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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잡담

촛불시위, 우리의 뜻은 전하되 평화적으로....

어제 직접 촛불집회 현장에 나아가 보고서 많은 것을 느꼈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 중 하나가, 이렇게 많은 시민들이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 지도자라는 사람들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있다는 것, 그리고 또다른 하나는 시위가 폭력화 될까봐 걱정했던 것이다.

물론, 1차적 원인은 대통령 이하 현 정부에 있다. 하지만, 실제 거리에 나가보면 시민과 경찰만이 대치하고 있다. 시민이 이야기하고 싶어하는 그들은 보이지 않는다. 헌데, 시민과 경찰이 싸우고 있다. 시민은 그들에게 가고자 하고, 경찰은 시민을 막으려 하고... 어느 정도 시민 쪽에서도 경찰을 자극하기도 하고, 경찰도 시민에게 과격한 대응을 하고 있다.(살수차와 경찰특공대 동원은 예외다. 그건 말할 것도 없는 잘못이다.) 이렇게, 서로 마주보고 언성을 높여봐야 무슨 소용이 있는가. 그들은 마음 편하게 집에 앉아 쉬고 있는데 말이다.

현장에 나가 본 모습은 의외로 평화시위에 대한 시민들의 열망과 의지가 컸다. 집에 돌아온 이후 인터넷으로 확인했던 많은 장면들 속에서도 그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일부 과격한 행동을 보이는 이들로 인해 경찰이 강경진압을 선택해야 하는 한 원인을 제공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가능한 최대한 평화적으로, 비록 위헌 소지가 있는 법이라도 가능한 그 법 테두리 안에서 시위를 할 수는 없을까?

청와대로의 행진도 마찬가지다. 거리에는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참여한 사람, 같은 생각을 하지만 참여하지 못한 사람, 그리고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다. 적어도 참여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끼칠 피해는 최소화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평화적인 행진이 정말 멋있었고, 행렬이 지나간 자리를 깨끗히 치우려는 멋진 모습에 나 역시도 감동했지만, 수많은 사람들의 행렬 덕분에 도로가 마비되어 있는 모습은 이 운동에 뜻을 같이 하는 내가 보기에도 좋아보이지는 않았다. 또한, 청와대로의 행진으로 인해 경찰의 극렬한 진압이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사실, 경찰 입장에선 청와대까지 밀리면 안 되는거 아닌가. 그리고, 시민들이 청와대로 간다 하여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청와대에 시민 행렬이 갔다는 것에 큰 의의를 둘 수는 있지만, 지금 필요한 것은 청와대로 가는 시민의 힘을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 평화적으로 시민의 뜻을 전하는 것이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동네에 이장이 주민들 이야기도 안 듣고 마음대로 동네 일을 본다. 이에 주민들이 뿔나서 다 같이 모여 이장집에 찾아가기로 했다. 헌데, 이장집에는 무서운 도사견들이 풀어져있어 주민들의 접근을 막고 있다. 이장은 보이지도 않고... 이 때 길 안 비켜준다고 이장집네 도사견들이랑 붙어봐야 주민들에게 좋은 일이 있을까? 도사견은 이장의 명령을 받고 그저 그 자리를 지키는 것 뿐이다.

일부 제 정신이 아닌 사람들 빼고, 대다수의 전/의경들 참 불쌍하다. 저들도 저기에 서 있고 싶어 서 있겠는가. 그저 이 시점에 하필 저 부대에 속해있으니 나와있는 것이다. 그리고, 상부의 명령에 따르는 것이 그들의 일이고 그렇게 교육 받았으니 그러는 것이다. 그 위에서 지휘하고 명령하는 간부들, 그리고 그 위 높은 분들이 문제인 것이다. 군대 다녀온 사람들은 잘 알 것이다. 아무리 불합리하다 하더라도 상부의 명령을 수행해야 한다. 우리의 동생과 다를바 하나 없는 그들을 미워하지 말고, 그들에게 그런 명령을 내린 자들을 미워하자. 그리고, 그들과 최대한 평화적으로 대치하도록 하자. 그들이 폭력적으로 나온다고 폭력적으로 맞선다면, 이는 폭력진압의 변명거리를 만들어주는 꼴이 된다.

대통령과 정부는 30년 전이지만, 대한민국 국민들은 21세기에 살고 있다. 끝까지 평화적으로 우리의 뜻을 전하는 것, 그것이 필요하다.


p.s. 내일 일찍 일어나야 하는데, 정말 잠 못 드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