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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Med Student

외과 실습 4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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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끝나나 시작부터 걱정했었던 외과 실습이 6주의 일정 중 벌써 4주의 끝자락에 도달해 있다. 우리 학교의 외과 실습은 매 주 담당 교수님이 정해져 있어서 담당 교수님의 회진을 따라 돌고, 담당 교수님의 수술에 스크럽을 서며, 담당 교수님 수술이 없을 경우에도 무조건 하루 종일 수술실에 있으며 옵져를 계속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다보니, 아침 7시부터 시작되는 프리라운딩과 아침 컨퍼런스, 라운딩 후 수술방 옵져 및 스크럽을 하고, 오후 회진 돌고 6시 경 병원을 나서는 그 순간까지 앉을 시간이라곤 수술 시간에 쫒겨 허겁지겁 바쁘게 먹어야 하는 식사시간, 그것도 2시가 될지 3시가 될지 모르는 그 때 뿐이다. 그러다보니, 허리 아픈 것은 당연하고, 온 몸이 안 쑤시는 곳이 없을 지경이다. 그러니, 집에 돌아오면 저녁 먹고 그냥 자기에 바쁘다. 다음 날 일어나 또 똑같은 일정을 소화해야 하고... 원래 신조어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쩐다'라는 말이 그렇게 딱 맞아떨어질 수가 없다. 하루 종일 수술에 쩔어있다는 이 표현이 절로 나올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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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나의 담당 교수님께서는 원래 철학을 전공하셨고 독일 유학길에 오르셨다가 매우 늦게 의학에 종사하시게 된 특별한 경력을 갖고 계신 교수님으로, 매우 학구적이셔서 매일 아침 라운딩 후 학생을 외래방으로 끌고가 매일매일 정해져있는 주제에 대해 질답시간을 갖으신다. 월요일: 병동환자파악, 화요일: 담석질환 GB stone, 수요일: 담관암 Cholangiocarcinoma, 목요일: 췌장암 Pancreatic cancer, 금요일: 간세포암종 Hepatocellular carcinoma, 토요일: 회진 가이딩 이런 스케쥴이 짜여져있다. 위에서도 이야기했듯 매일 저녁 집에 돌아오면 너무 피곤해서 자기에 바쁜데, 이번 주엔 공부까지 해야 해서 정말 힘들었다. 보통 교수님들께서 질문 하시면 대부분 학생들은 버벅거리거나, 대답을 제대로 하더라도 재차 들어오는 후속 질문에는 막히기 마련이고, 그런 학생에 대해 답답한 마음을 가지시는 교수님들께선 '이런 것도 모르냐.'는 뉘앙스로 설명해 주시게 되는데, 이번 주 담당 교수님께서는 워낙에 학구적이시고 철학 학위 소유자답게 '소크라테스의 산파술'을 활용하셔서 원하시는 답변을 이끌어내기 위해 거듭 질문에 질문을 해 주시고 절대 힌트 등으로 도와주지 않으셔서 학생 혼자서 이끌어낼 수 있도록 도와주신다. 이러다보니, 책을 다 읽고 외워서 말씀드려도 혹시라도 빠진 것이 있거나 하면 그것에 대해 계속 확인하시고, 영어 표현 중 read between the lines라는 것도 있듯, 책 내용에 그치지 않고 거기에서 더 나아가 그런 내용의 의의나 거기서 느꼈던 점, 궁금했던 점까지 이끌어내시려고 하시니, 교수님과의 질답시간은 정말이지 너무너무 힘들었다. 좋게 보면 학생에 대한 관심이 많아 열심히 공부시켜 주시는 것이지만, 당하는 학생 입장에서는 두려운 시간이었다. 저녁 일찍 자다보니 새벽 2~3시에 일어나 외과학의 바이블인 사비스톤 Sabiston의 해당 부분을 열심히 읽어가도, '책은 읽어본거냐?', '그냥 외워만 왔구먼.', '책이랑 임상이랑 연결을 해야지.' 이런 말씀 들을 때면 내가 정말 작게 느껴지고, 그 모든 것을 다 알고 계신 교수님은 정말 저~~~어기 위에 계신 것만 같다.

그런 의미에서 한 친구의 블로그에서 봤던 Ph.D Comics 한 편이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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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과 실습 2주차까지는 자고 아침에 일어나면 체력 회복이 되었는데, 3주차 4주차 되어가다보니 이제는 밤에 자고 일어나도 회복이 안 된다. 이번 주는 질답시간 때문에 하루 4시간 정도 밖에 안 잤더니 더 지친다. 아침 회진 후 수술방에 들어가 한 시간만 옵져를 해도 1주차 때 하루 종일 스크럽 섰던 것만큼 힘들다. :)

그래도 힘 내자!!! 임상종합평가와 오스키는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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