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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

꿈 같았던 2010년 여름휴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2010년 여름휴가가 이제 오늘로 끝이다. 당장 내일 새벽부터 병원에 출근해야 하는데, 아아~ 이대로 도망가고 싶다. :) 사랑하는 가족들을 뒤로 하고 출근할 생각하니 벌써부터 가슴이 먹먹해져온다. 잊기 전에 대충 적어두련다.



2010년 8월 25일 (수) 밤...

다음 날 수술도 별로 없는데, 마무리를 한다고 하다보니 시간이 꽤 걸렸다. 아마도 11시가 다 되어서야 2년차 선생님께 급한 것들 몇 가지 인계해 드리고 의국을 나올 수 있을거다. 처가에 바로 갈까 하다, 이사 준비로 정신 없다길래 우선 부모님댁으로 향했다. 심야 좌석 타고, 예상치 못 한 비 맞으며 택시 타고 도착하니 이미 다음 날. 그냥 골아 떨어졌다.



2010년 8월 26일 (목)

눈 뜨니 오후 1시. 중간에 물 버리려 잠시 일어났던 걸 빼면 12시간을 내리 잤다. 이렇게 자 본 것이 얼마만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정신 차리고, 어머니께서 해 주신 맛있는 점심상을 뚝딱 해 치우고, 아버지 컴퓨터 상태가 어떤지 보는데, 이런... 아버지께서 아기들 사진 저장이 안 된다고 하신다. 그러고보니, 2년인가 3년 전에 해 드린 컴퓨터의 하드디스크가 80기가. 그걸 C와 D로 나누어 데이터를 D에 저장해 두도록 해 두었는데, 지금 보니 빈 공간이 2~300메가 란다. 당시엔 사진도 거의 안 찍으셨고, 결정적으로 유진이와 세준이(유진이 고종사촌동생)가 태어난 뒤 아버지의 사진 및 동영상 촬영의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던 것이 큰 요인이었다. 인터넷으로 주문해도 되었을 뻔 했는데, 마침 용산에 계신 한 지인도 만날 겸 하여 아버지차를 몰고 용산으로 향했다. 오랜만에 만난 그 분과 잠시 회포를 풀고, 묻지마 가격으로 500기가 하드디스크 하나 구입해서 돌아오는데, 퇴근길에 걸렸다. -_-;; 색시랑 주거니 받거니 통화(스피커폰 모드로 사용했음)하면서 서로 운전하여, 나는 부모님댁에, 색시는 처가에 도착했다. 얼른 저녁 식사 하고 처가로 갔다. 원래는 바로 분당으로 출발 하려 했으나, 챙길 짐도 많고 색시도 피곤해 해서 대충 챙기다 잤다.



2010년 8월 27일 (금)

오랜만에 온 집. 짐 풀었더니 난장판이다.


오랜만에 세 식구가 집에 모였다. 사정상 여기저기 떨어져 살고 있는 우리 이산가족. (ㅠㅠ) 그래도, 한번씩 색시가 온 길에 청소를 해 놓아서 지낼만 했다. 헌데, 휴가 시작과 동시에 떨어지는 비가 오락가락그칠 줄을 모른다. 어차피 우리 세 식구 같이 보내는 것이 주 목적인 휴가이고, 더운데 나가봐야 고생이긴 하지만, 그래도 유진이에게 나름대로 다양한 경험을 시켜주려고, 탄천수영장, 가까운 식물원, 공원들 등등 알아봤었는데, 모두 비와 함께 수포로 돌아갔다. :)

짐 풀고 정신 좀 차린 뒤 요즘 유행한다는 키즈까페에 가보기로 했다. 엄마들이 모여 아이들은 놀고, 엄마들은 여유롭게 차 마신다는 그런 곳. 좀 크고 깔끔하다는 곳을 인터넷으로 미리 찾아보고 들어갔는데...(어린왕자 분당점) 워낙 붐비는 건물이라 주차하기부터가 어려웠고, 마침 두 팀 정도 생일파티 내지는 모임이 있었는지, 아이들이 너무 많은데다 따로 통제를 하지 않다보니 너대여섯살 먹은 아이들은 자기들 세상인양 마구 뛰어다녀서 유진이가 다치진 않을까 걱정했다. 2시간에 아이 기본 7천원, 동반 어른은 무조건 메뉴 1개 시켜야 한다는데, 나름대로 머리 써서 스파게티 한 접시와 아이스커피 한 잔 시켰으나, 아이 기본요금 7천원 포함 3만원 넘게 쓰고 먹은 것 치고는 냉동 스파게티와 큰 차이가 나지 않아 실망했다. 그래도, 아이가 마음껏 뛰어놀고, 장난감도 많고, 또 우리 유진이는 크게 좋아하진 않았지만 전동기차도 있어서 좋아하는 아이들이 많았다. 벌써 개장 3년째고, 장난감이나 시설도 많이 상해있고, 직원들도 아이들에 질린 표정(사실 나라도 그럴 듯)이라 좀 아쉬웠다. 좀더 깔끔하고, 좀더 덜 붐비고, 음식이 조금 더 먹을만 하다면 좋겠다. 다행히도, 그 두 팀이 나간 이후엔 여유로와서 한결 낫더라.

