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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Med Student

정말 불쌍한 우리 레지던트 선생님

어느 과든 안 힘든 과가 있으며, 어느 과를 하더라도 1년차, 2년차는 다 힘들기 마련이라고는 하지만, 오늘 수술방에서 만난 2년차 선생님의 상태는 그야말로 안습 상황이었다.

어제 당직이셨던 모양인데, 아침에 산부인과 전체 컨퍼런스를 하는 자리에서 슬라이드를 넘기게 되셨다. 몇 장 잘 넘어가다가, 슬라이드가 묵묵부답. 선생님께서 졸고 계셨다. (ㅠㅠ) 어렵사리 회의를 마치고 수술방에 가보았더니, 수술방 게시판에 적혀있는 수술 목록 중 새벽 2시에 시작한 응급 제왕절개 수술이 있었다. 회복실 간호차트를 살펴보니, 수술이 2시에 시작되어 4시가 다 되어 끝난 모양이었다. 전날 밤에도 당직이라고 쉬지도 못하고 일 하셨을텐데, 새벽에 수술까지 하시고, 아침에 다시 회의 준비 및 수술 준비까지... 게다가, 아침 내내 연속으로 수술 들어가시고, 점심 드실 시간도 없이 바쁘니까 수술방 간호사들이 얼른 나가서 밥 먹고 오라고 해서 대신 수술 정리를 해 주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그러고 선생님 식사하시고 오셔서 같이 수술 들어갔다. 많이 하는 복강경 수술이었고, 난소에 생긴 물혹을 제거하는 수술이었다. 복강경으로 카메라를 넣고, 카메라는 레지던트 선생님이 잡으시고 교수님께서 직접 수술을 하시는데, 교수님께서 원하시는 방향을 잘 비추어 주셔야 하건만 자꾸 엉뚱한 곳으로 가 있거나, 심지어 교수님께서 '이곳 보여줘.' 하시는데도, 화면은 그대로인거다. 그러고보니, 우리 불쌍한 레지던트 선생님, 눈을 반쯤 뜨고 서서 졸고 계셨다. (ㅠㅠ) 교수님도 측은지심을 느끼셨는지, 별 말씀 안 하시고 넘어가시고...

수술 다 끝나고 정리 다 하고 환자 회복실에 보내놓으니, 선생님께서 '학생 수고했어요.' 하시길래 '선생님께서 더 수고하셨죠.' 했더니만, '푸핫~!' 웃으시더라. 그래도, 이제 2년차의 끝이 보이니, 조금 더 밝은 미래인 3년차를 위해 이 힘든 과정을 마다않고 잘 해 나가시겠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복강경의 개괄적 그림



복강경 수술은 위에서 보는 것처럼 배에 약 1cm의 작은 구멍을 뚫어 카메라와 각종 기구를 넣고 수술을 하는 방법이다. 직접 배를 열고 하는 수술에 비해 매우 다양한 장점이 있어서, 시행하는데 고도의 숙련된 기술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그 적용 범위가 점차 넓어지고 있다. 우리학교 병원에는 국내 최초로 난관 재결찰술을 복강경으로 성공하신 교수님도 계시고, 아무튼 부인과적 수술의 거의 대부분을 복강경으로 하고 있다. 처음에는 들어가서 봐도 뭐 하는지도 몰랐고, 워낙 어려운 수술이다보니 진행이 더딘감도 없이 않았지만, 자꾸 보니까 교수님들과 선생님들의 실력이 대단함을 느낄 수 있었고, 이게 보통 수술이 아님도 느낄 수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한 번 해 보고 싶기도 했으나 어찌 감히 해 볼 수 있으랴. 옆에서 보고 배우는 것만으로도 대단했다.

아무튼, 힘 내세요, 레지던트 선생님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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