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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길 닿는 곳/태국

[무대뽀 태국배낭여행] 12일, 자유.. 길 위에서 하루종일

2004.09.14 6:31 am



일어났다. 왜 침대에 가로로 누워 자고 있었을까? -_-;; 침대의 쿠션은 일반적으로 게스트하우스 침대 수준이 다 그렇듯 담요 몇 장 깔아놓은 수준이었지만, 둘이서 자기엔 충분한 크기였다.

얼른 샤워하고 가방정리를 다시 한번 했다. 빠진게 없음을 확인하고 나가서 밥을 시켰다. 장거리 이동인데 굶고 갈 순 없지 않은가. 40밧 짜리 볶음밥이었다. 30밧 짜리 볶음밥에 파인애플, 땅콩, 롱빈 등이 더 들어있어 아주 맛있었다. 게다가 양도 많았다. 어제 점심은 실수로 적게 줬나보다.

양치질하며 최종점검을 하는데, 아저씨께서 같이 갈 사람이 기다린다고 하셔서 허겁지겁 나왔다. 아저씨께 방 열쇠 반납하고, 아침식사비 지불해 드리고, 차에 가방을 넣고 탔다. 이런!! TR 아저씨가 운전하시는게 아니라 거기서 일 하시는 다른 아저씨가 운전을 해주었다. 아아~ 아저씨와 아주머니께 고맙다는 인사를 꺼내지도 못했는데.. 귀여운 딸아이에게도 빠이빠이 못 하고.. 대신에 TR 자랑을 무지 많이 하며 여행해야겠다.




2004.09.14 7:30 am



수코타이 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내리자마자 바로 정부 운영의 에어컨2등 버스를 199밧 주고 샀다. 그런데 뭔 티켓을 이리도 많이 주는걸까? 무려 여섯장이 한 묶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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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행 에어컨버스. 수코타이에 올 때보다 낫다. 1열 4인 좌석.




버스가 출발했다. 다행히 기사아저씨가 단어 수준의 영어를 구사하신다. 그럼 어떤가. 서로 의미만 통하면 되지.

이로써 짧았던 역사도시 수코타이 방문이 끝났다. 우리 옛 시골 마을 같은 푸근함이 느껴지는 곳, 영어가 잘 안통하는게 매럭적인 곳, 영어를 몰라도 손짓발짓으로 알려주는 아주머니들이 있는 곳, 이런 곳을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역사공원 가는 썽태우에서 외국인을 보고 수줍게 웃던 여학생의 얼굴, 역사공원에서 자전거 타고 지나기는 외국인을 향해 손 흔들며 Hello~!를 외치던 소년들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왜 그 때 그 장면을 사진으로 남길 생각을 못 했을까? 머릿속에 깊이 세기고 싶어서 그랬을까?

방콕까지 6~7시간은 걸린다던데.. 흐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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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수코타이의 썽태우. 무지 오래된 트럭을 개조한 듯 하다.






2004.09.14 8:00 am



버스가 길 옆에 멈춰섰다. 사람들이 기다리다 여럿 올라타는걸 보니 정류장인가보다. 그래도 어제 치앙마이에서 타고 왔던 완행버스보다는 덜 정차하겠지?

길을 달리는데 차창 밖의 풍경이 너무 아름다웠다. 방콕, 치앙마이, 수코타이, 아유타야, 깐짜나부리, 푸켓, 꼬피피, 꼬싸무이 등등 유명한 관광지에만 외국인들이 갈텐데, 이렇게 중간에 이름모를 태국 마을은 어떤 곳일까? 맑은 하늘만큼 내 마음도 편안해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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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






2004.09.14 9:12 am



두어번 자다 일어났더니 버스 안이 승객으로 가득 찼다. 배낭을 두었던 옆 자리도 한 태국 아저씨에게 내어 드렸다.




2004.09.14 10:39 am



한 휴게소에 도착했다. 기사 아저씨에게 물어보니 약 20분간 쉰다고 했다. 즉, 밥 먹을 시간인 것. 우선 급한 일을 해결하고 태국사람들이 뭘 먹나 살펴봤다. 국수도 괜찮아 보였지만, 그 동안 먹어보지 못했던 것을 먹어보고자 덮밥 한 종류를 시켰다. 다행히 퍼주는 언니가 영어를 조금 할 줄 알아서 치킨은 그 동안 많이 먹어보았으므로 포크 달라고 했다. 돼지고기를 살짝 튀긴 건지 바삭했다. 매콤하기도 해서 입맞에 맞았다.

