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발길 닿는 곳/유럽

[무대뽀 유럽배낭여행] 12일.. 수상도시 베네치아

2001. 7. 18. 수

오옷... 이야기 하다보니 1시가 훌딱 넘어버렸다. 빨랑 자야쥐. 소파에 자리를 잡고 누웠더니 피곤해서 금방 잠들었다.

전화벨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잠결에 일어나서 전화를 받아보니 길 찾는 전화였다. 아줌니께서 알려주신대로 종이에 적힌 거 읊어주고 다시 잤다.

사람소리가 들려서 일어났더니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 아침에 많이 들어왔나보다. 계속 몇 명 더 들어오고...

잠시 새로 들어온 사람들이랑 이야기 하다가 아침 식사를 했다. 뜨끈뜨끈한 밥에 김이 모락모락나는 곰국, 감자전에 김치, 기타등등 반찬... 밀라노에서 밥을 못 먹어서 그랬는지 정말 맛있었다. 밥이랑 국이랑 모두 두 그릇씩 뚝딱. 더워서 땀을 엄청 흘렸다. 마치 비를 맞은 듯이...

밥 먹고 거실에 앉아서 여기저기 돌아다니신 분들의 숙박 정보, 여행 정보를 들어봤다. 역시 민박집은 이래서 좋은 것 같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베네치아의 버스 승차권. 말이 버스지 배다.



11시가 조금 못 될때까지 민박집에서 이야기 하며 쉬다가 리도섬을 가기위해 선착장으로 나왔다. 역 앞에서 51번 타면 리도 섬으로 바로 간다.

베네치아에는 바퀴달린 것이 거의 없다. 베네치아 산타 루치아 역의 기차들, 그리고 노점상의 수레들이 전부이다. 버스도 배, 택시도 배, 기중기도 배, 굴삭기도 배... 심지어 DHL도 배, 모든 건 배로 통한다. 역시 수상도시, 베네치아다. 큰 운하 말고도 작은 운하가 그물처럼 연결되어 있다. 심지어 어떤 집은 배타고 문 앞에 가서 배 묶어 놓고 집에 들어가기도 한다.

약 40분 쯤 걸려서 리도섬에 도착했다. 중간즈음부터 멀미 비스므리한걸 해서 고생 좀 했는데 내리니까 금방 괜찮아졌다. 리도섬은 길쭉한 섬이다. 해변도 있고, 카지노도 있고... 또한, 베니스 영화제가 열리는 곳이기도 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리도섬에 도착해서.. 거리를 지나는 도마뱀이 신기해 찍었다. 왜 찍었을꼬?



사용자 삽입 이미지

리도섬 해수욕장 가는 길에 사먹은 아이스크림. 이탈리아 아이스크림, 정말 최고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해수욕장에서... 미성년자 관람불가 사진!! 참을수 없는 저 복부팽만. ;;;



10분쯤 걸어가서 해변에 도착했다. 가다가 아이스크림 하나(3500리라) 사 먹었다. 여행안내서에는 유명한 국제적 휴양지라고 쓰여 있던데, 실제로 보니까 우리나라 해변과 별반 다를 바가 없었다. 해변 규모는 좀 컷는데 특별히 볼 것도 없고, 물도 그리 깨끗하지 못해서 그리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같이 오신 분께 짐을 맡겨두고 바다에 들어갔다. 역시 여기 바다도 물이 시원하다. 몇 번 물 속에 들어갔다 나왔다 하면서 놀다가 모래성도 만들었다. 잠시 태양을 즐기려 누웠다가 깜빡 잠이 들었다. 참, 여기 해변은 조개껍데기가 무지 많다. 조각난 것도 많아서 조금 조심해야 한다.
3시가 거의 다 되어가고 있었다. 영국서 온 형이랑 그 형의 여자친구는 산 마르코 성당 보러 일찍 나갔고, 남은 사람들(나, 숙소에서 만난 사람, 해변에서 만난 사람)은 천천히 나오다가 아이스크림(3000리라)이랑 피자, 빵을 사먹었다.
무라노섬에 가기로 했다. 유리세공으로 유명한 곳이란다. 어제 민박집 쥔장 아저씨는 부라노섬도 좋다고 하셨는데, 섬이 좀 멀어서 무라노로 만족하기로 했다.
리도섬에서는 바로가는 차편(사실은 배지만... ^^)이 없어서 갈아타야 했다.

