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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길 닿는 곳/태국

[무대뽀 태국배낭여행] 27일, 자유.. 팔자에 없는 쇼핑을?

2004.09.29 8:44 am



일어났다. 몸이 별로 안 좋다. 한참을 뒤척이다가 침대에서 나올 수 있었다. 한 달짜리 오픈 티켓이라 돌아갈 날도 며칠 남지 않았지만(9월 3일 인천을 박차고 나와, 최장기간 체류를 위해 10월 3일 제일 늦은 시간의 비행기로 돌아갈 예정이었다.) 아무래도 비행스케줄을 바꿔야할 듯 하다. 남은 돈을 계산해 보니 4천밧이 조금 넘게 남았다. 몸도 안 좋고, 없었던 일로 했던 호텔이 그리워졌다. 그래서 비행스케줄도 당기고, 호텔 바우쳐도 살 수 있나 알아보러 숙소르 나섰다.

사원 뒷 쪽의 여행사 몇 곳을 들어가서 1천밧 이하의 저렴한 호텔을 찾았더니 없었다. 타이호텔이나 킹앤아이 홈페이지에 가면 천밧 이하도 있고, 조금 넘는 호텔들도 많던데, 아무래도 현지 여행사들과 가격차이가 많이 난는거 같았다. 몇 군데 돌다다녀봐도 다 같은 요율표를 보고 있어서 오프라인으로 하는 것은 포기.

인터넷 하는 곳을 찾아가서 타이호텔과 킹앤아이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니 역시 저렴한 가격의 호텔들이 있었다. 당장 옮기고 싶은데, 인터넷으로 예약도 해야 하고 온라인 송금에 난관이 너무 많았다. 그냥 저렴한 곳에서 지내고, 호텔 바우쳐 살 돈으로 먹고 마시는 것에 조금 더 투자하고, 선물 사는 것에도 더 써야겠다.(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방콕에 있는 타이호텔이나 킹앤아이 사무실에 직접 방문해서 지불하고 바우쳐를 살 수도 있다. 그 땐 몰랐다.)

아무래도 에어컨 때문에 차고 건조한 곳에 있어서 몸이 좀 안 좋아진거 같아서(나름대로 민감한 편임.), 게다가 팬 룸이어도 별로 덥지가 않아서 팬룸으로 자리를 옮겼다. 차액 20밧은 먹는데 쓰자!! 자리 바로 옮기고서 드러누웠다. 좀더 누워있다가 몸 좀 괜찮아지면 나서야겠다.


2004.09.29 11:56 am



한참 누워있다가 정신 차리고 일어났다. 아직도 컨디션은 100%가 아니다. 머리도 좀 아프고, 속도 안 좋고, 전반적인 몸 상태가 안 좋다. 그래도 비행스케줄까지 당겼는데 이제 시간이 얼마 없으므로 힘들어도 움직여야겠다.

위만멕 궁전은 내일로 미루고 오늘은 월텟에서 쇼핑을 해보기로 마음 먹었다.(위만멕 궁전이 있는 두씻 공원 및 다른 박물관 입장권이 따로 있으나, 200밧짜리 왕궁 입장권 중 안 쓰고 남은 마지막이 위만멕 궁전 입장권이니 잘 보관하다 쓰면 된다. 구입일로부터 7일 동안 사용할 수 있다던가?) 속이 안 좋아서 아침 안 먹고 굶었더니 배가 고파서 디디엠에서 나가기 전에 백반을 시켜먹었다. 밥과 계란후라이, 김치와 반찬 두가지. 50밧에 이 정도면 괜찮은 식사였다. 밥 먹다보니 또 영화를 틀어두시길래 잠깐 보다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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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텟 가려고 탔던 511번 에어컨 버스의 안내양 언니. 어엇? Kore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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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의 가슴팍에는 너무도 선명한 태극기가 있었다. ^^




2004.09.29 1:22 pm



태국에 오자마자 여행 시작할 때 오고서 거의 한달 만에 월텟에 왔다. 오늘의 나들이 목적은 쇼핑!! 신세지고 갚아야 할 분들에게 선물을 사드리려고 나선 것이다.

