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발길 닿는 곳/필리핀

[필리핀 봉사활동] 12일.. 휴일은 해변에서~

2000년 7월 9일 일요일

오늘은 NVC 총장님이신 Linda Fernandes Quimpo씨의 별장에 놀러가기로 했다. 별장은 Kalibo 근교의 해변에 있다고 했다. 아침에 일어나 간단히 식사를 하고 점심에 먹을 불고기와 김치, 식기 등을 챙기고 차에 올랐다. 두 차에 나누어 별장으로 향했다. 까노에서 한참을 달려 산 넘고 물 건너서 겨우 도착했다.

별장은 으리으리한 그런 것이 아니었다. 보통 집처럼 생긴 수수한(?) 별장이었다. 우선 짐을 대강 풀고 점심 준비를 시작했다. 우리가 준비해 온 양념에 재워놓은 불고기도 커다란 솥에 넣고 익혔다. 옆에서는 벤쥐(Benjie)가 명섭이 말로는 우리 나라에서 매우 귀하다는 조개를 숯불(여기서는 숯불도 야자 열매로 만든다. 야자 열매로 별걸 다 한다.^^)에 굽고 있었다. 이미 총장님댁에서 준비해 오신 음식들이 있었다. 아기 돼지 통바베큐도 있었다.

한국에선 보기 힘든 아기돼지 바베큐



점심을 아주아주 맛있게 먹은 후 수영복으로 갈아입었다. 방이 두 개 있었는데 밖에서 보일까봐 화장실을 들어갔더니, 오.. 이론. 방을 양쪽에 두고 화장실이 가운데에 하나가 있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양쪽 방에 문이 하나씩 있는데 열고 들어가면 똑같은 화장실이 나오는 것이었다. 음.. 어쩔 수 없이 볼테면 봐라 하고 수영복으로 갈아입었다.

오늘도 비가 왔다갔다 한다. 그 동안 놀러 딱 두 번 움직였는데(보라카이섬과 이 곳 별장), 움직일때마다 비가 오락가락 한다. 오늘도 출발할 때에는 날씨가 좋았는데, 별장에 도착할 때쯤 되니까 가는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미 필리핀 생활에 익숙해져 이 정도 비쯤이야 하면서 해변으로 나갔다.

지난 주말에 갔었던 보라카이는 새하얀 모래사장이 있었는데, 이 곳은 거의 검은 빛을 띠는 모래사장이 있었다. 물은 역시나 바닥이 다 보이게 맑았다. 한참을 우리들끼리 물놀이도 하고 수영도 했다. 잠시 후 총장님의 아들 중 한 명인 Michael과 그의 사촌 Raymond가 들어와서 같이 놀았다.

비가 왔다갔다 하는 날씨 속에서 물 놀이를 했더니 체온을 빼앗겨서 그런지 몸이 으슬으슬 떨리기 시작했다. 그럴 때면 더욱더 재미있게 놀면서 시간을 보냈다.

별장 앞에서 기념촬영도 하고..



좀 추워지는 듯 해서 해변으로 나오고 있었는데, 옷.. 그 동안 못 보던 사람이 해변이 서 있는 것이었다. 바로 경민이였다. 시험을 보고 오느라 오늘에서야 혼자 오게 된 것이었다. 불쌍한 것... 혼자서 그 먼 길을 오다니. ^^; 오자마자 짐만 까노에 내려놓고 바로 별장으로 온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우리가 아니지. 경민이를 기어이 끌고들어가 바닷물에 던져 넣고 말았다.

뒤늦게 합류한 경민이와 함께~



한참을 놀다보니 해가 어느 덧 많이 기울어져 있었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별장으로 돌아왔다. 샤워를 하려고 했더니 방 사이에 껴 있는 그 놀라운 화장실에는 물이 나오지 않는 것이었다. 그래서 별장 뒷쪽에 있는 샤워실(^^)에서 샤워를 할 수 밖에 없었다. 먼저 여학생들이 하고 나왔다(아주 좁은 공간이어서 두 명 정도씩 들어가서 샤워를 했다). 내가 들어가보니, 오잉... 수도가 아니라 수동 펌프가 있어서 그걸로 물을 한 양동이 퍼 내고 사용하고, 다시 물 퍼서 사용하는 식이었다. 혼자서 열심히 물을 퍼서 샤워를 하고 나왔다.

해가 이제 지평선을 넘어가기 시작했다. 그 동안 못 찍었던 사진을 찍었다. 삼삼오오 모여서 별장을 중심으로 여기 저기 돌아다니면서 사진을 찍었다. 총장님과도 같이 모여 사진을 찍었다.

사진 촬영의 시간을 갖고 바로 저녁 식사를 했다. 벌써 해가 넘어가서 주위는 칠흙처럼 어두워지고 있었다. 전기도 들어오지 않아서(필리핀에서는 정전이 매우 자주 된다), 촛불을 켜고 식사를 했다. 그랬더니 또 다른 멋이 느껴졌다.^^

식사를 마치고 뒷 정리를 하고 집으로 향했다. 즐거운 일요일이었다. 날씨가 조금 더 좋았더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