밥 먹고 나서 콜라와 과자를 샀다. 치앙마이에서 트레킹 할 때 러시아 친구로부터 얻어 먹었던, 우리나라의 강정 비슷한 것(인데 더 넓고 납작했다.)이었다. 무려 35밧. 너무 달아서 몇 개 먹다 말았다. 비싼 거니까 아껴먹어야지.

얼마 안 가서 또 터미널에 들어갔는데(어딘지는 당연히 모른다. 제발 방콕으로 가 주기만을 바랄 뿐), 몇 명이 내렸다. 옆에 앉아있던 아저씨가 다른 자리로 가길래 얼른 그 자리에 앉았다.




2004.09.14 2:11 pm



방콕에 들어왔다. 돈므앙 등의 이정표가 보이는 걸로 봐서 방콕 북부인가보다. 그런데 비가 오기 시작한다. 이 놈의 비, 치앙마이에 떨어뜨려놓고 온 줄 알았던 비가 따라온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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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에 들어와서 보이는 국내기업의 광고. 벤츠폰이란 별칭이 있는 핸드폰이다.
(이 사진은 특정 기업과 관련 없음. 그냥 보이기에 찍은 것임. ^^)






2004.09.14 2:36 pm



터미널에 도착했다. 근데 북부터미널에 내려주는 줄 알았는데, 보니까 알고 있는 모칫역 근처의 북부터미널이 아니다. 처음 보는 곳인데... 아니다!! 사람들을 따라나오니 익숙한 모습이 보였다. 북부터미널!!!

카오산 가는 버스를 물어보니 3번 버스라는데, 에어컨버스가 아니였다. 에어컨버스는 기다렸다 타라던데 잠시 고민하다 언제 타보나 싶어서 그냥 일반버스를 탔다. 차장 오빠에게 물어보니 카오산 가는거 맞다고 했다. 영어도 잘 하고 멋져!! 요금은 겨우 4밧이었다. 에어컨버스는 10여밧 나왔을텐데...

근데, 솔직히 에어컨버스 탈걸 하는 후회가 들기도 한다. 길이라도 막혀서 차가 서있으면 전혀 시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버스를 타니까 비는 멈추었다. 아니라면 국지적인 비였을 것이다. 이렇게 날씨가 잘 도와주니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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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버스의 내부. 많이 낡았고, 바닥은 나무판!! (@.@)
그래도 가장 저렴한 운송수단이다. 태국사람들은 땀 한 방울 안 흘리고 잘 타고 간다.







2004.09.14 4:05 pm



으아~~ 장장 한 시간 반의 시내여행(원하지는 않았지만..)을 하고서야 방람푸에 올 수 있었다. 분명 카오산 지나가는 것 같았는데, 차장 오빠가 왕궁 앞 쪽에서 내려주었다. 뭐, 그래도 Thank you. 하고서 내렸다.

갑자기 쏟아지는 비!! 배낭 커버를 안 벗기고 있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산 쓰고 카오산을 찾기 시작했다. 커다란 길을 몇 번이고 건너야 하는데.. 이거 건널 수 있을까낭. 태국 현지인조차 시도하지 않는 삐까오 다리 및 대로를 건너기 시작했다!! 빗 속을 헤치며 건너니 역시 카오산 바로 앞이 맞았다. 우선은 홍익인간을 찾아갔다. 으아~ 한국사람이다. 주인 아주머니(맞겠지?)에게 안녕하세요! 인사하고서 꼬따오해 조인트 티켓을 400밧 주고 구입했다. 저녁 8시에 출발이라니까 그 동안 조금 쉬고 돌아다닐 수 있게 되었다.




2004.09.14 4:29 pm



비가 조금 그치질 기다렸다가 홍익인간을 나섰다.10밧 라면집을 찾아서 허기를 채워볼까..

