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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잡담

공공장소에서는 애완견 목줄 좀!!!

처음부터 밝히고 들어가자면, 나와 우리 색시 모두 병이라고 할 단계는 아닐지 모르나, 정신과에서 이야기하는 불안장애 중 한가지인, 특정대상에 대한 공포증, 그 중에서도 개에 대해 무척이나 강한 공포증을 가지고 있다.

주중이나 주말에 할 일은 딱히 없고 TV에서 재미있는 것을 하지 않을 때면 가끔 탄천변에 나와 산책을 한다. 집 바로 앞에 이런 좋은 공간이 있다는 것은 커다란 축복일터. 산책을 하며 상쾌한 공기도 마시고, 풀내음도 느끼면서 색시와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은 매우 즐겁다. 하지만, 이것도 잠시. 한 번 탄천변에 나가기만 하면 우리 둘은 십여차례를 깜짝깜짝 놀라게 되는데, 그것은 바로 애완견 때문이다. 몇 년 전부터 공원 등 공공장소에서 목줄을 꼭 하게 되어있고, 배설물 처리도 하지 않으면 주인에게 과태료가 부과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실제로 탄천에서 만나는 애완견들 중 반 이상은 목줄이 되어있지 않다. 애완견을 기르는 입장에서야 자식같이 예쁘고 아끼다보니 답답해 할 것이 분명한 목줄을 안 하고 싶으리라고 이해는 하지만, 개를 무서워하는 우리 입장에서는 산책로 저편에서 목줄 없는 강아지가 신나서 걸어오는 것만으로도 공포에 질리게 된다. 개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렇게 무서워 하는 우리들을 보면 오히려 달려드는 경우도 있으니 이럴 때는 정말 난리 난다. 그냥 지나가 주면 좋으련만, 자기 딴에는 친하게 지내보자고 발 밑에 달려와 핥으려고 하면 기겁!! 그래도 반 정도는 목줄이 되어있어서 다행인데, 그 목줄도 늘어나는 목줄이라 언제 어디서 우리에게 달려들지 몰라 긴장을 하게 된다. 심지어 그 자리에 얼음! 하고 굳어버리는 경우도 많다. 이렇게 긴장하고 강아지를 보내면, 주인들은 '우리 예쁜 강아지를 왜 무서워하고 그러지?'라는 표정으로 우리를 보고 간다.

참다 못해 주인에게 잠시 강아지 잡아달라고 이야기를 하면 백이면 백, 다 이런 대답이 돌아온다. '우리 개는 안 물어요.' 무는 개를 무서워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개 자체를 무서워하는 것인데 말이다.

우리 집도 그렇고 처가도 그렇고 애완견을 키워본 적이 없어서 애완견 키우는 사람들의 심정을 100% 이해 못 하는 것은 분명하다. 무서워하는 것도 있지만, 위생상 앞으로도 키울 생각은 없다. 하지만, 애완견을 키우는 사람들을 어느 정도 이해한다. 너무나도 아끼기 때문에 운동도 시켜주고 싶고, 넓은데 나오면 풀어놔서 운동도 시키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애완견을 무서워하는 사람들의 입장을 좀 더 생각해 주면 좋겠다.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는 가슴 아프더라도 목줄을 꼭 해 주면 좋겠다. 일전에 유럽배낭여행런던 외곽 마을에서 본 공원에는 그물이 쳐있는 울타리가 꽤 너른 면적을 두르고 있었는데, 알고보니 거기에 애완견을 풀어두고 같이 뛰어노는 공간이었던 것이었다. 부메랑이나 원반을 던지면서 노는 모습을 보니 나도 보기에 참 좋았고, 울타리가 있기 때문에 흥분한 애완견이 뛰쳐나올 일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안도감을 느끼며 편하게 볼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공원 한 쪽에 애완견을 위한 공간이 따로 마련된다면, 어느 정도 타협점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제발... 공공장소에서는 목줄 좀~!!! 무서워서 산책을 못 하겠다. (ㅠㅠ)


p.s. 일전에 한 지인으로부터 들은 이야기가 생각난다. 그 분께서 첫 아이를 보시던 날 아버님께서 이런 말씀을 해 주셨다고... '네 자식은 네 눈에만 예뻐보인다. 잘 키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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