이렇게 키즈까페 다녀오니 하루가 훌렁 지나가버렸다. 유진이 씻기고 재우고, 우리도 꿈나라로 쿨쿨.



2010년 8월 28일 (토)

참, 어제 밤에 유진이 작은 이모가 합류했다. 근처에서 놀다가 늦게 들어와 잠만 자긴 했지만, 오늘은 유진이랑 같이 놀아준다고 했다. 작은 이모가 꽤 괜찮다고 추천한 곳, 이름을 몰라 수소문을 좀 하고 내비게이션의 힘을 빌어 찾아간 야마다야.

무지 유명한 곳이라는데, 이제 막 점심 시간 시작할 때라 그런지 우리 말고는 손님이 한 테이블 더 있었다.(하지만, 우동 먹다보니 자리가 거의 다 차있었다.) 오랜만에 색시랑 처제랑 마음 놓고 식사하라고 나는 유진이랑 놀아주었고, 나온 우동을 먹어보니 언듯 심심하게도 느껴졌지만, 인공적인 맛과는 거리가 먼 깊고 진한 맛의 국물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난 고기가 들어간 우동(내가 안 시켰다니까..) 정식, 색시는 야끼우동 정식, 처제는 정말 국물만 있는 우동을 시켰는데, 다 괜찮았다.

정말 볶기만 한 우동. 처음엔 엥? 했지만 괜찮았다.

난생 처음 수타우동을 먹어보는 우리 유진이. :)






비가 계속 오고 갈 곳도 없어, 만만한 롯데백화점엘 갔다. :) 집 앞에도 쇼핑할 곳(킴스클럽)이 있고, 그 곳이 더 싸지만, 롯데백화점의 유아휴게실이 더 넓고 시설이 좋으며, 그 곳엔 없는 놀이방도 있어 종종 아이쇼핑하고 정말 필요한 생필품만 사서 주차비 안 내고 나오려고 간다. 이번엔 작은 이모랑 같이 갔다. 역시 바로 5층으로 가서 아이쇼핑 한 바퀴 하고, 유진이랑 놀이방에서 한참 놀았다. 한산할 때도 많았는데, 이번엔 친구들과 언니 오빠들이 좀 있었다. 그 사이에 새로운 장난감도 많아서, 유진이가 이것저것 많이 타 보았다. 오후 약속이 있었던 작은 이모는 유진이랑 아쉬운 작별을 하고 먼저 갔다.

세 발 자전거 타고 증명사진

아이고 좋단다. :)



자, 이렇게 하루를 보내고 집에 들어와 씻기고 먹이고 재우고 끝!! 마무리는 항상 똑같음. :)



2010년 8월 29일 (일)

오늘은 할머니댁에 가는 날이다. 항상 외할머니댁에만 살아서 자주 못 가 뵙기에 이번 휴가 때라도 가 있으려고 일정을 이렇게 잡았다. 마침, 외할머니댁이 이사를 하게 되기도 하였고 말이다. 

한 3주 전 색시 휴가 때 색시가 혼자서 유진이랑 왔다 간 적이 있었지만, 자주 뵙질 못 해서 이번에도 처음엔 할머니랑 할아버지를 낯설어 했다. 그래도, 다행히 금방 익혀서 잘 놀 수 있었다. 그 동안 갈고 닦은 각종 필살기와 예쁜 짓을 다 보여드리고, 저녁에는 가까이 사는 고모와 고모부, 사촌동생 세준이까지 와서 대식구가 식사를 했다.... 지만, 돌 전 아기와 돌 막 지난 아기가 있는 고로 밥이 코로 들어갔는지, 입으로 들어갔는지 기억이 잘 나질 않는다. :)

잠자리가 바뀌어서 잠투정을 좀 하긴 했는데, 그래도 길게 하지 않고 잘 잠들었다.



2010년 8월 30일 (월)

외할머니댁 이삿날. 엄마는 일찍 일어나 일 봐주러 외가에 갔다. 유진이는 이제 내 손으로!! 사실, 내가 혼자서 유진이를 본 적이 없었다. 대부분 색시가 옆에 있었고, 바쁘고 힘들다는 핑계로 오프 나가서 보더라도 한 두시간 놀아주다가 자버리기가 일쑤였으니까 말이다. 그래도, 엄마가 없으니 아빠가 나서야지! 할머니 도움을 받아 아침밥 먹이고, 우유도 먹이고, 놀아주다가 목욕도 시키고, 점심밥 먹이고, 우유 먹여 재우고... 상당히 성공적으로 잘 해 냈다. :) 오늘같이만 유진이가 말 잘 들으면 키우는 거 일도 아닐텐데 말이다.

