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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길 닿는 곳/태국

[무대뽀 태국배낭여행] 8일, 자유.. 트레킹 이틀째!

2004.09.10 8:02 am



일어났다. 가이드의 말처럼 정말 새벽 5시부터 닭들이 울어대기 시작하는데 그 소리 들으며 참고 자는게 너무 힘들었다. 그래도 일어나면 안 된다는 신념(왠 신념?)으로 다시 잤다.




2004.09.10 10:03 am



다시 자다 일어났는데 아직도 비가 오고 있다. 아니 내가 비랑 무슨 원수를 졌길래 치앙마이에서 이토록 괴로운걸까. 왠만하면 그쳐주면 좋으련만.. 하늘도 무심하시지, Oh! My Buddah!!




2004.09.10 11:09 am



토스트와 삶은계란으로 간단한 아침식사를 마쳤다. 마실 것은 홍차와 커피. 커피는 개인적으로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음료라 홍차와 함께 토스트를 먹었다. 원래 삼시세끼 밥과 김치를 먹어야 하는 토종한국인이 이렇게 밥을 먹으니 영 부실했다. 걷다가 배고플지 몰라 토스트도 많이 먹고 홍차도 두 잔이나 마셨다. 난 삶은 계란을 까서 그냥 먹었는데, 다른 사람들 모두 토스트에 마가린과 잼을 가득 바르고 거기에 삶은 계란을 으께어 먹더라. 코리안 스타일과 웨스턴 스타일은 이렇게 다른가보다. 또 왕따 되었네. -_-;;

밥 다 먹고 각자 짐을 꾸린 후 12시 전에 출발! 비야 그쳐라~ 어제부터 시작된 빗속 트레킹 이틀째다.




2004.09.10 12:31 pm



한 시간 정도 가서 물가 옆에서 멈추었다. 가이드(가 두 명. Mr. Whiskey와 영어를 전혀 못하는 또 한 사람) 둘이서 아무 말 없이 대나무를 한참 깎더니만, 그게 접시와 젓가락이 되었다. 즉, 점심시간인 것! 아침 먹은지 얼마 안 되었는데.. -_-a 그래도 밥 때를 넘기면 안 되지. 젓가락을 다들 나누어가지며 기다리는데, 역시 서양사람들은 젓가락질이 아주 서툴렀다. 나의 능숙한 젓가락질 솜씨를 보여주었더니(아주 작은 나뭇잎 집어 올리기 등) 모두 놀랐다. 몇 명에게 젓가락질을 알려주었는데 아주 어려워했다.

즉석에서 만들어준 접시와 젓가락으로 볶음국수를 먹었다. 다 먹고 나니 대나무 접시와 젓가락은 훌륭한 기념품이 되었다.(열심히 가지고 다녔는데.. 1주일 뒤 곰팡이가 너무 많이 피어있어서 버릴 수 밖에 없었다. ㅠ.ㅠ) 밥 다 먹고나서 아일랜드에서 온 킬과 한국/아일랜드 이야기를 나누었다. 킬은 언젠가 한국/중국/일본을 여행하고 싶어해서 한국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점심을 먹고 출발하기 직전, 곱슬머리 체코 청년 피터가 물어볼게 있다며 왔다. 자네 나라에서는 개를 먹는다면서? 어느 정도 예상했던 질문이었지만, 역시나 짧은 영어로 설명하기가 참으로 어려웠다. 아무 개나 먹는게 아니고 애완용 개는 절대 먹지 않는다. 고기를 위해 소, 돼지를 키우듯, 옛날 한국인들은 소, 돼지가 귀해 못 먹고 개를 먹었던게 전해져 내려오는 것이다. 한국보다 중국이 더 하다. 중국사람들은 날으는 것 중에 비행기 빼고 다 먹고, 다리가 있는 것 중에서는 책상 빼고 다 먹는다.. 뭐 이런 이야기를 열심히 했는데 그들이 잘 이해해 주었는지는 모르겠다. 아, 이런건 문화적 다양성이다.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2시가 넘어 다시 출발했다. 미스터 위스키 왈, 비가 와서 힘드니까 오늘은 좀더 쉬운 코스로 간다고 했다. 오오~ 제발 그래주어야 할텐데..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거의 한 시간 이상 무지 질펀한 진흙탕을 엉금엉금 기어내려가야 했다.(원래 이런 길이 아니었겠지만, 그치지 않고 부슬부슬 내리는 비에 이렇게 되었겠지..) 등산화를 신은 몇 명은 큰 어려움 없이 갈 수 있었는데, 대부분이 일반 운동화거나 스포츠샌들. 진흙에 빠져 미끄러지고, 넘어지고, 신발에는 점점 진흙이 묻어서 더더욱 미끄럽기만 했다. 거의 대부분 진흙 범벅이 되어가는 가운데, 나는 잘 버티며 내려가고 있는데, 주르륵~~ 미끄러지려는 찰나, 옆에 있는 수풀을 움켜쥐고 겨우 버텼다. 그러나.. (ㅠ.ㅠ) 그 수풀은 가시덩굴!! (ToT)/ 양손에 자잘한 가시들이 박혀서 피가 졸졸.. 으아아~~

