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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잡담

非 MS 진영을 넘보기 - Mozilla Firefox 설치

오늘 막 설치한 Mozilla Firefox 1.0.4



내가 처음으로 컴퓨터라는 것을 만져보았던 때가 아마 초등학교 3, 4학년 즈음이었던 것 같다. 무지하게 비싼 학원비를 들여 컴퓨터 학원에(그것도 동네에는 없어서 학원 버스를 타고 3, 40분은 가야 나오는..) 가서 배우기 시작했는데, 아직도 기억나는게.. 한 1주일 동안은 ABCD.. 가나다라.. 이거 타이핑 연습만 했던 것 같다. 뭔지도 모를 기종에 Green Display. 한 달을 다 채우지 못하고 컴퓨터를 그만 두었던 것 같다.

저 때는 전주에 살 때였고... 서울로 이사와서 5학년 때인가 6학년 때 우리집에도 퍼스널 컴퓨터를 들여놓게 되었다. 그 때는 인터넷 가격비교니 이런 것도 없어서 직접 발품을 팔았어야 했는데, '전자제품이라면 용산'이라는 절대적 공식이 성립하던 때라 온 식구들이 용산으로 총출동 했다. 선인이니 나진이니 이런 곳은 알지도 못 했고, 전자상가를 돌고 돌다가 가격대 성능비가 나아보이는 현대전자의 퍼스널 컴퓨터를 골랐다. 거기에 기본 메모리는 512kb가 아닌 무려 640kb로 업그레이드!! 남들은 5.24 inch FDD를 하나 달 때 우리 집 컴퓨터는 두 개를 달았다!!! 게다가 Herculis 호환 그래픽 카드까지~!!

그렇게 나와 MS의 만남은 시작되었다. 그 현대전자 컴퓨터로 주로 게임만 하던 시절에도 OS는 MS-DOS였다. 그 현대전자 컴퓨터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한 동안 우리집에 컴퓨터가 없다가, 내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대학은 떨어지고.. ㅠ.ㅠ) 동네 도서관을 드나들면서 다시 만났던 PC의 OS는 당시 선풍적인 GUI 환경을 제공하던 Windows 95 였다. 그 이후 컴퓨터를 사고 Windows 98, 2000, XP 까지 사용해 오고 있다.(Windows ME는 누가 쓴다면 도시락 싸들고 다니며 말리고 싶은 OS이다. MS 최고의 실패작)

작년부터인가, MS를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실천하게 되었다. 그 동안에도 컴퓨터 사용자들 사이에서 자조적으로 들리는 MS에 대한 푸념과 비판 등을 익히 들어왔지만, 행동하지 않고 그냥 MS에 머물렀다는 것과는 조금 다르다 하겠다. 내가 맥을 사용하고 있는 것도 이런 非 MS 진영에 대한 MS 진영에서의 도피로 생각해 볼 수 있겠다. 근본적으로는... 주류에서 벗어나 비주류로 살아보고픈 내 의지의 발로이겠다.

맥을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내가 얼마나 MS 안에 같혀 살았는가를 알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국내에서는 MS만 사용하는 사람들이 거의 대다수일 것이다. 나도 그랬었다. 그래서 MS적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어서 처음에 맥을 사용할 때 많이 다른 것에 힘들었다. 하지만, MS적 사고방식을 버리니 쉽게 맥에 적응할 수 있었다. 그러고 나니, IBM 호환 PC가 예뻐보이지 않게 되었다. MS에서 나온 맥용 어플리케이션들도 있다. Office나 MSN Messenger, Windows Media Player 등이 다 맥용으로 있다. 처음에는 이것들을 모두 설치해서 사용했으나, 지금 내 맥에는 MS 관련 어플리케이션들이 하나도 없다. 심지어 웹브라우져에서 wma나 wmv를 재생해 주는 플러그인도 설치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정말 쾌적한 컴퓨팅을 보여준다.

맥에서도 사용하고 있는 Mozilla Firefox를 드디어 오늘 IBM 호환 PC에도 설치했다. 사실, 맥 OS X Tiger를 사용하면서 내장 웹브라우져인 Safari가 워낙 좋아져서 많이 밀리고 있는데, 밀리는 만큼 IBM 호환 PC에서 사용해 주려고 설치했다. 처음 설치하니가 MS IE의 주요 설정들을 그대로 가져왔다. 아직까지는 내가 방문하는 웹페이지에서 문제되는 곳이 없다.

앞으로 내 IBM 호환 PC에서의 주 웹브라우져로는 Firefox를 사용하게 될 것이다. OS도 바꾸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