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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길 닿는 곳/유럽

[무대뽀 유럽배낭여행] 17일.. 잠시 암스테르담에..

2001. 7. 23. 월

이야기를 하다보니 새벽 한 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체력은 국력~! 빨랑 자야 내일 또 여행하지. ^^;

자명종 소리에 눈을 떴다. 아니 솔직히 말해 눈을 거의 안 뜨고, 자명종만 껐다. ^^; 잠시 누워있다가 정신차리고 일어나서 머리 감고 세수하고... 아침으로 빵 하나와 토마토 한 개를 먹었다. 목사님은 들리실 곳이 있어서 먼저 나가셨고, 이따가 역에서 뵙기로 했다.

7시 13분 버스를 타기 위해 뛰어나왔다. 역시 정확한 독일버스. 아직 횡단보도를 못 건넜는데, 저쪽에서 나타난게 아닌가. 에라, 모르겠다. 그냥 무단횡단하고 버스를 탔다.
오늘은 월요일. 그래서 그런지 아침에 차도 많고, 사람들도 꽤 왔다갔다 한다. 버스 속에 자전거를 가지고 탄 아줌마랑, 유모차를 가지고 탄 아줌마가 있었다. 먼저 유모차 가지고 있는 아줌마가 내리려는데, 어랏~! 문이 열리면서 차가 내리는 문쪽으로 기우는게 아닌가? 그렇지 않아도 높지 않은 지상고(울 나라 버스는 넘 높다.아이들, 어르신들, 몸 불편하신 분들이 타기에 너무 어렵다.)를 가진 버스가 기울어지니까 거의 버스 바닥이 땅에 닿을 지경이었다. 자전거 가진 아줌마가 내릴 때에도 똑같은 일이 일어났다. 오호, 신기해라. 사회적 약자를 배려할 줄 아는 마음. 바로 독일의 마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왜 울 나라는 이런게 안 될까. -.- 오늘 역까지 타고 오다보니 우리나라와 다른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우선 신호는 칼같이 지킨다. 울 나라였으면 정지신호가 켜져 있어도 무시하고 나가기가 다반사일 것이다. 그러나 여기 독일서는 신호가 급하게 바뀌어도 절대 지나가는 일 없이 멈춘다. 신호등이 없는 교차로에서도 마찬가지다. 무조건 일시정지 후 좌우확인, 그리고 다시 출발. 정말 기본 교통질서가 완벽하다. 정말 부러운 나라다.

도르트문트역에 도착했다. 다시 한번 기차 시간을 확인하고 있는데, 목사님께서 오셨다. 아마도 같은 S-Bahn을 타고 오셨나보다. 목사님께서는 독일 패스만 가지고 계시기 때문에 독일 내에서는 예약을 할 필요가 없지만, 오늘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가기 때문에 네덜란드 구간은 표를 예약해야 하는 것이었다. 창구에 가서 표를 예매했는데, 두이스버그(Duisburg)에서 암스테르담까지 가는 표를 왕복으로 사셨는데, 무려 80여 마르크를 주셨다. 정말 비싸구만. ^^;

우선 8시 4분 도르트문트 발 EC(EuroCity)를 탔다. 피곤해서였는지 정신없이 자다가 겨우겨우 일어나서 8시 51분 두이스버그를 지나는 ICE(InterCity Express)를 탈 수 있었다. 근데, 이번 이체는 좀 좋아보였다. 내가 가지고 있는게 Euraiil Youth니까 2등석만 타는데 평소와는 좀 달라보이는... ^^ 이제 암스테르담까지 두 시간이면 도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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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스테르담으로 가는 ICE. 조종실이 보이는 객실. 꼬리라 운전하시는 분은 없다.



계속되는 여행으로 피곤해서 그랬는지 정신없이 두 시간 정도 자다보니 기차는 어느새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에 도착하고 있었다. 독일기차답게 정확한 시각에 도착했다. 우선 암스텔담 중앙역을 나왔다. Information Center를 찾아야 하는데, 아, 네덜란드에서는 Information Cennter가 VVV이다. 중앙역 나와서 왼쪽으로 바로 보였다. 들어가보니 사람들이 왕창 있고, 공짜로 주는 줄 알았던 지도는 파는 것이었다. 그냥 나와서 밖에 있던 한국인 여행자에게 암스테르담에서 뭐 보셨다고 물어보고 이야기 좀 하다가 바로 헤어졌다.