저어기 밑에 길 다운 길이 보였다. 그 길이 보이고서도 한참 내려갔는데, 개울이 나타났다. 에라~ 모르겠다. 가방 벗어던지고 그냥 개울에 들어가 씻었다.




2004.09.10 4:31 pm



겨우 오늘 묶을 곳에 도착했다. 개울에서 다 씻고보니 바로 앞이 숙소. -_-;; 다시 숙소에서 구석구석 씻었다.

여기는 고산족 마을은 아니고, 산을 한참 내려와 강가에 있는 여행자들 전용 레프팅장이었다. 푯말도 무슨 Travel이라고 쓰여있고.. 역시나 얼기설기 얽어놓은 잠잘 곳이 있었다. 이렇게 얼기설기 해 놓았는데, 지붕에서 비는 안 새는게 신기했다. 어제는 한 방에서 모두 다 같이 잤는데, 오늘은 조금 큰 방, 조금 작은 방, 이렇게 두 곳이었다. 러시아 처녀들과 체코 청년들은 이미 많이 친해져서 큰 방 구석으로 가버렸고, 알고보니 아일랜드인이었던 커플과 영국에서 온 친구 둘(남/녀 였지만 애인사이는 아니고 학교친구였다.), 이스라엘 커플이 큰 방을 차지했다. 또 왕따 될까 두려웠는데 큰 방에는 자리가 없으니 낄 수도 없고.. 작은 방 구석에 자리를 잡았더니, 호주에서 온 커플과 이 사람도 호주에서 혼자 왔는데 여행 중 영국사람들과 만나 같이 온 사람, 이렇게 넷이 작은 방에 들어갔다.

씻고, 빨을 것은 빨아 널고.. 하긴 널어봐야 계속 비가 와서 마를 것 같지는 않았다. 나야 단벌이라 그냥 물에 적셔서 흙만 털어내고 그냥 입고 있었지만.. 저녁식사를 할 때까지 시간이 좀 있길래 숙소 주변도 돌아보고, 밥 하는 곳에 가서 불에 몸도 녹였다.




2004.09.10 6:10 pm


저녁식사는 밥과 그린카레, 야채볶음이었다. 태국 카레는 우리나라의 인도식 비슷한 카레와는 전혀 다르게 생겨서, 그린카레라는게 하얀색이다. 그런데 먹어보면 카레 특유의 맛이 살짝 나기도 하고.. 하루종일(이래봐야 오후 잠깐이었지만.) 진흙밭을 굴러 내려와서 그런지 배가 고파서 하나도 남김없이 다 먹었다.

저녁 먹고 이야기하며 놀았다. 사실 1:1로 대화하면 충분히 할 수 있긴 한데(네이티브인 그들이 못하는 내 수준이 맞추어주기도 하고, 아무래도 1:1이 대화에 더 집중할 수 있으니까..), 영어 수다(?)가 왁자지껄하게 펼쳐지고 있는데 알아들을 수 있는 말도 쏟아지는 말 중에 30%나 될까 말까.. 거기에 알아듣더라도 영어권국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공통적인 상식(이런걸 스키마라고 하던데.)이 없으니 알아들었다 해도 이해할 수 없는 말들이 많았다. 그래도 아일랜드에서 온 킬이 대화에 많이 껴주어서.. 흑흑, 고마워, 킬~!




2004.09.10 10:49 pm



피곤해서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실, 말이 잘 안 통해서.. -_-;;

재미있는 하루였다. 진흙길을 내려오면서 사람들과 더 많이 친해질 수도 있었고, 그 전에도 길을 걸으면서 이야기를 좀 나누었으니까.

그래도 왕따 벗어나기는 정말 힘들다. (ㅠ.ㅠ) 내일은 무사히 레프팅을 마칠 수 있을까?



오늘의 지출



없음!! 남들 맥주와 음료수 사 마실 때 돈 없어서 사간 물만 마셨음.(ㅠ.ㅠ)





오늘 쓴 돈: 0밧

남은 돈: 75.5밧

누적 지출: 7624.5밧 (953.0625밧/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