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광고 모금 캠페인

2000년 7월 8일 토요일

오늘은 토요일이다. 공식적으로는 아무런 스케줄이 없지만, 예전에 의논한 것처럼 우리가 가서 봉사활동을 하는 탁아소 중 한 곳에 페인트칠을 해 주기로 했다.아침에 일어나서 식사하고 샤워를 하고 바로 나갔다. 지푸니(우리 나라의 다마스같은 작은 화물차의 화물칸을 개조하여 사람이 탈 수 있는 모양을 한 지푸니도있다. 지푸니를 이용하다보니 몇 번 같은 차를 타게 되었는데, 그 기사 아저씨가 우리들을 너무나 좋아해서 거의 우리 전용 지푸니가 되어버렸다. 물론 차가 작아서 전원이 타지는 못하지만, 몇 명이 움직일 때에는 아주 좋다.)를 타고 그 탁아소로 갔다. 미리 혁준이형이 페인트와 사포 등을 사 두어서 바로 작업에 들어갔다.

탁아소는 매우 작았다. 건물 평수만 약 15평 되려나?(더 작을지도..) 거기에 그네만 하나 달랑 있는 놀이터가 전부였다. 건물에 전부 다 칠하는 것은 시간도 많이 걸리고 다시 금방 더러워질 것 같아서, 창문에 붙어있는 방범창을 칠하기로했다. 방범창은 창문 앞에 붙어있는데, 오래되어서 녹도 많이 슬어있었고 칠도 많이 벗겨져 있었다. 명섭이와 한 조가 되어서 방범창 하나를 맡고 사포로 녹을 벗기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어려운 작업이었다. 바람이 조금씩 불어서 좋긴 했지만, 벗겨낸 녹 가루들이 날라다니고, 몸과 얼굴과 팔에 마구마구 떨어졌다. 숨쉬는 것도 힘들 정도였다. 가기 전에는 쉽게 녹을 벋겨 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너무 힘들었다. 날은 시간이 갈 수록 더워지고 땀은 비오듯이 흐르기 시작했다. 한 두 시간 쯤 지나서 사포질을 멈추고 잠시 쉬었다.

그 때는 바로 점심시간. 원래는 오늘 저녁에 이 지방에서 건설업을 하는 중국인집으로 초대 받아 가기로 되어있었다. 하지만 그 초대가 취소었다. 그런데 알고보니 오늘 페인트 칠을 해 주고 있는 그 탁아소를 바로 그 중국인이 지어준 것이었고, 바로 그 앞에 그 중국인의 집이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 중국인이 점심을 직접 대접하지는 못하지만, 먹을 것을 보내주기로 했다는 것이었다. 바야흐로 점심시간이 되어서 보니 졸리비(Jolly Bee)에서 사온 닭고기 세트(닭고기 1개, 밥 하나, 소스, 콜라)가 있었다. 아이스크림도 있었는데 그냥 두면 녹을까봐 다시 그 중국인집으로 가져가면서 식사를 하고 잠시 방문해 달라고 했다. 졸리비 닭고기 세트를 잘 먹고 그 중국인 집에 방문했다. 이곳도 다른 동남아시아 지역과 마찬가지로 화교들이 경제권을 꽉 잡고 있다고 했다. 그 분의 환대를 받으며 집으로 들어가서 거실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준비되어있던 아이스크림(아이스크림마져 망고맛이 있었다. 바닐라도 있었고...)을 먹었다. 그러고 보니 필리핀에 도착한 후 그곳에서 텔레비젼을 처음으로 봤다. 알고봤더니 필리핀에는 텔레비전을 아무나 가지지 못한다고 한다. 그리고 제대로된 방송국이 없어서(라디오 방송국은 매우 많다) 텔레비전은 모두 위성 TV였다. 그래서 우리 나라 방송도 나왔다. ^^ 아이스크림을 먹고 나머지 작업을 하기 위해 인사를 드리고 바로 일어났다.

오후 작업은 더 힘들었다. 사포질을 대강 끝내고 드디어 페인트칠에 들어갔다. 색은 이쁜 노란색. 방범창 구석구석을 칠하기 시작하는데 문제가 발생했다. 바로 방범창에 미관을 위해 만들어 놓은, 그러니까 믿믿하게 일자로 된 프레임만 있는 것이 아니라 프레임을 구부려서 만들어 놓은 포인트(?) 같은게 있는 것이다. 그래서 가지고 있던 붓으로 그 곳을 칠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그래서 혁준이형이 좀더 작은 붓을 사왔다. 내가 작은 붓을 들고 그 칠하기 어려운 부분을 맏고, 명섭이는 큰 곳을 칠하기 시작했다. 한 시간 정도 칠하다 보니 페인트가 뻑뻑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다시 혁준이형이 신나를 사러 다녀왔다. 사온 신나를 보니까 'Thinner'라고 쓰여있는 것이 아닌가. 신나, 신나라고 말했었는데, 신나가 페인트를 희석한다는 의미의 이름이었다는 걸 그 때서야 알았다. 이제는 신나를 적절히 섞어가면서 페인트칠을 했다. 아무래도 전문가가 아니다보니 미숙해서 붓자국도 생기고, 정신집중하여 페인트칠을 하다가 손과 몸은 물론이고 옷에도 페인트가 묻고, 심지어 머리카락에도 묻어서 오늘 이곳에서 페인트칠을 했던 사람들은 모두 머리가 노랗게 되어버렸다.

그 따갑던 태양이 뉘었뉘었 넘어가는 시각이 되어서야 방범창 페인트칠이 끝날 수 있었다. 그런데 페인트가 조금 남아서 탁아소의 대문과 유일한 놀이기구인 그네도 노랗게 칠해주었다. 이렇게 페인트와 땀으로 범벅이 된 우리는 연신 감사하다고 말씀하시는 탁아소 선생님을 뒤로 하고 트라이시클로 집에 돌아왔다.

우리의 땀으로 완성한 페인트칠



하루종일 페인트 칠하느라 힘이 다 빠진 우리 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