우선 담 광장으로 가기로 했다. 가장 먼저 들어오는 것은 Thomas Cook 환전소 간판. 나중에 보니 중앙역 말고도 여러곳에 토마스쿡 환전소가 보였다. 중앙역 앞에 있는 길을 쭈욱 따라가다보니 섹스박물관이 보였다. 머, 조그만 한게 별로 볼 것도 없을 것 같고, 아직 네덜란드 길드화가 없어서 그냥 지나쳤다. 가다보니 American Express 환전소가 나와서 여행자 수표를 바꾸려고 들어갔다. 어짜피 오늘 하루 네덜란드 보는거니까 길더화는 많이 필요치 않을 것 같아서 50유로수표를 내면서 40길더만 주고 나머지는 마르크로 달라고 했더니만, 그러면 환율이 안 좋다는 것이었다. 그래, 그러면 입장 안 하고, 싸온 걸로만 먹쥐, 머.

조금 더 걸어가니 담 광장이 나왔다. 걸어온 방향으로 보면 바로 앞에 마담 터소 인형 박물관이 있었다. 유명 인물을 밀랍인형으로 만들어 놓은 곳인데, 밖에서 보이는 렘브란트를 보니까 정말 잘 만들기는 잘 만든 것 같았다. 줄도 많이 서있고, 들어가봐야 인형 말고 볼게 뭐 있겠느냐는 생각에 그냥 광장 구경만 했다. 오른쪽으로는 왕궁이 보였다. 머, 왕궁이라고 크게 화려하거나 그런건 없었다. 그냥 왕궁인가보다... 하고 말았다. 왼쪽으로는 하얀 탑 하나가 보이는데, 그게 바로 전사자 위령탑이었다. 배가 고파와서 만들어 온 샌드위치 하나를 먹으면서 사진 두어방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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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담 터소 인형 박물관. 이곳 암스테르담 말고도 유럽에 몇 곳 더 있다. 저~어기 빵모자 쓴 아저씨가 네덜란드의 유명한 화가, 렘브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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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스테르담의 담 광장에 있는 전사자 위령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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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 광장에 있는 한 건물. 아마 왕궁이었던가??



목사님께서 유대 역사 박물관에 가보고 싶다고 하셔서 그 곳에 가보기로 했다.책에 나온 지도를 보고 찾아가는데 안 보이는게 아닌가.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물어봤더니(네덜란드 사람들 대체적으로 영어 잘 한다. 길 물어보기 편해서 좋다. ^^ 독일도...) 이 근방이 아니라면서 한참 길 설명을 해 주었다. 그래서 한참을 헤매다가 보니 책에 있는 지도가 잘못 나와있다는 것을 알아버렸다. 원래 제대로 된 자리에도 표시가 되어있는데, 엉뚱한 곳에 하나 더 표시되어있는 것이었다. 그 동안 그 엉뚱한 곳에서 헤매었던 것이었고. 제대로 방향을 잡아 박물관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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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의 명물, 나막신. 거의 배만한 크기였다. ^^



박물관 쪽으로 가다보니 벼룩시장이 있었다. 책을 보니까 암스테르담에서 열리는 알아주는 큰 벼룩시장이었다. 박물관은 잠시 뒤로 미루고 벼룩시장 구경을 했다. 벼룩 시장이라 그런지 별의별 물건들이 다 있었다. 어디서 꺼내왔는지 먼지 자욱한 옛날 구두부터, 고장난 라디오, 인형, 옷가지 등등. 정말 없는게 없을 정도였다. 또, 마약이 합법인 나라이니만큼 마약 피는 기구들도 팔리고 있었고, 매춘이 합법인 나라이니 만큼 각 종 성인 비디오 테이프도 팔리고 있었다. 군수품 파는 곳도 있고, 불상 파는 곳, 중고 오디오만 파는 곳 등등. 구경을 하다보니 금방 시간이 지나갔다.