무라노에 도착했다. 유리세공이 유명하다던데, 어짜피 베네치아에서 다들 봤었던 제품들이라 그리 감흥이 오지는 않았다. 직접 유리제품 만드는 것도 볼 수 있다는데, 어딘지도 모르고 비도 오고 피곤하고 해서 그냥 돌아가기로 했다.

베네치아에는 수상버스가 다니는데 1회권이 6000리라. 하루권이 18000리라다. 어제 민박집에서 다들 무임승차하라고들 하셔서(표 검사를 거의 안 한다고...) 이태까지는 그냥 탔는데(^^;) 마지막으로 기념으로 표를 가질겸, 마지막 양심은 지킬겸 6000리라짜리 표를 사서 탔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DHL 배!! 베네치아엔 모든 운숭수단이 배다. ^^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름도 성도 모르는 성당 앞의 이름도 성도 모르는 다리 위에서 찰칵~!



바로 숙소로 돌아와서 바닷물에 찝찝한 몸을 시원하게 샤워하고 저녁거리를 사러 나왔다. 슈퍼에 가서 가지고 있던 돈 모두인 13000리라로 쥬스, 피자, 과자 세 봉지, 떠먹는 요구르트 큰 거를 사서 피자는 그 자리에서 먹고 나머지는 밤기차에서 먹으려고 그냥 두었다.

한참 더 이야기도 하고, 여행안내서도 읽고, 숙박정보도 옮겨적고, 잠시 눈도 붙였더니 벌써 10시가 다 되었다. 가방을 다챙기는데, 아직 안 마른 수영복과 수건이 좀 찝찝했지만, 머 어쩔 수 없쥐. 민박에 있는 사람들과 인사를 하고 나왔다. 역까지 가는 길의 반쯤 왔을까. 아뿔싸... 운동화를 두고나온 것이다. 무거운 배낭과 먹을거리 등을 들고 다시 민박집으로 찾아가 운동화를 챙기고 역으로 향했다.

이미 플렛폼에는 열차가 들어와있었다. 이번 열차는 한참 가다가 여기저기로 나뉘는 모양이었다. 뮌헨, 니스 등 행선지가 여러곳이었다. 뮌헨 가는 차량인지 확인하고(잘못 탔다가 이상한 곳에 떨어지면 안 되니까.) 표에 쓰여있는대로 컴파트먼트 안으로 들어갔다.
외국인(당연히 외국인이지. 외국이니까.) 여자아해 둘이 앉아있었다. 내가 들어가 앉고, 조금 있다가 미국인으로 보이는 여자아해 둘이 더 들어왔다. 그리고 남은 한 자리는 어떤 아줌마. 여자라고 얕봐도 안 되지만 그래도 남자들 사이에 있는 것 보다는 안심이 된다. 참, 로마에서 떠나기 직전 테르미니역 부근에서 산 개목걸이로 배낭을 묶어두었다.

외국아해 넷은 열차가 출발하자마자 책을 꺼내 읽기 시작한다. 외국여행자들은 책을 참 많이 가지고 다닌다. 울 나라 사람들은 종합 여행안내서 한 권도 무겁다며 잘라 버리고 하는데, 외국여행자들은 최소한 나라별 여행책자를 들고 다닌다. 많은 사람들이 도시별로 책을 들고 다닌다. 책이 무겁지도 않은지... 외국여행자들이 한국여행자들에 비해 여유롭게 돌아다녀서 가능한 것도 같은데, 그래도 무거울텐데. ^^;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냥 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