우선은 나라야를 찾아갔다. 월텟 1층에 있다고 해서 한바퀴 돌다보니 금방 발견할 수 있었다. 지난 번에 왔을 때에는 안 보이더니.. 매장에 들어갔더니만 사람들이 무지 많고 상품도 다양했다. 한국사람들도 많이 있어서 물어보니 한국에 비해 많이 저렴한 것이라고 했다. 하긴, 거의 200밧(6천원) 이하에 해결되고, 가장 비싼게 4, 500밧 수준이니.. 어디 우리나라에서 100밧(3천원)짜리 나라야 가방을 살 수 있을까. 그래서 열심히 골라보려고 여기 기웃, 저기 기웃 하는데.. 매장 내에 남자들은 거의 없고, 그나마 여자를 따라온 사람들인데다가, 나처럼 혼자 와서 고르는 사람은 없었다. 너무 상품 종류가 다양하다보니 고르는 것도 힘들었다. 거의 자포자기 하는 심정으로 고르고 샀다. 선물로 가방 몇 개만 샀는데, 모두들 엄청나게 사간다. 열개는 기본인듯 하고, 자그만하긴 하지만 매장에서 쓰는 바구니가 가득 차도록 사가니.. 우리나라 사람, 일본 사람들도 많고, 의외로 서양사람들도 많았다.

와콜(wacoal)이라는 속옷 브랜드가 유명하다고 해서 찾아가 보았다. 월텟 중간에 있는 안내데스크에 물어보았더니 이세탄 백화점 2층이라고.. 가 보았더니 여긴 진짜 남자가 없다!! (@.@) 뭐가 뭔지도 모르겠고, 들어가면 안 되는 곳에 괜히 들어간 것 같기도 하고.. 한참을 구경(?)하다가 사이즈를 말하니까 선택의 폭이 매우 좁아졌다.(선택하기 쉬워져서 다행이라는 뜻!) 태국 사람들이 우리나라 사람들에 비해 체구가 작아서 그렇다고 들은거 같기도 하고.. 아무튼, 얼른 사고 황급히 나왔다.(얼굴이 화끈화끈)

잠시 앉아서 쉬다가 짐톰슨 매장에 가 보았다. 짐톰슨은 서양사람인데, 태국의 실크를 세계에 알린 사람이라나? 국립경기장 근방에 가면 짐톰슨의 집이라고, 생전에 그가 살던 집도 있다.(하지만 가보진 않았다.) 월텟에 있는 매장 중 가장 고급스러워 보이는 곳, 민소매티셔츠에 반바지 입고, 쪼리(이게 나의 태국여행공식(?)복장)를 끌고 들어가기에 상당히 거시기 했지만, 옷이 뭐 대수랴! 들어가서 잘 사주면 좋은 고객이지.. 하고 들어가 보았다. 겉에서 본 것처럼 안에도 예쁘게 잘 해 놨는데, 어른들 선물해 드리려고 넥타이와 스카프를 봤더니만 무려 1500밧!! 우리나라 돈으로 4.5만원짜리 실크 넥타이. 실크 스카프인 것, 태국에서는 알아주는 유명 브랜드인 것을 감안하면 비싼게 아닌데도, 돈 없는 배낭여행에 경비 아껴서 사가기는 많이 비샀다. 결국 눈길을 다른 곳으로 돌려 실크 손수건을 봤다. 솔직히 손수건은 면으로 된게 더 예쁘던데, 여기 짐톰슨 매장에까지 와서 면 손수건을 살 수는 없는 법. 과감하게 실크 손수건을 선택했다.(사실 가격차이도 100밧 정도였다.) 확실히 비싼 매장이라 그런지, 일본사람들이 아주 많았다. 비싸지만 역시 물가차이로 모두 다 극복할 수 있는 것인가. 한아름 사 가는 사람도 있고, 비싼 가방을 사가는 사람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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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텟에 있는 짐톰슨 매장에 걸려있는 짐톰슨의 사진(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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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톰슨 매장 내부. 나무와 타일로 꾸며서 아주 정갈하면서도 고급스럽다.(그만큼 비싸다. ㅠ.ㅠ)




태국 수공예품을 사러 길 건너 나라야판에 갔다. 태국의 수공예품은 보통 치앙마이에서 만든다던데, 내가 치앙마이에 갔을 때는 여행 초기라 부피가 크고 가지고 다니기 불편한 선물을 살 수가 없었다. 방콕에서는 짜뚜작 주말시장에 가면 좀더 저렴하게 살 수 있다는데, 뭐 대량구입할 것도 아니고 그냥 나라야판에서 벽에 거는 코끼리 머리 두 개와 책상에 올려놓을 작은 코끼리 하나를 샀다.