ATM(Automatic Teller Machine, 네덜란드 길드화 뽑으러고...)도 찾으며 걷다보니 메트로 워터루역 옆에 있었다. 아직 나나 목사님이나 모두 현금이 없어서 으음.. 여기 있구나 하고 그냥 나왔다.(사실 신용카드로 결제를 하려고 했는데, 말이 잘 안 통해서...나는 내거, 목사님은 목사님거 계산하려는데 자꾸 입장료를 한꺼번에 내라고 하는게 아닌가.) 참, 나오기 전에 암스테르담에 있다는 성서 박물관 위치를 물어보고 나왔다.

우선 ATM을 먼저 찾자고 목사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래서 ATM을 찾아 한참을 길 따라 내려갔다. 드디어 찾은 ATM. 겨우 현금 100길더를 찾아 나왔다.

나와서 길을 왔다갔다 하다보니 책에도 성서 박물관이 표시되어있었다. 꽃시장을 지나 조금만 더가면 되는 것이었지만, 아직까지 암스테르담 지리가 익숙치 않아서 약간 헤매면서, 길도 물어보면서 찾았다. 드디어 싱겔 꽃시장을 찾았다. 우리나라 양재동 꽃시장 만큼 크지는 않지만 그래도 운하를 따라 꽃시장이 길다랗게 형성되어있었다.

꽃시장에서 성서 박물관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박물관에 들어갔더니 차근차근 영어를 잘 하는 직원이 반갑게 맞아주었다. 어른은 8길더인데 학생은 6길더. 목사님도 학생(늦깎이 음대생. ^^)이시라 이야기를 했더니 국제 학생증 안 보여주었는데도 학생 요금으로 해 주었다.(정말 맘에 드는 언니었다. ^^ 영어도 잘 하고...) 입장료를 내고 라커에 가방을 넣고 박물관 구경을 시작했다. 사실 성서 박물관이라 해서 오래된 성경책 몇 권 있을 줄 알았는데, 그런 정도는 아니고 오래된 자료들이 꽤 있었다. 또, 약 16분 동안 상영되는 슬라이드쇼, Jesus in the Golden Age는 아무 이야기도 없이 17세기 그림의 슬라이드와 음악만 나오는 것이었는데, 예수님의 일생을 잘 보여주는 재미있는 것이었다. 천천히 박물관 구경을 다 하고 나왔는데, 사실 나랑 목사님 말고 구경하는 사람이 안 보이는 것이었다. 나올 때 물어보니까 오늘 우리까지 네 번의 방문(네 명은 아니고, 개별 방문자 그룹이 네 번)이 있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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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스테르담에도 운하가 있다. 자전거가 많이 보이는만큼, 시민들이 자전거를 많이 이용한다.



목사님께서 배가 많이 고프신지 중국식당에 가자고 하셨다. 조금 걷다가 나온 타이페이라는 중국 식당에 들어갔다. 세 시 즈음이었으니까 식사 때가 아니어서 손님은 아무도 없었다. 코스 정식 요리는 30길더 이상이어서 싼 걸로 시켰다. 나는 9.5길더짜리 볶음밥+계란 후라이+닭고기 조금. 목사님은 맨 밥+닭고기 튀김+토마토 소스. 그냥 먹기에는 좀 그래서, 옆에 있는 고추기름을 마구 덜어다가 비벼 먹었더니 매콤한게 아주 좋았다. ^^

