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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길 닿는 곳/유럽

[무대뽀 유럽배낭여행] 13일.. 뮌헨과 호프브로이

2001. 7. 19. 목

한동안 자다가 일어났는데, 컴파트먼트 자리가 너무 불편하다. 다음부터 야간기차 타게 되면 돈이 좀 들더라도 쿠셋 예약을 해야겠다.
다시 한참 자는데 누가 깨우는 것이 아닌가. 일어나보니 차장아저씨였다. 아마도 독일 국경을 넘어 독일로 접어들었나보다. 아까 탈 때 와는 달리 깔끔한 제복을 입은 차장 아저씨가 'Passport'를 외치길레 복대에서 여권을 꺼내 보여주고는 다시 잠에 빠져들었다.

한참을 잤다. 좁근 컴파트먼트에 여섯 명이 꽈악 차고 있어서 자리는 참 불편했다. 다음부터는 미리 쿠셋을 꼬옥 예약하리라. 그나마 다행인건 나 말고 다섯 명이 모두 여자여서 자리가 약간 여유가 있었다는거. 특히 내 앞에 마주보고 앉아있던 뚱뚱한 아줌마가 어느 순간에 없어지고 어떤 여자애가 자고 있었다.
자다가 일어나서 뒤척거리고 하기를 몇 번 하다보니 날이 서서히 밝아오고 있었다. 이탈리아에서 보던 풍경과는 사뭇 달라보였다. 독일이 좋아지려는 것일까? 보이는 산천도 울 나라와 그나마 좀 비슷하고, 집이나 건물들이 훨씬 깨끗하고 깔끔해 보였다.

어느 순간 눈을 떠보니 앞에서 자던 여자애가 나가려는 것이었다. '그래. 빨리 나가라.'하고 문을 못 열고 있길래 빨랑 열어주고, 나가자마자 의자를 빼서(컴파트먼트는 의자 여섯 개가 마주보고 있는데, 의자를 앞으로 당기면 간이침대 세 개가 만들어진다.) 약간 편하게 누울 수 있었다.

담요를 덮고 자고 있는데, 누가 흔들어 깨우는 것이었다. 일어나보니 옆에 있던 미국여자아해들이 깨운 것이었는데, 표정을 보아하니 뮌헨역에 도착했다는 것 같았다. 빨랑 담요를 개서 배낭에 넣고 기차 밖에 나왔는데... 오옷, 춥당. 그러고 보니 나 말고는 다들 wind braker에 긴 바지를 입고 있는게 아닌가. 그래도 주체할 시간이 없이(빨랑 숙소 잡아야 하니까) 베네치아에서 사람들이 알려준 Euro Youth Hostel을 찾았다. 그러다가 어떤 한국 사람이 숙소 정했냐고 물어와서, '아뇨. 그냥 무작정 가는데요. ^^;' 했더니 같이 가자고 해서 동행하게 되었다.

약간 헤매다가(골목을 처음에 잘못 들어가서...) 찾던 바로 그 곳에 들어갔다. 근데, 사람들이 체크인 하려고 바글바글... 한 20분 정도 기다려서 도미토리에 침대(32마르크)를 잡을 수 있었다. 아직 체크인 시간이 아니어서 짐을 짐 놓는 곳에 개줄로 묶어놓고 밖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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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는 독일! 독일 남부의 도시 뮌헨. 영어론 '뮌엑', 독어로는 '뮌쉔', 한글로는 '뮌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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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박물관 입장권. 기초부터 첨단까지.. 전시물로 쉽게 과학을 설명해 주는 곳이다.



동행하게 된 사람과 함께 책을 봤더니 마리엔 광장에 가라고 쓰여있어서 마리엔 광장으로 향했다. 숙소가 좀 비싸긴 하지만 뮌헨 중심부와 가까워서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온 것이었는데, 정말 여기저기 다 걸어다닐 수 있을 정도로 좋은 위치였다.
약 10분 쯤 걸어서 마리엔 광장에 도착했다. 마리엔 광장은 뮌헨 시청사 앞에 있었다. 아직 이른 아침(8시 반)이라서 다니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아, 마리엔 광장을 가기 직전 왼쪽으로 보면 프라우엔 교회가 있었다. 엄청나게 높은(책을 보니 100미터라구..) 한 쌍의 종루가 있는 교회였는데, 아직 표 파는 곳이 열려있지 않아서 그냥 들어가서 잠시 구경했다. 이상하게도 성당만 들어가면 괜히 경건해지고, 엄숙해 지고... 반바지, 민소매티셔츠가 부담스러워진다. 이탈리아의 성당들처럼 성당 자체가 하나의 예술품인, 그러니까 눈길이 가는 모든 곳에 예술품이 있는 그런 성당은 아니었지만 독일 특유의 화려하지 않은, 그러나 웅장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마리엔 광장에 있는 뮌헨시의 신시청사는 시청사라고는 믿을 수 없을만큼 멋진 건물이었다. 특히 매일 11시(여름은 12시와 17시)에 종이 울리면서 인형극이 펼쳐진다고 책에 쓰여있었다. 이따가 꼬옥 확인해 봐야지.

