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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내가 아는 택배 이야기 2. 우리 동네 택배기사는 불친절해!

언젠가부터 우리 생활 깊숙히 들어와 있는 택배 서비스, 이 택배 역시 물류업의 한 종류라고 할 수 있겠다. 예전에는 기업 상대의 물류 이외에는 이삿짐 센터나 흔히 이야기하는 용달 정도가 개인이 이용할 수 있는 물류 서비스의 전부였지만, 이제는 어디서든 저렴한 가격에 익일배송(도서산간지방 제외, 제한적이긴 하나 수도권당일배송도 있다.)이 가능한 택배를 이용할 수 있다.

택배에 대한 이야기를 읽다보면 가장 많이 나오는 이야기 중 하다가 바로 택배 기사의 불친절이다. 모 택배회사는 불친절이 너무 심해서, 다음에 인터넷 쇼핑을 할 때 배송사가 그 회사라면 물건을 구입하지 않겠다는 이야기도 있다. 물론, 서비스업인 택배업에 있어서 친절함은 항상 요구되는 덕목이지만, 택배 시스템을 들여다보면 그러기에 매우 힘든 현실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위에서 잠시 언급한 것처럼 택배는 물류, 운수업이고, 우리나라 대부분의 업종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하도급이라는 것이 더 하면 더 했지 덜하지 않는 분야이다. 그래서, 택배 역시 지입차량을 받아들여 운영하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고, 우리가 흔히 만날 수 있는 택배 기사는 대부분이 개인사업자등록 후 지입차량을 사용하는 소위 알바 기사다. 택배 회사 정직원은 만나기 어렵다.

이 알바의 경우, 노동자가 아닌 사용자 입장이 된다. 개인사업자등록이 되어있고 그것을 근거로 일 하기 때문이다. 거기에 차량 구입 해야지, 탑(박스형태로 되어있는 짐칸) 올려야지, 들어갈 택배 회사에 맞게 도색 해야지, 매일 매일 기름값 들어가지, 차량 감가상각비 빠지지, 몸 힘들지, 돈은 얼마 안 벌리지... 정말이지 내가 들어본 지입 차량 운전자들의 애환은 끝이 없었다. 알바라고 하기에 난 그저 몸만 들어가서 일 하는 줄 알았는데, 차도 내 돈으로 사고 기름도 내 돈으로 넣는 등 회사에서 나오는 것이라고는 차량 도색비 약간 지원해 주는 것이랑 회사 조끼 정도라고 했다.

택배비 받아보면 알겠지만, 적게는 2~3천원에서 많게는 5~6천원, 심하게 크고 무거울 경우는 만원 가까이 하기도 한다. 집하 하는 사람, 집하지와 배송지 터미널에서 일 하는 사람들, 배송하는 사람 등 물건 하나 운반하는데 많은 사람이 관여하게 된다. 그러니 집하와 배송하는 사람에게 떨어지는 돈이 많을 수가 없다. 내가 듣기로는 대부분 집하 및 배송 한 건당 1천원을 받는다고 했다. 생각보다 많이 받는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하루에 100개 집하/배송을 해야 10만원, 200개 해야 20만원이다. 거기에 살인적인 고유가와 차량감가상각비용을 생각해 보면 하루 일 하고 손에 떨어지는 돈은 얼마 되지 않는다. 게다가, 새벽부터 밤까지 일 해야 하니 개인적인 시간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될 정도다. 물건 100개가 말이 쉽지, 광범위한 동네 여기저기 돌아다녀야 하기에 하나 당 걸리는 시간이 무시 못하게 길고, 한 번에 배송 못 하는 경우도 많고, 비라도 온다면 비 쫄딱 다 맞고 물건 들어야 하고, 무겁고 큰 물건들 때문에 몸은 계속 망가지고...

이런 상황에 시간이 돈인데, 친절을 기대하기에 힘든 상황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좀 알고 있는 나는 고객이지만 먼저 친절하게 말 한 마디 건내려고 노력한다. 더운 여름 날 땀 뻘뻘 흘리며 배송해 줄 때 '날이 너무 더워 힘드시죠? 고맙습니다.' 이렇게 이야기 하면 100이면 99 좋은 반응으로 돌아오기 마련이다. 비 오는 날이라면 '비 와서 고생 많이 하시네요.' 이런 멘트도 날려주고...

어쩌다보니 택배 기사를 옹호하게 되어버렸는데, 그러자는 것이 아니고 그럴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알리고자 하는 것이다. 현실이 이렇게 힘들다 하더라도 친절해야 하는 것이 서비스업의 기본이니만큼 친절한 택배기사를 만날 수 있다면 그게 제일 좋은 것이겠지만 말이다.

아, 원래 이런 이야기를 하려는게 아니고, 이렇듯 지입으로 운영되는 택배 영업소나 위탁소의 실체 때문에 사실 택배 회사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이런 시스템으로 인해 기사들이 친절할 여유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겠다. 그러므로, 택배기사가 엉망이라고 해서 택배회사를 욕해봐야 별다른 변화가 일어나기 힘들다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택배회사 본사에서 영업소 및 위탁소와 그 곳의 지입차량 업주에게 긍정적인 영향력을 미칠 수 있어서 그로 인해 본사에 항의하여 상황이 나아진다면 좋겠지만 말이다.

아무튼, 돈 벌기 참 힘들다. 내가 개인적으로 알고 지냈던 택배기사하시는 분들, 정말 고생만 하시고 돈도 제대로 못 벌고... 택배 이야기를 떠나, 지입이나 하도급이라는 형태는 정말 없어져야 한다.


p.s. 정직원과 알바는 하는 일이 다르다. 정직원은 일의 양에 상관없이 일정한 월급을 받으므로 물건이 작고 가벼우면서도 많이 나오는 곳(예를 들어, 인터넷으로 휴대폰 파는 업체)은 정직원이 가고, 알바는 뛰는 만큼 돈을 버니까 일정량 이하로 유지시키기 위해 일반 가정집집(특히 주택가는 최악이다.)이나 부피 크고 무거운 물건 취급하는 업체 쪽으로 보낸다. 그러므로 하루 몇 백건씩 집하/배송하기가 정말 어렵다.