중국 식당을 나와서 안네 프랑크의 집을 찾아갔다. 이제 지도에서 어디로 움직이는지 감이 잡혀서 쉽게 찾아갔다. 저 모퉁이만 돌면 되는데... 사람들이 줄을 서 있는게 아닌가. 혹시나 하면서 가보니, 역시나 안네네 집에 들어가려고 기다리는 사람들이었다. 목사님과 함께 줄을 서서 30분을 기다린 후에야 안네 프랑크의 집에 들어갈 수 있었다.(학생 할인 없고, 나이에 따른 할인만 있다. 18세 이상은 무조건 12.5길더) 집에 들어갔더니 유품들이 좌악 전시되어있었다. 곳곳에는 안네의 일기가 적혀있고... 안네 식구들이 살았던 다락방 입구는 책장이 막고 있었다. 그 책장 뒤로 있는 계단은 정말 가파랐다. 계단을 올라가니 안네 식구들이 썼던 방들과 주방, 화장실, 거실도 있었다. 여기저기에는 안네와 관련된 동영상도 돌아가고 있었다. 영어가 짧은 관계로 대강 보다가 집 구경을 마쳤다. 맨 아래층에는 기념품 가계, 서점 등이 있었는데, 그 중에 컴퓨터로 안네의 집이나 일기를 둘러보는 CD-ROM 시연이 재미있었다. 그 옆에는 투표소(?)가 있어서 특정 주제(화약놀이 금지, 교황의 게이 억압, 에미넴의 가사 등)에 대한 자유/통제에 대한 투표를 했는데, 그 투표 자체보다 배경 지식으로 보여주는 동영상이 재미있었다.

안네 프랑크의 집을 나오니 벌서 한 시간이 지난 다섯시가 다되었다. 하도 헤매고 이제는 시간도 많지 않아서(7시 5분 기차) 바로 중앙역으로 갔다. 역을 지나치면 바로 바다가 나오는데 둑에 조금 앉아있다가 역 안으로 들어와 시원한 버거킹에 들어와 쉬었다.(여행 중에는 국제적인 페스트푸드점(맥도널드, 버거킹 등)을 잘 이용해야 한다. 많은 경우 화장실이 무료고 매우 시원하다. ^^)

기차를 타고 피곤에 정신없이 자다가 표검사를 하느라 잠이 깼다. 주변에서 독일사람들이 큰 소리로 이야기를 해서 잠이 깨버렸고, 이렇게 된 김에 책을 읽었다. 갑자기 목이 말라서 식당칸에 가서 콜라 하나를 샀는데 5.20마르크. 정말 비싸다.-.-

10시가 안 되어 도르트문트역에 도착했다. 목사님은 비디오 카메라 가져다 드리고 오신다고 Oespel 한 정거장 전에 내리셨다. 버스를 기다려 타고 들어오니 거의 10시 45분 쯤. 배는 그렇게 고프지 않았는데 뭐가 먹고 싶어서 사두었던 파스타를 먹기로 했다. 우선 빨리 샤워를 하고 나왔다. 물을 끓이고, 버터를 넣으라고 하는데 없어서 생략하고, 물이 끓자 내용물을 다 넣고 바글바글 계속 끓였다.7분 끓이라고(독일어 모르지만 대강 뒤에 있는 설명 보니까 그런 것 같았다.) 되어있어서 그 동안 빨래도 하고, 여행 안내서 보면서 앞으로의 계획도 짜고... 드디어 파스타가 완성되었다. 먹어보니 나쁘지는 않았다. ^^; 버터가 들어갔었더라면 더 좋았겠지만.
다시 책을 보면서 스위스까지 일정을 잡고 있는데, 배는 부르면서도 계속 먹을 것이 땡기는 게 아닌가. 그래, 먹을 수 있을 때 먹자~! 라면을 끓이기 위해 물을 올렸다. 물이 끓자 누릉지를 조금 넣고 더 끓이다가 면과 스프를 넣어 끓였다. 고소한 누릉지 냄새와 매콤한 라면 냄새의 절묘한 조화. ^^ 먹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 울 엄마표 볶음 고추장을 뿌려 호호 불면서 먹으니까 어찌나 맛있던지, 배 부른줄도 몰랐다. 정말 도르트문트에 있는 동안 참 잘 먹는다. 그 동안 고생으로 빠진 살이 다시 붙을 것 같다.

예상대로 목사님은 쉽게 안 오셨다. 한참 여행 계획을 짜고 있으려니까 오셨는데, 그 때가 12시 15분쯤... 내일 하이델베르크 갈 거라고 말씀드리고 잠자리에 들었다. 내일은 왕복 여덟시간의 긴 여정이니까, 그리고 기차도 일찍 타야 하니까 빨리 자야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