2004.09.29 4:53 pm



나라야판 바로 옆에 있는 빅씨에 왔다. 태국의 맛을 가져갈 수 없으니, 태국 특유의 맛이 물씬 나는 라면이라도 사볼까 해서 온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이 모자랄 수가!! 빅씨는 할인점이라 번들포장(5개, 10개 단위 포장)이 되어있는 것이다. 여러 종류로 조금씩 사려고 했던건데.. 그냥 매장 구경만 휘휘 하다가 4층에 올라갔다. 4층은 빅씨 푸드코트도 있고, 유명한 MK수끼, KFC랑 여러 음식점이 있다. 속이 100% 나아진건 아니었는데, 사람들이 밥 먹는 걸 보니 먹고 싶어졌다. 빅씨에서도 쿠폰을 사는건데, 마분콩이나 깔래와는 다르게 낸 돈만큼이 충전된 카드를 받아서 그걸 매장에 직접 내고 결제하는 시스템이었다. 사용은 마지막 충전일로부터 45일까지라나.. 아무튼 100밧 충전해서 음식 두 가지 시켜먹고, 태국식 빙수까지 시켜먹었다. 근데, 이 태국식 빙수가 얼음 갈은거에 이것저것 토핑을 얹고 마지막에 코코넛밀크를 뿌려주는뎅.. 코코넛 밀크는 전혀 입맛에 맞지 않았다. -_-a 치앙마이에서 요리학교를 갔을 때도, 앙코르왓에서도, 지금 빅씨에서도..


2004.09.29 6:05 pm



숙소가는 버스를 타려고 빅씨 앞 버스 정류장에 섰다. 생각해 보니 월텟으로 올 때 빅씨 앞에서 내렸으니 월텟 앞에서 타야겠다는 생각에 길을 건넜다. 73번 버스던가.. 버스 번호는 중요하지 않고, 그냥 방람푸/카오산로드 가는 방향 맞냐고 물어봤는데 길 건너서 타야한다고 알려주는게 아닌가. 의아해 하면서 길을 다시 건너갔는데, 갑자기 비가 엄청나게 쏟아지기 시작했다. 월텟 앞 길은 양방향 모두 꽉 막혀서 움직일 생각을 안 하고, 비는 억수같이 쏟아지니 오는 버스에 올라 방람푸/카오산로드 가냐고 물어볼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한 20분 즈음 지났을까? 비가 조금 잠잠해졌고 월텟에 올 때 타고 왔던 511번 버스가 오길래 올라가서 방람푸 가냐고 물어봤더니, 아니란다. 으으~ 73번 버스 언니이이~~!!! 길 건너서 511번 타라고 친절하게 알려주었다.

길을 바로 건너고 싶었지만 비가 계속 쏟아져서 바로 움직일 수 없었다. 게다가, 오늘 잔뜩 쇼핑한 것을 들고 있으니 움직이기도 힘들고, 선물로 산건데 젖으면 안 되지 않은가. 또 10여분 비가 잠잠해지기를 기다렸다가 길을 건너갔다.

학수고대를 하면서 있어도 511번은 오지 않았다. 그나마 차가 엄청 막혀서 버스가 정말 천천히 지나가서 매번 헬로우태국의 버스노선표를 보면서 대조해 볼 수 있었다. 아무튼, 이런 노력에도 방람푸에 가는 버스는 안오고.. 비를 피하려고 서 있던 곳에 일본인 두 사람이 와서 같이 있다가 그 사람들이 79번 버스를 타러 가버리는 것이었다. 옹? 79번은 헬로우태국에 아예 노선 안내가 안 되어있는데..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어 가서 물어봤더니 방람푸 간다고 했다. 영어로 쓰여있는(신형 에어컨버스에는 영어로 노선이 많이 붙어있다.) 행선지에도 민주기념탑, 삔까오다리가 쓰여있었다. 오오~ 드디어 탔다. 숙소 가는 버스!

어제에 이어 오늘도 꼬인다. 어제는 수상버스를 너무 많이 타고 올라가서 문제가 되더니만, 오늘은 갑자기 비가 쏟아진데다가 차도 엄청나게 막히고.. 선물 산 걸 들고 낑낑데고 있으니까 앉아있던 태국인이 받아서 자기 다리 밑에 놔 주었다. 오오~ 고마워라. 우리나라만 이런 문화(?)가 있는 줄 알았더니 태국사람도 그러네.

버스는 별로 갈 줄을 몰랐다. 이거 주차장인지, 도로인지.. 정말이지 우리나라 명절의 민족대이동 한 가운데에 있는 것만 같았다. 그러다보니 내리는 사람도 없고, 자리는 안 나고.. 저녁 먹기 전부터 허리도 아프고, 다리도 아프고 힘들었는데.. 하지만, 쥐구멍에도 볕들 날이 있다던가! 꼬이기만 하던 것이 펴졌다. 바로 앞에서 짐 받아주었던 사람의 옆사람이 내릴 준비를 하는 것이다!! 마치 구세주를 만난 듯, 얼마나 기뻤는지.. 그 사람이 내리자 낼름 그 자리에 앉았다.

