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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들은 것

The Great Yellow River - Sojiro

어릴 때였다. 내가 아마 초등학교 5~6학년일 때였나보다. 그러니까 1990년 전후일텐데... 그 때 얼마간 큰 숙부가 우리와 함께 살았었다. 그리하여 큰 방 빼고 그 다음 큰 방은 큰 숙부 방이 되었고, 방송작가일을 하시던 숙부는 아무튼 바쁘셨다. 항상 닫혀있던 숙부의 방문 안이 궁금했던 나는 어느 날 집에 혼자 있을 때 숙부 방에 몰래 들어가 보기로 했다. 콜록~! 콜록~! 숙부가 나간지 한참 되었는데도 담배연기가 자욱했다. 각종 취재 자료로 온 방이 가득 차 있었다. 주로 테이프에 녹음된 자료들이었는데, 그런 것들이 어린 나에게 당연히 재미 없음에도 불구하고 찬찬히 살펴보다 눈에 띄는 테이프 하나를 발견했다. 그래서 그 테이프를 꺼내 커다랗고 투박한 전축의 테이프 데크에 넣고 재생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는 스피커에서 흘러나온 음악이 바로 아래의 음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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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20년 가까이 이 음악의 존재에 대해 전혀 알지 못 하다가, 한 매킨토시 동호회 게시판을 주욱 보다가 불현듯 만나게 된 단어, 바로 '대황하'!! 근 20년 전 매캐한 담배 냄새로 가득찬 방에서 테이프로 들었던 그 음악의 기억이 마구 솓아오르기 시작했다. 어렵사리 음악을 구해 들어보니, 바로 초등학생이던 그 시절로 돌아간 것만 같았다. :)

이렇게 20년 가까이 이 음악에 대해 아는 바가 전혀 없다가 조금 찾아보니 이 음악은 KBS 다큐멘터리 대황하의 OST로 국내에는 1편, 2편 해서 두 장의 음반이 발매되었고, 연주에는 오카리나 연주로 유명한 소지로 Sojiro씨가 했다고 한다.

대황하 이야기를 하다보니 불현듯 9년 전 중국에 다녀왔던 것이 떠오른다. 그 때 황하를 상류와 하류로 나누는 딱 중간 지역인가 하는 곳에 간 적이 있었다. 모택동인가가 왔다가서 유명해진 곳이라던가... 하도 오래되어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그 곳을 호버크래프트를 타고 돌아봤는데, 강 유역이 어찌나 너른지 그걸 타고서도 한 10분은 가야 강물이 보였다. 게다가, 강의 중간부분이라면서 육지는 저 멀리 보이는 끝도 없이 너른 누런 강물이 어느 방향으로 흐르는지도 알 수 없이 이 방향 저 방향으로 소용돌이 치던 그 모습, 그 모습이 생각난다. 최근 몇 년 사이 중국 욕 하느라 우리나라 사람들 바쁘지만, 내가 보기엔 모르긴 몰라도 중국 조심해야 한다. 대륙의 기상, 반도국과는 비교도 안 되는 커다란 스케일, 가늠할 수 없는 잠재력과 성장력 등등, 벌써 9년 전에 가 본 중국의 이미지이긴 하지만 무섭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대단했다.

헌데, 음악 이야기에 무슨 곁다리 이야기가 이리도 긴지... :) 아무튼, 근 20년 만에 들어본 이 음악 참 좋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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