홍익인간에서 사원을 끼고 나와 짜이디호텔 가는 길 왼쪽 골목으로 들어가면 있는 걸 찾았는데!!! 10이란 숫자와 함께 일본어가 쓰여있는 걸로 봐서 10밧 라면집이 맞는 모양인데, 문을 안 열었다. 오늘 문 닫는 날인건지, 아직 밤이 아니라 안 열은건지, 아무튼 문을 안 열었다. 그래서 1주일 전 카오산에서 먹은 볶음국수(팻타이)를 먹고 싶어 짜이디호텔을 지나 귀금속점 앞으로 갔다. 다행히 노점들이 있었는데, 그 때 먹었던 아저씨의 노점은 없었다. 게다가 그 아저씨는 10밧짜리였는데, 오늘 노점들은 모두다 15밧!!(담합이라도 한걸까?) 그래도 바로 만들어주는 볶음국수만의 매력에 15밧짜리 하나 사 먹었다. 따끈한 볶음 국수의 맛~!

집에 잠시 전화를 하고 카오산로드 끝에 있는 버거킹에 가 앉았다. 역시 My Favorite Burger!! 먹지는 않고(100밧짜리 식사는 이제 못 하겠다!) 2층에 올라가 점원들의 눈을 피해 시원하게 앉아있었다. 화장실도 공짜로 이용하고 얼마나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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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거킹에서 본 카오산 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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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오산 로드 끝에 있는 버거킹 2층. 시원하게 쉬었다 갈 수 있다. 화장실도 이용하고..






2004.09.14 5:25 pm



비타민 보충을 위해 파인애플을 또 한 봉지 사 먹었다. 역시나 맛있는 파인애플, 태국에 와서 가장 많이 먹는 과일이 되어버렸다.

홍익인간에서 코랄 다이빙을 신청해야겠다고 생각하고는 아저씨에게 자세히 여쭈어보았다. 처음 다이빙 하는 사람이 해야 하는 오픈워터 코스가 8500밧에 코스 참가 시 1박 300밧(팬룸). 돈 무지하게 깨질것 같다. 게다가 신용카드로 결제하려고 했더니만 카드 수수료를 많이 내야 한다고, 차라리 현금 서비스 받아 하는게 더 낫다는 것이 아닌가. 이런이런!! 다이빙을 하게 되면 카드 결제 하려고 생각하고 환전을 해 왔는데, 아무래도 예산이 오버되는 것은 물론 돈도 모자라게 될 듯 하다. 하루 500밧으로 살기는 아마도 실패하게 될거 같다. 꼬따오에 가서도 현금결제가 낫다고 해서 아예 200달러 환전을 하기로 하고, 환전소에 갔다. 200달러를 바꾸니까 4천 1백밧 정도.. 치앙마이에서보다 환율이 조금 나쁘다. 100밧 쯤 덜 받았다.

(나중 이야기지만, 직접 가서 등록해도 된다. 그리고 카드 수수료는 3%. 그리 비싼게 아니었다.)




2004.09.14 6:15 pm



홍익인간으로 돌아가는 길에 코랄 다이빙 사무실이 있어서 들어가 보았다. 한 사람은 일본인이던데 일본인과 상담 중이었고, 나머지 현지인있듯한 아저씨가 혼자 계시길래 상담을 받아 보았다. 코랄 사무실 아저씨 답게 다이빙 코스 자랑에 여념이 없으셨다. 홍익인간에서 들은 것과 같은 조건으로, 오픈 워터 8500밧, 코스 참여하면 숙박이 팬룸 1일당 300박, 거기에 식사는 불포함.. 한번 해 보기로 맘 먹은거긴 한데, 돈 무지하게 깨질것 같다. 아무튼, 같은 조건이면 한국인 도와주자는 생각에 홍익인간에서 예약하기로 했다.




2004.09.14 6:45 pm



홍익인간 왔더니 아주머니께서 두리안을 권하셨다. 그 동안 한번 먹어볼까 하다가 비교적 비싼 과일(보통 다른 과일은 한 봉지에 10~20밧이지만, 두리안은 한 개 단위로는 비싸고 조각내 파는 한 조각이 30~40밧을 뛰어넘는다.)인데다가 과일의 제왕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냄새 또한 고약하다고 해서 한 번도 못 먹어본거라 네~! 하고 한 덩이 낼름 받았다. 한 입 베어물었더니, 물컹~! 한게 뭐라 표현하기 힘든 그런 맛과 향이었다. 그래서도 명성만큼 아주 많이 이상하진 않았다. 아주머니께서 이게 적당히 익어서 그런건데, 푹 익으면 아주 고약해진다고.. 두리안은 그 향이 너무나도 독특하여, 일반적으로 호텔에는 반입금지이다. 주의요망!

