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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자유 M.D.

수련이라는 허울 쓴 톱니바퀴


요즘들어 자주 찰리 채플린의 영화, 모던 타임즈가 생각난다. 무성영화라고 알고 있는 이 영화를 제대로 본 적은 없으나 저 위 이미지로 대표되는 이 영화가 하고픈 말을 나도 하고싶어서일 것이다. 비인간적으로 생산성의 향상만을 쥐어짜내는 시스템. 새벽부터 일어나 정신없이 일 하다가 밥 겨우 챙먹고 또 정신없이 일 하다가 쓰러져 자다보면 또 콜이 와서 비몽사몽 일 하고, 내가 마치 병원이라는 거대한 기계 속의 작은 톱니바퀴가 되어 하루 종일 쉬지 않고 돌아가야 하는 형편이 된 것처럼 느껴지기까지 한다. 하루에 일 하라는 전화만 50~60통 받다보니, 배터리가 좀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 햅틱온 배터리가 겨우 하루 버티기도 힘들 정도다. 특히나, 교육이나 수련과 전혀 관계 없는 잡일을 하다보면, 내가 이 잡일 하려고 의과대학 다녔던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우리 병원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것(물론 좋은 병원에서는 상황이 좀더 낫긴 하겠지만...)과 이런 상황을 개선하고자 하는 노력이나 움직임이 전혀 감지되지 않는다는거다. 1년만 지나면, 전공의가 되면, 전문의 되고나면 다 지난 일이라 그런건지, 단순히 뭐 하나 바꾸어 될 문제가 아닌 커다란 구조적 문제라 그런건지...

원래 블로그엔 밝고 좋은 이야기만 쓰려고 하는 경향이 없지 않아 있었는데, 상황이 상황이다보니 내가 이런 푸념을 적게 된다. 그나만, 식구들 얼굴 떠올리며 버티고 있다. 제대로 된 교육을 받고, 제대로 된 업무를 한다면 이보다 더 힘들어도 괜찮을텐데 말이다. 새벽에 잠이 오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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