기에 에어컨도 켜고 선풍기도 켜 놓았다고(이런 변명하자니 참 우습지만.. 중앙 에어컨은 내 의지로 켠 것도 아니고, 강의실 내 에어컨은 시설과 아저씨들이 테스트 한다고 켜놓고 나가신 것이고.. 그나마도 너무 온도가 낮게 설정되어있길래 한껏 높인 후 조금 더워서 선풍기로 환풍을 시키는 것이었는데...) 돈도 안 내면서 학교 다니는 것들(우리 학교 의학부는 6년 전액 장학금을 받는다.)이 돈 아낄 줄 모른다시며, 자신은 지금 예산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계신다고 소리를 지르셨다. 도서관에 가서 공부하라고 소리치시길래(우리 학교 분당학사 내 도서관은 자리가 겨우 40석이나 될까? 학생 수에 비해 무척이나 자리가 모자라다.) ㅤㅉㅗㅈ기듯 일어나 기숙사 방으로 올라와 버렸다.

학교 행정의 수장이자 대학 교육의 선봉에 서 계신 총장님이시니 학생들의 철없는 행동이 안타까워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윽박지르시기 전에 전후 사정이 어떻게 된 것인지 물어보셨으면 좋았을거고, 도서관 자리가 턱없이 부족한 현실을 개선시켜 주시기 위해 노력해 주시면 좋겠다. 혼낼 땐 혼내더라도 이러이러한 사정이니 절약하는 차원에서 도서관에서 공부하라고 타일러 주셨다면, 총장님 말씀 안 들을 학생이 있을까? 아니면, 어짜피 부족한 자리.. 강의실 하나만 에어컨을 사용하도록 하고 그 한 강의실에서 학생들이 시원하게 공부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행정적 조치가 있지 않은 것도 아쉽다.

더운 날 갑자기 불호령을 받으니 가슴이 벌렁벌렁 거린다. 그나저나, 공부해야 하는데, 혼나고 나니 공부할 마음이..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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