피곤했는지 자리에 앉자마자 정신을 잃고서 한참을 잤나보다. 한 30분은 잔 모양인데, 길은 아직도 꽉 막혀있고.. 어딘지 주위 사람들에게 물어보고도 싶었지만, 때 되면 도착하겠지.. 라고 생각하고 기다렸다. 그러길 30분. 겨우 저~~어기 앞에 민주기념탑이 보였다. 방람푸에 가고 있기는 하구나.. 했는데, 어느 새 일본사람들은 내리고 없었다. 아마도 카오산에 갈텐데, 차가 너무 많이 막혀 걸어가기로 했나보다. 짐도 있고, 비도 오락가락해서 내려 걸어가기엔 조금 멀어 그냥 더 기다렸다.

싸남루앙 바로 전 정류장에서 내렸다. 휴우~ 드디어 오긴 왔구나. 그런데, 싸남루앙 쪽에서 확성기로 무언가를 소리치는 소리가 들렸다. 길 건너면서 보니 사람들도 모여있는 것 같고.. 이래서 차가 많이 막힌건가? 비도 한 몫 한 듯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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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남루앙 앞, 삔까오 다리 아래 쪽에서 길을 건너며 찰칵~!



2004.09.29 8:45 pm



빅씨에서 나와 근 세 시간이 걸려 숙소에 돌아왔다. 휴우~~


2004.09.29 10:23 pm



디디엠 사장님께서 한국 사람들과 함께 추석연휴 마지막 날(이라 해 봐야 여기 태국에선 아무 상관없는 날이지만..)을 그냥 보내기 아쉽다고 하시면서 노래방에 가자고 하셨다. 혼자 댕기느라 심심하던 적이 많아서 오랜만에 노래도 불러볼 겸 간다고 했다.

한국 노래방 뿐만 아니라 한국인 업소가 몰려있는 수쿰윗으로 택시를 타고 갔다. 카오산에서부터 70밧 조금 넘게 나오던데.. 정말 한인상가타운이 있어서, 건물 하나에 거의 모두 한인상가가 가득했다. 시간이 늦어서 그런건지, 추석연휴라 그런건지 아무튼 대부분 문을 닫고 있었고, 우리는 노래방을 찾아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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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쿰윗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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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콜노래연습장!(특정 업체 광고 아님. ^^a) 태국에서 한글을 만나다니..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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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한인상가. 한인들이 운영하는 상가들이 모여있다.




이 얼마만에 와보는 노래방인가. 한국에서도 거의 안 갔었는데 말이다. 2004년 9월 최신곡까지 들어있는 노래방 기계, 물론 그런 최신곡을 알리가 없지만, 국경을 뛰어넘어 타국에서도 한국노래를 부를 수 있다는 것이, 촌스럽게도 신기했다. 처음엔 서로 빼느라 바쁘더니, 나중에는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선곡해서 예약해 놓고 노래가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특히 디디엠 사장님의 열정 가득한 노래는 정말이지 잊혀지지 않는다. 사모님의 '남자는 여자를 귀찮게 하네'도 좋았다. 가슴이 팍팍 찔리는 가사..
한 시간이었지만 서비스 30분까지 포함해서 90분이나 노래를 부르고 나왔다.(끝나기 전에 시간 더 넣어주시려는 걸 그만 해 달라고 말렸다.) 한국 노래를 부르고 나니 고향땅에 대한 그리움이 좀더 커지는건가? 얼른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오늘의 지출



04/9/29 음료수 -17.0

04/9/29 인터넷 -27.0

04/9/29 전화 -10.0

04/9/29 디디엠 1박-팬룸 -80.0

04/9/29 물 -10.0

04/9/29 디디엠 백반 -50.0

04/9/29 에어컨버스 -8.0

04/9/29 나라야 -735.0

04/9/29 와콜 -674.5

04/9/29 짐톰슨 -1,720.0

04/9/29 나라야판 코끼리 -680.0

04/9/29 돼지고기스테이크와 볶음밥 -60.0

04/9/29 태국식 빙수 -15.0

04/9/29 아이스티, 스프라이트 -50.0







오늘 쓴 돈: 4136.5밧

환전한 돈: 0밧

남은 돈: 1360밧

누적 지출: 32000밧 (1185.85밧/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