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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Med Student

또다른 후배의 죽음

한 달 정도 밖에 지나지 않았던 지난 9월 중순, 한 후배가 죽음을 택했다고 포스트를 올린 적이 있었다. 그 때의 충격이 가시지 않았는데, 시험에 지친 몸을 이꿀고 기숙사에 돌아왔더니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 도착해 있었다. 또 한 녀석이 죽었다는 것이다.

99학번인 이 녀석은 나만큼이나 공부하는 것을 싫어했던 녀석이었다. 놀기를 무척 좋아했지만, 선배 대접은 잊지 않고 오며가며 인사도 꼬박꼬박하는 녀석이었다. 뒤늦에 마음 잡고 공부하고 올해 드디어 본4가 되어 빛나는 합격증과 졸업장을 손에 넣기만 하면 되는데, 봄에 골수이형성 증후군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무시무시한 병에 걸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집에서도 먼 학교 병원에 입원해야겠다고 바득바득 우겨서 학교 병원에 누워있으면서 여러사람들도 만나고 했었다는데, 가을 학기가 시작되고 이 녀석이 그 동안 받아온 수혈량이 너무 많아 헌혈증을 모아주자는 학교 내 캠페인이 생겼다. 혈액형이 같은 사람들 중에서는 골수이식이나 수혈을 위해 정밀 검사를 받기까지 했다. 나는 불행히도 이 녀석과 혈액형이 달라 헌혈증을 주는 것 말고는 달리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마침 가지고 있는 것이 하나도 없어서, 부랴부랴 헌혈버스에 달려가 전혈하고 헌혈증도 주고 그랬는데...

며칠 전 이 녀석과 친한 우리 학번 녀석을 만났더니만 하는 소리가 '또 초상 치르게 생겼어.' 이러는거다. 그 녀석이 혈종 입원실에 있다가 ICU로 내려갔다는 것... 며칠 뒤 오늘, 더 이상 고통을 참지 못하고 저 세상으로 가버렸다니...

한 달 사이에 가까운 사람들의 죽음을 연거푸 맞이하다보니 내 감정을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를 모르겠다. 20여년 아무 일 없이 잘 살아오다 갑자기 발병한 저 몹쓸 병 때문에 소중한 후배 한 녀석을, 우리나라 의료를 책임질 든든한 어깨 하나를 잃게 되었다.

내일 아침, 빈소에 찾아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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