곧바로 독일박물관으로 향했다. 지도를 보고 따라가는데, 잠깐 길을 잘못들기도 했었지만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입구에 도착하니 수많은 독일학생들이 옹기종기... 아마도 과학현장실습수업 같은 것을 하러 온 듯 했다. 학생할인을 받아 5마르크에 입장권을 사고 들어갔다. 한 마디로 우리나라 과학관 같은 곳인데, 비교가 안 되게 좋았다. 이탈리아 밀라노에 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과학 박물관보다 훨씬 좋았다. 특히 기초 과학분야에서는 직접 해 볼 수 있는 시설이 많이 있어서 교과서에서 글로만 읽은 이론과 실험을 직접 확인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 같았다. 실제로 많은 독일학생들(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은 교과서나 워크쉬트를 들고 하나하나 확인하며 공부하며 다니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았다. 역시 선진국은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닌가보다. 이런 시설에서 공부하는 독일학생들이 부러웠다. 박물관 돌아보는게 시간이 꽤 걸렸다. 잠깐잠깐 빨리 둘러본다고 했는데, 이거 두 시간이 훌쩍 지나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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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정원에서 마리엔 광장으로 돌아오다 찍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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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엔 광장의 뮌헨시 新 시청사. 새로운 청사가 이리도 고풍스럽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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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다른 각도에서 본 뮌헨시 新 시청사. 뒤에 두 종루의 높이가 100미터나 된다는 프라우엔 교회.



12시가 넘어 숙소로 돌아왔다. 피곤해서 미리 들어가(체크인 시각이 오후 3시였다.) 쉴 수 있냐고 물어봤던 아직 청소가 안 끝나서 안 된다고 했다. 더 돌아다닐 힘은 없고 호스텔 안에 있는 바에 들어가 탁자 하나 잡고 앉아 엎드려 자버렸다. 팔, 다리가 저려서 몇 번 일어났다가 다시 자기를 반복... 일어나보니 세 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먹을 것을 사러 옆에 있는 ALDI 슈퍼에 갔다. 그리 크지는 않았지만 싼 가격에 먹을 것을 많이 살 수 있어서 행복했다. ^^; 빵, 쥬스, 치즈 등을 샀더니 7마르크가 조금 넘게 나왔다.(가게에서 사 먹으면 기본이 10마르크 이상이다. 한 끼에... 7마르크치로 하루는 버틸것이다. 아마.)

사온 빵과 쥬스로 점심을 대강 때운 후에, 영국정원에 가보기로 했다. 걸어갈 수 있는 거리로 보여서 지도를 참고하고 걸어갔다. 가다보니 멋있는 건물과 입상이 있길래 사진도 찍고... 영국정원에 도착했다. 영국식 정원이라고 해서 영국정원이라고 한다는데, 그리스에서 봤던 국립정원보다 훨씬 크키도 크고 웅장하다고 해야하나?
다시 신시청사로 빨리 돌아왔다. 오늘 마지막 인형극이 5시에 있기 때문이었다. 정신없이 오다가 또 멋진 건물이 있어서 사진 한 방 찍고 정신없이 달려서 마리엔 광장으로 도착했다. 이미 다섯시가 넘어서 종은 계속 울리고 있었다. 잠시 후 시계 밑에 있는 인형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화려하게 움직이는 건 아니고 단순한 움직임이었지만, 그래도 이런 것 때문에 마리엔 광장이 관광객들로 가득했다.(솔직히 인형극은 별루였다. 그냥 인형에 체인달아서 끌어당기는 듯... 울 나라 롯데월드랑 별반 다를바 없었다.)
옆에 백화점이 있어서 백화점 구경을 갔다. 울 나라 백화점과 비슷했는데, 전자제품 파는 곳에 가서 구경하다가 발견한 것이 바로 플레이스테이션2(플스2)..!! 어떤 레이싱 게임과 피파2001이 할 수 있도록 되어있었다. 레이싱 게임은 어떤 독일인 커플이 하고 있길래 놀고 있는 피파2001을 잡고했다. 역시 플스2다. 컴터, 플스와는 비교도 안되는 부드러운 움직임, 섬세한 컨트롤... 더 봤다가는 마음 동할까봐 조금만 하고 나왔다.

백화점을 나왔더니 바로 보이는 스포츠 전문점. 독일사람들은 레포츠를 무지 좋아하나보다. 암벽등반, 등산, 스키, 자전거, 인라인스케이트 등등 지하 1층, 지상 5층짜리 건물이 모두 스포츠 용품으로만 가득했다. 결국 자전거용 속도계 젤루 싼거(29.90마르크) 샀다. -.- 견물생심.

호프브로이에 찾아갔다. 진짜 큰 맥주집이다. 하루하루 살걸 생각하면 맥주값이 너무너무 아깝지만, 독일까지 와서, 제일 유명하다는 호프브로이까지 와서 맥주를 안 먹을 수 없어서 한 잔씩만 하기로 했다. 한국사람이 무지 많이 있었다. 어떤 독일 아저씨와 일본인 여자들이 있는 빈 자리가 있어서 앉았다.(이상한 변태 아저씨였다. 일본인 아가씨들에게 계속 찝적거리고... 생략) 얼마 안 마셔서 술기운이 올라와서 잠시 앉아있다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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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프브로이! 브라스가 생음악을 신나게 연주하고 사람들은 춤추고~ 한국사람들이 돈을 모아 '서울의 찬가'를 신청해서 들었었다.



숙소로 가는 길에 왠 남자가 기타 가지고 원맨쇼(대학로처럼...)하는게 있어서 잠시 보고 들어갔더니 11시가 넘었다.

샤워하고 손빨래 좀 하고 바로 잤다. 아, 피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