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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들은 것

굴레를 벗어나 - 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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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다녔던 고등학교는 1학년 때 수학여행을, 2학년 때 극기훈련을 갔다. 3학년은 공부해야 한다고 간단히 하루 소풍 다녀왔고 말이다. 내가 2학년 때 어디로 갔는지도 기억 안 나는 극기훈련을 갔었고, 수학여행이나 극기훈련에 빠지지 않는 순서인 반 대항 장기자랑이 있었다. 우리 반에서는 두 말 할 것도 없이 장기자랑에 나갈 사람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중학교 때부터 단짝이었던 녀석 둘이었는데, 이 녀석들의 춤은 정말 대단해서 쉬는 시간에 잠깐 몸 좀 풀어주는 걸 볼 때면 벌어진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아마도, 내 평생 내게 가까운 사람 중에서 가장 춤을 잘 추는 녀석들이었을거다. 아무튼, 이 녀석들이 반 대항 장기자랑에 출전을 하게 되었고, 무얼 보여줄지 내심 기대되는 가운데, 저녁 식사 후 한 곳에 전교생이 모두 모여 장기자랑이 시작되었다. 드디어, 우리반 차례. '쿵~! 드랍잇!'과 함께 무대 위에 짠 하고 나타난 녀석들은 당시 최고 인기를 구가했던 듀스의 굴레를 벗어나를 보여주었다. 남녀공학(남녀 합반은 아니었다.)이었던지라 남학생들의 중저음 함성보다 여학생들의 카랑카랑한 고주파 함성이 장기자랑 하는 장소를 가득 메웠던 기억이 난다.



잘은 몰라도, 아마 우리나라에서 힙합이라는 음악이 대중적으로 성공한 경우는 듀스가 처음일 것이다. 1집의 '나를 돌아봐'부터 시작해서, 2집의 '약한 남자', 2.5집의 '여름 이야기', 3집의 '굴레를 벗어나'까지, 내놓은 앨범마다 히트곡을 만들었던, 90년대 서태지와 아이들에 버금가는 인기를 누렸던 그룹이다. 허나 아쉽게도 한창 잘 나가던 1996년에 해체를 선언했고, 김성재는 솔로 데뷔를 했으나 방송에 몇 번 출연해 보지도 못하고 자살을 해 버렸다. 이현도는 군대 안 가려고 아르헨티나로 이민가 버려서 아르헨도가 되어버리고... 90년대를 주름잡았던 그룹의 끝이 좋지 못해서 참 아쉽지만, 그래도 10년이 넘은 그들의 음악을 다시 들어봐도 전혀 촌스럽지 않고 좋다. 뭐, 뮤직비디오가 촌스러운 것은 어쩔 수 없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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