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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자유 M.D.

인성 변화와 체력의 한계

내과 인턴 시작한지가 벌써 3주째다. 유진이가 태어난건 4주가 되었다. 내과 첫 주에 풀당 서고, 그 뒤로 퐁당당이긴 하나, 오프 일 때 나름대로 아기 본다고 피곤해서, 어쩌다보니 혼자 풀당을 이어나가는 듯 하다. 그래도, 24시간 아기 보고 있는 우리 색시만 큼 힘들지는 않을테지.

하루 전화만 기본 50~60통, 당직일 땐 70통도 넘게 오는가보다. 원내 전화번호를 따로 그룹 지어 저장해 놓고 벨소리도 다르게 해 놓다보니, 원내 전화가 와서 들리는 벨소리가 들리면 본의 아니게 짜증이 치솟게 된다. 쪽잠 자는 시간 포함해 하루 너댓 시간 말고는 계속 일 하고 있으니 20시간 정도라 하면, 1시간에 세 통 이상, 몰릴 땐 콜 받고 일 하는데, 또 다른 콜이 오고, 그 콜 받아 통화 중인데, 또 새로운 콜이 오기도 하니 정말 전화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다. 게다가, 방금 일 하고 지나간 병동에서 콜이 올 때의 그 짜증이란...

이러다보니, 내 성격이 점점 날카로워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고 있다. 내가 이렇게 생각할 정도면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 원래 내 성격은 이처럼 까칠한데, 그 동안 억누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오늘도 그런데, 잠을 자도 1시간 이상 연속해서 자기 어려울 만큼 콜이 있다보니, 이제는 몸이 많이 무거워졌고, 자고 일어나도 회복되는 느낌이 매우 덜하다. 그나마 다행인건, 이제 내과 인턴 4주가 끝나간다는 것. 허나, 시키는 일만 하는 인턴보다, 막중한 책임감이 생기는 1년차가 훨씬 힘들다는데, 큰일이다.

꼭 이렇게 수련을 해야 하는가 하는 생각도 든다. 예전에 들었던 수련이라는 허울을 쓴 착취란 이야기가 다시금 떠오른다. 뭐, 우리 색시랑 유진이 얼굴 떠올리며 참아야지. 오늘 밤도 편히 자기는 글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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