홍익인간에 와서 코랄다이빙 예약을 했다. 8500밧 중 10%인 850밧을 여기서 지불하고, 나머지 7650밧은 꼬따오 가서 지불하면 된다.




2004.09.14 7:33 pm



홍익인간에서 틀어놓은 영화 보면서 쉬고 놀고, 도미토리도 구경해 보았다. 에어컨 도미토리는 100밧, 선풍기 도미토리는 70밧이라 했다. 올라가보니 치앙마이나 수코타이에서의 환상작인 숙소를 기대할 수 없었다. 화장실과 샤워실이 좀더 깨끗해도 좋을텐데.. 꼬따오 다녀와서 다른 곳도 좀더 살펴보고 방콕의 거처를 정해야겠다.

홍익인간 아저씨께서 물 한 병과 삶은계란 두 알을 주셨다. 소금까지 챙겨주시고.. 버스는 물어보니까 VIP버스 같은거라고 사진을 보여주셨다. 담요까지 제공된다니 정말 좋다!! 다음에도 잘 살펴보고 여행사 버스를 이용해야겠다.




2004.09.14 8:30 pm



드디어 기다리던 픽업이 왔다. 차가 오는 줄 알았더니만, 배/버스회사 아저씨가 직접 찾아와 예약한 사람들의 게스트하우스를 들려들려 사람들을 불러모아 사무실로 가는 것이었다. LOMPRAYAH라는 배를 타게 되는데, 춤폰까지는 좋은 버스를 타고 가게 된다. 사무실에서 일도 보고 몰래 마실 물도 보충했다.

사무실까지 한참 걸어간 것도 모자라 버스까지 또 걸어가야 한단다. 짐은 픽업트럭에 싣고 버스에 옮겨준다는데, 홍익인간에서 들은 것처럼 짐칸에 넣지 않고 배낭까지 꼬옥 가지고 있기로 했다.(태국 남쪽을 오가는 차편에서 도난사고가 많이 발생한다고 한다.)

버스에 가보니 다행히 아래층에도 좌석이 있는 2층 버스였다. 1열 3석은 아니고 1열 4석이었지만 좌석에 여유가 많아서 두 자리 차지하고 앉았다. 2층의 맨 앞자리는 다리 둘 공간도 넓고 좋아보였다. 현지인 부부인듯한 사람들이 거기를 앉으려고 했는데, 이미 앞자리는 외국인 여행자 네 명이 차지하고 있었다. 직원까지 와서 이 두 사람이 돈을 더 주고 그 자리 산 거라면서 다른 곳에 앉으라고 했지만, 그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외국인 무대뽀 정신. ;;;




2004.09.14 9:24 pm



버스가 출발했다. 춤폰까지 얼마나 걸리는지 안 물어봤는데, 그래도 엄청 오래 걸리겠지. 치앙마이에서부터 시작한 장거리 버스 이동, 징~하게 한다. 좀 자야겠는데, 영화를 참으로 시끄럽게도 틀어놓았다. 어떤 외국인 언니, 핸드폰을 받기 시작하더니 버스가 떠나가도록 통화를 한다. 외국인이면서 핸드폰까지 있는걸 보면 무지 장기여행을 하나본데(아니면, 여기 살고 있던지..) 뭔 통화를 그리도 길고 시끄럽게 하는건지 모르겠다. 태국에선 공공장소에서 핸드폰 통화를 자제하자는 캠페인 없나?



오늘의 지출



04/9/14 TR에서 볶음밥 -40.0

04/9/14 방콕행버스 -199.0

04/9/14 뭄(돼지고기와 롱빈 덮밥) -20.0

04/9/14 콜라와 과자 -50.0

04/9/14 방콕북부터미널 화장실 -3.0

04/9/14 카오산행 3번 버스 -4.0

04/9/14 홍익인간에서 꼬따오 조인트티켓 -400.0

04/9/14 볶음국수 -15.0

04/9/14 파일애플 -10.0

04/9/14 환전 8,162.0

04/9/14 코랄 다이빙 10% 계약금 @ 홍익인간 -850.0





오늘 쓴 돈: 1591밧

환전한 돈: 8162밧

남은 돈: 8401.5밧

누적 지출: 9935.5밧 (827.96밧/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