외가에 갔던 엄마가 돌아논 것이 근 다섯 시. 다행히 비가 멈춘 사이에 이사가 마무리 되었다고 한다. 엄마 힘들어서 그냥 집에서 쉬려다가, 마침 비도 그쳤겠다, 원래 계획 중 동물원에 가보려던 것도 있어 무리해서 잠시 가보기로 했다. 확인해 보니 8월 말까지는 밤 10시까지 야간개장을 한다고. 고모랑 사촌 세준이도 심심하다고 잠시 따라나선다고 해서, 할머니까지 모두 출동했다.

역시 평일의 서울대공원/서울랜드는 한산했다. 할머니랑 고모, 세준이는 입구에서 빠이빠이 했고, 그냥 걸어가기엔 너무 피곤하여 리프트 타려다 가격에 놀라 코끼리열차를 탔다. 그 크고 긴 차에 딱 두 팀 타더라. :)



엄마랑 서울대공원 앞에서..

아빠도 합류하여, 찰칵~!


코끼리 열차 타고 씽씽 달려 서울대공원 앞에 내렸다. 여기 들어가 본게 언제더라.. 중고등학교 다닐 땐 종종 소풍 왔었고, 아마도 색시랑 연애하던 초반에 한 번 가봤던가.. 적어도 6~7년 전이 마지막 방문이었을거다. 입장권 사서 들어가서 수유실 찾아가 유진이 밥을 우선 데우고, 우리도 밥 먹을 거리 찾아 롯데리아에서 햄버거 시켜놓고 유진이 밥 먹이고 우리도 허겁지겁 햄버거 먹고 나왔더니! 해 졌다. :)

의욕적으로 나오긴 했는데, 색시도 힘들고 또 돌아갈 길도 멀고 해서 근처만 잠깐 더 돌아보기로 했다. 하지만, 어둡고 어디를 봐야 할지 몰라 잠시 서성이다, 왠지 무언가 알고 쌩쌩 가는 듯한 한 집을 따라 갔더니 원숭이들이 나왔다. 건물 안에서 보는 곳도 있던데, 예전엔 철창 안에 동물들이 있었는데, 이제는 머리 위로 원숭이가 지나다니고, 저기엔 오랑우탄이 메달려 있었다!! 손 뻗으면 닿을 거리에 말이다. 사육사들이 근처에 있다가 제지도 하고 설명도 해 주고 하던데, 옛날과는 달라진 동물원 모습에 놀랐다. 나중에 유진이가 조금 더 큰 뒤에 오면 더욱 재미있어 할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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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구경하기엔 피곤하여 얼른 마무리하고 나와 다시 코끼리 열차를 타고 내려왔다. 하지만, 여기서 할머니댁까지 걸어가려면 빠른 내 걸음으로도 15분~20분은 걸리는 거리. 피곤한 색시와 모기 물릴 유진이 걱정에 전격 택시 탑승을 결정하고, 에쿠스 모범택시를 타고 돌아돌아(걷는 길은 질러가지만, 찻길은 돌아야 한다.) 할머니댁으로 왔다. :) 잘 놀았지만, 아이고 피곤해.



2010년 8월 31일 (화)

아빠 휴가에 맞추어 엄마가 주말 앞 뒤로 휴가 냈던 것이 끝나, 아침에 눈 떠보니 엄마는 이미 출근한 뒤. 또 다시 유진이와 함께 남겨졌다. :) 하지만, 이제는 할머니 할아버지와 더욱 친해져야 할 때. 오늘은 일부러 내가 유진이에게 많이 보이지 않고 지내보았다. 다행히 할머니랑은 많이 친해졌고, 할아버지랑도 30분 이상 함께 노는 등 큰 거부감 없이 잘 지냈다.

문제는 콧물. 계속 내린 비 덕분에 더위가 한 풀 꺾인 건 좋았는데, 밤에 잘 때 좀 추웠는지 아침부터 콧물과 재채기가 있어 동네 소아과의원에 다녀왔다. 선생님 만나뵙고 한 판 거하게 울었지, 뭐. :) 다행히 많이 안 쓴 약을 주셔서 유진이가 많이 싫어하지 않고 약 잘 먹었다.

저녁엔 할머니께서 끓여주신 닭백숙 국물에 밥 말아서 한 그릇 뚝딱~! 병원 다녀온 것 말고도, 아빠가 낮잠 잘 때 고모네 집에 가서 열심히 놀고, 하루 종일 잘 놀았는지 재우려 들지 않았는데도 졸리다고 자리에 가 눕고 그랬다. 하지만, 엄마가 유진이 보고 싶다고 하고, 퇴근은 늦어지고 해서 겨우겨우 9시 넘어 집에 들어온 엄마랑 감격의 상봉을 하고 우유 먹고 지금 잘 잔다. :)



이제 병원에 복귀 해야 할 시점까지 다섯 시간 정도 남았다. 이런 울적한 내 마음을 아는 건지 비가 주륵주륵 내리네. (ㅠㅠ) 아마도 유진이 태어나고 이렇게 긴 시간 동안 함께 지내본 적이 없었던 듯 한데, 다음 이런 기회가 1년이나 더 있어야 한다니 마음이 아프다.

일장춘몽 같은 2010년 여름휴가는 이렇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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